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추천 문학입니다.

시점은 멸망 직후부터 시작합니다.

폭력적이고 잔인함으로 내성이 없다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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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XXX년 07월 13일

펙스와 정부와의 연락이 완전히 끊어진지 한 달째... 이 좁은 등대에서 갇혀지내다보니 미칠 것 같다...


아직 정신줄이 남아 있을 때 기록을 남긴다...


왜냐하면 나와 같이 지내는 LRL 개체가 미쳐버린 건지 내 새끼손가락을 잘랐기 때문이다.

그냥 외로워서 다가갔을 뿐인데 인간인 나를 위협했다...

LRL이 치료는 해줬지만 의료설비가 없었기에 내 잘린 손가락이 아직도 욱씬거린다...


바이오로이드가 왜...? 어차피 원래라면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 나와의 페어링도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끊어졌기 때문이라 그런 것 같다...

두달전까지만 해도 서로 친했던 것 같은데... 왤까...?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 뒤로도 LRL은 나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대한다...

허튼짓하면 도끼로 토막낼거라든지, 제발 자기 말을 들으라던지, 인간인 나에게 계속 명령조로 위협했다.


나도 죽고 싶지 않기 때문에 LRL의 말을 듣고는 있지만 이건 말도 안된다...

하지만 근무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내 명령권이 사라졌기 때문에 LRL에게 그만하라고 할 수도 없다...


계속 기약도 없이 등대 안에 있는 것도 지옥 같은데 고작 꼬맹이 바이오로이드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야 하다니...

이건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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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XXX년 8월 16일


눈을 떠보니 몸 전체가 묶여 있었다.

LRL은 분노에 가득찬 얼굴로 내 거시기를 찼다.


죽을 만큼 아팠다.

차고 또 차고 계속 차고 내가 똥을 지리고 거품 물고 쓰러질 때까지 찼다.

또 내가 뭘 잘못했나보다.


그 뒤로 나는 LRL에게 철저하게 관리 당했다.


지금은 나를 등대 밖에 있는 말뚝에 묶어놓고 낚시를 시키거나, 자신이 밖에서 일할 때는 똑바로 일하지 않으면 또 그때처럼 거시기를 차주겠다며 으름장을 놓다보니 나도 매번 할 일만 하고 엎드려 있는 게 일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오늘도 LRL에게 인간쓰레기, 구제불능, 개자식 같은 소리를 들어가며 잘못했다고  자기 전에 잘못했다고 비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지금은 나도 살기 위해서 이러고 있지만 여기서 탈출하는데에 성공하면 반드시... 반드시 저 LRL를 쳐죽여버릴거다...

안그래도 지옥같은 상황을 더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저 LRL은 분명 결함품이다... 그러니까 죽일거다...


탈출만 하면 죽일거다... 내가 당한 거에 몇 배로 갚아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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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12-1번 LRL 이니?"

"네! 인간님은 저랑 같이 이 등대를 관리하는 인간님이죠?"

"어, 한달간 서로 잘해보자."

"네!"


내 이름은 '12-1번 LRL', 50여년 간의 사용 연식을 다 채워서 이제 등대 관리 바이오로이드에서 은퇴하고 사회봉사를 위해서 사용될 것이다.

인간님들은 한달에 한번 보급할 때마다  바뀌시는데 지금까지 300명이상 인간님들과 같이 이 등대를 관리했다.(가끔 왔던 분이 또 오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이분이 마지막으로 보는 인간님이다.

나도 내 집같은 이 등대에서 나가야한다니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나는 평소대로 인간님에게 주방, 침실, 화장실, 서재 등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나도 다음 LRL에게 인수인계를 위해 이 등대에서만의 특이사항등을 종이에 한 줄씩 쓰면서 잠든다.


저번 인간님은 계속 심부름만 시키고 일도 제대로 안해서 힘들었지만 이번 인간님은 아닌 것 같다.

모르는 것도 계속 물어보시고 계속 컴퓨터 앞에서 업무나 메신저를 통해 육지에 있는 인간님들과 대화하기도 한다.


