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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 51화


'쿵-!'


천장의 등이 다가오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가 침대에 날 실어 어디론가 가고 있다.


"환자 상태는 어때?!"


"오른팔 뼈가 함몰, 갈비뼈는 50조각 이상으로 산산조각 났답니다!"


"젠장, 치료 캡슐로도 저건 치료 못해!"


"두개골 쪽에도 출혈이 있고, 마약 복용으로 혈관이 확장, 출혈이 훨씬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짓을 하면! 생존확률이 너무 낮아!"


"...방법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TV에서 자주 듣던 목소리였다.


"무슨 방법이죠?"


"...바이오로이드화."


" ! 그건-"


"압니다. 그래서 제 판단으로만 수술을 진행할 건 아닙니다."


촉감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았다.


"이봐, 우리가 당신 살리려면, 당신 뇌를 꺼내 새로운 몸에 이식하는 방법밖에 없어. 


한동안 신체 부적응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동반될 수도 있지. 


그러니 선택은 당신에게 맡기겠어. 편안하게 죽고 싶은가, 아님-"


더이상 들을 필요가 없었다. 이승에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많이 남아있다. 내 손을 부여잡은 이의 손을 도리어 내가 꽉 잡았고, 할수 있는 말을 했다.


"사사사사, 사살고, 시, 싶습... 니다..."


"... 제1 수술팀 전부 3수술실에 모이라 해요. 


...이 수술은 내가 맡겠습니다."


곧이어 호흡기로 마취약이 들어오는지, 점점 졸음이 밀려들어왔다.








"...!"


다시 일어난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어딜 돌아봐도 검은 허공밖에 없었다. 눈을 떠도, 감아도 차이가 없었다.


"...누구 없어요?!"


"아무나 대답좀 해봐요!"


정체도 모르는 곳에서 나는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다들 어딨어! 수민아! 유미! 리리스! 씨발 어딨냐고!"


얼마나 내달려도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허억허억..."


너무나도 무서웠다. 세상에 나만 남은건지, 아니면 내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건지, 여기가 저승인지 이승인지 구별이 가질 않았다. 그때였다.


'쿠웅-'


'쏴아아아-'


바닥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 ! "


금새 다리, 허벅지를 잠길 정도로 많은 물이 들어찼고, 어느순간엔 내 가슴까지 올라갔다. 몸을 눕혀 물에 뜨게 할려 했지만,


원래랑은 다르게 아주 빠르게 물에 빠져버릴 뿐이였다.


"푸하악! 쿨럭쿨럭!"


아무리 헤엄을 쳐도, 바닥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물은 입 밑까지 차올랐고, 코를 덮기 시작했다.


고개를 젖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압! 읍!"


수면을 향해 계속해서 뛰어올랐다. 살고 싶었다.


"제발..."


손을 뻗어올렸다. 하지만 이내 허공을 향해 뻗은 손까지 물이 덮을려했다.


그때였다.


" ! "


누군가가 내 팔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매서운 속도로 날 끌어올렸다.


"우와아아악!"


'첨벙!'


"커흑!"


'철퍽!'


방금까지 물이였던 공간이 어느새 딱딱한 바닥으로 변했다.


"켈록켈록... 어으윽..."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고맙습... 어?"


날 구해준 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방금전까지 축축했던 옷이 언제 물에 젖었냐는듯 말짱해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거야?"


빛 기둥이 보였다. 멀리 있긴 하였지만, 하얀 실 같은게 저 멀리 있었다.


"...!"


무작정 달려갔다. 달려가야만 할 것 같았다.


느낌이 이상했다. 호흡이 가빠지긴 커녕, 오히려 힘이 솟아났다. 속도는 점점더 빨라졌다.


빛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내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크헉!"


'쿠당탕탕!'


"으윽..."


한참동안 내 자리에 누워 있었다.


누가 볼까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니?"


" ! "


익숙한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고 보니, 아빠였다.


"...아빠!"


"어디 다친곳은 없어?"


"...보고 싶었어요."


"짜식, 다친곳 없냐니깐. 아빠도 많이 보고 싶었다."


"여긴 그럼... 저승인건가요?"


"저승은 개뿔! 너 아직 죽지도 않았어!"


"...그럼-"


"할 얘기가 많아. 엄마도 너가 많이 보고 싶다고 하더라."


"엄마는..."


"저기 테이블에 앉아계시잖니?"


고개를 돌리니 엄마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엄마는 날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나에게 달려왔다.


"어머! 소한아! 괜찮니?"


"조금 넘어졌을 뿐이야."


"당신은 애를 너무 강하게 키운다니까!"


