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뽀끄루와 봉봉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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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의 도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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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유령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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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오르카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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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플레이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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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주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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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아닌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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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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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아닌 소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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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아닌 소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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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아닌 소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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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아닌 소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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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아닌 소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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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아닌 소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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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부대 담당 작전 구역 탐색 시작하라. 연구소의 출입구를 발견할 시 절대 진입하지 말고 본대에 연락하라. 피치 못할 사정으로 메인 컴퓨터와 조우할 시 사전에 지급된 제거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USB를 메인 컴퓨터에 꽂아라.]

  

  "염병. 하다 하다 명령을 가라로 내리네."

  

  브라우니 중위가 옆에 걸어가는 이프리트를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너 같으면 저 명령 듣고 움직일 수 있겠냐?"

  

  "저는 간부가 아니니 저 명령을 듣고 머리 싸맬 일은 없지 말입니다."

  

  "팔자 좋네, 염병할 것."

  

  브라우니 중위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브라우니가 한숨과 함께 독한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곧 3차 정찰 지역이 나옵니다. 3차 지역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1.9km 떨어진 곳에 4차 정찰 지역이 있습니다."

  

  "진짜로 이 산을 이 잡듯이 뒤지려나 보군. 차라리 진짜 메이 대장님이 근처 지방을 전부 폭격한 다음 뒤지는 게 나았으려나."

  

  "해당 작전은 지나친 파괴로 철충이 눈치챌 위험이 있어 반려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뺑이치고 있는 거고. 산에서 뺑이치느니 철충이랑 싸우고 말지."

  

  "저는 철충이랑 싸우는 것보다는 이게 낫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탁 트인 공터가 나타났다. 총을 꼬나쥔 브라우니가 앞서 나아갔다.

  

  "경계해라. 전달받은 내용대로라면 아마 적이..."

  

  브라우니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건너편 나무 그늘 사이에서 반쯤 썩어들어간 실험체들이 총기를 들고 나타났다.

  

  "메인 컴퓨터가 저희를 경계해 실험체를 풀었다는 것이 정말이군요. 심지어 총도 들고 나타났습니다."

  

  "100년 전에 실험체로 쓰인 바이오로이드라고 하던데. 총을 들고 있는 것들은 비교적 멀쩡한 놈들이라는 소리겠지. 저런 놈들을 많이 마주칠 일이 없어서 다행이군."

  

  멀리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브라우니가 이프리트의 뒷덜미를 잡아 나무 뒤로 몸을 던졌다. 형편없는 조준으로 총알은 조금 떨어진 곳에 박혔지만, 위협으로는 충분했다.

  

  "다가가기 귀찮군. 출동할 시간이다, 이프리트."

  

  "...알겠슴다."

  

  레프리콘과 브라우니가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총을 쏘는 사이 이프리트가 박격포에 포탄을 넣었다. 쾅! 하는 소리가 터지고 곧이어 반대편 숲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자, 이 벌레 놈들이 얼마나 기어 나오려나..."

  

  매캐한 연기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 나왔다.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불길은 크게 번지지 않겠지만 실험체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데는 효과적일 것이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번지는 불길을 피해 실험체들이 숲 밖으로 뛰쳐나왔다.

  

  "사격 개시!"

  

  날카로운 총소리와 실험체들의 비명이 숲을 가득 메웠다. 썩은 살이 타오르는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앞서나간 실험체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있는데도 불길을 피해 나무를 헤치고 쏟아져 나오는 시체들의 무리는 눈살을 찌푸려지게 했다.

  

  한참이나 쏟아져 나오는 실험체들을 정리한 브라우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나 총을 쏘았는지 총열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정도였다. 브라우니 중위가 도끼를 휘둘러 마지막으로 달려드는 실험체를 반토막 냈다.

  

  "보급조는 물자 점검! 수색조는 산개해 연구소로 진입할 수 있는 루트가 있는지 찾는다!"

