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관능소설에서 대화, 서술, 행동쓰기

이번에는 기술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보자.
전에도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모든 소설은 대화, 서술, 행동문을 엮어서 쓰는거야. 묘사는 서술의 하위분류고.

먼저 대화문에서부터 시작할게.
보통 관능소설의 특징으로 음어, 욕설, 신음소리를 떠올릴거야. 그리고 많이들 하는 고민은 이거겠지. 내가 신음소리를 너무 과도하게 많이 쓰지 않았나? 여기에 욕을 써두면 강렬하게 보일까? 음어는 은유적으로 표현하는게 좋은가? 직설적으로 표현하는게 좋은가? 같은 것들.

보편적인 작법이라기보다 내 개인적인 방식이지만 소개하자면,

신음소리에 대해서는 빈도 자체보다도 읽을 때의 호흡에 신경을 써봐. 응기잇같은 기발하거나 희한한 표현은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는데, 장면에서 몰입이 깨지거나 다른 것을 연상할 수 있는 표현은 최대한 배제해야해.
새는 숨소리, 탄식, 하응이나 하앙, 흐응같은 평범한 표현들로도 충분한데, 이것들 사이에 말줄임표(…)를 추가하거나 신음 사이사이에 대화문을 끼워넣어(흐읏… 조금만 더 깊숙히…). 신음도 대화문이니까 같은 박자가 계속 지속되면 단조로워지고, 신음소리로만 계속 이어지면 따분해질 수 있어. 어떻게든 서술문이나 행동으로 이어질만한 대화와 신음소리를 적고 그 서술문에서 대화로 받고 하면서 해봐. 단, 막 절정에 도달하려는 클라이막스 부분이면 신음으로만 표현하는 것도 괜찮아.
문장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호흡이 짧아지고 급박한 분위기가 연출되니까.

음어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한국어는 성적인 어휘가 상당히 빈곤해. 그러다보니 성기의 일정한 부분을 지시하거나 세세하게 나눠서 지칭할 표현을 빌리려고 외국어나 은유적표현에 의지해야할 때도 있지.
게다가 직설적인게 더 꼴리냐, 은유적인 표현이 더 꼴리냐 하는 부분은 받아들이는 사람들 취향차이가 있기도 하고.
그런데도 음어에 대해서 지침을 지시하자면, 나는 성적 긴장감의 고조와 장면의 분위기를 고려해서 쓰는 편이야.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무협관능소설에 페니스라는 단어를 보게되면 누구라도 짜게 식겠지.
나는 장면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는 장면이면 주로 은유나 돌려말하는 표현을 선호하고(음경, 육창등등), 장면이 고조되면서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면 직설적인 단어를 쓰는 편이야(자지).

마지막으로 욕설에 대해서인데, 이걸 마지막에 언급하는 이유가 있지.
아래 [인용4]의 (예시3)과(예시4)를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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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4]

사령관은 소복하게 쌓여있는 눈을 보면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하는 부류일 거라고 용은 멍한 머리로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몸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녀는 블라우스에서부터 시작했다.
갑갑하게 느껴지는 벨트를 풀고 목에 끈으로 고정된 엠블럼을 풀어낸다. 사령관은 의자에 앉은 채 여성적인 곡선을 드러낸 어깨와 목덜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용은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헤쳤고 딱 맞게 가슴을 옥죄던 압력이 사라지자 가운데로 모여있던 가슴골이 벌어졌다. 쇄골을 따라 흘러내린 땀 한 방울이 그곳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녀의 손이 마지막 단추에 이르기도 전에 화려한 레이스로 장식된 베이지색 브래지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시3)
“헤에, 평소부터 그런 브라를 입는거야? 아니면 나랑 자는 날이라서 특별히 고른거야?”
“크, 펴, 평소부터요.”
“거짓말.”


