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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키드나의 몸을 씻겨주고 나오자 방은 깨끗하게 정리되었고, 구석에 쌓여 있던 강철 조각들은 금방 에키드나에게로 모여들어 의자와 뱀으로 바뀐다. 그리고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에 에키드나는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배가 고프군.”


 “그렇게나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셨으니 배가 고픈 게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소완님께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적어도 누군가는 있겠지? 가자! 미식을 탐구하러!”


 몸이 아프더라도 먹거리를 즐겨야 하는 에키드나의 모습에 블랙웜은 나름 경외심을 느끼며 그녀 뒤를 따라간다. 그리고 식당은 열려 있었지만, 블랙웜이 말했 듯 내부에 아무도 없어 보였다. 에키드나가 애타게 소완과 포티아, 그리고 하치코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자 뚱한 표정을 내보인다.


 “오르카 호의 모두를 책임져야 할 자들이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누가 들으면 주인님이 아닌 주방의 인원들이 오르카 호의 주인인 줄 알겠습니다.”


 “흥, 배가 비어 있으면 전투도 못 하는 법. 그들도 이 오르카 호의 주인 중 일부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자들이 벌써부터 자리를 비우다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에 블랙웜은 순간 혹하지만, 그래도 엄연한 주인은 사령관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헛기침을 한다.


 “아직 오우로라님께선 카페테리아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로 한 번 가보는 건 어떨까요?”


 “음… 디저트로 배를 채우라고? 나쁘진 않겠군.”


 그렇게 둘은 다시 발을 돌려 카페테리아에 도착한다. 늦은 시각에 대응하 듯 그 장소에 있는 대원들은 몇 없지만, 아우로라는 피곤한 표정보단 자신의 디저트에 행복해하는 대원들에게서 좋은 기운을 받는 얼굴이었다.


 “난 에키드나라고 한다.”


 “하하, 오늘도 오셨네요. 뭘 시키실 건가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디저트.”


 “…네?”


 “오늘은 여기 메뉴에 없는 그런 걸 먹고 싶다.”


 에키드나의 말에 아우로라는 특유의 땀을 흘리며 어버버거리고 있다. 에키드나는 그녀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며, 자리로 돌아간다. 블랙웜은 한숨을 내쉬며 아우로라에게 말했다.


 “그냥 적당히 아무거나 만들어주시죠.”


 “어차피, 에키드나님과 블랙웜님이 마지막 손님 같은데, 어차피 이번에 소완님에게 받은 재료로 음식이나 새로 만들어보죠. 그 대신 무료!란 걸로. 헤헤…”


 “수고스럽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블랙웜이 인사를 해주고 자리에 가 있길 잠시, 어쩐지 아우로라의 가판대에서 이상한 비릿한 냄새가 시작하고 그 냄새 반응한 대원들은 한 두 명씩 카페테리아를 떠나기 시작한다. 블랙웜도 자리를 벗어나고 싶지만, 이미 젠가 놀이에 빠진 에키드나를 혼자 두고 있을 순 없어서 입으로 숨을 쉬며 아우로라가 가져올 음식을 기다린다.


 “여기 최신작, 아스널님께서 가르쳐 주신 ‘정어리 파이’입니다.”


 부풀어져 있는 파이에 삐죽삐죽 생선 대가리가 삐져 나와있고, 약간의 틈새로 흘러나오는 열기에 비릿한 냄새가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블랙웜은 이런 멋 없는 음식에 입맛이 훅 떨어지면서 고개를 돌리지만, 오히려 에키드나에게는 신비한 생김새에 관심을 가진다.


 “설마 이게 음식인 것입니까?”


 “네. 아스널님 말로는 영국이 굶주릴 때 만들어진 영웅과도 같은 음식이라고 하네요.”


 블랙웜은 지금의 오르카 호가 그렇게 힘들진 않기에 이런 거지 같은 음식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기대 중인 눈에 침까지 흘리는 에키드나 앞에서 그런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블랙웜은 옆의 칼을 가지고 파이를 잘라 에키드나에게 넘긴다. 에키드나는 입에 넣자마자 입에서 살살 녹는 빵조각과, 달콤함을 넘어 뇌에 직접 당분을 꽂아 넣는 것 같은 과즙, 그리고 그걸 중화시키려고 애쓰는 비릿함에 에키드나는 손에서 파이를 떨어뜨린다.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란 블랙웜과 아우로라는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본다.


 “저기 손님…?”


 “괜찮으신가요?”


 “…맛있다.”


 “네?”


 “맛있다고!”


 정신없게 먹기 시작하는 에키드나를 보고 블랙웜은 약간 미심쩍게 파이를 바라보다 한 조각 입에 베어문다. 분명하게 지구 최상의 맛이라고 부를 순 없지만, 부드러운 식감에 나름 만족하며 입을 닦는다.


 “음식으로서는 합격점이지만, 그래도 먹고 난 뒤 입에서 비린내가 나는 건 좀 그렇군요.”