서로 같이 보급품을 까먹고, 배가 안 들어오는 날은 보드 게임이나 컴퓨터, 콘솔 게임으로 시간도 보내고, 나는 이 근방에 배가 지나가는 날마다 라이트를 쏜다.

그리고 서로 등대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이 모든게 일상이나 다름 없다.

이제 나도 50년간의 이러한 일상과 내일이면 작별해야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내일이면 등대와도, 아저씨와도 작별해야한다.



/








"아... 안돼... 안된다고...!!! 오늘 집에가면 내일 여자 친구에게 프로포즈 하기로 했단 말이야!!!!"

"이... 인간님 진정하세요..."

"진정하게 생겼어!!?!? 너야 속편한 바이오로이드니까 모르겠지만!! 나는 내 인생이 걸린 일이란 말이야!!!"



다음 날, 펙스 동남아시아 지부와 해당 나라 정부 부서의 연락망이 끊어졌다.

그리고 해가 질때까지 한 번도 배가 오지 않았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전쟁이라도 났나? 아니... 전쟁이 일어나도 정부 관련 조치는 받는다...

예전에 일어났던 연합 전쟁 때도 그런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는 3달간 보급을 받지 못해 죽기 직전까지 간적도 있지만 다행히 전쟁이 끝나자마자 순차적으로 보급 받아 겨우 살아난 적이 있다.


그러니 별일 없을거다... 분명 급한 일 때문에 우리를 돌보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님... 괜찮을 거에요... 예전에 연합전쟁 때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곧 저희를 구하기 위해서 배가..."

"닥쳐!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우물안 개구리처럼 지내던 네가 뭘 알아! 당장 보급도 없고 무선도 먹통이고 인터넷도 먹통이고 이게 뭐야! 아 진짜!!"


40년 전에 나라면 분명 이 상황에서 인간님처럼은 아니더라도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는 걸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나는 기다리면 된다...


어차피 연락이 될 때까지 기다릴 뿐이고 당장은 밤에는 내가 등대 위에서 수백바퀴씩 돌면서 모든 방향으로 배가 오는 지 확인하면되고 낮에는 서로 반대 방향에서 계속 배가 오는 지 확인하면 될 것이다.


내 모듈에서도 이미 50년 분량의 비상 사태시 해야할 일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걱정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인간님이 걱정된다.

그래도 당장은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본 여러 인간들도 다들 며칠간은 저렇게 행동해도 현실을 인정하고 살아남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





"혜진아... 제발... 제발... 연락해줘... 제발... 너도 연락 안하면 나 죽어... 진짜 죽는다고..."


여전히 인간님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이미 일주일 째인데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 서재에 가서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들이 있나 찾았다.

매번 보급때마다 책을 추가로 들이거나 낡은 책을 일부 수거한다.


그러니 인간님을 위한 책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한 권 찾을 수 있었다.

'혼자 있는 게 외로울때.' 라는 책이라 하는데 지금의 인간님은 나에게 제대로된 명령을 내릴 수 없다.


그러니 나라도 이 책을 보면서 인간님의 멘탈을 케어해줘야할 것이다.




...



그렇게 한달 동안 남는 시간을 써가며 도움이 될법한 책이란 책은 전부 봤다.

그러다 전전 인간님이 몰래 들인 책도 우연히 찾았는데 야한 책이었다.


건방진 어린아이에게 굴복당하다는 성인 남성 만화책이었는데... 그 인간님은 유독 나와 스킨쉽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

그래도 내가 보았던 인간님들 중에서 유독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글쎄...


다만 인간님의 상태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원래라면 낮에는 서로 반대방향을 지켜보며 확인했겠지만 한달하고 일주일째... 인간님은 아직도 일어나지 않으신다.

그래서 밤에도 낮에도 계속해서 나 혼자서 바깥을 지켜보고 빨래도 청소도, 식사 준비도 전부 내가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좀 지친다...

내 모듈에는 인간님이 업무를 하지 못할 때에 대비해 해야하는 행동들이 입력되어있다.