"진짜 괜찮아요, 넘어진거 뿐이니까..."


"사람 무안해지게 참..."


"하실 얘기가 많다고 하셨죠? 가요."


"그래, 가자."


우리 가족은 원형 테이블에 둥글게 앉았다.


"아이고~ 우리 소한이, 어렸을땐 키가 이 테이블만큼 작았는데, 어느새 키가 그렇게 자랐데?"


"...왜 그런걸 말하세요, 우울해지게."


"..."


"...그리고 죄송해요."


"뭘?"


"하나뿐인 아들이 마약이나 팔고 다니고, 용서받지도 못한 짓이나 하고 다녔어요."


"...오히려 자랑스러운걸?"


"...?"


"우울하게 방에 틀여박혀서 지내는 것보단 살려고 노력하는게 훨씬 보기 좋은데 뭘."


"...그런가요?"


"그래도 죗값은 꼭 치르렴. 죄를 저지르긴 했잖니."


"알겠어요."


"어머, 소한아, 이 사람이 네 여자친구니?"


엄마는 어느새 액자 하나를 들고 내 얼굴에 들이밀었다. 그 액자에는 안수민이 활짝 웃고 있었다.


"쿨럭!"


당황해서 헛기침이 나왔다. 하지만 손으로 튀어나온 침을 닦고, 엄마에게 진실을 고했다.


"마, 맞아요."


"되게 예쁘다! 이름이 뭐야?"


"하르페, 아니, 안수민이요."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어... 전직 전투기 조종사?"


"터프한가보구나!"


"아녜요.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애에요."


"정말? 그리고그리고?"


"...황금색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고, 푸른 눈은 절 아찔하게 만들어요.


하는 짓은 가끔 덜렁거리긴 하지만, 나름 진지할 때는 집중하는게 귀여워요.


...전 남자친구한테 상처를 많이 받아서 제가 잘 보살펴주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너무 좋아해요. 미치도록 사랑해요. 대신 목숨을 내줄 수 있을 정도로요.


...요즘 머릿속에 생각이 많았어서 많이 못챙겨준게 미안해요. 수민이가 내 삶에 들어왔을때, 처음엔 너무 싫었어요. 바이오로이드였으니깐요.


근데, 같이살면서 그녀가 점점 사람, 아니 그 이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수민이 덕분에 많은 걸 느꼈고,


병적으로 먹던 메론도 거의 끊을 수 있었어요."


"...아빠도 한달에 메론만 45만원 어치씩 먹는건 좀 과하다고 생각해."


"...! 그걸 어떻게..."


"항상 네 곁에서 떨어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긴!"


"...메론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메론만 먹으면 엄마랑 아빠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집착한거 같아요."


"그 얘기는 그만하고 네 여친 얘기좀 더 해보렴! 궁금해 죽겠다 야!"


"...유미라는 딸아이가 있어요."


"딸?! 그럼-"


"제가 아빠는 아니에요!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거에요."


"그럼 네가 뺏은-"


"아니라니깐요! 그 자식, 심심하면 수민이를 떼리고, 애한테도 손찌검을 하던 새끼에요. 


이미 이혼했건만, 다른 사람한테 팔려고 다시 가져갈려고 저한테 윽박도 질렀구요."


"그래서?"


"혼내줬죠. 다신 얼씬도 못하게."


"그래서 그 수민이는 행복하데니?"


"...그런거 같아요."


"그래? 그럼 이 분은?"


'샥!'


액자에 안수민이 사라지고, 리리스가 나타났다.


"...! 어떻게-"


"마법이지!"


"...걔는 리리스에요. 전주인이 엄청 싫어하던데, 마침 마약 과다복용으로 죽어서, 절 임시 주인으로 설정했데요."


"그러니?"


"지금은... 절 전적으로 지킬려고 지키는 듬직한 경호원이에요. 무섭긴 하지만."


"그래? 그럼-"


"엘븐들이요?"


"맞췄구나!"


'샤샥!'


액자에 이번엔 엘븐 시리즈 3명이 나타났다.


"순서대로 다크엘븐, 엘븐 포레스트메이커, 세레스티아에요.


셋다 폭력시위때 담당자가 죽어 저랑 같이 지내게 됬는데, 펙스쪽은 재생산하는게 회수하는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하는지 회수하러 오지는 않더라구요.


마리아랑 같이 유미를 돌봐줬고, 베란다를 농장으로 만들어서 싱싱한 농작물도 제배하고, 세레스티아는 나노봇으로 사람도 치료해요. 고통스럽긴 하지만.


저랑 같이 한건 없긴 하지만, 제 뒤에서 많은 걸 도와줬어요."


