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이해가 더 잘 될수 있는 이전 이야기 (안봐도 큰 상관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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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눈덮인 숲>

   

   

   

“....”

   

   

“춥군요. 지금은 분명 여름일텐데, 제가 왜 눈밭에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환도도 없고... 일단 걸어봅시다. 걷다보면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겠지요.”

   

   

금란은 눈덮인 숲을 가운데를 거닐기 시작했다.

   

   

“조용하군요. 다른분들은 어디계신건지... 앗, 저곳에서 기척이 느껴집니다.”

   

   

금란은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기척을 따라가던 금란은 숲속을 걸어가고 있는 창백한 피부의 여인을 발견했다.

   

   

“아~ 오늘 날씨 진짜 좋네? 하나도 안추워!”

   

   

“티타니아님? 아니, 티타니아님이라고 하기에는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어라, 언니는 누구야? 처음보는 얼굴인데.”

   

   

“저는 금란입니다. 실례지만 말씀좀 묻겠습니다. 이곳은 대체 어디인지...”

   

   

“우와~ 갓 멋지다! 혹시 타니아가 한번 써봐도 돼?”

   

   

“타니아?”

   

   

“내 이름이야. 한번만 쓰게 해죠~~”

   

   

“네. 한번 써보십시오.”

   

   

“와~ 어때? 타니아 진짜 예쁘지?”

   

   

“...아주 예쁩니다.” (사실 예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적당히 맞춰주다보면 길을 알려주겠지요.)

   

   

“...거짓말이네. 사실은 별 생각 없지만 그냥 상황을 넘기기 위해 예쁘다고 말한거구나?”

   

   

'!!! 어떻게 알아낸거지? 설마 내 생각을 읽은건가?'

   

   

“꺄하하하하하핫! 맞아~ 타니아는 독심술을 써서 언니가 하는 생각을 전부 알 수 있다고~ 지금 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아! 언니는 지금 집에 돌아가고 싶구나! 그러면 타니아의 부탁 하나만 들어줘. 그러면 언니를 집에 돌려보내 줄게!”

   

   

“아... 감사합니다. 어떻게 하면 오르카호에 돌아갈 수 있죠?”

   

   

“내 밑에서 700년동안 일해. 그러면 꿈의 바깥으로 돌려보내줄게.”

   

   

“700년이라뇨! 그리고 꿈의 바깥이라는건 대체...”

   

   

“대강 보니까 언니는 엄청 강한거 같아! 그러니 내 밑에서 일하면 엄청 잘 싸울거야. 음식이랑 돈은 넉넉하게 줄테니까 내 밑에서 한번 일해볼래?”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저는 이미 섬기는 주인이 있는 몸. 두 주인을 동시에 섬길 수는 없습니다.”

   

   

“....”

   

   

(갓을 금란에게 다시 던졌다.)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그거 말고는 길을 알려줄 수 있는 다른 조건이 없습니까? 주인님께서 기다리실겁니다.”

   

   

“방법이 또 하나 있어. 나랑 싸워서 이기는거야.” (화르륵)

   

   

“!!!”

   

   

타니아의 몸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타니아의 주변에 있던 눈들이 질척하게 녹기 시작했다.

   

   

“몸이 불타고있잖아...”

   

   

“언니.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온몸이 숱덩이처럼 불타서 죽는거보다 못한 상태로 700년을 살래, 아니면 내 밑에서 700년동안 일할래?”

   

   

“...당신을 이기고 오르카호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내겠습니다.”

   

   

“꺄하하핫! 언니는 무기도 없잖아. 그런데 뭐로 싸우려고?”

   

   

“무기가 왜 없습니까? 여기 널린게 무기입니다.”

   

   

금란은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 하나를 꺾은 다음 손으로 적당히 다듬었다. 그리고 가지의 끝을 타니아에게 겨눴다.

   

   

“싸우기는 싫지만, 돌아가려면 당신을 이길 수 밖에 없겠군요.”

   

   

“꺄하핫! 고작 그런 나뭇가지로 날 이기겠다고? 꿈도 야무져라~”

   

   

“그럼 어디한번 이겨봐.”

   

   

타니아가 금란을 향해 거대한 불기둥을 날려버렸다. 몸을 숙여서 뜨거운 불기둥을 피한 금란은 신속히 도약해서 타니아를 향해 나뭇가지를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타니아는 금란의 생각을 읽고 공격을 잽싸게 피해버렸다.

   

   

“꺄하핫~ 꿈 바깥에 사는 사람중에서 이렇게 잽싸게 움직이는 사람이 존재한다니~~”

   

   

“꿈 바깥이라는건 대체 뭡니까?”

   

   

“자기가 꿈 바깥 사람이면서 그것도 모르는거야?”

