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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올려서 죄송. 어떻게 구성해야 될지 고민하면서 글 쓰다보니 늦어지게 됨. 뭣같은 가독성과 재미없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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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닐까?"

전 인류 멸망이란 소리를 듣고 든 첫번째 생각이다. 사람이 죽음을 앞두기 직전의 감정이 부정 분노 공포 흥정 순응이랬나? 이제 부정했으니 다음은 분노인가? ...라기엔 죽었잖아, 나. 갑자기 이상한 농담이 떠올라 헛웃음이 나온다. 사람이 혼자다 보니 이상한 농담도 웃긴가 보다. 그래서... 이제 어쩌지? 이제 난... 어쩌면 좋지? 어떤 단 하나의 계획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난 다시 되돌아 갈 수 없을 것이고, 누구 하나랑도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며, 이제 아무도 못 보는 채로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만이 뇌리에 박혀질 뿐이다. 정신이 나갈 거 같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여기서 홀로 사라지고 싶다. 그냥... 이렇게... 대자로 누워... 사라지고 싶다.

......wnrrlwlrwjsdprmsutjrdjfrnfdlfkehqhktdmaus...

잠깐만.

"그러고 보니... 우리 말고 다른 회사원들은 어떻게 되었지?"

생각해 보니 내가 누워있었던 시간은 60년. 그때까지 우리 회사원들은 저 기괴한 기계들을 상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ASG의 위력들을 보면...

"경호 바이오로이드만 있어도 살 수는 있다..."

그래, 살아 있을 수 있다. 그래! 인류는 아직 멸망하지 않았어! 아직 돌아갈 수 있을거야! 내 마음에 희망이 생겼다. 내가 예전에 글을 썼을 땐희망이란 것 자체가 전체적으로 보면 별로 좋은 것은 아니였지만, 지금의 날 일으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쁘진 않다. 좋아. 이제 목적이 생겼다.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내 친구... 그 녀석을 찾아보는 것.
예전부터 나와 그 녀석의 생활 자체는 천차만별이였다. 나는 돈도 제대로 못 벌며 그저 평범한 생활만 살고 있는 사람이였고, 그에 반해 그 녀석은 부유한, 그것도 삼안이나 팩스같은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바이오로이드의 통솔권을 갖고있는 삼안 산하기업정도의 아드님이었다. 거기에 남을 잘 통솔하며 격려할 땐 격려하고 호통칠 땐 호통치고, 권유할땐 이해해주며 말을 들어주면서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는 뛰어난 리더쉽에 남의 의견에 쉽게 공감하며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겨 바이오로이드도 생명이라면서 생명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의 이타적인 성격, 그리고 이 척박한 사회의 시선으로 볼 땐 무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성적과 실적으로 사장직에 올라갈 수준의 엄친아적인 실력, 이 녀석을 본다면 무인도에 가도 문명하나를 건설할 수 있을 거 같은 놈이다. 근데, 그런 녀석이랑 무능력한 나랑 어떻게 친해졌냐고? 간단하다. 이 녀석, 자신이 천재임을 주장하는 건지 아주 특이한 생각을 할 때가 아주 많다. 얘들 들어 학교에서 축제를 열 때 뭔 요리?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이건 학생회의 본분이라고 치면 별 문제가 아니다 쳐도 냥냥대면서 고양이 흉내내는 애들을 극히 좋아해 한 번은 메이드 카페에 들러 고양이체를 한 번 써달라거 부탁하지 않나, 어느 괴상한 교단 근처에서 '교주가 아자젤이라면 저기 구호명은 아자아자아자젤 인가' 이라고 중얼거려 교단에게 이단이라면서 쫓겼다던가, 그 외 다양하게 이상하고 괴상한 일들을 많이 해, 실제로 그 녀석의 진실을 알 정도의 가까운 친구로선 내가 유일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를 맺은 십몇년지기 친구인 내가 보장한다. 그래서인지 하나뿐인 친구인 나에게 많이 잘해줬었다. 싸웠어도 하루 이틀이면 풀렸었고, 서로서로 죽도 잘 맞아 친구보단 형제마냥 같이 놀곤 했다. 그리고... 내가 혼자가 되었던 날, 아무도 내 곁에 없게 된 날에 그 녀석이 내 곁으로 와줬다. 그러고선 말했다. 나랑 함께 살지 않겠냐고. 아무것도 없는 난 그 구원의 손길을 잡았고, 그렇게 그 녀석이랑 같이 살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석이랑 살면서 다양하게 이야기도 나눠보고, 때론 다투는 평범한 형제같은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소설가가 못 되어 한심하게 술만 빨아재꼈을때 나에게 취직해보라고 권유한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내가 여기 있는거고 말이다.