 “하하… 소완님하고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설마 이런 걸 주인님에게 내보내시려던 것은 아니지요?”


 “소완님하고 똑같은 반응이시네요. 뭐 적어도 혼나지는 않으니까 다른 건가…?”


 “너희 둘 떠들지 말고 어서 먹거라! 아니면 내가 다 먹어버리겠어!”


 “하하… 걱정 말고 드세요.”


 에키드나는 더 이상 둘을 볼 생각이 없다는 듯 허겁지겁 다 먹어버리고는, 약간 올라온 배를 만지며 가벼운 트림을 한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난 것인지 고개를 숙이며 아우로라의 손을 잡는다.


 “에… 엥?”


 “저기 그… 누구라고 했지?”


 “아우로라요!.”


 “그래 아우로라. 날 수제자로 삼아주지 않겠나?”


 “네?”


 “너와 있으면 이런 음식을 하루종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 같거든. 게다가 이런 맛있는 음식들을 사령관에게도 알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이걸 음식이라고 부르시는 분은 에키드나 뿐일겁니다.”


 “블랙웜은 너무 음식의 맛을 모르는 것 뿐이다. 아무튼 날 수제자로 받는다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부대에서 받아주는 건 사령관님에게도 물어봐야 하고, 저도 아직은 소완님에게 배우는 중이라서…”


 에키드나의 반짝이는 눈동자에 아우로라는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었던 것인지 눈을 질끈 감는다. 블랙웜은 아우로라가 불쌍했던 것인지 에키드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일단 제가 주인님에게 전입이 가능한 건지 물어보겠습니다. 이만 물러나심이 어떻겠습니까?”


 “역시 내 동료다! 그럼 제대로된 대답을 기대해보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비스듬히 누운 체 뱀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에키드나를 보며 아우로라와 블랙웜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

 

 이른 아침, 핼쑥하진 사령관이 업무실에서 식빵 한 조각을 먹고 손을 떨며 커피잔을 든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알려진 오르카 호 였기에, 오늘의 부관으로 온 리앤이 쓴웃음을 지으며 지난 밤의 일들을 말한다.


 “탐색팀은 모두 제때 도착했고, 사상자 인원 없음. 그리고 펙스로부터의 전자 공격도 없었고, 다만 오르카 호 서버는 폭주할 정도였는데… 이건 별로 신경 쓸 부분은 아닌 거 같아.”


 “펙스의 공격이 없었는데도 폭주할 정도인데 신경 쓸게 아니라고?”


 “하하… 그냥 어제 대원들이 즐길거리가 있었다고 생각해둬.”


 사령관은 미심쩍게 리앤을 쳐다보며 커피를 홀짝인다. 어젯밤의 일을 계속 이야기하는 도중 블랙웜이 안으로 들어와 머리를 숙였고, 리앤은 보고가 끝나자마자 그녀에게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평소 청소시간보다 일찍 왔네?”


 “오늘의 전 당번이 아닙니다만… 에키드나님의 전입 신청이 있어서 대신 왔습니다.”


 “왜 본인이 안 오고?”


 “본인이 오면 그냥 선고만 하고 바로 나갈 건데 그걸 원하시나요?”


 “그건 아닌데… 그럼 어디로 전입 신청을 한 거야?”


 “소완님의 주방으로 전입을 원하십니다.”


 사령관은 딱히 반박할 거리도 생각이 나지 않았고, 게다가 탐색을 나가거나, 자원이 없어서 비상시 철의 탑을 급습할때가 아니고서는 딱히 버뮤다 팀이 밖에 나설 일이 없었기에 전입보다는 잠시 주방을 도와주는 걸로 하자고 마음을 먹는다.


 “주인님, 소첩을 부르셨는지요?”


 “주방이 바쁘다고 했지? 그래서 한 명 보내줄까 생각하는데-.”


 “이미 아오로라양에게 들었 사옵니다. 에키드나님이 주방으로 들어오고 싶다 하시는데… 그 입맛과 그 태도에 저의 가르침을 제대로 들을 지 모르겠사옵니다.”


 “그럼 하루라도 가르쳐 보는 건 어때?”


 소완은 에키드나를 막지 않은 블랙웜을 잠시 노려본다. 블랙웜은 오히려 뭘 보냐는 듯이 똑같이 노려보자 업무실이 난장판이 될 것을 직감한 리앤은 곧장 책상 아래로 몸을 숨긴다. 사령관도 똑같이 생각하며 책상을 살며시 친다.


 “둘 다 눈에 힘 좀 빼.”


 “…이따끔 저희 주방을 돕는 배틀 메이드를 봐서라도, 한 번 쯤은 받아주도록 하지요.”


 “그 성질 머리를 억지로 밟아주기 위해선 앞으로도 자주 저희가 도와줘야 하겠습니다.”