동요때문에 손을 멈추고, 뒤늦게 그가 떠본 것 뿐이었다고 눈치챈다. 수치심에 달아오른 체온은 이제 귓가까지 올라와 있었다. 용은 웃음을 터뜨리는 사령관의 반응을 무시한 채 손을 뻗어 스커트의 지퍼를 내렸다. 이쪽은 블라우스와는 달리 금새 그녀의 매끄러운 다리를 따라 땅에 떨어졌다.

“팬티가 젖어있네?”
“그, 그대가 갑자기 입을 맞추니까 놀라서 그런거요! 이제 옷을 주시오.”
“알잖아. 아직 다 안 벗은거.”

매번 물어보더라. 하고 키득거리는 그를 보며 현기증같은 느낌이 일었다.
서서히, 서서히 떨어져간다.
처음에 자신의 취향을 눈치챘던 때는 시뮬레이터 안이었다. 사령관을 구하기 위해 모피만 걸친 채 뛰어들었던 순간, 모피의 부드러운 감촉과 그녀의 몸 위를 훑던 그의 시선을 아직도 기억한다. 며칠 지나지 않아 그가 잠자리를 요구했을 때 스스로 똑같은 모피를 걸치고 찾아갔던 것도.
용은 그만하고 싶었다. 동시에, 그녀는 더 빠져들고 싶기도 했다.
사령관은 어느 쪽이든 받아들여줄 것이다.
브래지어의 훅이 풀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예쁘니까 가릴 필요 없어. 그대로 손 치우고 천천히 갈아입어.”

그녀로서는 드물게 앓는 소리를 흘리며 용은 상자 안의 세일러복을 집어들었다.
옷은 한 눈에 보기에도 작다. 용을 위해 새로 재단된 것이 아니라 세이렌이 평소에 입는 것과 같은 사이즈였다. 그저 상의를 집어들고 있을 뿐인데도 피부 위를 기어다니는 사령관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와 만나기 전까지 백 년이 넘도록 맛볼 수 없었던, 자신을 요구하는 수컷의 시선이.

“하아….”

방 안의 공기가 뜨겁다.
매끈한 다리 위로 팬티를 끌어올리며 용은 남몰래 숨을 삼켰다. 사령관의 시선은 발 끝이 통과하는 순간부터 그 작디 작은 천조각을 쫓고 있었다. 얇고 긴 끈은 제정신이었다면 절대로 입지 않을 각도를 그리며 용의 골반을 타고 올라가 장골을 감싸안았고 조그마한 삼각형은 겨우겨우 그녀의 비부만을 가려줄 뿐이었다.
팬티와 보지가 맞닿았을 때 체온과 비슷할 정도로 달아오른 애액이 천을 적셔가는 감각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음모를 정리해둔 덕에 선홍빛 음순 위로는 깨끗한 피부 뿐이었지만 그렇기에 흰색 천을 적신 얼룩의 존재는 더욱 더 두드러졌다.
용은 그 푸른 눈동자를 돌려 잠깐동안 사령관을 올려다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짐짓 장난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용은 그의 바지를 밀어올린 굴곡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안쪽으로 움츠린 채로 상의를 집어들었다. 세이렌의 제복은 속옷 말고도 잘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칼라 위로 얼굴을 빼내자 세이렌보다 풍만한 체형때문에 제복이 잔인할 정도로 가슴에 달라붙었다. 머리카락을 빼내며 위치를 조절해봤지만 젖무덤의 절반 정도는 어쩔 수도 없이 옆으로 빠져나왔고 흥분때문에 단단히 일어선 유두가 흰 원단 위로 선명한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갑갑할 정도로 조여드는데도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예시4)
“스커트는 놔두고 니삭스부터 신어줄래? 지금 보지가 엄청 야하거든.”
“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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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3)과(예시4)의 대화문에서 둘은 고양된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욕을 하지도 않지만 사령관이 무용의 수치심을 부추기면서 성적 긴장감이 고조되지.
[인용4]를 가져온 이유는, 욕설 이외에도 장면을 고조시킬 방법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어. 바꿔 말하면 욕은 장면을 고조시키는 많은 방법 중에 한 가지라는 거고.

