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육자의 막료들은 수륙기동단의 투입을 권하고 있었겠지요. 좋은 부대에요. 기왕 상륙부대를 만들었으니 이걸 빌미로 한번 실전을 해보자 하는 마인드도 있겠죠. 군인들이란.”

 아마미야 카구라는 회의실을 따라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회의실에 앉은 일동 전원은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현대의 총리주재의 회의에서 보기 힘든 복장을 입고 온 아마미야는 모두의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총리대신께서는 망설이고 있겠지요. 응당 반격을 가해 오시마에서 적군을 몰아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것일 겁니다. 육자대원의 희생, 오시마에 있는 군인들의 희생. 이것을 총리대신께서는 감수하실 수 있을까요? 낮아지는 지지율에 아무리 오시마를 탈환한다 한들 오히려 발생한 사상자로 인해 지지율의 감소로 이어질까 걱정이라도 하는 것인가요? 겉으로는 희생자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알고 있어요. 정치인들이 보는 것은 오직 지지율 뿐이라는 걸요.”

 그녀는 총리, 쿠니키다의 옆 자리에 자리가 없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벽에 놓인 의자를 그녀를 따라온 타케다 겐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타케다는 의자를 들어 쿠니키다의 옆자리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지금 뭘 하는 거지?”

 관방대신이 벌떡 일어나 외쳤지만 쿠니키다는 손을 들어 그를 제재했다. 그 틈을 타 아마미야는 그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 부채를 펼쳐들었다.

 “그녀를 부른 건 우리일세. 전쟁을 할 것이라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 말이 맞아요. 자위대가 투입되면 사상자를 얼마로 예상하시죠? 30명? 100명? 아니면 그 이상? 북조선 인민동지들이었다면 그보다 낮은 피해로 섬을 점령했을 겁니다. 하지만 바이오로이드? 고블린? 대체 북조선이 무슨 수로 그 바이오로이드들을 구해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자리에 있으신 분들은 바이오로이드의 위력을 잘 아실 겁니다. 특히 그쪽에 앉으신 해상막료장님은 더욱 더요.”

 아마미야는 푸른색 군복을 입은 건너편의 해상막료부장을 보며 말했다. 계급은 달랐지만 그가 바이오로이드의 위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군복을 지킬 수 있었지만 그의 부대에 얼마나 많은 자위대원들이 바이오로이드와의 전투로 사망하고 다쳤는지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미군의 경우를 봅시다. 다들 아시지 않나요? 터키에서 고블린이 얼마나 활약을 했는지? 최근 미국이 개입한 콩고 내전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고 전해지더군요. 바이오로이드로 이뤄진 부대는 인간 군인이 이길 수 없어요. 이기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내겠지요. 우리같은 나라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요. 솔직히 이야기합시다. 이 나라를 지키는 건 자위대인가요, 평화를 유지하려는 모든 나라의 관성 덕분인가요? 실전을 겪지 않은 가장 많은 자본이 투입된 무장단체 아닙니까? 그러니까 쿠데타를 일으켜도 수식어로 장난같은 단어가 붙는 거지.”

 아마미야는 자리에 있는 모든 자위관을 비꼬았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덴세츠 사이언스가 만들어낸 바이오로이드, 히나의 위력 덕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지금 주변국에서 일본국을 얼마나 깔보고 있을까 생각해보셨나요? 자신의 나라에 속한 섬이 고작 북조선에게 점령당해도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이에요. 침공한 것이 북조선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거에요. 중국이나 러시아였으면 이렇게 회의도 못할 테니까요. 지금쯤이면 도쿄만에 정박한 배 위에서 서명을 하고 있겠죠. 흑선때도 그랬고 지난 대전 때도 그랬듯.”

 아마미야는 고관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지만 그들의 얼굴을 신경쓰지 않았다.