  

  연구소가 있으면 좋으련만. 브라우니가 쓰게 혀를 찼다. 여기도 연구소가 없다면 1.9km를 더 걸어가야 한다. 물론 그곳도 연구소가 있다는 보증은 없다. 남남서 방향의 4차 정찰 지역에도 연구소가 없다면 자신들은 헛수고로 체력을 뺀 것밖에 되지 않는다.

  

  "뭐, 그렇게 끝나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만."

  

  "무슨 소리십니까?"

  

  "헛소리다. 뭐 나왔냐?"

  

  "이 근방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금 멀리까지 나간 녀석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복귀한 수색조는 주위 경계. 나머지 수색조가 돌아오고 아무런 보고가 없다면 30분 휴식 후 4차 정찰 지역으로 간다."

  

  "알겠슴다."

  

  뭐, 오래 걷고 총질 조금 하는 것 말고는 별로 하는 것도 없군. 브라우니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 소리. 새 소리. 먼 곳에서 들려오는 총소리. 속삭이듯이 들려오는 무한궤도 소리.

  

  무한궤도?

  

  "전원 전투 준비! 이프리트들은 남서쪽으로 포격 준비! 적습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전차가 나무를 박살 내며 나타났다. 아무리 좀비가 총기를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전차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메인 컴퓨터는 저딴 것도 조종할 수 있는 건가! 이프리트 전원 포격!"

  

  이프리트의 박격포가 불을 뿜었다. 하늘 높게 날아오른 포탄이 전차를 향해 쏟아졌다. 귀를 찢을듯한 폭발음이 대기를 후려갈기고 전차가 화염에 휩싸였다.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전차의 포탑이 회전하는 것이 보였다.

  

  "포가 날아온다, 엎드려라!"

  

  브라우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포탑이 불을 뿜었다. 소리보다 빠른 포탄이 날아와 브라우니 하나를 정확히 관통해 브라우니가 박살 나는 모습이 눈에 스쳐 지나갔다. 곧이어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오고 불꽃이 숲을 삼켜나가기 시작했다.

  

  "소화 작업은 필요 없다! 프로스트 서펀트가 올 것이다! 전원 후퇴!"

  

  여덟 발이 넘는 박격포를 맞았는데도 멀쩡히 움직인다. 지금의 부대로는 이 이상의 화력은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상대가 저 전차 하나만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후퇴만이 답이다. 그렇다고 저쪽이 후퇴를 넋 놓고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저 전차 하나만은 제거, 최소한 행동 불능으로 만들어야 한다.

  

  생각해라, 생각! 브라우니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상대는 구식 전차. 100년 전 연합 전쟁 때도 구식으로 취급받던 고물. 허나 튼튼함 하나만큼은 규격 외. 심심해서 들춰봤던 구식 병기 정보집을 보았던 기억을 필사적으로 뒤졌다.

  

  전차 드론에서 AGS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절의 물건. 폭발적인 출력과 두꺼운 장갑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지나친 무게로 포탑의 연결부가 취약하다는 것이 밝혀져 전량 회수된 물건.

  

  브라우니가 도망치는 실키 하나를 붙잡았다.

  

  "화력이 가장 강한 원격 기폭 폭탄 있는 대로, 접이식 방패 내놔."

  

  그렇게 말한 브라우니가 실키가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그녀의 가방을 열어 물건을 뒤적거렸다.

  

  "아앗! 물건을 그렇게 뒤지시면... 거기 있는 폭탄이 가장 강한 물건입니다... 중위님!"

  

  폭탄을 허리춤에 구겨 넣고 작은 방패를 왼팔에 장착한 브라우니가 전차를 향해 달려 나갔다. 포탑 아래 기관총이 달려오는 브라우니를 겨누었다.

  

  타타탕!

