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lastorigin/25895557?category=%EC%B0%BD%EC%9E%91%EB%AC%BC&target=all&keyword=%EC%9A%A9%EB%B3%91&p=1


2화 : https://arca.live/b/lastorigin/26242266?target=all&keyword=%EC%82%AC%EB%A0%B9%EA%B4%80%2C&p=1





우리의 전쟁터는 거의대부분이 도심지나 페건물같은 곳이다. 저격수인 내입장에서도 그쪽을 더 선호하고. 그런데 오늘은 영 운수가 안좋았나.


"저기 마리... 우리그냥 도망가면 안될까?"


"말이 되는소리를 하도록 병사... 내 사전에 후퇴란 없ㅡ"


내가 마리의 멱살을 잡고선 흔든다. 바이오로이드에 비하면 형편없는 근력이기에 소용은 없지만


"고지식한것도 적당히하라고!!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저 쇳덩이들을 좀 보라고!!!"


본래 도심지였던곳. 고층건물들이 뺴꼭히 들어섰던곳이 평지로 변했다. 잔해나 부스러기하나 남지않고 깔끔하게. 마치 소각당한것처럼 깔끔하게 용해되어버린 주변은 곧 닥칠 우리들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었다.


"앙헬새끼! 저런걸 상대로 총력전이라고!? 장난하냐!!!"


내 뒤에있던 브라우니들이 슬그머니 다가온다. 레프리콘도 내 옷깃을 잡고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본다. 갑자기 내려온 총력전 명령. 바이오로이드들은 평소처럼 어떠한 의문도 가지지 못하고 전장으로 나섰다. 나와 내 밑에있는 녀석들도 예외는 없었다. 


'어제 보내준 보수가 설마 저승길 노잣돈이었다니...'


ㅡ!@!#!#@#!!!!


생물의 것이 아닌괴성이 들려온다. 철로 만들어진 공룡들의 붉은 안광이 쪽으로 향한다. 분명 지금까지 봐왔던 깡통 대가리일텐데. 명령에 따를뿐인 로봇일 뿐인데도.


"허억...허억...젠장."


왜 이렇게 무서운걸까.


[크흠! 잘 들리나? 나 원참. 설마 이런 구식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을 줄이야.]


"앙헬 개새끼야!!!!"


내 휴대전화에서 가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장 전화를 끊고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싶었지만 부들거리는 손으로 참았다. 지금은 이것만이 내 유일한 동앗줄이다.


"빨리 얘들 퇴각시켜. 저건 못이길거야."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네. 설령 '불굴의 마리'를 새로 제조한다 하더라도 이곳을 지키지 못하면 손해가 막심하거든...]


"너 지금 장난해!!! 


저 공룡'들'을 어떻게 이길거냐고! 


브라우니들 소총으로는 흠집도 안난다고!!


피닉스도 저건 무리야! 제발 정신차려!!!"


도망치고싶다. 포식자들이 서서히 다가온다. 마리가 사격명령을 내릴 준비를 하고 레드후드들이 선봉에서서 깃발을 올린다. 공포에 떠는 브라우니를 레프리콘들이 애써 진정시키지만 그녀들의 목소리도 떨리고있었다.


"각하...퇴각은 없는겁니까."


[이거 드문일이군.  불굴의 마리의 입에서 퇴각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standing death.



그 자리에서. 서서 죽도록 해라.]


가장 가혹한 명령이 마침내 떨어진다. 명령이 떨어진이상 망설일수는 없다.


"명령 수행, 모두 위치로!"


"무슨 위치로야! 다들 도망쳐!! 도망치라고!!"


그녀들이 녀누는 총구 앞에 내가 다가선다. 뒤쪽에 기다리는건 확실한 죽음. 나와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던 녀석들이 미약하게 동공이 떨린다.


"병사. 뭐하는 짓이지?"


"도망쳐줘! 제발! 내가 명령하면 되잖아! 나도 인간이라고!!"


가장 앞에선 마리부터. 최후방에있을 이프리트와 피닉스에게 들리도록. 목이 찢어지도록 울부짖었다. 


퇴각하라고. 명령이라고. 제발 부탁한다고.


"...받아들일수 없다... 당신은 내 주인이 아니다. 물러서라 병사. 이 이상 군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면 반역으로 간주하겠다."


"니들이 군대냐!! 군대놀이좀 하더니 이게 진짜로 보여!!!"


"그게 무슨ㅡ!!"


"저새끼는 그냥 기업가야! 니들 목숨은 아무 관심도 없다고!!!


지금 너희가 다 죽어도! 저놈은 저희를 기억해주지도 않아!!!"


서류들을 훔쳐보다 사망자명단을 본적이 있었다. 손해액과 회수한 전투모듈. 모델명만이 적혀있는 통보. 아니 영수증이라고 해야할까.


"...도망쳐라 병사. 이 이상 입을 연다면 우리의 적으로 간주하겠다."


"아니 제발! ㅡ"


@$@#!@!!!!!


포효소리가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왔다. '타이런트'들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하고 서서히 이쪽을 향해 죽음을 선사할 준비를 한다.