 “너무 화를 내지 말았음 싶네요. 저는 거짓을 말한게 아니니요. 저는 이 자리에 여러분을 비판하러 온 게 아니에요. 다만 여러분을 만난 이상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거든요. 겸사겸사라 생각해주세요. 진짜 중요한 것은 제가 들고온 대안입니다. 어째서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언급하지 않은 거죠? 자위대에는 히나가 있어요. 설마 그 큰 돈을 들여서 도입을 하고 깜빡한 것은 아니겠죠?”

 아마미야는 테이블에 사진을 살짝 던졌다. 육전형 바이오로이드, 히나의 프로필이었다. 그 사진은 확대되어 대형 모니터에 떠올랐다.

 “히나를 활용한다는 방안은 우리도 생각해보았네. 하지만 아직 도입수량이 부족하여 어떤 부대도 제대로 완편된 히나의 부대를 구성할 수 없었고 상륙작전을 펼칠 방법도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네.”

 육상자위대 참모장의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아마미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뇨. 452기. 적은 숫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쪽에서도 이미 시뮬레이션을 마친 참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나오는 것이 조금 늦어져서 회의에도 늦어졌지만요. 정확히 452기. 히나 전량을 투입하면 이 전투에서 승리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히나 30기 정도는 작동불능이 되겠지만 히나는 우리가 얼마든지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예산이 나온다면 말이죠. 어때요. 누구도 죽지 않고 지지율은 올라갈 수 있는 대 찬스에요. 이 찬스에 탑승하지 않으면 않는 쪽이 바보가 되는 아주 군침도는 이야기 아닌가요?”

 “452기의 히나가 배치된 건 사실이네. 정확히는 사고로 2기의 손실이 발생해 450기지만. 하지만 히나를 총 동원하려면 여러 문제가 생기네. 특히 히나가 배치된 부대는 수개의 사단에 걸쳐있고 방면군조차 갈리네. 연대단위, 대대단위로 내려가도 갈라지고 실제로는 소대당 한두대가 겨우 배치된 게 현실이지. 그 히나를 모으기 위해서는 각 대대, 연대, 사단, 방면군의 연계가 필요하고 그러면 지휘체계의 문제가 생기네. 옆에서 싸우는 히나에게 말하기 위해서는 방면군단장까지 보고가 올라갔다 내려가야 하지. 히나로만 구성된 부대가 있다면 모를까 지금 상태에서는 히나를 활용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네.”

 그 말을 들은 아마미야는 한숨을 쉬었다. 지휘체계. 그것을 바꿀 의지보다는 자위대원을 희생시키는 것이 더 쉽다는 말이었다.

 “자위대, 자위대, 자위대. 자위의 뜻이 무엇이죠? 자기위안의 약자인가요? 좋은 방법을 들어도 그걸 하기에는 부담이 된다고 불쌍한 자위대원들을 전장으로 떠밀며 자기위안을 하는게 자위대였나요?”

 “그럼 지휘권을 누가 가져야 한단 말이지? 현실적으로 육막에서 통합작전본부를 세워서 그곳에서 각 방면군 지휘관,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까지 내려가는 비현실적인 지휘를 하라는 건가? 자위대도 예전 자위대가 아냐. 그런 불필요한 체계는 만들 필요가 없어.”

 “정말이지, 답답한 사무라이들이구만. 꽉막힌 꼰대들 주제에 꼰대가 아닌척 한단 말야. 저는 이 자리에 완벽한 답을 가져왔어요. 당신들은 그 답을 보고 따르면 되는 거에요. 각 부대에서 히나를 착출해 통합참모본부 휘하의 특무부대를 임시로 창설, 그 부대에 배속시키면 되는 거에요. 이런 것까지 말해줘야 하나요?”

 “그러면 지휘는 누가 하지? 지휘관 선정에도 시간이 필요하네. 히나를 잘 다뤄본 육자 장교는 수가 적네. 대규모 지휘는 더더욱.”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타케다군을 데려온 겁니다. 히나를 활용한 전술을 개발하고 히나의 전투모듈을 개발한 장본인이죠. 또한 이전의 쿠데타의 진압을 지휘한 경력도 있습니다. 이정도면 어떨까요?”