  

  총성이 울려 퍼지고 기관총이 브라우니를 향해 총알을 토해냈다. 브라우니가 방패를 앞으로 겨누고 버튼을 조작했다. 촹!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방패가 펼쳐졌다. 총알이 방패를 후려갈기는 묵직한 충격이 몸을 덮쳤지만 브라우니는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포탑이 회전해 브라우니를 겨누었다. 포탑이 정확히 브라우니를 겨누는 것보다 빨리 브라우니가 옆으로 몸을 던졌다. 쾅 소리가 울려 퍼지고 브라우니 옆으로 충격파가 스쳐 지나갔다. 포탄을 피한 브라우니가 다시 방패를 세워 날아오는 총탄을 막아내고 전차에 가까이 다가섰다.

  

  전차 위로 올라탄 브라우니가 폭탄을 들어 전차의 연결부에 있는 대로 구겨 넣었다. 전차 아래로도 폭탄을 던져넣은 그녀가 전차에서 뛰어내려 재빨리 달아났다. 어느 정도 떨어진 브라우니가 방패를 땅에 꽂아 그 뒤로 몸을 숨긴 후 기폭 장치를 눌렀다.

  

  콰앙!

  

  전차의 포격음보다 커다란 소리가 터져 나오며 전차의 포탑이 하늘 높게 치솟았다. 차체는 바닥에 깔린 폭탄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집혔고, 하늘 높게 치솟아 오른 포탑은 뒤집힌 차체 위로 떨어져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굉음을 뱉어내고 포신을 땅에 처박으며 멈추었다.

  

  방패를 뽑아 접어든 브라우니가 커다란 폭음에 놀라 뒤돌아보는 부대원들을 채찍질했다.

  

  “서둘러라! 전차가 이것 하나만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안전지대까지 후퇴한 후 증원을 요청한다!”

  

  브라우니가 혀를 쓰게 차며 박살 난 전차를 바라보았다. 포탑과 차체가 분리되어 움직임을 멈추기는 했지만, 그 외에 크게 망가진 곳은 없다. 전차가 한 대 뿐이라 요행이었지 여러 대가 나왔다면 방금 같은 수를 쓸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전차를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으니 저 멀리서 이프리트가 뛰어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브위님. 괜찮으십니까?”

  

  “보다시피 멀쩡하다. 근데 후퇴하라니까 너는 왜 여기로 오냐?”

  

  “후퇴해야 하니까 중위님께서도 박살 난 전차 앞에서 폼 잡지 마시고 얼른 오시라는 실키 상사의 말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좋아. 나중에 그 말 한 실키가 어떤 놈인지 알려주기다.”

  

  브라우니가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려 걸어 나갔다. 이놈들아! 누가 그렇게 뭉그적거리래! 아직도 후퇴 안 하고 뭐 했냐! 소리치며 걸어가는 브라우니를 이프리트가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분명 바로 따라간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멀어졌다. 다리가 짧은 게 그저 한이다.

  

  콰앙!

  

  느닷없는 폭발음에 브라우니가 재빨리 샷건을 들며 뒤를 바라보았다. 바닥을 구르는 이프리트와 크게 파헤쳐진 땅이 보였다. 포신이 땅에 박힌 채로 장전되어있던 포탄을 바닥에 쏘아버린 듯했다.

  

  불행은 나쁜 우연이 겹쳐 만들어지는 것.

  

  두꺼운 장갑으로 전차가 지나치게 무거웠다는 점.

  

  연구소가 지표면에서 그리 깊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건물이 많이 낡았다는 것.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별것 아닌 우연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불행을 향하여 돌아가기 시작했다.

  

  쩌적 하는 소리가 이프리트의 발밑에서 울려 퍼졌다. 브라우니가 다급하게 이프리트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순식간에 발아래가 무너졌다. 거대한 어둠이 땅 위의 모든 것들을 삼킬 듯이 커다랗게 아가리를 벌렸다.

  

  "이프리트!"

  

  전차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땅이 점점 무너지며 순식간에 이프리트가 있는 곳까지 무너졌다. 몸을 돌려 재빨리 달아나 보려 했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이프리트의 발밑이 무너지며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브라우니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중위님!"

  

  레프리콘이 브라우니를 향해 달려갔다. 공중에서 몸을 돌려 레프리콘을 바라본 브라우니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대장님 불러와."

