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뽀끄루와 봉봉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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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의 도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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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유령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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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오르카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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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플레이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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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주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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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아닌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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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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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길잡이는 현자나 마녀가 아니라 요정이에요! 탈론페더 언니가 아니라 지니야라구요!”


"그래, 그래. 내가 잘못했다니까."


지니야가 내 머리 위에 앉아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항의했다. 빵을 뜯어 지니야에게 건네주며 그녀를 달랬다. 리앤도 그렇고 지니야도 그렇고 이상한 곳에서 양보를 못 하는 녀석들이다.


지니야가 한창 내 머리 위에서 빵가루를 흘리며 빵을 먹어 치우고 있을 동안 나는 스킬창을 열어 스킬을 살펴보았다.


"어떤 스킬을 찍으실 건가요?"


"우선 그나마 익숙한 검술. 나머지 스킬 포인트는 적당히 분산 투자를 할까 생각 중인데."


"주인! 무투는?"


"조금 찍기야 할 거지만 네가 있는데 굳이 많이 투자할 필요는 없지."


"뭐야. 재미없게."


티에치엔이 투덜거리며 앞서 걸어 나갔다. 스킬을 살피던 도중 마법사 계열의 스킬 하나가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오. 이거 재밌겠는데?"


희희낙락 스킬을 찍는 내 옆에 홍련이 다가와 말했다.


"사령관님. 슬슬 목적지를 말씀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음? 데가트로 가야지."


"데가트로 가시는 건가요?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라며 난감해하셔서 다른 곳 먼저 가실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데가트로 가시는 이유가 있나요?"


"아니 뭐..."


머리를 긁적거리며 눈길을 끈 스킬을 최대 레벨까지 올리며 대답했다.


"탈론페더가 사심으로 추천하는 곳이라면 거기 있을 녀석이야 뻔하지."


*

"흐에에... 더워요 사령관님..."


지니야가 내 머리 위에 드러누워 덥다며 투정을 부렸다. 다른 사람들도 말은 하고 있지 않을 뿐 더위에 지친 모습이 보인다. 홍련은 진즉에 튜닉의 가슴 앞섬을 풀어헤쳤다.


굳이 이렇게까지 구현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더위였다. 머리 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도, 발아래 밟히는 메마른 모래도, 피부를 훑고 지나가는 푸석한 바람도. 모두 사막 그 자체였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걸까요? 지도상으로는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은데요."


"글쎄다. 내가 묻고 싶다만."


스킬 포인트를 아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투정 부릴 때가 아니다. 초급 얼음 마법 레벨을 올린 후 얼음을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차가운 얼음에 모두가 달콤한 비명을 내지르던 그때 저 멀리 작은 모래바람이 일어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오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모래바람 쪽을 바라보니 누군가 말을 타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있는 곳까지 도착한 여성이 말에서 내려 우리를 보았다.


"작열의 대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령관님."


"...세이프티?"


이건 또 의외의 등장인물이다. 세이프티의 갈색 피부가 사막 민족의 복장과 꽤 잘 어울렸다.


"데가트로 향하는 중이신가요?"


"아아. 바쁘지 않다면 좀 데려다줬으면 하는데."


"물론입니다. 사령관님을 데가트로 데려가기 위해 온 것이니까요. 원래는 안내가 아니라 연행이 되어야 합니다만."


연행? 포티아가 연행이라는 말에 지레 겁을 집어먹었다. 세이프티가 고개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원래 시나리오는 경비병인 제가 용사 일행을 침입자로 간주하고 마을로 연행해 간다는 시나리오입니다만, 연행이든 동행이든 마을로 같이 가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말한 세이프티가 웃으며 우리를 안내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세이프티에게 게임 밖의 일을 물어보았지만 역시 그녀도 고개를 내저었다.


"저도 역할에 대한 정보만 간단히 듣고 급하게 투입됐습니다. 아마도 사령관님께서 저보다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사령관님은 총명한 분이시니까요."


세이프티의 전적인 신뢰에 미안하지만 감도 안 잡힌다. 머릿속에는 계속 탈론페더가 전한 닥터의 [자업자득]이라는 말만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낙타가 아니라 말이야?”