"전원 사격개시!!! 이 자리에서 한발짝도 물러설수 없다!!!"


총탄이 빗발치고 전장을 가득매우는 매캐한 연기와 화염. 그럼에도 저 포식자의 두꺼운 철갑에는 상처가 나지 않았다. 


"대장! 적의 움직임 지금 막 멈췄습니다!!"


"...더 탄환을 퍼부어라! 진격!!!"


마리는 무언가 눈치채고서는 소리지른다. 경악으로 물들어가는 얼굴을 애써 감추면서 총공격을 명령한다. 저 포식자의 입에 화염이 모인다. 이만큼이나 떨어져있는데도 땀이 나기 시작한다. 


"병사. 도망치려면 지금 뿐이다. 어서 벗어나라."


"...싫어. 어차피 도망치면 보수도 못받아."


철컥.


"나도 서서 죽는다아아아 씹쌔끼들아!!!!"


탕! 탕! 탕!


등에서 저격총을 꺼내 사격한다. 놈의 입안을 향해 사격해보지만 저 압도적인양의 플라즈마에 총알따위는 녹아버리고만다.


#%@$@!!!


"온다!!!"


마침내 눈이 멀어버릴듯한 섬광이 주위를 매운다. 눈을 질끈 감으려했지만 다년간의 용병생활은 위기상황에서도 본능적으로 눈을 뜨게 만들었다. 죽는순간에도 이러는건 좀 아니잖아...


ㅡ콰득! 카가각!!!


"어? 나 아직 살아있냐? 마리!?"


"살아있으니 제발 조용히. 이게 도대체 어떻게된 ㅡ"


플라즈마를 내뿜으려던 타이런트의 얼굴을 다른 타이런트가 물어뜯는다. 응축된 에너지가 빠져나가지못하고 타이런트의 몸이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한다.


ㅡ!$@$!!!!!


그 포효소리를 끝으로 내 의식은 끊어졌다.


***


ㅂ ㅕ ㅇ사!


병사!


"병사! 정신 차려라!!!"


짝!


순간 턱뼈가 돌아가는줄 알았다. 지휘관계체가 때리는 따귀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아팠다.


"아오! 젠장 ! ...마리?  무슨일이야?"


어느순간 쓰러졌었는지 나는 바닥을 뒹굴고있었다. 저 멀리서는 서로 박터지게 물어뜯는 공룡들이 모습이 보인다. 


"첫번쨰 폭발이후로 쭉 저상태다. 이쪽은 안중에도 없더군."


"으...그러면 그냥 이틈에 집에 가면 안될까?"


온몸 구석구석 안아픈곳이 없다. 완전히 거지꼴로 변해버린 나와 다른 병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ㅡ!!!!!


"또 뭔 소리야? 휴대전화?"


익숙한 벨소리가 내 호주머니속에서 들려온다. 액정이깨진 전화를 들자 아까전의 짜증나는 고용주의 목소리가 들린다.


[연락이 된건가? 혹시 구식 휴대전화라 들리지 않는거라면...]


"잘 들린다 고용주야."


[그거 잘됬군. 방금 폭발로 이쪽에서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서말이야.]


화면너머로 보이는 앙헬의 이마에 송글송글 식은땀이 맺혔다. 이 사람같이 않은놈도 방금전의 공룡무리의 흉포한 모습에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던것이다.


[마리. 퇴각을 명령하겠다. 반론은 받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마리도 지금 이순간만은 토를달지않고 퇴각을 준비한다.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정부쪽에서 준비한 로봇이 저모양이니 알아서 자멸하기를 기다리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자자 빨리! 저 미친놈들이 또 자폭하면 우린 다 끝이다!?"


"제발 조용히좀... 전원 퇴각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스틸라인 전원이 뒤도 돌아보지않고 도망친다. 하늘위에있는 피닉스 몇명만이 최소한의 경계를 한채로 우리는 도주하고있었다.


"어때마리? 못이길거같으면 도망치는것도 좋지!?"


"내가아는 전법에 퇴각은 없다. 오늘의 일은 두고두고 갚아줄거다. 반드시."


고지식한 마리대장은 도망치면서도 전의를 불태운다. 나는 뒤쪽에있는 공룡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조금 발걸음을 늦추었다. 이렇게보면 참 멋있게 생겼네. 정부쪽 꼰대들이 나름 로봇은 잘만드는거 같은데.


ㅡ펑!!!


"어?"


섬광. 그 다음으로는 암전. 그리고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등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느껴졌다. 움직이려했지만 하반신에 감각이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시야가 돌아오고. 등을 관통한 타이런트의 파편이 선명히 보였다.


"으아아아아아ㅏ!!!!!"


"병사! 무슨일인가!!!"


결국나는 브라우니들에게 실려 의료시설로 도착했고. 


척추에 심각한 손상. 하반신의 영구마비. 


회생불능.


내 길다면 길었던 용병인생은 그것으로 끝이나고 나도 은퇴하는듯...


했으나. 


"일이 이렇게될지 누가 알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