아까까지 하고 왔던 '무한 등대 돌기'나 내부 CCTV선을 바깥으로 보이도록 설치 후, 주로 배가 오는 위치에 두어 내부에서 활용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LRL 개체 혼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다.


"하아... 하아..."


허나 이미 원래 업무 기간에 2배를 넘었다.

그래서 배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방향으로 외부 CCTV를 돌려놓은 체, 특정한 움직임이 파악되면 소리가 나도록 세팅해두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오래 일하기 위해서라도 의자에 앉아 잤다.

CCTV에 이상한 게 잡히면 바로 소리가 나니까... 어서 피로를 풀어야겠다...







.

.

.







"야이 미친새끼야!!"


[퍽!]


"어...? 아팟... 인간님...?"


[퍽!]



"으그윽... 그만..."


[퍽!]



나는 맞으면서 깨어났다.

영문도 모른체 맞으면서 깨어났다.


"어서 빨리 배 오는지 확인이나 하라고!!! 여기서 쳐 자고 있다가 배 오면 어쩌려고 그러는거야!!"

"하... 지만... 이미 한달 넘게 혼자서 계속 관리하느라 피곤..."


[퍽!]


"넌 원래부터 그게 일이잖아! 계속 그렇게 쳐 가만히 있을거면..."




인간님은 바지를 벗었다.


"이... 인간님...?"


인간님은 내 양팔을 꽉 붙잡았다.

너무나도 무서웠다.



[찌이이익!]


인간님은 내 치마를 찢어버렸다.


"하지마...!"

"닥쳐!!!"


그리고 팬티 안에 있는 인간의 생식기가 부풀어오르는 걸 보았다.


"히익...!"

"가만히 있어!!"


난 지금 나를 속박하려는 인간님의 말을 따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처음에 말했던 대로 페어링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회사를 따라야하는 몸.

재물손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해야만 했다.


[지이이잉!!!]



"으악!!!!! 내눈!!!"


나는 왼쪽 눈에 내장된 라이트 건을 최대 출력으로 발사했다.

처음 정통으로 빛을 맞은 인간님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가만히 있...!"


[지이이잉!!!]


등대급 광원이라면 눈을 어디로 돌려도 실내라면 눈이 멀어버릴 것이다.

인간님은 인상을 쓴체 눈을 비비면서 뒷걸음질 쳤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해야할 행동이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는 이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벽에 장식된 비상용 소방도끼를 들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먼지가 자욱하지도 않았다.


"흐아아아아악!!!"


소방 도끼의 뭉뚝한 부분으로 인간님의 머리를 내리치려는 찰나.


"이자식!!!"



인간님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마구 팔을 휘젖고 있었고 나는 실수로 도끼를 놓쳤다.


그리고 도끼는 날을 세운체 공중에서 회전했다.



[쯔즉...!]


"아아아아아아악!!!! 내 손!!! 내손!!! 내 손가락!!!!"


그리고 놓친 도끼는 천장에 닿을 뻔 하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인간님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쾅!]



"...!"


인간님에게 위해를 가해서라도 행동을 멈추게 하려고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였다, 쭈그린체로 자기 새끼 손가락을 감싸는 인간님의 머리를 도끼의 날의 옆부분으로 내려쳐 기절시켰다.


[퉁!]


"..."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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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신 안그러겠습니다..."

"..."



인간님은 오른쪽 눈이 완전히 멀었다.

그리고 반대쪽 눈도 시력이 매우 낮아졌다.


병원이라면 고칠 수 있지만 이 등대에 특수한 의료설비는 구급상자가 끝이다.


그래서 인간님은 반대편에서 배가 오는지 보는 일은 못하게 되었다.


결국 내가 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 굉장히 고분고분 해졌다.

내가 해달라는 대로 낚시라도 해서 식량을 확보하거나, 서로 입을 옷을 빨고 널어 놓기, 그리고 내부 청소까지 해주셨다.


"그런데 나도 좀 힘든 데 거들어주면 안돼...?"

"..."


...


"나는 지금 눈도 제대로 안 보인다고... 그러니까 좀 해달라 이거야..."


...


"혜진아.....!!!!! 나 죽을 것 같아...!! 아아아악!!!"