"사실, 우리는 다 알고 있었지~"


"..."


"너무 화내지는 마. 생각을 좀 정리했으면 해서 설명해달라 한거야."


"..."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정리는 됬니?"


"방금전까지도 제가 누군지도, 아니 뭔지도 몰랐는데, 이젠 좀 알 것 같아요."


"...잘됬네. 그럼."


아빠와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번 안아나 보자."


"..."


나는 말없이 그들을 꽉 안았다.


"저기 빛으로 가면...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거야."


"...많이 보고 싶을거에요."


"우린 언제나 너랑 함께 하고 있었다니까..."


"..."


아빠와 엄마를 안은 두 손을 천천히 놨다. 하얀 빛이 내가 이동하기도 전에 나를 감쌌다.


태양보다도 강렬했지만, 동시에 은은한 빛은 내 눈에 하얀색만 보였다.


다시 내 가족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였다.








'삐익, 삐익, 삐익, 삐익...'


눈을 떠보니 병동이였다.


"으음..."


몸을 살펴봤다. 아작난 팔도, 구멍난 폐도, 모두 깔끔히 나은것 같았다.


"...무, 뭐야..."


배가 무거워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웅... 아찌..."


유미가 내 배 위에서 침을 질질 새며 자고 있었다.


"아이고... 유미야... 잠은 거기서 자는게 아니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유미는 눈을 껌뻑이더니 곧장 고개를 쳐들었다.


"우웅...! 아찌! 아찌 일어나따!"


"윽! 거기서 뛰지마!"


유미가 배 위에서 방방 뛰어올랐다. 그때, 문이 열리며, 모두가 들어왔다. 안수민만 빼고 말이다.


"소한아!"

"소한!"

"주인님!"

"형!"

"형님!"

"오빠!"


"드디어 일어났구나! 죽는줄 알았어!"


"...사람 쉽게 안죽어 임마. ...리앤이랑 사디어스도 왔네?"


"뭐, 사건은 끝내야 되니까..."


"그나저나 몸은 어때?"


"..."


주먹을 꽉 쥐어봤다.


"...새로 태어난 기분이야."


"당연하지. 당신은 새로 태어난게 맞아."


"...!"


수술 직전에 들린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이제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얀 정장, 단정한 머리, 깨끗한 피부, TV에서만 본 그는


삼안 그룹 대표 김지석이였다.


"..."


"아, 예상치 못한 사람이라도 봤나?"


김지석은 병실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둘러봤다.


"다들 죄송하지만, 리리스를 제외하고 잠시 나가주시겠습니까?"


"..."


"조금만 나가 있어줘. 빨리 얘기할게."


김지석의 말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그들이였지만, 내가 부탁하자 모두가 우르르 병실을 빠져나왔다.


"...좋은 친구를 뒀군."


"저친구들 없었으면 전 여기에 없었습니다."


"그래. 그랬겠지."


김지석은 창문을 바라봤다.


"새로 태어난 느낌이라 했지?"


"...예..."


"...말 그대로야. 그 몸은 원래 네 몸이 아니거든."


"그럼..."


"지금을 없어진 남성 바이오로이드 신체를 네 몸에 일치하게 개조한 뒤, 너의 뇌를 집어넣었지."


"...우욱."


"살릴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어. 코카인 때문에 혈관이 확장되서 동일 시간에 남들보다 4배 넘는 피를 쏟아냈으니까.


만약 치료법을 생각한다고 시간을 허비했다간, 과다출혈로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났겠지."


"...수술전에 거부 반응이 있을 수도 있다 했는데, 거부 반응은 없는 건가요?"


김지석이 스냅을 쳤다.


"좋은 질문이야. 그건 내 손으로 해결법을 찾았지.


비록 바이오로이드 신체지만, 유전자는 당신 유전자걸로 만들었지. 거부반응은 생각안해도 되. 이미 신체는 네 몸이라 인식할 거니까."


"..."


"아, 참! 뼈랑 척추는 티타늄 재질로 만들었으니까, 왠만한 충격에는 끄떡도 없을거야."


"저한테 이런 호의를 베푸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정확히 말하면, 호의가 아니라... 빚을 갚은 거지."


"빚?"


"아무리 내가 돈이 많다 하더라도, 못사는게 몇개 있거든."


"..."


"그 중 하나가 '자존감'이야."


"..."


"텔로니한테 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 사촌형이 마약에 쩔어있거든. 그래도 프레젠테이션 발표 하나는 끝내주게 해서, 내가 박람회때마다 데려가서 발표를 시키지.


근데, 항상 구하던 마약을 구하질 못하겠다는거야. 레드...뭐시기였는데... 