 “거기까지. 둘 다 서로 도발 하지마. 아무튼, 에키드나를 봐준다는 거지?”


 “일단, 노력은 해보겠사옵니다.”


 “고마워. 내가 나중에 꼭 주방에 들를게. 에키드나가 사고 치는 거면 내가 뭐라고 하고, 잘하고 있으면 주방 팀 전체에 상을 내릴 수 있도록 할게.”


 소완은 자신의 주방에 손해가 없을 사령관의 약속에 눈을 반짝이며 허리를 굽힌 뒤 업무실을 나선다.


 “그럼 전 이 이야기를 당장 에키드나님에게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합류는 당장 하도록 할까요?”


 “그래.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블랙웜도 자신의 일을 하겠다는 듯이 허리를 숙이고 나가자, 옆에 있던 리앤이 머리를 빼꼼 든다.


 “다 갔어?”


 “갔어.”


 “휴… 나만 있었으면 아마 오르카 호가 침몰 중이었을 거야… 근데 왓슨은 잠깐 긴장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나봐?”


 “무슨 소리야?”


 “아래쪽이 잠깐 우뚝해지더라고? 헤헤… 아직 회의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내가 아래에서 힘 좀 빼줄게.”


 리앤이 책상의 아래로 다시 들어가고 사령관은 한 층 더 피곤해진 표정으로, 막을 생각도 하지 않은 체 그저 등을 의자에 대며 눈을 감는다.


 블랙웜이 버뮤다 팀의 숙소로 들어가자, 이미 기대치가 한계에 달한 에키드나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네오딤처럼 블랙웜에게 쪼르르 달려와 말을 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


 “전입은 아니고 주방을 돕는 걸로 결정이 났습니다. 준비가 되는데로 당장 이동하라고 하셨습니다.”


 “오! 레이시, 내가 괜찮을 거라고 했지?”


 “사령관이 괜찮다면 괜찮겠지만… 에휴, 블랙웜씨, 우리 에키드나를 조금 더 잘 봐주실 수 있을까요?”


 “애초에 그런 일이 있을까봐 제가 있는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아마 너희들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난 블랙 리버 최고의 실험기체였으니! 그럼 출발!”


 에키드나가 먼저 주방으로 향하자, 블랙웜은 황급히 레이시에게로 인사를 하며 나간다.


 주방은 아침 식사의 시간이 막 끝난 것인지 자동 세척기가 힘차게 돌아가는 중이었고, 포티아와 아우로라는 잠깐의 휴식 시간 동안 주방 구석의 의자에 멍하게 앉아있다.


 “아우로라 양은 어서 카페테리아로 돌아가시죠. 점심의 시간엔 이 에키드나양이 주방을 도울 것입니다.”


 “그렇지! 이 에키드나를 환영해라.”


 “에키드나님? 먼저 머리를 묶으시고 손을 씻으시죠. 이건 기본 중 기본입니다.”


 에키드나가 군말없이 소완의 말을 듣는 것에 블랙웜은 안심의 한숨을 내쉬곤, 그래도 초심자를 돕는 것이 좋다 생각하며 주방에 발을 들였다.

 

***

 

 점심의 시간 약간 지나고, 밀린 업무량이 시달리던 사령관은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반응하며 짧게 들어오란 말을 한다. 소완이 음식이 든 접시를 책상위로 올린 뒤 설명을 시작한다.


 “모두 에키드나양이 만드신 음식입니다. 감자와 쌀을 섞은 파스타에 생선을 갈아 토핑을 하였고, 당근과 브로콜리 위에 올리브 오일과 마요네즈를 섞은 샐러드에, 아우로라양에게 부탁한 푸딩을 후식으로 드셔주시면 되겠습니다.”


 “이게 다 에키드나가 만든 거라고?”


 “조금 도와주긴 했지만, 그래도 매일 지고의 음식을 좇는 에키드나양은 생각보다 탁월한 실력자였나 봅니다. 솔직하게 맛을 보진 못했지만, 저 눈에는 미묘해 보입니다. 에키드나양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첫 작품은 주인님께서 먹어야한다고 하여 맛을 보지 못한 저를 용서하소서.”


 사령관은 속으로 가끔 이상한 약을 섞는 소완보단 낫지 않겠나 생각하지만, 행여나 그녀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속에서 말을 삼키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식사를 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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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음식들인 실제로 제가 먹어본 음식들입니다.


맛은 어떻냐고?


난 신선한 걸로 먹어서 별로 비리진 않았는데 추천할 정도는 아님.


걍 피쉬 앤 칩스가 나아...


아무튼 뭔가 더 원하는 장면 있으면 댓글에 써주삼. 어느정도는 참고 해보겠음 ㅎㅎ


읽어줘서 고맙고, 댓글에 욕을 써도 좋고, 수정안도 좋고, 궁금한 것도 좋음!


물론 칭찬도 좋음 ㅎㅎ


다음에 또 봅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