그떄 뿐이었다.

인간님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고, 나도 인간님을 죽게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했지만 인간님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고 서로 분담하기로 한 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낚시도, 세탁 및 청소도 전부 내가 하고 있다.

대신 그때처럼 내가 원래 해야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간님이 폭주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그래도 인간님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계속 주기적으로 감시했다.


...그리고




"인간님!!! 거기서 뭐하시는 거에요!!"

"혜진아... 나... 먼저 간다... 갈거다..."


인간님은 등대 위로 올라가서 안전 바 밖에 있었다.

명백한 자살 기도 였다.


"나 떨어져 죽을거야!!!!"

"제발...! 제발 그러지 마세요!!"

"내가 죽겠다는게 뭐!"

"어? 저기 배가 왔어요! 배! 배에요! 어서 내려오세요! 우린 살았어요!!!"


나는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애초에 눈이 잘 안보이는 인간님에게는 무조건 먹힐 거짓말이었다.


"진짜...!?"

"네! 진짜에요!"


인간님이 다시 건물 안쪽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자 나도 재빨리 등대 안으로 들어갔다.


"응답 바람...! 응답 바람...!! S.O.S! 여기는 12-1등대! 빨리... 빨리!!!"


바쁘게 무선을 켜고 되돌아올리 없는 답신을 기다리는 인간님을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도끼를 쥐었고.


"뭐야... 응답이 없잖아... 진짜 배 맞아? 저번처럼 쓰레기 섬을 착각한거야? 설마 나한테 거짓말..."


[깡!]


다시 한 번 인간님을 기절시켰다.









/









나는 등대 문을 닫을 때 쓰는 쇠사슬을 때어와 인간님의 허리에 채워놓고 건물 안에서만 행동할 수 있도록 했다.


다행히 쇠사슬 자체는 여분이 많았기 때문에 화장실까지도, 그리고 식량 확보를 통한 낚시또한 시킬 수 있었다.


"..."


인간님은 이제 말 한마디 안한다.

그리고 이따금 내 말을 아예 무시하기 까지 한다.


아무리 말로 다독여도 인상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 나는 도끼를 든다.


"하라고요...! 탈출하고 싶으면 일이라도 하란 말이에요!!!"


[쾅!]


나는 도끼를 바닥에 내려서 인간님을 위협했다.

인간님은 그때서야 내 말을 들었다.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때리지 마세요...!"

"..."


그렇게... 잠시 내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서재에 갔다.

서재로 가기 위해 나선 계단을 밟고 올라갈 때마다 발 걸음이 무거웠다.


"..."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기 싫다.

인간을 위협하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까지 심한 짓을 해야하는 이유가 뭐지?


나는 잘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까지 해서 인간님을 살리기는 게 마땅한 일인가...?

나는 언제까지 도끼를 앞세워서 인간님을 겁줘야 하지...?

그리고 인간님은 언제쯤 되면 정신차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하냐는 말이야...! 


차라리 그때 말리지 말걸... 인간님 자살하려 할 때 막지말 걸...

그떄 인간님이 죽었으면 내가 계속 이렇게 행동하고 있었을까...?



"난...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하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서재에 도착했을 때 쯤, 전전 인간님이 놓고간 책이 보였다.

서재는 살아남는데에는 하등 쓸모 없는 방이라 인간님의 멘탈 케어를 위한 방법을 찾는답시고 책을 볼 때 말고는 들어간 적이 없다.


"..."


그림만 봤을 때는 어린 아이가 저항하지 못하는 인간 남성을 때리고 거시기를 발로 차면서 서로 키스하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나도 이런 극한 상황에서 저런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할 일도 없어서 스토리를 제대로 보았다.

표지에 있던 성인 남성과 여자아이는 서로 선생님과 학생 관계인데 선생님이 학생들 생활기록부로 자위하다가 학생에게 들키고 그 학생이 그것을 휴대폰으로 찍은 다음 선생님을 협박하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화장품을 강제로 구매하게 한다거나 비싼 음식을 사게 했고 여자아이가 가출 했을 때는 선생님 집에서 자기도 했다.