   

   

타니아는 다리에 불꽃을 휘감은 뒤 금란에게 접근해 발차기를 휘둘렀다. 타니아의 공격을 피하면서 틈을 노리던 금란은, 공격이 잠시 멈춘 틈을 타서  타니아를 향해 가지를 찔렀다. 하지만 금란의 생각을 읽으며 잽싸게 피하는 타니아에게는 전부 소용 없는 공격이었다.

   

   

“꺄하핫! 진짜 열심히도 한다~ 그런 느린 속도로는 타니아를 절대 잡을 수 없다고!”

   

   

“계속 공격을 피하신다면... 이방법을 써야겠군요.”

   

   

금란은 한번더 가지를 휘둘렀고, 타니아는 가볍게 피해버렸다.

   

   

“어디로 휘두르른거야? 지쳐서 명중률도 떨어진거야?”

   

   

“당신에게 휘두른 것이 아닙니다. 당신 뒤에 있는 나무를 벤것이지요.”

   

   

“뭐?”

   

   

타니아의 옆에 있던 나무가 갑자기 쩌저적 소리를 내더니 쓰러져버렸다. 그 광경을 본 타니아는 크게 놀라버렸다.

   

   

“뭐야! 어떻게 그 연약한 나뭇가지로 저 큰 나무를 벤거야!”

   

   

“정신을 집중하면 이런 나뭇가지로도 강철을 베버릴 수 있습니다.”

   

   

“무, 무서워... 저기에 베이면 바로 죽겠는데? 꺄악!”

   

   

금란은 타니아에게 가지를 휘두르며 접근했고, 동시에 숲의 많은 나무들은 타니아를 향해 쓰러졌다.  타니아는 여전히 재빠른 몸짓으로 공격을 모두 피하기는 했지만, 금란의 공격이 계속 될수록 점점 더 패닉에 빠졌다.

   

   

‘큰일이야... 내 예상보다 저 자식이 너무 강해... 한번만 공격을 허용해도 치명적이겠어. 게다가 쓰러지는 나무까지 피해야한다니, 아악!’

   

   

타니아는 뒷걸음질을 하며 공격을 피하다가, 쓰러진 나무에 발이 걸려 넘어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금란은 타니아의 목을 향해 가지를 내리찍었다.

   

   

“꺄아아아악!!!”

   

   

“...”

   

   

“...”

   

   

“...뭐야?”

   

   

나뭇가지가 타니아의 코앞에 멈춰있었다. 금란은 타니아에게서 나뭇가지를 거둔 뒤 말했다.

   

   

“제가 여기서 봐주지 않았다면 당신은 죽었습니다. 제가 이긴 것 맞죠? 어서 오르카호로 돌아가는 법을 알려주십시오.”

   

   

“...내가 졌어. 언니가 내 목숨을 살려줬네. 고마워. 집에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줄테니까 나좀 일으켜줄래?”

   

   

“알겠습니다. 아앗!”

   

   

“후후훗...”

   

   

타니아의 손을 잡자 금란의 손은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깜짝 놀라서 금란은 손을 떼었지만, 이미 금란은 손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버렸다. 남들보다 몇배는 예민한 감각을 가진 금란에게 이것은 너무나도 큰 고통이었다.

   

   

“진짜 봐준 사람은 나인거 몰라?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이 숲을 통째로 태워서 언니를 죽일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귀한 인재를 불태우기 싫어서 적당히 놀아준 것 뿐이라고. 그럼 살려준 대가로 내 밑에서 800년동안 일하는거다~”

   

   

“아아아아아... 으으... 싫습니다, 저에게 주인님은 오직 한분....”

   

   

“...나도 이제 질렸어. 나도 내가 싫다는 놈을 노예로 쓰기는 싫어.”

   

   

타니아는 한손으로 금란의 목을 졸라버린 다음 자신의 손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꺄하하, 아파? 비명을 엄청 지르네~ 하지만 난 언니를 지금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어! 언니의 주인이라는 놈은...”

   

   

타니아는 금란의 귀에 자신의 입을 가져간 뒤 무언가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금란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찼다.

   

   

“감히 주인님에게 그런,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하다니, 용서 못해요!”

   

   

“용서 못하면 어쩔건데? 내 손에서 벗어날 수도 없잖아!”

   

   

“허억... 허억... 타니아 여왕님, 여기 계셨습니까?”

   

   

“오~ 쇼콜라! 내가 여기 있는건 어떻게 알고 온거야?”

   

   

“여왕님이 올만한 곳이 뻔하죠. 그보다 지금 큰일났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성을 습격했어요!”

   

   

“뭐? 앨리자베스 그자식은 왜 남의 영역에서 깽판을 치는거야? 얼른 가자. 그새끼 죽이러.”

   

   

타니아는 잡고있던 금란을 눈밭에 던져버렸다. 풀려난 금란은 힘겹게 눈을 떠서 그녀의 부하를 바라봤다.

