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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복원실, 티타니아가 복원되고 있는 도중.


- ......


- 이것이... 정말 옳은 선택일까요? 티타니아님은... 그러니까... 그...


-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벌써부터 공기가 얼어붙는 느낌이에요... 아니, 느낌이 아닌가...?


 

- 그... 닥터 씨에게 티타니아님의 선천적 세뇌를 지워달라는 부탁은 어떻게 되었지요?


 

- 그... 그게...
닥터 씨께서 말씀하시길... 그걸 함부로 조절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 네에? 어째서죠? 그... 왜 그런건지 설명해 주셨나요?


 

- 그... 멸망 전 실험 기록을 발견하셨다는데...

아무래도 인간님들이 티타니아님에게 레아 언니의 피해의식을 심은 이유는 능력의 안정화도 있지만...

그런 성격을 심기 전에 제작된 모두가, 다른 페어리들과는 이질적으로 다른 자신의 기능을 납득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해요...


 

- 그...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겠네요...

아, 이런! 복원이 끝난 모양이에요!


 

- 아아, 아아악!!!! 머리가 아파! 아프다고!!!


 

- 드... 드리아드. 얼른 주인님께 티타니아님의 복원 완료를 보고해주세요!

제가... 그동안 티타니아님을 맡고 있을께요!


 

- 네... 네!


 

- ...너희 둘 다 못 가... 너희들이... 여왕을 다시 되살린 거야? 왜?

여왕이 이렇게 아픈 걸 보고 싶어서?


 

- 아니에요! 티타니아님, 우리는 티타니아님의 힘이 필요해서 티타니아님을 다시 되살린 거에요!


 

-...여왕의 힘이 필요하다고? 어째서?


 

- 지금 세상은 철충이라는 괴물들 때문에 엉망이 되었어요. 인간님들은 저희 주인님을 빼고는 모두 살아남지 못하셨고요...

다시 철충을 물리치고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 후후후...하하하... 아하하하하!!!

세상이... 엉망이 됐어? 인간들은... 모두 없어졌다고?

그거... 여왕이 원하던 거야... 여왕에게 고통을 준 것들...

여왕만 아팠었는데, 여왕만 고통스러웠는데... 이젠 모두 그 고통을 나눠받고 없어졌다는 거네!


  

-......네?


 

- 그런데, 다시 되돌리자고? 다시 여왕 혼자 고통받던 그때로 말이야?

여왕은 그런 거 필요없어. 비켜.


 

- 아, 안돼요! 아직 나가시면-


 

- 여왕의 앞을 가로막지 마.


다프네가 티타니아의 앞을 가로막기도 전에, 다프네의 다리와 기동 장치가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렸다.


 

- 아아...!


 

- (드리아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너도... 여왕의 앞을 가로막을 꺼야?


드리아드는 잠시 움찔했지만, 표정을 굳히고 티타니아의 앞으로 향했다.


 

- 죄송해요! 하지만 아직은 나가실 수 없어요! 저희 주인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 그럼 여왕의 대답은 마찬가지야.


여왕이 손을 들자 다프네의 다리와 기동 장치도 얼음으로 뒤덮여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 레아... 윽... 레아가 잘해주긴 했나 봐?

여왕은 그 애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그래... 레아... 레아만 없어지면 되지... 레아를 찾아야 해...


- 티타니아의 복원이 끝났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어디에- 다프네! 드리아드!


레아와 같이 티타니아의 복원을 확인하기 위해 갔을 때에는 이미 사고가 발생한 상태였다.

복원이 완료된 티타니아가 다프네와 드리아드의 움직임을 봉하고 복원실을 나가려고 한 것이다.


[둘다 괜찮아?]


 

- 주인님...! 저흰 괜찮아요! 그보다 티타니아님을...!


- ...... 제 발로... 나타났네. 오베로니아 레아...... 내 손으로 없애야 할...


 

- 티타니아, 이제 더 이상 나와 싸울 필요 없어!

만약 그래야만 한다 해도, 저 애들은 아무 잘못이 없잖아! 다프네와 드리아드는 놔줘!


 

- 싫어... 너희들이 여왕을 깨워서 고통을 줬잖아... 저 둘도 마찬가지야...


[ 둘다 그만둬!]


 

- 주인님...!


 

- ...너... 누구야...? 왜 레아가 꼼짝 못하는 거지?

네가... 저 애들이 말한... 주인님이야...?


[그래. 내가 현재 페어리 시리즈의 주인이야.]