그리고 마냥 변태 쓰레기 인줄 알았던 선생님도 사실 불쌍하다고 느껴질만한 사정이 있었고 여자아이는 연민을 느꼈다.


여자아이는 선생님이 자기에게 의존하게끔 하기 위해 자존감을 깔아뭉갰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남성의 거시기를 가지고 놀면서 남자를 함락시키고 여자아이는 그런 선생님을 매도하면서 서로 진정한 연인관계까지 성장한다는 내용인데...


더럽다.

야한 책을 처음으로 제대로 본 감상은 더럽다는 것이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는 게 나의 평이었다.


그래도 내용 자체는 제대로 정독하느라 벌써 날이 저물었다.

생각보다 분량도 많았고, 그냥 러브코미디 스러운 화도 있어서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진이 빠진다. 

어차피 또 생선으로 요리할 기운도 없으니 참치캔으로 먹자고 말하려고 다시 주방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인간님이 없었다.


"인간님...?"


어차피 쇠사슬 때문에 허튼짓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양동이에는 오늘 잡은 것으로 추정되는 생선들과 탁자 위에는 가지런지 정리해둔 빨랫감이 있었다.

내부도 깨끗하다.


적어도 내말 듣고 오늘 치 일은 제대로 한 것이다.


'그러면 쇠사슬이 바깥으로 나가있는 걸 보니 아마도 화장실에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밥 먹으라고 말하려고 찾아가니...


"하악... 흐으윽... 하아악..."


불길한 소리가 쇠사슬에 의해 닫히지 않은 화장실 쪽에서 들려왔다.


[탁탁탁탁탁탁탁탁]


"인간... 뭐하는..."

"싼닷...!"





아까 봤던 그대로다.

성인 남성이 생활기록부에 있는 애들 사진으로 자위하다 걸린 그 상황.

만화속 여자아이는 사진으로 찍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흐~응? 선생님? 설마 어린아이들 사진으로 딸치고 있었어요...? 진짜 최.악.'


웃음기가 가득했던 여자아이? 그딴 건 말도 안된다.

지금 내 표정은 두려움으로 가득찼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인간이 바지를 내렸을 때를 잊지 못한다.

내 팔을 붙잡고 나를 붙잡고 때린 걸 잊지 못한다.



"어...?"


인간은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다는 식으로 있었다...


[지이...]


"저... 정리할게...요..."

"..."



[이잉.]


화장실 바닥을 더럽힌 것 때문에 혼날거라 생각한 걸까.

뒤늦게 청소하려는 시늉을 보이자 나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주방에 까놓았던 참치캔을 들고 서재로 갔다.

거기서 나 혼자 먹었다.

눈물이 난다.

그때 도끼를 들고가지 않았었다는 사실에 미칠것 같다.


괜히 그때가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화장실에 있는 인간에게 또다시 최대출력으로 라이트건을 쏠뻔했다.


"흐으윽... 흐으윽... 아아아... 으아아아앙...!"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다고 나 자신에게... 너무 소흘했던 것 같다.


나도... 저 인간도 살리기 위해서... 최대한 아무짓도 못하게 만들어야겠다.









/




그리고 결국 또 다시 일이 벌어졌다.

빗물로 샤워하고 있던 도중... 화장실에 인간이 들어왔다.


그것도 알몸으로. 도끼도 없는데.






"이... 이... 이씨발련아!!!"


하지만 바닥이 미끄러웠기 때문일까.

그래도 나자빠진 인간은 스스로 벽에 머리를 박아 기절했다.


"..."



나는 이제부터 이 인간을 구제불능이라 칭하기로 했다.






/




"어...?"



나는 창고에 있던 밧줄로 인간의 팔다리를 그 만화에서 본것처럼 묶었다.

거시기만 덜렁거리고 아무것도 못하게.



"이 씨발 좆같은 새끼야!!!!"



[팍!]


나는 힘껏 구제불능의 거시기를 발로 찼다.


"허어어억...!"


구제불능은 잔뜩 인상을 쓰며 몸을 뒹굴었다.


