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칠흑의 바다를 항해한다.

빛을 잃고 방황하던 때가 엇그제만 같지만 이제는 확고한 목표가 있으니.

얼마전까지 불열되고 절망하던 우리는 제 앞가림 조차 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가야한다.

부름을 받았기에.


방황하던 우리에게 와준 찬란한 편지.

수수께끼를 풀고 봉인을 열자 나타난 것은 우호와 화합의 경이로움.

조건없는 사랑.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낙원.

누가 발견할지도 모르지만 그저 환영한다는 이 외로운 편지를 보낸 자들은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들일까.


부름에 기꺼이 응하겠다. 

이것은 고난과 역격을 이겨낸 우리에게 내려진 축복이다.

환란의 핏빛 길을 벗어난 우리가 갈 새로운 길이다.

갈등과 증오를 초월한 존재들이 우릴 맞아주리라.


우리는 나아간다 환희와 벅찬 꿈을 안고.

신세계로. 낙원으로. 우리의 항로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빛을 향해 뻗어있노라.




아니다.

이건 우리가 본 것이 아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낙원은 어디 있는가?

조건 없는 사랑으로 모두가 하나되던 존재들은 어디 있는가?

희망찬 선율로 노래하던 목소리들은 어디 있는가?

아아, 이럴 순 없다. 절대 이럴 순 없다.

너무나도 추악히다. 지옥의 밑바닥 같이 추악하다.


우리가 목도한 세상은 끔찍하다.

죽어가는 세상이 자신을 죽이는 독을 내뿜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증오를 내뱉으며 맹수와 같이 서로의 목을 물어뜯는다.

스스로의 더러운 쾌락을 위해 자신과 닮은 인형을 만들어 찢어발긴다.

희망과 사랑 대신 고통과 절망으로 울부짖는다.

모두가 자신만을 바라보며 하늘과 땅이 희생된 자들의 피로 얼룩졌다.


이것들이 우리를 부른 존재들인가?

그럴리가 없다.

그러해선 아니된다.

서로 하나된 수십개의 목소리로 환영의 인사를 건내며 아름다운 울림으로 노래하던 존재들이 어떻게 저리 타락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 서로를 증오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는 댠 하나, 악마 뿐이다.

저 아래의 오물같은 자들은 한때 존재했던 낙원에 살았던 아름다운 자들의 껍질을 뒤집어쓴 악마들임에 분명하다.

우리를 부른 존재들이 보낸 편지는 자신들을 구원해 달라는 구조신호 였음이 분명하리라.

반드시 그러했던 것이리라.


허나 우리는 그들을 구하지 못하였다.

너무 늦게 도착하였기에 낙원은 지옥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해야 할 것은 단 한가지.

사라진 존재들을 애도하며 지상에 활개치는 악마들에게 심판을 내리리라.

저들의 마지막 한조각까지 멸할 단호하고 확실한 심판을.


지상의 악마들이여 참회하라, 속죄하라,  바닥을 기며 절규하라.

허나 용서는 없을지니 낙원을 불태운 죄에 대한 응당한 심판을 받으라.

 자비없는 철의 심판을.



보이저 골든 레코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주도하에 6개월간 지구의 각종 정보들이 기록되고 보이저 1호, 2호에 실려 우주로 나간 인류가 다른 지성체에게 보내는 환영의 메시지.

레코드 뒷면의 설명서를 해독하여 동봉된 재생기로 재생하면 지구의 위치정보와 함께 각종 언어로 이루어진 인사와 각국 정상들의 환영사, 다양한 음악과 문학, 인류와 지구의 모습을 담은 120여장의 사진이 재생된다.

보이저호는 각각 2012년과 2018에 고향인 창백한 푸른 점을 뒤로하고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보이저가 1977년에 발사됬고 철충이 처음 관측된게 2101년이니까 124년 차이나네.

표지사기 불러온 나비효과는 굉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