그래서 욕을 쓰지 말라는 말이냐고?
아니, 거듭 말하지만 욕을 쓰거나 그 외에 다른 방법을 쓰거나하는 선택에는 작가의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그리고 장면에서 성적 긴장감을 높이고 주도권을 드러내는데 욕을 쓰는게 효율적인 상황이라도, 그것만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방식들도 함께 병행하는게 보다 효율적이고 글이 풍부해지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쓰고자 하는 장면을 복잡한 역할극이나 소꿉놀이라고 생각해봐.

[인용3]과[인용4]에서 사령관은 상대방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지시하는 쪽으로 주도권을 드러내고 말로 수치심을 자극하면서 긴장감을 높여나가. 사령관과 무용이 욕이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욕설은 한 문장도 안 나오지만, 어울리는 캐릭터였으면 욕도 쓰면서 위의 방법들을 같이 썼을거야.

내가 가장 우려하는건 장면을 쓸 때 욕설 외에 긴장감이나 주도권을 관리하는 수단을 준비하지 않는 상황이야.
일반적인 순애뿐만이 아니라 SM같은 장르에서도, 아니 그런 장르라면 더더욱 독자들이 주도역의 유능성에 관심이 많아. 되도록이면 여러 방법을 같이 고려하는 쪽이 같은 욕을 대사로 써도 효과가 좋을거야.



두 번째로, 관능소설의 서술문에 대해서 설명할 시간이야.

서술에서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하고 있는건 역시 뭐니뭐니해도 묘사겠지. 관능소설에서는 얼마나 생생하고 디테일한 묘사를 곁들이냐에 따라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흥분시킬 수 있어. 게다가 묘사부분에서는 캐릭터의 심리에 대해서는 상상력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니까 소설을 처음 쓰는 작가가 적기에도 비교적 대화문보다 마음이 편하지. 때문에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대화문도 행동문도 없이 끝도 없는 묘사만을 계속 이어가기도 해.

하지만 묘사를 할 때는 주의해야 할 게 있는데, 독자는 묘사를 읽는 중에는 사건이 멈춰있다고 받아들일거라는 점이야.
묘사를 반복하는 이유가 대화문이나 캐릭터의 심리를 피하기 위해서여서는 안 돼. 묘사가 계속 이어지는건 숨을 계속 참고 있는 것과 같아. 대화문이라는 숨구멍이 없기 때문에 그 분량과 여백이 없는 상황에 질리기가 쉽지. 정교한 묘사에 자신이 있더라도 간간히 대화문이나 하다못해 캐릭터의 심리등을 섞어서 숨구멍을 틔워주어야 해.
처음부터 묘사를 시작할 때 어느정도 분량이 적당할지(두 문단?), 글 전체의 흐름을 고려해서 정하고 시작하는 편이 좋고, 한 번 쓴 다음에 자신의 글에 묘사가 과다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직접 그 장면을 다시 읽어보면서 필요하다 싶은 곳에 대화문이나 캐릭터의 심리를 뚫어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묘사의 분량이나 호흡은 일률적으로 정의내리기보다는 사실 문체에 좌우되는 측면이 커. 가능하면 자기가 작품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독자라고 생각하고 되읽었을 때 호흡에 답답함이 없는지 확인해보는게 가장 좋아.

다만 묘사할 때도 몇가지 팁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인용5]를 살펴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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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5]

그녀로서는 드물게 앓는 소리를 흘리며 용은 상자 안의 세일러복을 집어들었다.
옷은 한 눈에 보기에도 작다. 용을 위해 새로 재단된 것이 아니라 세이렌이 평소에 입는 것과 같은 사이즈였다. 그저 상의를 집어들고 있을 뿐인데도 피부 위를 기어다니는 사령관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와 만나기 전까지 백 년이 넘도록 맛볼 수 없었던, 자신을 요구하는 수컷의 시선이.

“하아….”

