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여년이 넘는 시간을 살며 많은 인간을 만났다. 좋은 인간, 나쁜 인간, 위선적인 인간 등등 다양한 인간을 겪어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에 대해선 어느정도 자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생각은 사령관을 만나며 산산히 박살나버렸다.

"발파x크, 룰루랄라 발파x크. 날개를 찢고 갑옷을 만들자 뿌바바바"

저 미친놈, 아니 사령관은 멸망전 유행했던 게임을 접한 이후 사냥을 떠나자며 나를 포함해 2명의 인원을 착출해 철충들이 몰려있는 서식지로 향하고 있다.

"아~노래에 반주가 빠지면 섭섭하지. 좌우좌, 연주 부탁해"

사령관에게 건내받은 구멍 몇개 뚫린 막대기를 입에 대고 불기 시작했지만, 수백번을 시도해도 소리는 커녕 숨만 턱턱 막혀왔다. 하지만 여기서 소리가 안나온다 사실대로 고하면,

"숙련도가 부족해서 그런가보다. 여기서 캠핑하면서 좀만 더 노력해보자"

라며, 언제 끝날지 모를 연습을 다시 한번 시작해야 할 것이 눈에 훤히 보인다.

난 사령관의 눈치를 잠시 살핀 뒤, 이 괴상한 막대기에 입을 댄 후 부는 시늉을 내며, 입으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훌루루루루 후루루 후후후"

"힘이 솓는다. 뿜빠뿜빠"

엉터리로 내는 소리에도 이 미친 인간은 좋다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 뒤 엉덩이를 덩실거린다.

하지만, 이런 병신 아니 사령관보다 한심한 인간들은 뒤따라온 둘이었다.

굳이 4인으로 출발해야한다고 난리를 친 사령관을 보고 기회라 생각해 따라온 샬럿과 앨리스는 주요부위에 보석을 붙인채 거대한 덩어리들을 출렁거리며 사령관의 엉덩이를 바라보고 있다.

"폐하아, 소인도 한춤 한답니다. 이걸 보시지요"

"주인님, 저런 감자뱃살은  신경끄시고 이 앨리스의 춤사위를 한번 봐주세요"

"홀롤롤로 로로로롤 롤로롤"

눈뜨고 보기 힘든 추잡한 짓거리를 말리기 위해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를 시작했고, 이를 본 사령관은 신이 났는지 내 몸을 번쩍 들어올려 붕붕 돌리기 시작했다.

"그만....그만하게, 토할것같다네"

내려달라고 난리를 치며 한참을 애원한 뒤에야 사령관은 날 내려주었고, 배가 고팠는지 배를 어루만지더니 들고 온 석쇠에 고기를 꽂아 굽기 시작했다.

"이거만 먹고 얼른 발x루크 잡으러가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고기를 굽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았지만, 그러기엔 그의 우락부락한 몸뚱이가 그런 생각을 박살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