쨋든, 중요한 세계 박람회 직전에 우리 사촌형이 그거 없으면 자살하겠다니 뭐라니 별 지랄을 다 해서 내가 유일한 구매처인 텔로니를 찾아갔지.


근데... 돈은 필요없데. 내가 300억, 700억, 나중에는 1조 8000억까지 불렀지만, 텔로니는 돈 한푼 안받겠다 했지.


그래서 내가 원하는게 뭐냐 물어보니, 대답을 하는거야.


무릎을 꿇고, '약 한번만 주십시요, 부탁드리겠습니다 형님'이라 하면 간단히 약을 주겠다고 했지."


"...!"


이건 텔로니에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나는 입을 열었다.


"그 약은 이제 텔로니만 제조법을 알았으니까... 당신은-"


"맞아. 무릎을... 꿇었지."


"..."


"생전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쉽지는 않았어. 나도 약을 받았으니, 내가 신고하면 같이 처벌 받을게 뻔했지.


그렇다고 몰래 죽인다면, 내 성에 차질 않거든! 그때, 우리쪽 정보원이 너희들 소식을 들고 온거야. 나는 신이 났지. 너희들이 시원하게 죽여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조용히 있던 리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 로자 아줄도-"


"맞아, 리리스. 내가 보낸거야. 너도 그때 전 주인이 죽었으니까, 그걸 잃어버렸겠지."


"..."


"아, 맞다. 복수는 아주 시원했어! 머리에 총알 5개가 박히는걸 생방송으로 보여주다니! 그것보다 신나는 건 없지!"


"그랬나요."


"너희들한테 정말 고마워. 그래서 수술도 해준거고, 지금 선물도 하나 줄려고 하는거지."


"선물...이요?"


"그래. 둘중에 하나 골라봐."


김지석은 가방을 꺼냈다.


"이건..."


"돈은 아니야. 주식이지."


"주식이요?"


"그래. 삼안 그룹 전체 발행 주식의 1%정도 되. 그럼 가치는...


5000억 정도? 내가 97% 가지고 있고, 2%만 시장에 뿌렸으니, 너가 나 다음으로 삼안 주식을 가지고 있는거야."


"..."


아무리 삼안이 큰 기업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정도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른 선물은요?"


"뭐, 이건 리리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이긴 한데..."


"그럼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정말?"


"리리스가 나를 많이 도와줬어요. 선물하나 못해줬는데, 마침 잘됬네요."


"주, 주인님... 전 그저... 주인님의 사랑이면 충분한데..."


"...뭐, 좋아."


김지석이 병실 밖 문을 열고 누군가를 불렀다.


"들어오렴."


" ! "


각각 검은 머리와 하얀 머리를 하고 고양이귀를 쫑긋거리는 두 명의 오드아이 소녀, 붉은 머리에 늑대같아 보이는 소녀, 한쪽은 검정, 한쪽은 연갈색의 단발머리를 가지고 축처진 동물귀를 가진 소녀, 마지막으로 푸른 머리카락과 하얀 날개를 가진 소녀까지, 총 5명의 소녀가 병동으로 들어왔다.


"...?"


"...!"


"인사해. 너희들의 주인님이셔. 그리고 옆은 구면이지? 7실험실 맡언니, 리리스야."


""언니!""


"얘들아!"


그들은 그제서야 리리스와 나에게 달려들었다.


"우웁!"


"언니! 이분이 새로운 주인님이셔?"


"그, 그래... 조금만 비켜주겠어? 너무 부담스럽거든?"


김지석은 우리를 보며 슬며시 웃고는 지갑에서 뭔가를 꺼네 나에게 건넸다.


"내 명함이다. 전세계에 3개밖에 없으니까 잘 간직하고,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라."


"...고마워요."


"진료비랑 수술비 합쳐서 100억정도 될거야."


"...!"


"하하... 농담이야 농담."


김지석은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안수민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동안 잠을 못잤는지, 눈에 다크써클이 장난이 아니였다.


"..."


"아, 수민씨, 오셨나요?"


"응... 잠깐만 비켜줄 수 있어? 소한이랑 할 말이 있어서..."


"아... 알겠습니다. 나가자, 얘들아?"


"히잉... 주인님 냄세 더 맡고 싶은데..."


붉은 머리 늑대소녀가 내 목을 햝고는, 아쉽다는듯 자릴 떴다.


시끌벅적한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


"어... 안녕?"


퀭한 눈으로 안수민은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


"저, 저기... 무서워서 그런데, 말좀..."


그녀의 다크서클 가득한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다.


"...흐윽... 야이... 나쁜 생퀴야!"


'팡!'