지금까지 이러지 않은 게 후회됐다.

인간들은 훈육할 때 체벌이 병행되지 않는가?


[팍!]


"아아아아아아악!!!!!"


다신 그런 짓 못하게 하려면 이렇게 해야한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잘라버리고 싶지만 전에 잘린 손가락을 치료하는데 구급상자에 있던 소독약을 다써버렸다.


그 상태로 잘랐다가는 죽을 테니 죽지 않을 만큼만 때려줄거다.

이건 절대로 폭행이 아니다.


정신 못차리는 인간을 정신차리게 할때 뺨을 때려서 정신을 차리게 하지 않던가?

이건 훈육이다.

이 인간은 제대로된 훈육을 받을 자격이 있다.


절대 폭력이 아니다.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의료 행위'다.


"버러지! 쓰레기! 인간! 망할놈!"


[팍!]


"끄으으으으으윽!!!!!!!!!!!!"


나는 만화에서 보았던 말들과 내가 생각하기에 욕설처럼 느껴지는 말들을 쏟아냈다.


"좆 같은 놈! 하아아... 나 없으면 진작에 죽었을 놈!!! 자기 밖에 몰라!!!! 나는 안 힘든 줄 알아!!!"

"허어어어어어................"


구제불능이 정신을 못차린다.


"난 계속해서 살리려고 노력하는데!!!!"

"흐어어어어......"

"넌 왜 알아주질 않는거야!!!!!"


"다음에 또 그러면 잘라버릴거야! 어! 이거 보여!? 안보이냐고!!!!"


나는 도끼 날을 세우고 일부러 계속해서 구제불능에게 빗맞게끔 바닥에 내려쳤다.


[쾅!]

[쾅!]


"굴러서 엎드려! 엎드려서 빌어!!!"


[쾅!]


"빌라고!!!!"


구제불능은 아직도 내가 여러번 발로 찬 거시기 쪽으로 몸을 꼬았다.


"조송...합니다...죄송합니다... 흐윽...우읍... 제성... 합니다..."


내 마음이 깨질 것 같다.


"하하하... 하하하하!!!"


"흐으윽... 하하하하하하하!!!!"


"그윽... 흐으으윽...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최대한 사악하게, 절대로 나에게 거역할 마음도 안나게 끔.

동정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흐흐흐흐흐흐흑...!"


제발 나를 나쁜 놈이라 생각해줘.

감정을 추스르고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자는 이미 거품을 문체 기절했었다.


"흐아아아앙...!!! 흐아아아아아아... 하하하..."

















/








인간이 죽었다.

나 때문에 죽지는 않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은 듯이 잠들더니 죽었다.

그전부터 악몽을 꾸는 것처럼 잠을 설쳤는데 결국 죽었다.


그 일이 있기 전에 나는 인간을 향해 소리지르고 비아냥거리고 나에게 복종해야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머리카락을 잡고 빙빙 돌리고, 네 발로 기게하고 발로 차서 넘어뜨리기도 했다.


바닥에서 식사를 시키거나 가끔씩은 어거지로 트집을 잡아 밖에서 자게 했다.




이게 내가 지키려고 했던 인간과의 마지막 기억인가?

어떻게든 살리고 싶는데...



...

...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왜 죄송한거지...?


난 최선을 다했는데...









/




"알파, 저 등대 꽤나 쓸모 있을 거 같지 않아?"


나는 레모네이드 알파에게 중요한 전략거점이 될만한 위치를 골랐다.

알파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특별해보이는 위치는 아니에요, 하더라도 인근 섬지역들을 완전히 점령한 후에나 유용해질 것 같아요 주인님."

"그래? 그러면 그때를 위해 지금 정찰을 보내자."

"예, 스트라이커즈들에게 출동을 명령하겠습니다."



/



직접 찾아가보니 생활의 흔적이 가득한 무너지기 직전의 등대였다.


더 일찍 올걸.

좌우좌 같은 아이가 또 있었구나.


그 아이도 좌우좌 같은 고통을 느꼈을까, 등대 내부에는 며칠은 굶은 듯한 LRL 개체가 있었다.