 “타케다... 군이라고? 흥!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저녀석은 자위관도 아니지 않나. 심지어 불명예전역을 한 녀석이고. 해자에서는 저녀석의 소문을 모르는 자위관이 없네. 그런 놈을 지휘관에 앉히라고?”

 해상막료부장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자위관도 아닌 사람을 지휘관으로 앉힐수도 없었지만 불명예전역이라면 더더욱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거고요. 하지만 이 자리에 앉으신 분들께서는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던가요? 저는 어느쪽이든 상관 없습니다. 자위대 여러분이 제 말을 무시하고 작전을 실패한다면 그 다음에 저를 찾아와 히나를 더 구입할 테니 도와달라고 하겠지요. 반대로 성공하면 성능이 입증되어 더 많은 수를 구매하려 하겠죠. 저희 덴세츠 사이언스는 이번 사건으로 어떻게든 이익을 볼 수 있어요. 그래도 일본 국민으로서 여러분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인데, 이곳에 앉은 분들이 관료주의에 물들어 저를 거부하신다면 저는 다시 나라로 돌아가 연락이 오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요.”

 아마미야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에 기대 자신의 입을 부채로 가렸다. 그녀의 미소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이래서 기업하는 놈들을 높은 자리에 앉혀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만!”

 육상자위대 참모장의 언성이 높아지자 총리 쿠니키다가 외쳤다. 그의 말에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히나의 피해는 상관없네. 작전을 펼친다면 인질로 잡힌 우리 국민의 목숨은 보장할 수 있는가?”

 “물론이죠. 타케다!”

 쿠니키다의 말을 들은 아마미야는 뒤에 조용히 서있는 타케다를 불렀다. 그는 앞으로 나오더니 서류를 한장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작전은 간단합니다. 먼저 4기 1조로 구성된 히나 3개조를 인질이 잡혀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잠입시켜 인질의 안전을 확보합니다. 기습을 가하는 것으로 수적 불리함을 이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3개소를 점령하는 것과 동시에 거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그 후, 섬의 두군데 있는 접안시설로 본격적인 히나로 구성된 상륙군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450기의 히나를 동시 투입한다 쳐도 방어자의 유리함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수는 아니지 않나?”

 방위대신의 말이었다. 타케다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히나를 받으신 자위대 고관분들은 자료가 있을 것입니다. 고블린보다 히나가 더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기밀입니다만 훈련시 획득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자위대에서도 이미 테스트를 완료하지 않았습니까?”

 방위대신은 육상자위대 참모장을 바라보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450기는 시뮬레이션으로 결과를 계산했던 수치보다 적은 수지만 그래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전량을 투입한다면 완벽한 승리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만일 30기보다 더 많은 수의 히나가 작동불능이 된다면 그 이상의 히나는 무상으로 제공해드릴 수 있습니다.”

 아마미야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몇몇 자위관들은 불편한 얼굴을 지었지만 이 자리를 주관한 총리인 쿠니키다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각 부서는 히나의 효율적인 수송 계획을 만들어오게. 듣자하니 전 국토에 걸쳐 배치된 모양인데. 최대한 빨리 오시마 진흥국으로 수송할 수 있게 하게. 그리고 아마미야 양, 그대들이 가진 정보와 실제 자위대의 실정은 다를 수 있으니 작전에 조정이 필요할 수 있네. 그것을 포함해서 작전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게.”

 “물론이죠. 총리대신.”

 아마미야는 깊은 미소를 지었다. 반면 쿠니키다는 웃을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상황만큼이나 덴세츠 사이언스가 싫었다. 너무 타이밍과 숫자가 딱딱 맞지 않는가. 그로서는 덴세츠 사이언스에 다시 휘둘리는가 걱정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선택지가 있는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는 덴세츠 사이언스가 휘두르는대로 따라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