"윽!"


코맹맹이 소리 가득하게 칭얼대는 말투와 함께 안수민이 내 배를 때렸다. 따끔했다.


"나쁜 새키... 진짜 나빠!"


'쾅!'


"악! 아, 아파 수민아!"


"아프라고 때리는 거야. 너 진짜 너무 나빠!"


'퍽! 퍼벅!'


"악! 사람살려!"


"TV로 보면서 얼마나 가슴 조렸는지 알아?! 너가... 너가!"


'와락!'


"너 죽을까봐 내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아냐고! 흐아아앙~"


닭똥같은 눈물이 주륵주륵 내 어깨에 떨어졌다. 나는 말 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끄흡! 하아... 사랑한다고도 해줘."


"...무지무지하게 사랑해. 너 없는 세상은 상상도 못할거 같아."


"웅... 한번 더..."


그녀의 머리를 헝클었다.


"정말 사랑해. 이젠 절대 너한테서 안떨어질게..."


"..."


"..."


"..."


"...자니?"


그녀는 너무나 피곤했는지, 그자리에서 잠들었다.


"..."


'스윽...'


나는 하얀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줬다. 그리고 다시 누워, 세근세근 들리는 안수민의 숨소리를 들었다. 잠이 몰려와 나 또한 다시 잠들었다.








3일정도 지나, 퇴원할 수 있게 되자, 싱거운 병원음식을 못버틴 나는 곧장 병동을 나섰다.


병동 밖에는 리앤과 사디어스가 우리를 맞이했다.


"...리앤?"


"리앤 뭐?"


"..."


"으흠! 이젠 리앤 서장이라 불러줬으면 하는데?"


"...! 진급했구나?"


"응! 그리고 전해줄게 있어서 말이지."


'스윽-'


"이게..."


"재판 출석하라고. 관련 서류들이야. 3일 후, 3시에 충유 지방법원으로 출석해야되? 우리가 너 도주가능성 없다고 간신히 설득해서 너 체포 안하는거야."


"...알겠어. 벌은 받아야지."


"그리고 참! 조심해, 테리가 너희집에 선물을 준비해놨더라."


"...테리가?"


...


어느새 나는 집앞에 있었고, 리리스가 혹시라도 몰라 로자 아줄을 활성화시키고 손잡이른 잡고 있었다.


나는 리앤의 말을 곱씹었다.


'테리 선물이 화끈하던데? 한번 확인해봐봐!'


"..."


"그럼... 열겠습니다?"


"응."


'우우웅-'


'철커덕! 끼이익...'


"...? 뭐 있니?"


"...네... 있긴한데..."


"잠깐만 비켜줄 수 있겠니?"


리리스는 자리를 비켜줬고, 나는 집안을 들여봤다.


커다란 철제가방 4개가 나란히 줄지어 놓였다.


"..."


"혹시라도 모르니, 제가 열어볼까요?"


"응... 부탁할게."


리리스는 이번에도 나서서 가방을 열었고, 이번에도 가방은 허무하게 열렸다.


"...어?"


"이건 통장들이네요?"


다양한 은행들의 수많은 통장들이 첫번째 가방에 담겨져 있었다. 수십에서 수백억까지 통장들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 통장의 주인은 모두 나였다.


"..."


다음 가방에는 종이들이 들어있었다. 전부 계약서였고, 엄청난 양의 건물들과 땅, 차량들을 전부 내가 샀다고 그곳에 쓰여져 있었다.


"와..."


다음 가방에는 차 키가,다음 가방에는 보석과 현금이 가득 들어있었다.


"..."


나는 피식 웃을수밖에 없었다. 통장이 들어있던 첫번째 가방 바닥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져 있었다.


'전에 일들 사과겸 수고비 겸 결혼 축의금 합쳐서 115조 보냈다. 다른 애들은 미리 분배해 놨으니까 걱정말고 신혼여행이나 제대로 다녀오고, 안그럼 넌 나한테 죽는다.


그리고 꼭 결혼식때 나 불러라. 축의금을 이렇게 많이 보냈는데, 초청장 한장 안보내면 섭섭해?


'~',나중에 여기로 초청장 보내. 꼭 보내라.


P.S. 마약 제조법도 있긴 한데, 이건 내 제량껏 뺐다. 애도 있는데, 마약 팔 생각하면 내가 대가리 뚫어버릴거다. Peace!'


"...아 진짜..."


나는 입꼬리 올라가는 것을 참지 못했다.


"진짜... 테리 당신은 내가 미워하려해도 못 미워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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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결말(+ 떡밥회수)까지 2화, 에필로그까지 하면 1화정도 남은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