방 안의 공기가 뜨겁다.
매끈한 다리 위로 팬티를 끌어올리며 용은 남몰래 숨을 삼켰다. 사령관의 시선은 발 끝이 통과하는 순간부터 그 작디 작은 천조각을 쫓고 있었다. 얇고 긴 끈은 제정신이었다면 절대로 입지 않을 각도를 그리며 용의 골반을 타고 올라가 장골을 감싸안았고 조그마한 삼각형은 겨우겨우 그녀의 비부만을 가려줄 뿐이었다.
팬티와 보지가 맞닿았을 때 체온과 비슷할 정도로 달아오른 애액이 천을 적셔가는 감각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음모를 정리해둔 덕에 선홍빛 음순 위로는 깨끗한 피부 뿐이었지만 그렇기에 흰색 천을 적신 얼룩의 존재는 더욱 더 두드러졌다.
용은 그 푸른 눈동자를 돌려 잠깐동안 사령관을 올려다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짐짓 장난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용은 그의 바지를 밀어올린 굴곡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안쪽으로 움츠린 채로 상의를 집어들었다. 세이렌의 제복은 속옷 말고도 잘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칼라 위로 얼굴을 빼내자 세이렌보다 풍만한 체형때문에 제복이 잔인할 정도로 가슴에 달라붙었다. 머리카락을 빼내며 위치를 조절해봤지만 젖무덤의 절반 정도는 어쩔 수도 없이 옆으로 빠져나왔고 흥분때문에 단단히 일어선 유두가 흰 원단 위로 선명한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갑갑할 정도로 조여드는데도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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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 인용들과 마찬가지로 Scene2에서 발췌한 부분이야.

캐릭터의 외견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싶다면 이렇게 본격적인 장면이 시작되기 직전에 하는 편이 좋아. 흐름은 [인용5]처럼 발 끝에서부터 위로 훑거나, 반대로 머리 끝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일정한 방향성이 있는 편이 독자들의 상상을 돕기 쉽겠지.
성적 긴장감이 한창 고조되는 중에 전체를 다루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침착해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아직 시작부분이라면 독자들이 일종의 프롤로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본격적으로 플레이를 다루기 시작하면, 묘사를 시작해도 전체를 조망하기보다 부분부분 강조되는 부분을 클로즈업하는 식으로 묘사하게 될 거야. 아래의 [인용6]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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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6]

“좋아. 장갑이랑 정모는 잠깐 그대로 두고 눈을 감아봐. 아직 선물이 하나 남았으니까.”
“뭐, 뭘 주겠다는 거요?”

의문을 표하면서도 용은 눈을 감았다. 곧이어 의자에서 사령관이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예시5)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예민해진 청각이 그가 내는 소리를 민감하게 포착한다. 아마도 상자가 있을 법한 위치에서 매끄러운 천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고 작은 금속음이 뒤따랐다. 앞의 것은 상자의 벨벳을 벗겨낸 소리겠지만 뒤의 것은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벨벳 아래에 무언가가 더 있었나?

부풀어오르는 불안감에 그녀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코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괜찮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곧 알게 될거야.”

사령관의 손등이 붉게 상기된 용의 뺨을 쓰다듬는다. 움찔하는 그녀의 반응에 맞춰 실수로 흘린 듯 한 작은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그러고나서 이번에는 무언가가 그녀의 목덜미를 감싸기 시작했다.
사령관의 손은 아니다. 무언가 더 얇고 튼튼한 것이었다. 그녀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절된 그것에서 찰칵하는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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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6]에서는 무용 본인도 주로 자신의 얼굴과 목 부분에 신경을 집중하고, 그 부분이 중점적으로 묘사되지. 이렇게 묘사할 때는 그 공간에 대한 방향성을 의식하면서 하는게 좋아.

그 다음으로 서술 중에 묘사가 아닌 부분에 대한 팁인데, 그것들은 서술자의 해설, 캐릭터의 속마음 등으로 대화문만큼은 아니지만 묘사만 이어질 때의 답답함을 완화하거나 카메라의 거리를 조절하는데 써먹을 수 있어.
사건의 진행을 늦춰서 성적 긴장감이 보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상승하도록 도와줄수도 있지.