  

  그 한마디를 남긴 채 브라우니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오르카 호에서 블랙 리리스에 대해 전해지는 전설적인 소문이 있다.

  

  발아래 절벽이 무너지자 공중에서 낙석들을 밟고 다시 절벽 위로 올라온 적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의 당사자인 리리스가 아무 말도 안 하며 빙그레 웃기만 하니 소문은 끊이질 않았고, 사람들은 그 소문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차마 부정은 하지 못했다.

  

  리리스니까.

  

  브라우니도 그 소문을 들었을 때는 그런 짓이 가능하겠냐고 코웃음 쳤지만 자신이 똑같은 일을 하게 되다니 세상 참 별일이다.

  

  방향이 반대라는 것이 사소한 문제였지만.

  

  떨어지는 낙석들을 밟고 뛰어내리는 브라우니의 눈에 저 멀리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이프리트가 보였다. 순식간에 이프리트의 옆까지 날아간 브라우니가 이프리트의 목덜미를 덥석 낚아챘다.

  

  "중위님?!"

  

  느닷없이 공중에서 자신을 잡아채는 누군가의 존재에 이프리트가 기겁했고,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브라우니의 얼굴에 더 기겁했다. 거추장스러운 이프리트의 포를 던져버리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겨 옆구리에 단단히 끼운 브라우니가 아래를 바라보았다.

  

  "전차가 추락하면서 아래층을 다 박살 내고 내려가서 상당히 많이 추락했군. 연구소가 이렇게 깊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저희 다 죽는 거 아닙니까?!"

  

  "그럴 수는 없지."

  

  주위를 살피던 브라우니가 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목에서 가는 와이어가 튀어 나가 벽에 박혔고, 갑작스레 멈춘 충격이 그들을 습격했다.

  

  "케엑!"

  

  "거리가 맞으면 좋겠는데!"

  

  커다란 그네에 탄 것처럼 빠르게 떨어지는 브라우니가 땅이 가까워지자 손목의 장치를 풀어낸 후 이프리트를 단단히 껴안고 땅에 몸을 던졌다.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한참을 구른 그들은 벽 하나를 부수고 여러 기재 사이에 처박히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어우 씨, 죽는 줄 알았네."

  

  브라우니가 몸을 벌떡 일으키고 머리의 흙먼지를 탈탈 털어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프리트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다 허리의 힘이 빠져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어디 다친 곳 있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미약한 정신적 충격 말고는 괜찮습니다. 중위님이야말로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폼으로 강화 수술을 받은 게 아니지."

  

  엇차 하고 몸을 일으킨 브라우니가 주위를 살펴보았다. 방이 반쯤 박살 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어그러진 문을 발로 걷어차 강제로 열어제낀 브라우니가 연구실 호수를 살피며 말했다.

  

  "보자보자... B 226이라. 기억에 있는 방인데. 확실히 메인 컴퓨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구만. 가볼까?"

  

  "구조를 기다리는 게 낫지 않습니까?"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다만."

  

  "키야아아아악!"

  

  브라우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 무언가의 불쾌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프리트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봤지? 이만큼 소란이 있었으니 이 근방 실험체가 다 여기로 몰려올 거다. 멈출 수도, 물러날 수도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지."

  

  "저는 여기서 그냥 나가고 싶습니다만..."

  

  투덜거리는 이프리트에게 브라우니가 건넨 것은 타박이나 위로가 아닌 한 자루의 권총이었다. 이프리트가 마지못해 권총을 받아들며 말했다.

  

  “저는 권총을 쏴본 적이 없습니다만…”

  

  “쏠 생각 하지 말고 그냥 들고만 있어라. 정 위험하다 싶으면… 아니, 내가 맞을 것 같으니까 진짜 들고만 있어라.”

  

  물러날 수도 없다. 멈출 수도 없다. 그렇다면 해야 할 것은 나아가는 것뿐.

  

  섹터 A. 아카식 레코드가 있는 곳. 이프리트는 아카식 레코드가 있는 곳까지 부디 아무 일도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앞서가는 브라우니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