“낙타는 말과 달리 앞발과 뒷발이 같이 앞으로 나간다고 하죠. 그래서 낙타를 타다 멀미를 하는 경우가 있어 사막의 배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익숙지 않다면 말이 나을 거라 해서 말을 탔습니다.”


“그래서, 데가트로 가면 그 말을 해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가?”


“글쎄요.”


세이프티가 빙긋 웃었다.


세이프티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커다란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오아시스 옆 거대한 바위산을 깎아 만든 건축물과 그 앞으로 늘어선 집과 천막들. 


데가트의 거대한 성벽 앞의 바위를 깎아 만든 건물로 우리를 데려간 세이프티가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섰다.


"경비대장님, 침입자를 연행해 왔습니다."


세이프티가 데려간 건물 안에는 열 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다. 대부분이 처음 보는 얼굴인 걸 보면 NPC인 듯했다. 딱 한 명 빼고는.


"안녀엉~ 사령관~."


"샐러맨더?"


방 한가운데의 테이블에 다리를 올리고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샐러맨더가 웃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것 참. 오늘은 의외의 얼굴을 참 자주 만난다. 샐러맨더 반대편의 의자에 앉아 샐러맨더를 바라보니 목덜미와 가슴께에 붉고 딱딱한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비늘?"


"아, 이거? 나는 도마뱀 수인이라는 설정인가 봐. 그래서 몸에 비늘이 돋아있어. 이름 따라가는 게 너무 뻔하지 않아?"


"헤에. 수인은 듣기만 했지 처음 보네."


"음? 무슨 소리야. 사령관네 팀에도 한 명 있잖아?"


샐러맨더가 내 뒤에 서 있는 아탈란테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탈란테를 돌아보자 그녀가 당황한 듯 뒷걸음질 쳤다.


"아탈란테가?"


"무슨 동물인지는 모르겠지만, 포유류인 것 같은데. 모자를 눌러쓴 건 사막이라 귀를 가리려고 일부러 그랬던 거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아탈란테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그저 방어구겠거니 하고 묻지 않고 넘어갔는데 귀를 가리기 위한 거였나?


아탈란테의 모자를 빤히 바라보자 아탈란테가 다시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아탈란테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리 그대라도 이 모자를 벗길 수는 없을 겁니다! 부디 전사에게 수치를 주지..."


"미안하지만 한발 늦었다."


왼손으로 아탈란테의 모자를 팔랑팔랑 흔들어 보였다. 내 손에 쥐어진 모자를 본 아탈란테가 기겁을 하며 머리 위를 더듬었다. 머리를 더듬는 손 사이로 작고 동그란 갈색 귀가 보였다.


"곰?"


"전사에게 이런 수치를 주다니... 원한이 있지 않고서야 어찌..."


아탈란테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어찌나 부끄러워하는지 거의 울먹거리기 직전이었다. 왠지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 얌전히 그녀에게 모자를 돌려주었다. 샐러맨더가 눈을 가늘게 뜨고 모자를 건네는 나를 바라보았다.


"사령관. 방금 그건 어떻게 한 거야? 의자에 앉은 채로 아탈란테의 모자를 뺏은 거."


"비밀이야. 너는 어떻게 아탈란테가 곰 수인인지 안 거냐? 따로 들은 거라도 있어?"


"응? 아니 아니. 나는 도마뱀 수인이잖아? 그래서 뱀과 도마뱀이 가지고 있는 그... 피톤치드?"


"피트 기관이겠지."


"그래 그거. 아무튼 그거 덕분에 뭐라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감각이 있거든. 이걸 냄새라고 해야 하나 맛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거 덕분에 알았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고. 결국 이 녀석도 아는 건 없는 건가. 쓰게 혀를 차고 있으니 샐러맨더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사령관? 사령관은 지금 데가트에 밀입국하려는 범죄자거든? 경비대장으로서 사령관을 구속해야겠는데?”


“도박중독자가 경비대장이라니 세상 참 말세야. 이 도시 치안 수준도 알만하네.”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어. 그 도박중독자 경비대장이 지금 사령관 앞에 있으니까. 정 구속당하기 싫으면.”