"그녀석 잘 있는지 모르겠네."

아마 잘 있을 것이다. 암 그렇고 말고. 그럼 일단... 어디로 가야 하나...?

"회사 사람들은 어디에 있으려나?"

우리 회사, 즉 내가 다니고 있는 이 회사는 건물이 세 개나 이어져있는 나름 대기업에 속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하를 중심으로 세군데가 이어져 있는 거지만 말이다. 각각 방사성 물질 실험부문, 세무 및 바이오로이드 보관 및 처리, 그리고 마지막은...

"무기 연구 및 탕비실을 겸비한 편의점..."

거기다. 자원도 있으며 대응수단도 되는 이 회사에서 단 하나뿐인 곳,거기에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그럼 거기로 가면 되는건가. 좋아, 가 볼까. ...잠깐 근데 뭔가 이상하다. 왜 인류가 사라졌을까? 분명히 인류들은 나름대로의 벙커를 만들고, 거기서 일종의 연구에 도입해 철충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 했다. 그런데... 왜 멸망했을까? 반격도 못해보고 말이다. 설마...철충을 제외한 인류멸먕의 또 다른 원인이 있는건가? 그렇다면... 아냐 아냐. 그런 거 생각하지마. 그래, 다 살아있을거야. 나는 그렇게 몇번이나 생각하면서 지하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지하로 이어진 세 갈레 길 중 중간길, 그래. 여기가 탕비실 및 편의점이다. 나는 지하문을 열어보았ㄷ...

응...?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의 밑에는...

씨발 이게 뭔 일이야...

해골이다. 그것도, 너무 오래되어 서서히 손상되는 것 같은 해골. 문을 열자 반겨준 건 그 해골이였다. ...해골? 해골이 왜 여깄지? 이끼가 끼고 옷이 없는 것을 보면 아주 오래된 것 같다. ...아마 여기서 철충들을 상대하다 총에 맞고 죽은 건가? 나는 그 해골에게 잠시 묵념한 뒤, 걸음을 옮겼다. 위층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계속 불안한 기분만이 들기 시작한다. 수분도 없을 몸에 땀이 흐르는 것 같다. 피가 흐르지 않는 송장에 심장이 뛰는 것 같다. 아까의 해골 때문이다. 아까의 해골이 나의 불안감을 계속 증폭시키고 있다. 설마 사람들이 저렇게 죽어있으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이 휘몰아치고 있다. 난 정신차리라는 듯이 두 팔을 벌려 뺨읗 치고 있다. 정신을 차리라는 것이겠지만 이렇게 해 봐야 정신이라곤 차리지 않는다. 통각을 못느끼니까 당연한 것이다. 드디어 탕비실 쪽으로 왔다. 난 탕비실 쪽의 비상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곳엔...

...젠장.

...내가 생각한 불안한 예감이 결국 이루어졌다. 비상구를 열자 모든 사람들의 해골들이 곳곳에 있었다. 내가 바라봤던 그 곳엔 생명이란 건 없었다. 이 시멘트 타일위에 놓여진 건 거대한 사막에 놓여질 것들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뭔 일이 일어난 거야? ...일단 이 곳을 뒤지는 수 밖에. 이곳 주변을 탐색해보자. 주변을 돌아보니 각종 텅텅 빈 캔부터 시작해 그 캔으로 만든듯이 캔의 상표가 박혀있는 무기, 그리고 부분부분 파손되어 움직이지 않는 바이오로이드 수 체과 그 사이에 컴퓨터 본체가 있었다. 컴퓨터의 상태는 양호하다곤 말할 수는 없었다. 먼지낀 거 부터 시작해 어느 부분은 작살나기 직전이고 심지어 총탄이 박혀있는 마치 전쟁통의 탄피받이역할을 했을 것 같을 비쥬얼이였다. ...저거라면 벙커시스템도 못 가동될 거 같은데, 일단 혹시 모르니 안이라도 확인해봐야겠다. 난 컴퓨터 위쪽을 뜯어 안을 확인해본다. 안을 확인해보니 안은 생각보다 정렬이 잘 되있다. 어디 하나 부서진 데라곤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벙커시스템이 작동하고도 남을 것이다. 좋아, 그럼 휴대폰에 전원을 켜고 연결해보자. 휴대폰에 본체를 연결시켜 저장된 내용을 살펴본다. 저장된 내용의 파일은 수도없이 많았다. 몇개야 이거. 그와중에 난 문득, 눈에 들어온게 하나 있었다. 바로 녀석의 기록문. 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글만 봐도 확실히 그 녀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다. 여긴 전쟁통이였을 텐데 글을 남기다니 참 별난 녀석이라니까. 난 녀석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2111년 10월 17일