다행히 살아 있었다.

비축 식량을 최대한 아껴서 먹은 듯하다.

부러진 낚시대나 음식물 쓰레기를 뭍어놓은 구덩이등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아이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이제 괜찮아."

"죄송합니다..."

"괜찮아."

"..."


그저 죄송하다고만 말하는 이 아이를  오르카호에 데려갔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철충과의 싸움에 동원되겠지만, 요안나에게 자리를 하나 마련해달라고 말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영양제와 숙면, 그리고 제대로된 식사를 대접하자 이 아이, 이하 '좌우좌 2호기'는 3일만에 처음으로 웃었다.

2호기가 겪은 PTSD의 정도에 따라 오르카호 내에서 미리 케어해준 다음 요안나 아일랜드로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당장은 내가 직접 찾아갔다.


"히히히... 흐흐흐이이익..."


생각보다 음흉하게 웃는다.

순간 테티스가 생각났다.


"흐흥... 나한테 무슨 볼일있어?"

"식사는 괜찮아?"

"왜? 맛있으면 고맙다고 말하게 하려고...? 그거 참 고맙습니돠~ 네~ 고맙숩니다~ 이렇게 말하길 바라면서 연심이라도 얻길 바란거야? 응? 진짜?"

"으으음?"


하지만 뭔가 달랐다.

테티스에게 꿀밤을 3000대 쯤 때려봐서 감으로도 알 수 있다.

저건 진심이 아니었다.


"다른 대원들에게 들었어~ 유일한 인간이라 대접받고 사니까 좋지~? 나도 이렇게 가슴 모아보면 그럴 듯 하지 않아? 으응?"

"으으음..."

"여기 딱봐도 섹스촌이잖아~ 내 머리만한 가슴달고 다니는 바이오로이드에다가 다 벗고 다니는 데 그런 취향이야? 그럼 나도 이렇게 슬쩍 보여주면 좋아해? 응?"


2호기는 좌우좌에게 빌려 받은 LRL용 보급품에 들어간 LRL의 복장을 입고 자신의 가슴골을 보여주려고 옷을 마구 늘렸다.

저러면 옷이 망가질텐데...


"칫. 뭐야? 왜 아무 반응도 안해? 설마... 아하! 이미 한 발 빼서 그렇구나?"

"그만해..."

"하긴 나처럼 야하고 막 강간하고 싶어지는 바이오로이드랑 이야기하려면 맨날 혼자서 해결해야겠지?"


방금 건 조금 화난다.



"인간들은 다 페도필리아야 흐흐흥... 내 발이나 핥아주면 한 번쯤 못해줄 것도 없는데~ 예.비.강.간.마.~ 그럼 지금 벗어볼테니까 어서..."


[딱콩.]




"그만해."

"아... 아아아... 아아..."


정상적인 대화 자체가 안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꿀밤보다 약하게 손가락을 튕겨서 때렸다.

아까까지 우쭈쭈거리던 입은 갑자기 멈춰졌다.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죄송합니다..."


2호기는 마치 처음 데려왔을 때와 같은 눈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흐느꼈다.


의자에서 일어나서 바닥에 엎드리고 양손을 비비기 시작했다.


"흐흐흐... 하하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발... 제발... 어떤 벌이라도 꾹 참을테니까 제발... 히히히... 히히히힉... 제발...  히히히히... 죄송합니다..."

"저기... 괜찮아? 갑자기 왜 그래?"

"살... 살... 살... 죄송합니다... 흐흐흐... 죄송합니다... 맘대로 해주세요... 흐흐흐흐흐흑... 죄송합니다..."


2호기는 갑자기 울면서 웃기 시작했다.


"닥터! 2호기좀 데려가!"

"살...살... 살... 살... 살... 살... 살... 살... 살... 살...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하하하하하... 흐헤헤헤헤.... 헤헤헤헥... 케케켁... 켁켁켁..케엑... 하아아아악... "







/




닥터는 2호기에게 바이오로이드 용 진정제를 투여하였다.

그러자 2호기는 좌우좌와 헷갈릴 정도로 곤히 잠들었다.


