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오 공식 설정이랑 관련 없음

* 바이오로이드의 계급은 임의로 조금씩 수정되었음을 알립니다.




"가, 각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리는 사령관의 말에 크게 놀라며 반문했다.

이 세상에 창조되고 처음으로 겪는 충격이 마리의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섞어놓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마리를 앞에 앉혀두고 사령관은 느긋하게 콘스탄챠가

가져온 다과와 차를 즐기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별건 아니고 지난번에 요안나 섬에서 오르카 전투 부대들이

총 동원된 가상 전투 훈련을 했었잖아?"


"네, 네! 부,분명 2주 전에 각하께서 참관하셨던.."


마리는 잔뜩 얼어붙어 바로 대답했다. 사령관이 직접 현장에 참관하여

스틸라인의 모든 부대원은 흡사 실전을 방불케 하는 살벌한 기세로 훈련에

임했으니까. 그 누구도 열외하지 않고 몸은 던져가며 훈련에 임한끝에

사령관도 크게 만족하며 박수를 쳐 주었던 기억이 마리에게 남아있었다.


"응, 그때 이후로 애들이 힘든건지 요즘 축 처진것처럼 보이더라고."


"...!!!!"


마리는 머릿속에 벼락이 내려쳐진 기분이었다. 방심했다. 

그렇게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사령관이 당시 훈련 성과에 크게 기뻐하며

박수를 쳐주고 몇몇 뛰어난 성과를 보인 일반 전투원들을 직접 단상에 불러

어깨까지 토닥여 줄 정도였기에 조금은 느슨하게 부대원을 대한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말..."


"주인님! 담소중에 죄송합니다! 정찰조에게서 급한 보고가 올라왔어요!

적들의 규모가 상당한 모양이라 직접 지휘를 원한다고..!"


사령관의 말이 콘스탄챠가 갖고온 급보에 잘렸고 사령관도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리에게 양해를 구했다.


"미안해! 마리. 먼저 일어날께! 참, 애들한테 너무 뭐라고 하진 말고!"


사령관이 황급히 일어서며 콘스탄챠에게서 정복 겉옷을 받아들고 서둘러

입은 뒤 빠른 걸음으로 지휘실을 향해 걸어갔다. 콘스탄챠는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는

마리에게 공손히 머리를 숙여 인사한 뒤 사령관의 뒤를 따라 사라졌다.


'축 처졌다... 축 처졌다...'


마리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꼽으라면

마리 자신이다. 자신이 무능했기에, 자신이 나태했기에 부하들이 그런 모습을

사령관에게 보인 것이리라. 부하의 행동은 지휘관인 자신의 책임. 그렇다면

모두를 이끄는 지휘관으로써 그에맞는 책임을 져야한다.


"레드후드 대령."


마리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바로 레드후드에게 연락을 보냈다.


"승리! 대령 레드후드! 마리 대장님, 무슨 용무 이십니까?"


"10분 뒤, 스틸라인 지휘실로 스틸라인 간부는 모두 집결할것. 이상."


마리는 그렇게 짧은 전언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서 사령관이 평소 앉는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뒤를 돌아 스틸라인 지휘실로 향하였다.



".....해서, 본관은 책임을 통감하고, 이에 우리 스틸라인이 더욱 강한 전투부대로

성장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물론 모든 책임은 내게 있고

나 또한 많은 것들을 느낀바.. 이에 연대장 휘하 모든 지휘관들은 본관을 도와주었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명령 받듭니다! 승리!"


""승리!!""


마리의 일장연설이 끝난 것은 거의 30여분 정도 지난 후였다. 마리는 대표로

경례를 올린 레드후드를 바라보다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난 연대장을 믿는다. 그럼 모두들 해산하고 휘하 병력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교육 프로그램의 계획을 올릴 수 있도록. 이상."


마리는 그 말을 끝으로 지휘실을 나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마리 스스로도 자신을 채찍질 하며 군사학과 체력단련을 할 작정이었다.

말로만 나불거리는 지휘관은 필요 없다는게 마리의 평소 신념이었기에

부대원들과 함께 이겨나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리가 떠나고 스틸라인 지휘실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모두가 잔뜩 긴장해 있을 때, 레드후드의 사자후가 뿜어져 나왔다.


"야!! 피닉스!! 마리 대장님이 우리들이 빠졌다고 하시잖아!!

너, 평소에 어떻게 애들 관리를 한거야!!"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레드후드가 피닉스를 향해 분노의 화살을 돌렸고 그렇게 한바탕

지휘실 안에 폭풍이 불어닥쳤다. 중간 간부의 부재로 임시로 중대장을

맡아 현장에 끌려온 임펫은 평소에는 거의 신선과 같이 여유롭던

자신의 직속 상관인 피닉스가 비오는 날 개 처맞듯 영혼까지 탈곡되는 

모습에 반쯤은 혼이 나가있었다.


그렇게 지옥같은 연대장의 폭풍이 지나가고, 레드후드가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지휘실 밖으로 나가자 이마에 혈관이 몇 줄은 치솟은 피닉스가 임펫을 향해 돌아섯다.


꿀꺽-


임펫은 자신도 모르게 바짝 차렷 자세를 취한 뒤 눈 앞에 분노로 이성을

잡아먹힌 괴수와 마주하였다.


"야이 씨ㅂ..!!!"



누군가 그러던가. 개처럼 욕먹다 보면 내가 개인지 인격체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고.

