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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 42화


'부웅! 부부부부부부우우웅!'


배기음이 심해지고, 관객들이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열광의 도가니에, 그가 손을 들어올렸다.


"준비!"


'부우우웅! 탕탕탕!'


"uno! ...dos! ...tres!"


그의 손이 하늘높은줄 모르고 올라갔다. 분위기가 클라이맥스까지 올라갔다. 엔진은 적절하게 예열됬고, 모든 준비가 끝났다.


"출발!"


'드르륵, 꽈악!'


'부아아아아앙!'


2대의 차량이 동시에 미친듯한 속도로 치고 갔고,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배기음은 공기를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처음부분은 역시나 내가 빨랐지만, 뒷거울로 본 한상주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뭔가 꼼수가 있는게 분명하다. 이럴땐 무조건 밟아야 한다. 계속해서 엑셀을 밟았다.


'콰악!'


안수민이 나와 길을 번갈아서 보며, 인간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줬다.


"계획경로에 따르면, 여기서부터 400m를 쭉 진진해야되!"


"OK!"


"속도가 너무 빨라! 100아래로 줄여야 된다고! 차를 뒤집힐 생각이야?!"


'꽈악!'


그녀의 조언에 따라 속도를 110으로 줄이고 텅빈 도로를 달렸다. 한상주가 뒤에서 치고 왔지만, 역시나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치고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400m를 순식간에 돌파하고, 핸들을 곧바로 오른쪽으로 틀었다. 미친듯한 관성에 몸을 겨누기도 힘들었지만, 겨우 상채를 세워 성공적으로 우회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뒷쪽에서 한상주는 그의 주특기, 트리프트를 보여주지 않았다.


"뭐야?! 저새끼 운전 똑바로 안해?! 수민! 전화좀 해봐!"


"전화는 무슨 전화야! 그리고 지금 좌회전!"


'끼이이익!'


"뒤질뻔했네! 저거 왜 주특기 안하냐고! 그런걸 확인봐야지!"


"미쳤어?! 차에 대해서 왜이리 문외한이야?! 혹시 드리프트해달라고 전해달라 할거면, 내가 휴대전화 뽀개버릴거야!"


"그걸 확인해야된다니까! 운전실력은-"


"저렇게 중량 무거운 차로 드리프트하면 차 뒤집히는게 뻔히 보인다!"


"...알겠으니까, 다음 경로나 빨리 말해!"


"자유다리로 갈려면, 여기서 800m 직진후에, 5시방향으로 돌아야되!"


"OK! 꽉 잡아!"


"근데..."


"근데 뭐! 빨리말해!"


"거기서 자유다리까지는 건물들이 빽빽한 학원가라서 길이 엄청 복잡해!"


"거긴 걱정하지마. 내가 그곳은 빠삭하게 알고 있어!"


'부아아아앙!'


1Km 가까이 되는 거리가 순식간에 지나갔고, 속도를 줄인 나는 곧바로 핸들을 크게 꺾어 차를 돌린후, 학원가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상주는 우리와 달리 쭈욱 직진해서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걸 신경쓸 겨를이 없던 우리는 그저 갈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학원가는 내 예상대로 다 아는 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디서 좌회전을 해야 할지, 어디서 우회전을 해야 할지가 눈에 훤히 들어왔다.


"여기서-"


'끼이익!'


"좌회전 맞아?"


"...맞아! 소한아! 다시-"


'끼익! 부아아아앙!'


"여긴 내가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니까!"


"알겠어! 빠져나간 뒤에 좌회전하면 자유다리야!"


'꽈악!'


엑셀을 밟자 차는 또다시 우렁찬 배기음을 내뱉으며 질주했다. 학원가를 요리조리 뚫고 지나가자 큰 강이 눈앞에 있었고, 왼쪽으로 핸들을 돌리자, 우리는 자유다리에 진입하고 있었다.


"소한아! 뒤에!"


뒤를 돌아보니, 자그마하게 한상주의 차가 보였다. 저곳은 큰길인데, 계획이 저녁때 시행될 것이니, 무조건 한상주의 루트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중앙은행인가?"


"다리 나오자마자 2시방향!"


"OK!"


다리를 순식간에 지난 나는 안수민의 말에 따라서 길을 따랐고, 2시방향을 따라 다시 도심지로 입장했다. 그때


'부아아아앙!'


"씨발 뭐 저리 빨리 쫓아왔어?!"


"소한아 저기!"


'에에에에엥~'


그녀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르켰고, 거기엔 경찰차로 도색 된 2대의 머슬카가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한놈은 리앤일테고, 다른 한놈은 누구지?


'우웅!'


"씨발 운전하는데 어떤 새끼야!"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리는게 느껴졌다. 안수민이 낑낑거리며 겨우 전화기를 꺼네 통화를 시도했다.


"여보세요?"


"야 이 개새끼야! 씨발새끼가 팔게 없어서 날 팔아먹어?"


"그건 또 뭔 소린데! 내가 왜 당신을 팔어?"


"그럼 저 짭새들은 뭔데?! 저기 기다렸다가 우리 보자마자 미친듯이 쫓아오잖아! 이게 팔아먹은게 아니면 뭐야?!"