   

   

“워울프님? 아니야, 말투를 보니 워울프님이랑 똑같이 생긴 다른 분이군...”

   

   

“으악, 악취가 엄청 나잖아? 들고 있던 이거 꿈 바깥 녀석이었습니까? 이게 왜 여기있는거에요?”

   

   

“그냥 숲에서 발견해가지고 잠깐 놀아줬어. 나한테 공격한번 못하고 전부 당해버리더라. 이 녀석은 여기 버려두고가자. 엘리자베스 그새끼를 족쳐버려야지.”

   

   

타니아와 그 부하는 숲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이제 숲에는 화상을 입고 쓰러진 금란만 남겨졌다.

   

   

“...춥고, 너무 아파... 주인님, 저는 대체 어디에 있는건가요....”

   

   

금란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계속 걷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저 가다보면 누군가 구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계속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하얀 숲뿐이다. 추위속에서 너무 오래 걸어서 체온이 너무 떨어져버렸다. 너무 추워서 몸을 움직이는 것 조차 힘이든다.

   

   

   

“아... 주인님... 주인님의 따뜻한 품이 너무 그리워요... 저는 이제... 앗, 인기척이 느껴져!”

   

   

금란은 힘을 쥐어짜내서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걸어갔다. 힘겹게 힘겹게 걸어간 끝에 저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허억, 허억, 살려주십시오! 얼어죽을거 같습니다...” (풀썩)

   

   

“어라, 엄마. 뒤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요?”

   

   

“누구지? 이런 숲에서 누가 있을 리가 없는데.”

   

   

“헉! 저기 누가 쓰러져있어요! 이봐요, 괜찮으세요?”

   

   

“굉장히 특이한 복장을 하고있군...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인가? 앗, 악취가... 이녀석 꿈의 바깥에서 온 녀석이야! 얼른 살리자!”

   

   

“헐... 몸이 너무 차가워요! 설마 죽은건 아니겠죠?”

   

   

“아직 심장이 뛰고있어. 네이카, 일단 몸좀 녹이게 불부터 피워봐. 이런... 몸에 큰 화상을 입었잖아? 설마 타니아 여왕에게 당한건가? 마침 치유꽃을 가지고 있어서서 다행이네. 얼른 치료하자.”

   

   

(금란을 치료하는 중)

   

   

“아...”

   

   

“오, 눈을 떴어! 이제 정신이 들어?”

   

   

“....카엔님? 다이카님?”

   

   

“꿈 바깥 놈들은 왜 자꾸 나를 카엔이라고 부르는거야? 나는 네이크라고. 그리고 옆에 있는건 내 딸 네이카.”

   

   

“...감사합니다 네이크님. 아... 근데 하늘에 지나가는 저건 뭐죠?”

   

   

“하늘?”

   

   

네이크와 네이카가 하늘을 올려다 보자, 눈덮인 순백의 숲 위를 거대한 자주색 배 한척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본 둘은 크게 놀라버렸다.

   

   

“저건 엘리자베스 여왕의 배잖아요! 저게 왜 타니아 여왕의 영역에 있는거죠?”

   

   

“저 배는 언제 고친거야... 아마도 엘리자베스 여왕이 타니아 여왕과 싸우기 위해 여기에 온거같아. 느낌이 좋지 않아.... 곧 꿈의 세계에서 전쟁이 일어날거같아. 네이카, 우린 집에 돌아가자.”

   

   

“아, 힘들게 장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요?”

   

   

네이크와 네이카는 짐을 싼 뒤 금란을 업고 숲을 떠나려고 했다. 그때 금란이 네이크를 붙잡았다.

   

   

“가지 않을겁니다...”

   

   

“왜? 곧 전쟁날거 같다는 소리 못들었냐?”

   

   

“들었습니다. 하지만 타니아 그자가 저의 주인님을 모욕했습니다. 그녀를 베어버리지 않는다면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를 그녀에게 보내주십시오...”

   

   

“뭐? 그 괴물같은 타니아한테 가겠다고? 너무 위험해!”

   

   

“...”

   

   

“네이카 멈춰. 그냥 타니아여왕에게 가자.”

   

   

“왜?”

   

   

“이녀석 눈빛이 심상치 않아. 억지로 끌고 갔다가는 우리를 뿌리치고 타니아에게 가버릴거 같아.” 

   

   

“그러면 이녀석만 타니아한테 보내버려요. 우리까지 위험해지기는 싫으니까.”

   

   

“네이카. 너희 아버지가 나한테 어떤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났다고 했지?”

   

   

“...꿈의 바깥에서 온 사람을 도와주라고요.”

   

   

“그래. 좀 무모할지 몰라도 도와주자. 이녀석이 타니아여왕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도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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