갑작스런 사고가 났지만 안정화가 되어 이 글을 남겨본다. 아까전 까지만 해도 여기는 아비규환이였다. 평화롭게 휴식을 가지던 도중 왠 렘파트 걔체가 오더니 우리에게 기관총을 싸갈기며 우리를 찢어대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여기에 있건 레이저 대포로 녹여버려서 다행이지 모든 사람들이 다 죽을 위기였다. 대체 어쩌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거지? ...확실한 건 아예 모르지만 일단 할 것을 해 봐야지. 일단 그 이상했던 걔체를 대비해 바리게이트를 세우고 얘비로 사용하던 총기함을 열어 무기정비를 한 후 보초를 서게 되었다. 다행이라 할 것은 여기에 소품들이 많다는 것. 한 100명이 와서 10년분을 먹어도 거뜬할 양의 통조림과 보존식품들, 그리고 왠만한 비상물품과 총기들도 가득했다.왜 회사에 총기들이 가득한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내일 또 다른 걔체가 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위에서 이런 일들이 있었다니. 저 철충놈들 때문에 꽤나 고생했을게 눈에 훤하군. 그럼 다음 년도 페이지로 넘겨보자.

2111년 11월 17일

  여기를 지키면서 데이터를 확보해 본 결과, 여기가 평범한 곳이 아님을 알아냈다. 컴퓨터로 주 데이터를 연구해 본 결과 여기가 통칭 '철충' 이라는 미확인적 생물체를 비밀리에 조사하고 연구했던 곳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 때 내 친구의 목숨을 잃어가며 지키려 했던 방사능도, 우리 회사원들을 비밀리에 죽여놓고 묵살한 뒤 얻어내었던 생체의 흐르는 오리진더스트도 다 그 녀석들이 철충이란 것들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였다. 보면 볼수록 치가 떨린다. 이딴 인간들이랑 일을잡은게 어쩌면 실수였을지도 모르는 생각까지 든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약간의 실마리라도 잡지 않을까 싶어 계속 읽어보았다. 이 실험글에는 각종 다양한 물질로 철충들을 시험한 게 보였고, 그리고 철충을 촉메삼아 건설된 다양한 전쟁병기의 도면 및 생체설계도 보였다.
'TYPE-UNDERWATCHER'
'PROJECT-INSERT'
'PROJECT-IRON_COMMENDER'
대략적인 것들은 이것 정도. 블랙리버 놈들, 도대체 뭔 짓을 할려고 이런 실험을 한 거야? ...이해불가인 것들이 산더미지만 지금 상황에 도움이 안 되니 나중에 다시 조사 해야겠다. 일단은, 우리의 무기가 어느정도 떨어질 것을 대비할 장치를 조사해 봐야한다... 라기엔 너무 졸리다. 지금은 조금 자야되겠다...

...여기가 그런 일들을 꾸미고 있던 곳이라니, 생각할수록 소름끼치는 구간이군. 그럼, 다음 일기는...

2112년 2월 17일

이상하다. 요새따라 철충들이 보이지가 않는다. 전에는 하루에 한 꼴로 나왔다면 지금은 한 마리도 보이지가 않는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뭐, 지금은 한시름 놓은거니 됐으려나, 난 만일을 대비해서 총기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을 조사하면서 이 곳을 정비해야겠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사기와 자의를 잃고 있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뭐,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버터야지, 지금 한 사람이라도 정상인 양 행동해야 모두 다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오늘도 힘내보자.