이후 자고 있는 2호기의 모듈에 저장된 기억들을 살펴보았다.

100년 이상 좌우좌보다도 긴 시간을 등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좌우좌의 성격도 등대에서 100년 가까히 격리된 것에 대한 반동으로 이러한 성격이 된 것인데, 2호기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으로 보아하니 2호기는 인간 남성과 함께 갇혔던 것으로 보인다.


아까 말한 강간마니, 페도필리아니 하는 말은 그 남성들에게 강간당할뻔 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고

인간인 나에게 일부러 건방진 태도로 말하는 건 혼나고 싶어서 인것 같다.


나를 휘어 잡으려고 선을 타는 테티스하고는 달랐다.

테티스는 나와 가까워지기 위해 하는 행동이지만 2호기는 자신이 나쁜놈이 되어 마땅히 벌을 받아야할 놈이 되기 위해 나에게 일부러 좋지 못한 태도로 말하는 것 같다.


혼나기 위해 혼날짓을 한다니... 씁쓸한 일이다.

아마도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인간 남성을 살리기 위해 본의아니게 위해를 가했고, 인간 남성의 행동이 갈수록 심해지자 욕설과 폭력, 자존감 깎아내리기 등을 하기 싫은 데도 억지로 하다가 결국 휩노스 병에 죽어버렸는데, 결국 자신에 대한 업보라 생각해 이에 대한 벌을 받기 위해 현재 유일한 인간인 나에게 일부러 밉보이려 한다... 가 이 아이가 이런 태도로 나와 대화하는 이유 같다.


당장이라도 괜찮다고, 이제 끝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오빠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할거야?"

"일단 테티스한테 잘 케어해달라고 해줘."

"굳이 테티스 언니한테?"

"응, 어차피 내가 케어해줘도 당장 2호기에게는 굉장히 불편할 테니까."

"응 알았어 오빠, 그런데 왜 테티스 언니한테?"




/




그 뒤로, 좌우좌 2호기는 테티스와 지내게 되었다.

처음에 호라이즌의 내무반에 들어간 이후, 테티스가 먼저 속성이 겹친다며 으르렁거렸지만 사정을 알게 된 후에는 자기 여동생인양 대해준다.

생각보다 많이 친해져서 그런지 머리도 진짜 자매처럼 금발로 물들이고 트윈테일로 묶었다, 다행히 테티스 이외에도 여러 대원들이 나에 대해서 좋게 말해줘서 최근에는 우연히 눈을 마주쳐도 밝게 웃어준다.


물론 테티스랑 같이 지내게 해서 그런지 어휘력은 더욱 천박해졌으며 표정은 순수해졌는데 하는 말이 천박한 이상한 메스가키가 되었다...


'사령관이 나와 거리를 두는 것도 나를 보고 언제 흥분할 지 몰라서 뒤로 숨는 거라 생각하니까... 그런 섬세함이 느껴져서 정말 좋아...'


'테티스 언니한테 물어보니까... 사령관님은 가슴 큰 바이오로이드들을 좋아한다며? 그럼 안전할 테니까 가끔 사령관 위에 앉아도 될까...?'


'사령관은 좋은 사람이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리가 3개면 안정적이라고... 닥터 언니에게 이 말하니까 빵 터지던데? 왜...?'


'여기에 있는 LRL은 슬픈 과거가 있었구나... 처음부터 혼자였다면 도대체... 어떻게 버틴거야...?'




'그런데 나... 이렇게 행복해도 돼...?'






...

계속 2호기라고 부르는 것도 좀 그러니... 이름을 붙여줬으면 하는데... 뭐로 정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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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썼다...

오르카호의 좌우좌가 메스가키가 되는 내용은 도저히 상상이 안되서 오리지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써보았습니다...


그런데 멸망 전쟁 당시 이미 50년 이상 가동된 연륜 높은 좌우좌에 좌우좌 특유의 중2병 말투가 없다보니까 이게 오리지널 캐릭터지 좌우좌냐? 이런 생각도 들다보니 중간에 엎을까 말까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일단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중2병 메스가키는 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