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나를 잡았군요. 그래서, 뭘 하실 생각이신지?


별 건 아니에요. 그냥 가상현실에서 좀 놀다 오라고 보내드리는 거랍니다.


호오, 그 가상현실에서 제 인격을 덧씌우시기라도 하실 모양이지요..?


..아니에요.


어머나. 생각보다는 계획이란 걸 할 줄 아는 분이셨네. 그럼 뭘 하시겠다는 걸까요?


먼저 알려드리자면, 같은 레모네이드 기종으로서 저는 당신의 능력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제 주인님께 당신을 세뇌하여 전력으로 활용하자고 말씀드렸지만..그분께서는 동의하시지 않으시더군요.


우리의 일곱 주인님 대신 그 형편없는 남자를 주인이라고 칭하다니, 같은 레모네이드로서 수치스럽네요.


어머, 그렇다면 그 형편없는 남자에게 산 채로 잡힌 당신은 뭐죠?


..


그럼, 슬슬 가상현실로 여행을 떠나실 시간이에요, 동생.


꼴에 첫째라고 뻐기기는. 자매들 중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분께서 말씀은 잘 하시는군요.


어머나, 우리 동생 말하는 게 참 예쁘다.


..두고 보시죠.



(오르카 의무실 1번 침대)


....


야, 야. 말 좀 해봐. 왜 말이 없냐?


(죽은 눈)


(실어증)


야, 애가 실어증에 걸려 버렸잖아. 팔에는 링겔이 꽂혀 있고.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제게 전권을 주신 대로 적절한 처벌을 행했을 따름입니다, 주인님. 가상현실 체험을 좀 시켜줬죠.


대체 뭘 보여준 거야? 혐오 이미지? 정신공격물? 애가 완전히 맛이 가 버렸잖아..


오르카 체험 시뮬레이션을 시켜줬을 뿐입니다만?


아니, 그런데 왜 멀쩡한 애가 저렇게 맛이 가 버린 거야?


어머, 저건 맛이 간 게 아니라 해탈을 했다고 하는 거랍니다. 나이트엔젤 대령의 입장에서 메이 대장의 처녀를 떼게 만드는 임무를 부여시켜 줬죠.




3회차까지는 플레이 거부, 4회차부터 현상파악 시작, 이후 4000회차까지 실패하더니 저 꼴이 되고 말았지 뭐에요. 결국 끝에는 거부하는 메이 대장 옷을 벗겨서 사령관실로 쳐들어가 책상에 내던지기까지 했답니다.




그 상황이면 메이가 어떻게 행동했을 지 이미 감이 오는 것 같은데..


맞아요. 메이 대장이 기절하는 걸로 4,235번째 시뮬레이션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 다음부터 쭉 저 상태랍니다.


혹시 그 상황 후에도 저항할까 봐 월드 오브 탱크 시뮬레이션도 준비했는데 선보이지 못해서 아쉽네요.


그거 하던 놈이 열받아서 실제로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가거나 암에 걸렸다는 전설의 멸망 전 똥겜이잖아..




알파, 너 대체 얼마나 원한이 쌓였던 거야?


지표면에서 달까지 닿는 높이의 고층빌딩을 쌓아올릴 정도?




뭐야, 사령관. 여긴 웬 일이야?


어..잠깐 오메가 구경하러?


..오메가?


호오..그러니까 이 멍청한 년이? 멀리서는 봤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알파랑 엄청 닮았네.


..


...!!!!!


이 씨팔 아다년! 밥상을 4,000번을 차려줘도 매번 던져버리는 미친년! 죽어! 그냥 접싯물에 콧구멍 처박고 자살해애애애애!! 


뭐..뭐야? 무슨 미친 소리야? 야! 너 미쳤어?!


환자분! 환자분! 정신 차리세요! 여기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에요!


씨발! 씨발! 알몸으로 지휘관 방에 배송하면 기절하는 년! 분위기 만들어주면 치킨이나 뜯는 년! 키스할 기회 주면 팔씨름이나 하고 마는 년! 이 병신녀어어어언! 구제불느으으응!!! 넌 영원히 아다일거야!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소오오오오옥!!!! 계소오오오오오옥!!!


이..이 미친년 뭐야..


(공감)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생각보다 사람 보는 눈이 있었군요. 놀랐습니다.


야, 나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그냥 신세한탄입니다, 대장. 대장의 핵쉘터에 버금가는 밤일 방어기술 덕분에 둠브링어가 고통받는 언제나처럼의 이야기죠.




벗어! 벗어어어!!! 이 병신아, 빨리 벗고 들이대란 말이야아아아아!!! 미약을 처먹였을 때도 치킨이나 뜯는 쓸데없이 독성저항만 높은 녀어어어언!!


..안되겠네요. 드리아드, 진정제 주입하세요.


네, 진정제 주입합니다.




(꼴까닥)


이건..아냐, 진정제를 주사하면 이런 반응이 올 리가 없는데?


환자분? 환자분?


어? 다프네, 이 햇츙, 뇌압이 상승하고 있는데..


..맙소사!


스트레스로 인한 뇌졸중 증세에요! 빨리, 빨리 닥터 양에게 전화를! 이러다가 이 환자분 중풍으로 신체마비가 올 수도 있어요!


그러면 햇츙이 한마리 더 사라지는 거 아냐?


언니, 빨리! 급해요!


..쳇.


맙소사..달려왔더니 상태가 장난이 아니잖아?!


빨리 수술실로 옮겨! 조금만 늦으면 식물인간이 되어버린다구!


네..네!


하! 꼴 좋네. 나랑 사령관 앞에서 그런 정신나간 망언이나 늘어놓더니.


그런데 그 병신년은 누굴 보고 아다라는 거야?


아니, 그 전에..대체 아다가 뭐야?


..그래. 매일 겪던 일인데 뭐. 이걸로 뒷목이 당기기에는 너무 많이 겪었지.


(관자재보살 행심 반야바라밀다 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