샐러맨더가 웃으며 주머니에서 주사위를 꺼내 들었다.


“나와 내기해서 이기면 되는 거지.”


그래. 네가 할 말이야 뭐 뻔하기는 하다만.


“뭐로 내기할 건데? 카드? 주사위? 아니면 뭐 다른 게 있나?”


“주사위로 하자구. 아무리 나라도 이런 곳에서 뭐든지 가지고 있는 건 아니거든?”


그렇게 나와 샐러맨더의 자유를 건 한판승부가 시작되었다.


“다 꺼내.”


“응?”


“또 소매에 사기 주사위 한가득 들고 있을 거 아냐. 전부 다 꺼내. 이런 때마저 사기 주사위를 쓸 생각은 아니겠지?”


커다란 눈을 굴리던 샐러맨더가 한숨을 내쉬고 포기했다는 듯 웃으며 소매를 털었다. 소매 속에서 주사위가 우수수 떨어졌다.


“도대체 주사위를 몇 개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홍련이 질렸다는 듯이 샐러맨더를 바라보았다. 샐러맨더가 혀를 내밀며 샐쭉 웃었다.


“더 꺼내.”


“응?”


“더 꺼내라고. 네가 이것 밖에 가지고 있을 리 없잖아. 다섯 개는 더 숨겨놨지?”


“하여간 귀신이라니까.”


샐러맨더가 웃으며 옷 소매에서 주사위를 더 털어냈다. 그녀의 소매에서 주사위가 여섯 개 정도 더 떨어졌다. 내 예상보다 하나 더 많다니. 아무래도 샐러맨더를 얕본 듯하다.


“진짜 이게 다야?”


“진짜 이게 다야. 앵거 오브 호드의 명예를 걸고.”


그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정말로 숨겨둔 주사위가 없는 것이겠지. 가죽 주머니를 꺼내 샐러맨더가 꺼낸 주사위를 쓸어 담았다. 주머니 끝을 단단히 묶고 주머니를 홍련에게 건넸다.


“자, 홍련. 가지고 있어.”


주머니가 든 주사위를 받아든 홍련이 무언가 이상한 듯 주사위가 든 주머니를 한번 들었다 놓는다.


“음?”


이상하다는 듯 주머니를 들었다 놓는 홍련을 뒤로 한 채 웃으며 샐러맨더를 바라보았다. 샐러맨더가 주사위 세 개를 테이블 위에 던지며 말했다.


“자, 그럼 어떤 게임을 할까? 높은 숫자? 낮은 숫자? 홀짝? 주사위로 블랙잭을 할 수도 있고.”


“홀짝으로 하지. 빨리 끝나는 게 좋잖아?”


“동감이야.”


샐러맨더가 웃으며 주사위를 던졌다.



*

“이건 말도 안 돼!”


“뭐가 말이 안 되는데?”


30분 뒤. 내기의 승리자가 정해졌다.


압도적인 나의 승리로.


홀짝, 블랙잭, 합계 등 여러 내기를 했지만 내가 진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운이 좋다며 웃어넘기던 샐러맨더도 계속되는 내기에서 지기만 했을 때는 진땀을 흘리며 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주머니와 옷소매를 털어보고 던지는 주사위를 살펴본 후에도 트릭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싸매던 샐러맨더는 결국 서른 판을 내리 지고 말았다.


“자, 이제 가도 되겠지?”


“자...잠깐잠깐!”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를 샐러맨더가 급하게 붙잡았다.


“어... 어떻게 한 거야?! 보내줄 테니까 방법만 알려주고 가! 제발!”


“흐음.”


엉겨 붙는 샐러맨더를 보고 소매를 걷어 그녀에게 손을 펼쳐 보였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주사위를 낀 채로.


“보이지?”


그리고 손을 쥐었다가 펴자 중지와 약지 사이에도 주사위가 끼워져 있었다. 한 번 더 쥐었다가 펴니 모든 손가락 사이에 주사위가 끼워져 있었다.


“에?”


그 모습을 본 샐러맨더와 다른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손을 한 번 더 쥐었다가 피자 손에는 주사위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샐러맨더를 보고 웃으며 손바닥이 아래를 향하게 테이블 위로 올려두었다.