"병신아! 우리쪽 사람이라고!"


"...니 짭새랑 사이 안좋다며?"


"씨발 거기에 나랑 생각 맞는 새끼들이랑 손잡은 거니까 제발 지랄하지 말고 운전이나해!"


뚝.


"수민아! 리앤한테 전화해봐."


"아, 알겠어!"


...


"거기서! 불법레이스 주동자!"


"아니, 너말고 한명 더 있던데, 그건 또 누구야?!"


"비밀! 거기서 공개할게!"


통화를 마치자, 우리는 중앙 은행을 지나고 있었다. 마지막은...


"방송국은 어디지?"


"저 교차로에서 우회전! 빨리 좀 가봐! 상주씨 따라오잖아!"


그녀의 말에 따라서 차를 몰았다. 우회전하라면 우회전을, 좌회전하라면 좌해전을, 직진하라면 풀악셀을 밟았다. 경찰차의 압박도 피하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코너링 구간이였다. 꼬리 밑까지 쫓아오는 한상주가 마지막 발악을 할려고 하는듯, 풀악셀을 밟고 우리를 지나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방은 급커브, 저대로가면 상황은 뻔히 보였다.


"뭐야? 저 사람 미쳤나봐!"


"씨발 내차로 뭐하는거야!"


'끼이이이익~'


굉음을 내며 한상주가 드리프트를 시도했다. 처음 드리프트가 걸릴땐 괜찮아보였지만, 그 다음에는 관성 때문에 차가 한쪽으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두발로 위태위태하게 버티는 차를 보니 내가 더 아슬아슬 했다. 


그때, 한상주가 핸들을 급하게 풀며 브레이크를 잡아 차는 간신히 뒤집히는 걸막았지만,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나를 그는 보지 못한 듯 하다.


"으아아악!!"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허억... 허억... 허어어어어..."


다행히도, 너무나도 다행히도 차는 한상주의 조수석쪽 문을 들이박기 직전에 멈췄다. 그리고 이내, 한밤중에 경주는 끝이 났다. 경찰차 2대가 우리 차량을 대각선 방향으로 막더니, 곧이어 차량에서 한명씩 내리기 시작했다. 앞쪽차에서는 익숙한 리앤이 내렸고, 우리의 시선은 백미러로 향했다. 


덜컥, 쿵.


노란 머리에 보라색을 띄는 눈, 타이트한 가죽바지, 나의 눈에는 그녀가 누구인지 한눈에 들어왔다.


"사디어스네."


말없이 우리 차로 다가온 사디어스와 리앤은 조용히 창문으로 노크를 시전했다.


'똑, 똑'


"이봐, 문좀 열어보지 그래?"


'스윽.'


"...얼굴은 훤칠하게 생겨가지고... 이런게 취미인 건가?"


"...좀 심심해서..."


멋쩍은 미소를 지은 나에게 사디어스는 손전등을 켜서 차량 내부를 살폈다.


"얼씨구, 여친까지 태웠구만? 리앤!"


앞차를 먼저 살피던 리앤은 사디어스의 부름에 우리쪽으로 뛰어왔다. 


"뭔데? 어? 하르페- 아니, 수민씨도 데려왔어?"


"아, 안녕... 하세요?"


"그게-"


"일단 내려봐. 그리고 리앤은 저 드론좀 어떻게 해주고."


"...맡겨줘!"


자그마한 리모컨을 꺼넨 리앤은 허공에 있는 드론을 향해 붉은 버튼을 꾹 누르자 전원이 나간듯 픽 떨어져나갔다.


"...잠시만,"


나는 사디어스와 리앤을 재쳐 방금 생각난 이에게 다가갔다.


덜컥,


"..."


"나와봐요."


한상주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멍하니 정면을 보다 차 밖으로 나왔고, 나는 복잡한 감정을 실어 주먹을 날렸다.


'뻐억!'


"우욱!"


"오우~ 아프겠는데?"


"...도대체 뭔 정신으로 그딴 짓을 벌여요?! 예?"


"미, 미안합니다... 습관적으로 재칠려고 하다보니..."


"하아... 내가 원한건 운전실력인데... 진짜 레이스를 하고 있었네."


"운전 실력?"


"그래요. 주차장에서 보여줬던 솜씨좀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허어... 이런 차로 드리프트 같은 걸 바랬던 거에요?"


"..."


"미안하지만, 방금 전에 봤잖아요? 핸들 크게 한번 틀면 나자빠져요. 무게 때문에 뒤집히는게 쉽다고."


안수민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이렇게 엔진에 모든 스펙을 쌓은 차보다는 훨씬 가벼운 차량들이 필요했다.


"흐음..."


리앤은 머리를 갸우뚱 거리며 곰곰히 생각을 해보더니, 이내 좋은 것이 생각난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 좋은 곳이 생각났어!"


"진짜?"


"그럼~ 좋은 차량은 죄다 모인 곳이지."


"...조금 끌리는데?"


"다들 차 타고 날 따라와! 한눈팔면 어디로 갈지 모른다?"


리앤은 총총 걸음으로 자신의 차로 돌아갔고, 우리는 의문점을 가진 채로 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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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아서 다른 글 끝내고 올려본다...

오타 지적은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