맨탈이 나가 있었다라... 그렇게 멘탈이 나가 가만히 있었더니 서서히 해골로 발견된건가?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아직은 왜 죽었는지는 모르겠군. 일기를 더 보면서 생각해봐야지. 나는 다음일기를 보기 위해 다음 페이지를 읽어보려했지만, 다음 날짜를 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날짜에는

2112년 7월 26일


이라고 써져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이상하지는 않겠지만 이상한 낌새밖에 안 느껴진다. 왜냐하면 이 녀석은 달간일기라면서 1달에 1번씩은 쓰는 놈이였었기 때문이다. 뭐 긴급상으로 쓰는 기록일테니 그려려니 싶겠지만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느껴진 건 주기였다. 뭐지 이 주기는? 점점 달이 늘어나고 있다. 마치... 일기를 쓰는게 힘든 듯이 말이다. 그건... 이 일기를 읽어보면 알겠지. 나는 일기를 더 읽어보았다.

여기의 상황은 심각하다. 철충 때문은 아니지만, 철충이 온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몇명의 사람들이...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흔들어도,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수면병에 걸린,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어째서 이런일이 발생하게 된 거지? 일단 사람들을 안전한 곳에 눕혀놓고선 상황을 살펴보았다. 일단 현 살아남은 사람은 총 십 몇명.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대비는 할 수 있을 수준이다. 일단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나를 포함한 전부가 오리진, 오리진더스트 주입자라는 사실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이 오리진더스트라는 것이 수면방지같은 별 시답지도 않는 기능이 있었다는 것을 얼추 기억해냈다. 이런 기능이 어딘가에 쓰이기야 하겠어 하면서 살아왔지만 지금 여기서 쓸모가 있을줄이야. 그렇지만... 지금 이 사람들이 하는 말과, 그리고 내 상태를 봐서는 그 기능도 정상적으로 발현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한참을 봐도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과 그에 대한 시간이 그 증거를 뒷받침해줬다. 시간이 지난 경도는 어느덧 7월정도다. 잠이라곤 서너번밖에 안 잤는데 벌써 7월이라니. 뭔가 잘못되었다. 나의 추측대로라면... 우린 아마, 병에 걸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꽤나 골치아픈 병에.

...병이라고? 그것도 꽤나 골치아픈 병? 그럼 사람들이 이렇게 널부러진 이유가 다 그 수면병 때문이라는 것인가? 그녀석도 그 수면병에 걸린 거고? ...그럼 그 수면병에 걸린 그 녀석은 어디로 간 거지? 나는 그녀석의 행방을 찾아보기 위해 일기를 더 찾아보았지만... 일기는 더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난, 그녀석의 마지막을 찾지 못 한것이다. 젠장! 나는 책상을 쾅 내리쳤고, 그 여파로 인해 책상이 부서져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 책상 오래된 거였지... 난 책상을 다시 주섬주섬 정리하려했고, 거기서 난, 놀라운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일기...

그녀석의 일기, 이게 마지막 페이지다. 그녀석이 쓴 일기치곤 너무 휘갈겼고 날짜도 없으며 약간의 혈흔이 있어 읽기가 힘들어보였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읽어보았다.

자고 있던 도중에 철충의 습격이 찾아왔다. 우리는 남은 무기랑 몸으로 철충들을 막아내는데 성공했으나, 상처가 너무 깊다. 이대로면 죽는다. 누가 우릴 봐 준다면 탱크로 와% 우&^ 삭!&#*~&#^%

남은 것은 혈흔으로 읽기가 어려운 상태다. 엄청 다급하게 쓴걸로 봐선 이녀석은... 살아있겠지. 에이 설마. 죽기야 했겠어? ...살아있어야해. 부디, 살아있기를. 나는 기도했다. 모든 인류가 멸망하고, 신이 우리를 저버린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난 기도했다. 그녀석이 살아있기를 빌면서. 기도를 마치고, 나는 어디로 갈지 항선로를 정했다. 그녀석이 말한대로라면 탱크... 근데 탱크가 어디지? 애초부터 신입인 내가 탱크가 무엇인지 알 리가 있나, 그럼 탱크가 어디있는지 찾아봐야...

...이건...

옆으로 돌아보니 철판으로 되어 이끼 낀 지도가 있다. 지도에는 각 동이 표시되어 있었고, 그리고...

탱크...

스크래치 난 듯이 새겨진 그 곳에는, 탱크라고, 아주 똑똑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은,

...내 뒤...