순간 손바닥에서 주사위 수십 개가 테이블 위로 굴러떨어졌다.


“에에?!”


멍하니 테이블을 쳐다보던 샐러맨더를 뒤로 한 채 일행을 하나씩 건물 밖으로 밀어냈다. 주사위를 멍하니 바라보던 샐러맨더가 다급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잠깐마안! 어떻게 했는지만 알려주고 가아!”


“안녀엉!”


“사령과안!”


샐러맨더에게 붙잡히기 전에 세이프티를 데리고 재빨리 건물 밖으로 도망쳤다. 세이프티가 곤란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구속을 피할 줄은 몰랐는데요.”


“메리가 그러더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자, 이제 이 나라의 높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지 않겠어? 그게 이곳 보스 퀘스트를 시작하는 조건이지?”


세이프티가 나를 데리고 데가트의 성문으로 다가갔다. 쇠사슬이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바위문이 열리고 북적북적한 마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데가트 안으로 들어서는데 NPC가 다가와 세이프티에게 옷을 건넸다. 세이프티가 옷을 추린 후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지방의 특수한 옷입니다. 더위를 막아주죠. 지금 있는 옷 위에 망토처럼 걸치시면 됩니다.


그 말에 일행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옷을 받아들었다. 나도 옷을 받아 어깨 위에 걸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우리를 괴롭히던 더위가 훅 가라앉았다. 세이프티에게 작은 천 조각을 받은 지니야도 웃으며 몸에 둘렀다.


“굉장한데?”


생각보다 굉장한 성능에 옷을 살펴보고 있자니 팬텀과 홍련이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게 다가왔다.


“사령관님. 아까 그거, 어떻게 하신 거죠?”


“응? 뭐가?”


“시치미 떼지 마세요, 사령관. 방금 샐러맨더를 이긴 건 트릭이 있었던 거 아닙니까?”


“그리고 아까 제게 건넨 주사위를 담은 주머니, 주사위를 담은 무게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웠어요. 하지만 주사위를 담는 도중에는 빼돌리지 않았죠. 그랬다면 샐러맨더 양이나 팬텀 양이 보지 못했을 리 없으니까요.”


“게다가 아탈란테의 모자를 빼앗은 것도 같은 트릭이겠죠? 숨기지 말고 알려주세요, 사령관.”


나를 추궁하는 팬텀과 홍련의 눈빛에 나는 두 손을 들며 항복했다. 지나가는 NPC에게 동전을 던져 그가 파는 사과를 집어 든 후 오른손 위에 올려두고 그녀들에게 보여줬다.


“잘 봐.”


그러자 사과가 순식간에 내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사과가 왼손에서 다시 오른손으로 이동했다.


“엣?”


놀라는 그녀들 앞에 손을 펼치자 오른손 손바닥 위에 푸른 포탈이 생성되었다. 포탈 안에 사과를 던져넣으니 사과가 팬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워프 게이트?”


“그런 거지. 마법사 스킬에 있더라고. 유용할 것 같아서 마지막 레벨까지 전부 찍어놨어.”


“참 사령관님답네요. 정상적인 길이 아니라 조금 어긋난 길만 찾는 게.”


“어이.”


팬텀에게 사과를 받아 머리 위의 지니야에게 건넸다. 지니야가 제 몸만 한 사과를 받아 웃으며 사과를 먹어 치웠다. 머리가 사과 조각과 사과즙으로 범벅이 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빵가루에 사과즙이라니. 내 머리가 애플파이가 되려나?


커다란 바위를 통째로 깎아 만든 건물로 들어서 한참을 걸으니 휘황찬란하게 조각된 방문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세이프티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도록.”


세이프티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섰다. 화려한 조각과 보석으로 장식된 방, 그 방 가장 깊은 곳의 옥좌에 날카로운 인상의 여성이 앉아있었다.


“경비병 세이프티가 대족장님을 뵙습니다.”


사막의 나라, 데가트. 그 데가트에서 살아가는 유목민과 떠돌이들을 이끄는 자. 대족장 칸.


“생각보다 빨리 왔군, 사령관.”


칸이 웃으며 우리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