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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요정 마을 쪽은 엘븐이 받은 마지막 무전 그대로 맥빠질 만큼 간단하게 해결되었어.

주민 중 상당수가 비전투인원에 가까웠다- 는 점도 물론 있긴 했지만, 그런 전력을 따질 필요조차 없을 정도였지.

가능한 한 비무장처럼 보이는 복장으로 접근해, 재빠르게 세뇌 해제 장치 (모양은 귀걸이를 잘라내는 플라이어처럼 생겨서 영 폼이 안 났지만)로 귀걸이를 제거하기만 하니까 적대 행위라는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한 것 같거든.

로버트가 실험을 멈춘 이후 마을에는 관심을 끊었다고 해서 혹시나 하고 시도해 본 거였는데 정말 정통으로 통했지.


- 위장 목적으로 수영복을 받는다니, 모양새가 안 나는데.

- 그렇게 좋아해 놓고 이제 와 투덜거리는 척 해봐야 소용 없어, 칼리스타.

- 별로 좋아한 적 없거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을 투입은 아머드 메이든이 전담하고, 스틸라인은 세뇌가 풀려난 주민의 안정을 도운 후 대피를 유도하는 식으로 분담한 것도 별 의미는 없을 만큼 평화로웠어.


- 여러분 덕분에 살았네요~

-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간 님.


그 후에 있었던 리더 - 세레스티아와의 대화도 무난하게 진행되었어.

저항군에 합류해달라는 제안도 선선히 받아들여줬고.


- 오르카 호에 승선하는 건 전투원으로 활동할 사람이면 충분하니까, 세레스티아는 남고 싶다면 남아도 좋아.

 철충과 적대적인 AGS는 최대한 제거하고 출항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적이 나타날지도 모르고.

- 섭섭한 소리 마세요~ 제 목숨을 내놓아도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는걸요~


붕 떠 있는 듯한 목소리와는 정 반대로 절박하기까지 한 내용이 이번 사태에서 세레스티아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를 대변해주고 있었지만, 사령관은 굳이 지적하지 않기로 했어.


- 사령관님. 마을에 있는 주민 전원의 세뇌가 해제되었지 말입니다.

-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일을 완전히 끝마친 후에 다시 해보기로 하자.


이제 남은 건 로버트의 연구실이 자리한 섬의 북쪽 뿐.

마을의 해방에서는 정말 아무런 소모도 없다시피 했고, 현재의 전력이라면 설령 야생 타이런트를 상대하더라도 쓰러뜨릴 자신이 있었으니 절호조도 이런 절호조가 없었지.

없겠지만.


- …….

- 뭔가 근심이 있으신 것 같네요-? 안아드릴까요?

- …아니, 괜찮아.


'감'이라고 얼버무릴 필요도 없을 만큼 사령관은 현재의 상황이 수상하다고 느끼고 있었어.

마을 주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거야 A.I. 특유의 경직성 때문이라고 쳐.

하지만 첫 정찰에 비해, 마을 주변의 AGS의 수가 다소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건 과연 착각일까?


결전을 대비해 신뢰할 수 있는 전력을 끌어모은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일 거라고, 사령관은 생각했지만.


- 사령관님! 큰일 났어!


안타깝게도-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들어온 스프리건의 보고는 자신의 우려가 최악의 방향으로 맞아 떨어졌음을 알려주게 되었지.


*   *   *


한편, 리제는 의문이 확증으로 변해가는 상황에 처해 있었어.


- ……좋지 않군요. 조금 더 밀도가 늘었습니다.


여전히 이쪽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AGS들이 주변을 포위하듯 하나둘 늘어나고 있었거든.


- 으으~! 이대로 휩쓸리는 건 사양인데. 차라리 한 지점을 돌파하는 게 낫지 않을까?

- 상대가 통신과 동시에 판단할 수 있는 A.I.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기다렸다는 듯이 조여오겠죠.

- 제 홀로그램으로 속이는 건…….

- 야생 타이런트처럼 행동 패턴이 간단하면 모를까, 실체가 없는 한 제대로 된 탐색용 AGS의 센서까지 속일 수는 없겠죠.


아직은 계속 숨어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이 다시 나온 건 어쨌든, 리제로서는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어.

작전 단계에서 다른 멤버가 우려한 것과는 달리, 리제는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현재는 괌에 없는 데다가 어디까지나 로버트의 행동을 관전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으니까.

결국 자신을 노리는 건 오메가의 심술이 아니라 로버트의 판단이라는 건데, 그 인간에 미쳐버린 A.I.가 그럴 이유가 있나?


- ……써니가 저한테 리제 님의 홀로그램을 씌우면 잠시나마 AGS를 속일 수 있지 않을까요?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스노우 페더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꺼내는 바람에 그 의문을 잡고 있을 여유는 단번에 날아가 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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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업 오기 전에 철탑에서 자원 땡겨두려고 각잡고 등반했더니 조금 늦었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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