그렇다. 그곳은 내 뒤쪽, 내가 나온 곳의 바로 옆쪽에 있었던 일종의 보관함이였다. 언뜻보면 벙커 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럼 그녀석은, 저기에 있다는 거?

한 번 가보자...

난 그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벙커앞에 서 있었고, 난 그 문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그 문 안에는...

...씨발 깜짝이야...

또다시 해골과의 상봉이였다. 욕은 했지만 그렇게 크게 놀라진 않았다. 이제 익숙해진건가, 난 내눈에 날라온 해골을 힘껏 쳐서 날려보냈다. 아무리 그래도 저것도 하나의 사람이였는데 너무한 거 아니였을까 싶었지만 산 사람, 그러니까 형체는 남은 시체는 살아야지 란 마인드로 애써 무시하고 걸어나갔다. 해골을 치우고 내부를 보려고 하자 갑자기 내부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뭐지? 동력이 작동하지 못하는거 아니였던가? 왜 근데 전원이 켜지는 거지? 난 최대한 뇌수가 마른 뇌를 굴려보았고, 불현듯이 생각을 하나 떠올려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어떤일이 있어도 몇천년은 굴러갈 예비 전력장치가 몇 군데 있다고 했었던 기억이 났다. 그 중에 한 곳이 아마 여기인건가. 나는 밝게 비춰진 벙커를 걸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길은 점점 지하로 내려가더니, 마침내 최하층에 도달했다. 최하층에는 이끼로 범벅된 빈 방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였고 그 곳엔 무기를 든 것 같은 해골하나만이 큰 벽에 기대고 있었다. 뭐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것같은 저 형태는? 벽 쪽에 무언가가 있다는 건가? 난 벽쪽에 손을 기댔고, 그와 동시에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본 건, 내 친우과의 처절한 재회였다. 내 친구는 살아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해골이 되어있지 않았다. 그저, 보관캡슐에 앉아있을 뿐이였다.

...살아있는 건가?

난 그 보관캡슐을 열어보기 위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으나...

툭!

응? 발에 왠 종이가 채인다. 투박하고, 먼지가 많이 쌓인 종이. 난 그 종이를 들어보았다. 이건... 일기였다. 마지막 최후의 일기. 이녀석이 마지막으로 쓴 일생일대 최후의 일기인 것이다. 혈흔으로 범벅되었지만 확실히 읽을 수 있었다. 난 그 일기를 다시한 번 읽기 시작했다.

틀렸다. 우린 다 죽을것이다. 아랫문의 철충들을 막겠다는 사람은 내려가서 감감무소식이고, 벙커를 지키겠다는 사람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신은... 정녕 우릴 버린걱          이런 시발, 갑자기 밖에 있는 녀석이 날 이곳으로 내동댕이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라고 말해도 들려 오는 건 침묵뿐이였다. 설마, 죽은 건가? 확인해 봐야 하. 그러기엔, 지금의 나도 많이 다친 것같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저, 이 의자에서, 이 캡슐안에서 피를 흘리면서 죽을 것 같다. 이렇게 허무하게 가는 건가. 이렇게 쓸쓸하게 혼자? 내가 보고 싶었던 사람들, 나를 지켜보고 돌봐준 부모님, 내가 알긴했던 친구들을 버리고? 어쩔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뭐. 친구야, 너는 2년의 시간이 지나야 널 만나는 구나. 곧 갈게. 캡슐이 서서히 닫힌다. 어서 내보내야지. 유언은. 그래, 죽어서 미안하다고 써야하나?
                                    
...이게 이 일기의 마지막이다. 나는 그 허무한 유언장을 내팽겨치고. 보존캡슐의 해치를 열었다. 그녀석이 쓰러져 내 품안에 안겼다. 그리고, 당연히, 숨따위는 쉬지 않았다. 체온을 못 느끼지만 온기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렇다고 나 처럼 눈도 뜨지 않았다. 단순한,  죽은 시체 그 자체다. 이런일이 일어날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지만, 감정은, 이성을 넘어버렸다. 난 그 축 쳐진 시체를 끌어안고 울었다.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저 짐승이 죽은 새끼를 보고 울듯이, 염소를 제물로 바치고 시작하는 연극의 주인공처럼, 세상이 떠나가듯이 아우성쳤다. 옛 친구의, 내 가족의 마지막을 기리기 위해.

지금 여기는 아무도 없다. 그저, 눈을 뜬 시체와 눈을 감은 시체가 안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