임펫의 심정이 딱 그러했다. 마리가 모두를 모아놓고 30분.. 레드후드가 또 30분..

그러고 나서 피닉스가 또 30분.. 장장 1시간 30분간 쉬지않고 욕만, 아니 마리는 

욕까지 하며 갈구지는 않았기에 1시간을 욕만 먹었더니 아마 이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임펫 개체들 중 가장 많은 욕을 단시간에 들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당직병."


"스,승리! 다녀오셨습니까!"


당직병으로 근무중이던 레프리콘 1187번이 임펫을 향해 큰 소리로 경례했다.

당직 근무자로써 대대장의 연락을 받아 임펫에게 전달했기에 어떤 일이었는지

잘 알고있었고 눈 앞에 서있는 임펫의 표정은 마치 악귀와 같았기에 어떤 폭풍이

그녀에게 불어닥쳐 온 것인지 금방 깨달았다.


"10분, 아니 5분 준다.. 전 장병 경계병력을 제외하고 싸그리 다 집합시켜.."


"아,알겠습니다!"


당직병의 방송이 오르카 스틸라인 생활관에 전파되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모든 장병들이 열외없이 집합 하는 시간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임펫은 눈 앞에 도열한 부대원들을 보며 한 손으로 양쪽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다

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하아.. 그래, 말단 막내들이 무슨 죄겠냐? 병장이랑 부사관급만 남고 나머진 다시 돌아가."


그 말에 더욱 사색이 된 레프리콘 개체들은 브라우니들을 이끌고 각자 생활관으로

돌아갔고 똥씹은 표정의 이프리트들을 앞에둔 임펫은 자신이 당한 그 갈굼의 폭탄을

그녀들에게 투하했다.


"니들이 요즘 너무 편했구나?"


그렇게 임펫의 원기옥이 담긴 정신교육을 받은 이프리트들은 모두들 피폭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분노에 흽싸여 생활관에서 이구동성으로 똑같은 말을

잔뜩 긴장한 다른 전투원들에게 말했다.


"내 밑으로 다 집합.."



마리는 체단실에서 땀을 엄청나게 흘리며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레드후드, 피닉스, 그리고 임펫들도 같이 미친듯이 달리고 또 달리기를 반복하며

마리의 옆에서 퍼질 수 없다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때 마리가 갑자기 울린 통신기를 받아들고 런닝머신에서 내려와

큰 소리로 경례를 올렸다.


"승리! 사령관 각하! 무슨 용무십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승리!"


마리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레드후드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사령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령관의 호출이었다. 아까 못 다한 이야기를 마저 하자는

사령관의 호출. 평소에는 기뻐서 감정을 못 숨겼겠지만 이번엔 군기가

문란해진 책임을 들을 자리라 생각하니 마리의 어깨가 중압감에 짖눌렸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간부들의 표정도 매우 어둡게 가라앉았다.


똑똑-


"응, 들어와."


"승리! 사령관 각하, 부르셨습니까?"


사령관은 느긋하게 응접실의 소파에 앉아 빈 자리를 가르키며 미소지었다.


"편하게 있어, 아깐 미안했어 마리. 갑자기 급보가 와서..."


"아닙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마리는 잔뜩 경직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어떤 불호령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혹여 부대원들에게 징계를 가하라 하시면 자신이 대신

받을 작정이었다.


"콘스탄챠? 그것좀 들고 와줄레?"


사령관은 콘스탄챠에게 무언가를 갖고 오라고 명령한 뒤

마리에게 차를 따라주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아까전에 스틸라인 아이들이 좀 처져 보인다고 했었지?"


"..!! 그, 그것이라면 제가..!"


"주인님 여기.."


"응, 고마워 콘스탄챠. 아 마리, 오해하지마. 뭐라고 하려는건 절대 아니야."


놀라 대답하느 마리를 보며 사령관은 콘스탄챠에게 받은 종이 뭉치를

마리에게 건냈다. 마리는 멍하니 그 종이뭉치를 받아들었다.


"휴가증이야. 내가 별로 뭘 해줄게 없더라고. 그래도 연합 훈련때

엄청 고생한 스틸라인 애들한테 뭐라도 꼭 해주고 싶었어.

이 휴가증은 되도록이면 애들이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마리가 특별히 신경을 좀 써줬으면 해."


"그, 그렇다면.. 그 말씀은...."


"말했지? 애들한테 너무 뭐라고만 하지 말라고. 가끔씩 이렇게 편하게

지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하려고 했어. 애들한테도 수고했다고

꼭 말해주고 알겠지?"


마리는 휴가증 뭉치를 받아들고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였다.

넓은 아량의 사령관을 자신의 독단으로 속좁고 냉혹한 사람으로

판단해 버린 자신이 너무도 창피했다.


"감사합니다! 사령ㄱ..."


쾅!!


마리의 말이 갑작스레 열린 사령실 문에 묻혀버렸고

둘은 갑작스러운 소란에 사령실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리리스가 어느새 나타나 사령관의 앞을 막아서며 보호막을

펼치고 권총을 뽑아들었다.


"제발 멈춰요!! 브라우니!!!"


"아~!! 사령관님 때문에 저희만 쿠사리 먹지 않았습니까!!

너무하지 말임다!! 저희 나름 열심히 했지 말임다!!"


뒤따라온 레프리콘의 노력은 부질없이 허상이 되었고

브라우니가 마리와 사령관에게 핵폭탄을 투하했다.






우연히 이거보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적었음

브라우니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