첫째로, [인용6]의 (예시5)문단을 봐봐.
(예시5)의 문단에서 대부분은 무용의 속마음을 그대로 서술한거야. 벨벳 아래에 무언가가 더 있었나? 같은 부분은 거의 대화문의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에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원래라면 시점의 개념에 대해 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런 방법도 있다고 머리속에만 넣어둬.

둘째로, 청각에 대해 서술했는데, 묘사 중간 중간 오감에 대한 묘사를 섞으면 보다 천천히 상승하는데 도움이 돼.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도 좋고.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할 경우 상대적으로 자기를 자극하는 대상에 대해서 시각이 예민해지고 청각, 후각에 대한 반응이 먼저 둔해지기 마련이지.
역으로 후각이나 청각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면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지언정 완전히 공황에 빠진 상태는 아니거나 기대가 뒤섞인 기분좋은 긴장감을 연출하고 싶을 때 유용해. 성적 긴장감의 고조를 보다 완만하게 만들고 싶다면 이런 방법도 염두에 두는게 좋아.


마지막으로 행동문에 대해서는 짧게 설명할텐데, 이것도 바로 위에 언급한 ‘성적 긴장감의 고조를 늦추는’방편의 하나라고 여기면 좋아. 빌드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고.

필연적으로 행동문을 나열하다보면 전개가 빨라져.
클라이막스 부분만을 머리에 두고 쓰다보니 거기까지 가는 시간을 아끼려고 하거나 구체적인 디테일이 떠오르지 않아서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지점까지 스킵하듯 행동문을 나열해 버리거나 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지.

이럴 때 빌드업을 찬찬히 진행하고 싶으면 행동문 뒤에 해설이나 서술을 끼워넣는 것도 방법이야. 엄밀히 말하자면 행동문 자체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 행동문의 고삐를 잡는 방법에 대한 설명인데 [인용7]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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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7]

한숨처럼 내뱉고, 용은 바닥에 엎드렸다.
날은 많이 따듯해졌지만 해풍의 냉기를 머금은 바닥의 공기는 여전히 차다. 잔잔한 해면 위를 미끄러져온 바람이 피부를 쓰다듬자 그녀의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런데도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못할 만큼 용은 흥분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쿵쿵 뛰는 심장이 끊임없이 고막을 두드렸다.
짐승처럼 손과 무릎으로 바닥을 기어간다. 그녀가 팔을 내딛을 때마다 갑갑하게 죄어든 상의에서 옆으로 삐져나온 가슴이 출렁거렸다. 하체를 가린 천조각들은 그녀의 몸을 숨기는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고 스커트는 허리춤에 장식품처럼 늘어진 채 하늘거리는게 고작이었다. 두 발로 걷는 동안에도 잔뜩 먹혀든 팬티 너머로는 젖어서 벌겋게 달아오른 속살이 비쳤다. 그 위에서 항문은 끈이나 다름없는 하얀 선에 반쯤 가려진 채로 움찔거리고 있었다. 용조차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상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녀 뒤에 점점이 남아있을 체액의 흔적까지도.
사령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은 것 같았다. 용이 서두를 때마다 목줄이 당겨지며 그녀를 제지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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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엎드렸다.’는 행동문이지.
그 뒤에 무용이 바닥을 바로 기어가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해풍의 냉기나 소름에 대한 서술로 넘어가. 그러면서 카메라가 멀리 빠져서 지금 무용이 어떻게 보이고 있을지, 그녀의 속마음이 어떨지에 대한 서술로 넘어갈 수 있게 되지.

행동문을 두 번 이었다면 두 문장으로도 끝낼 수 있는 장면이야. 그러는 대신 긴장감이 고조되는 속도를 늦추면서, 디테일과 상상력을 뽑아낼 수 있게 되었지.
진행이 너무 급격하다 싶으면 글 쓰는 머리속에서 그 장면을 새가 되어서 내려다본다고 상상하면서, 부자연스럽지 않게 서술을 덧붙이거나 카메라를 멀리 뺄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고려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