 

- ......하하.

아하하. 그래. 너구나. 이 고통, 증오, 불행... 전부,

너 때문이었구나.


[...뭐?]


티타니아 주변을 감돌던 냉기가 더 맹렬해지기 시작하자, 이에 반응하여 레아가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명령이야! 티타니아! 지금 이 자리에서 싸우는 것을-]


- 안녕! 새 언니가 생겼다고 해서 왔어! 새 언니는 어딨어? 어라?


일촉즉발인 상태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 아쿠아가 화환을 들고 복원실로 들어왔다.

팽팽하게 서로 마주보던 티타니아와 레아, 그리고 내 시선이 아쿠아에게 집중되었다.


  

- 아쿠아! 여긴 위험해요! 어서 피하세요!


 

- 위험해? 뭐가?

으응~ 새 언니는 복원실이 더웠나 봐! 가까이 갈수록 추워지네?

자, 이건 복원 축하 선물이야! 오르카 호에 온 걸 환영해, 티타니아 언니!


그대로 뽈뽈 다가온 아쿠아가 자기 손에 성에가 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티타니아에게 화환을 씌워주자,

그 순간 복원실을 감싸던 냉기가 멎고 드리아드와 다프네를 속박하던 얼음도 거두어졌다.


 

- ......기분 나빠.


 

- ...어? 화환, 싫어해? 새 언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 너, 여왕이 쉴 곳을 안내해. 갑자기 바보 같아졌어.

그리고 너희들. 


티타니아가 손을 들어 레아와 나를 가리킨다.


 

- 여왕을 깨워서 고통을 줬으니, 그대로 너희에게도 고통을 안겨줄꺼야.


[그 고통을 줄일 방법을 알아볼께.]

[다음엔 고통대신 쾌락을 안겨주도록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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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지금 여왕을 동정하는 거야? 그 따위 동정...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아.


티타니아는 아쿠아에게 이끌려 숙소 쪽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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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티타니아의 앞머리 때문에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아마 표정을 볼 수 있었다면 어이를 상실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 이따위 인간에게... 세상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거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티타니아는 아쿠아에게 이끌려 숙소 쪽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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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금은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티타니아는 제대로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침묵이 금일 수도 있고, 바로 지금이 그런 때다.


티타니아는 아쿠아에게 이끌려 숙소 쪽으로 사라졌다...


 

- 죄송해요, 주인님. 이런 점 때문에 티타니아를 복원하는 것을 반대한 거에요.

냉기에 집중된 능력은 저보다 강력하지만... 그 반동으로 불안정해진 능력을 제어하기 위해 저렇게 된 거에요...


[그래, 닥터에게 들었어... 그보다 레아... 슬슬 더워지는데...]


 

- 어, 어머나! 티타니아가 떠났는데 아직도 전투 태세였다니... 죄송해요, 주인님. 괜찮으신가요?

다프네, 드리아드는?


다프네와 드리아드를 확인하려는 찰나, 지휘 패널에 긴급 알림이 들어왔다.


- 오스카, 여기는 탐사대 탱고. 2, 위스키 동쪽 지점에 상륙, 탐사를 시작한다.


[현재 상황은 어때?]


- 소수의 적을 발견했다. 아직 우리를 눈치채지 못했-


- 딸꾹! 어...


- 확인되지 않은 신호를 감지. 스캔 중...

침입자로 추정. 황색 경계 상태 돌입. 황색 경계 상태 돌입.


 

- ... 아무래도 탐사대가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인듯 하다. 적이 더 이상의 정보를 모아 경계를 강화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제안한다. 사령관.


[선제공격을 승인한다. 알바트로스.]


 

- 알겠다. 사령관. 전투의 지휘를!


 

- 다프네와 드리아드는 저에게 맡겨 주세요. 주인님은 주인님이 하셔야 할 일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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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SummEv_SideEp2Ed_01.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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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오르카 호의 숙소야! 티타니아 언니도 같이 페어리의 숙소를 썼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같이 쓸 수 없다고 하더라고.


 

- 여왕도 그 애들과 같은 숙소를 쓰고 싶지 않아.


- 그래? 하지만 나중엔 함께 지낼 수 있는 거겠지? 기대된다!


 

- ......

그래. 역시... 레아가 없어져야 해...

레아만 없다면... 그렇게 된다면...


 

- 응? 티타니아 언니, 무슨 말 했어?


 

- ......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만 가 봐도 좋아.

여왕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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