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5895557?category=%EC%B0%BD%EC%9E%91%EB%AC%BC&target=all&keyword=%EC%9A%A9%EB%B3%91&p=1




***



[레프리콘. 작전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어어 그래. 왠만하면 내 시야안에 있어줘. 엄호하기 어려우니까."


얼마전에 큰 돈주고 산 '초정밀 조준기'에 눈을 가져가댄다. 덕분에 한동안은 브라우니들과 참치켄으로 끼니를 때워야겠지만. 


'돈 아끼면 뭐해. 그러다 훅가는거지 뭐.'


장비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돈 아껴서 뭔가 해보려던 놈들은 전부 고기방패로 사용되다 죽었다. 바이오로이드랑 고철깡통이 치고박고 싸우는 전쟁터에서 미래에 대한 계획따위는 사치다.


[대장! 전방에 적 발견했습니다. 폴른기종이 다섯. 아니 그 이상입니다.]


레후가 전송해준 좌표가 조준기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건물 잔해 뒤쪽에 숨어있는  브라우니들과 수색작업을 하고있는 폴른들이보이는데...


"레후. 어떨것같아?"


[퇴각해야합니다. 


 브라우니... 저 바보들이 넷은 있어야 폴른 하나랑 겨우 교환비가 성립하는데...]


"그건... 맞는데 말이야. 내가 이거사느라 돈이 좀 궁해서. 오늘 앙헬한테 돈받는날이라 뭐든 성과가 필요해 하하.


전원 돌격. 엄호는 내가한다."


[돌격합니다! 총알 나가신다!!]


[저 바보! 얼른 머리 숙이세요!!]


미안하다. 내가 오늘 좀 많이 급해. 내가 있는 폐건물꼭대기에서 레프리콘과 브라우니까지의 거리가... 된다.


"브! 고개 살짝 숙여라!"


[갑자기 무슨말이십니까! 으힉!]


탕!


내 저격총에서 불이 뿜어지고 지금 막 브라우니와 맞닥뜨렸던 폴른 하나가 고철로 변한다. 팔에 만만치않은 반동이 전해져 오른팔의 욱신거림이 심해진다. 바이오로이드를 위해 만들어진 무장에는 인간을 위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


'인간용은 위력이 너무 낮아서 못써먹지...'


"블랙리버의 레프리콘, 브라우니 . 32번 행동지침, 사살."


폴른들이 한발늦게 움직인다. 머신건에서 총알을 토해내며 콘크리트 잔해들에 총알구멍이 뚫리기 시작한다.


[방금 머리에 총알 스쳤슴다!! 대장 역시 퇴각해야하는거 아닙니까!?]


"브라우니. 오늘 돌아가면 치킨사줄게."


[오오! 진짜입니까!]


"그래. 브라우니 명령이다. 앞으로 돌격."


[이럴줄 알았습니다! 병영 부조리지 말임다!!!]


총탄세레에서 겨우 숨어있던 브라우니 하나가 폴른을 향해 돌격한다. 기관총을 사격해보지만 두꺼운 장갑을 뚫지못하고 오히려 다른 폴른들의 주위를 끈다.


"제거대상 확인. 사살"


탕탕탕탕탕!!!


"브라우니 옆으로 굴러!"


탕!


시간이 느리게 느껴진다. 입으로는 명령하면서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긴다. 가장 브라우니와 가까운 녀석부터 한놈씩. 


탕!


다시 또하나.


[우와아아앗!!! 저 죽습니다!]


"브라우니 그냥 총 버려! 머리 숙이고 왼쪽 기둥뒤로 숨어!"


탕! 탕!


"파괴됨, 응급신호 방...출..."


"비상상황, 수리 프로토콜 수ㅡ"


탕!


방아쇠를 당기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제법 머릿수를 줄였지만 브라우니와 폴른의 교환비를 생각하면 아직 위험하다.


팅!


"이런 젠장!"


탄환이 빗나가 바닥에 쳐박혔다. 다시 장전을 시작하지만 이미 기둥뒤의 브라우니는 위험한 상황이다. 더이상 도망칠곳도 없는 브라우니는 애처롭게 내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장... 저 죽는겁니까?]


"안죽어! 안죽는다고!"


철컥!


강화 외골격을 벗어던진다. 이런건 조준에 방해만된다. 


단 한발. 


한발만 명중시키면 된다. 조준기 너머로 폴른 한대가 보인다. 숨을 멈추고선 방아쇠를 움직인다.


탕!


우득.


"크악!!! 젠장!"


오른팔이 나갔다. 힘이 전혀 안들어가는걸 보니 탈골된건가. 왼손으로 저격총을 들고 스코프를 바라본다. 


"수리 프로토콜....수...행...."


'맞췄다....'


"레후!!! 돌격해!!!"


[라져! 전원 돌격!!]


몇번이나 뛰쳐나가려 했지만 내 명령때문에 움직이지 못했던 레프리콘이 기다렸다는듯 앞으로 뛰쳐나간다. 다른 브라우니들이 뒤를 따르고 기둥 주위에 모여있던 폴른들은 총알받이가되어 총탄세레를 맞는다.


[후... 작전 종료. 


대장...다음부턴 이런 위험한 작전은 제가 꼭 말해주시길 바랍니다...]


"말하면 허락은 해줄거고?"


[...]


레프리콘도 이 방법밖에는 없다는걸 알고 있겠지. 매일같이 소모되고 다시 빈자리가 채워지는 이곳에서 그녀들에게 후퇴할 권리따위는 없다. 


"하하.... 저기. 다 정리됬으면 나좀 데리러와줘. 내가좀 ... 크윽! .하하.. 무리를 했거든."


[대장은 브라우니입니다... 가끔은 브라우니보다 더요.]


그래도 모두 살았다. 그거면 된거지. 


***


"작전 성공했습니다. 이것으로 전황이 더 유리해지겠군요."


마리는 모두가 잠든 새벽에 보고를 시작했다. 화면 너머로는 얼굴이 가려진 검은 정장의 사내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고했다 마리. 그래서 '손해'는 얼마였지?"


손해. 이 남자에게 무수한 자매들의 죽음은 단지 청구서와 같은 귀찮고 짜증나는 일에 불과했다.


"나중에...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정확히 몇명이 죽었는지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내일이 되면 시신을 회수...아니. 전투모듈을 회수하기 위해 다시 시신의 수를 확인하러가야 한다.


"아! 그 녀석은 어떤가?"


"그 녀석이라면..."


"두번 말하게하지 마라. 따로 소대를 이끌고있는 인간 말이다."


"죽은 자매는 0명. 그 남자는 오른쪽 어깨가 탈골된걸 제외하면 전부 가벼운 경상입니다."


부끄러웠다. 불굴이라는 이름조차 지금은 집어던지고 싶을 정도로 자괴감이 들었다. 그 남자는 오늘도 누구도 죽게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크하하하!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강화시술도 받지않은 인간이 그 전장속에서 살아남다니!"


한동안 막사안에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하... 그 소대의 전투데이터를 이쪽으로 넘기도록. 어디서도 얻을수 없는 귀중한 자료이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예정된 보수를 주도록 해. 푹 쉬어두라고도 전해주게. 


그래야 다음에도... 이런 재미있는 결과를 가져와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