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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화 요약

1. 위기에 빠진 예티 기지를 구원하기 위해 팀을 나눔

2. 샬럿과 발키리는 고지대의 매머드를 제거하러 가다 복병을 만나 샬럿이 복병을 상대

3. 님프는 길목의 적을 상대로 공세를 분산시킴

4. 발키리는 고지대의 매머드를 제거하고 길목의 적들을 저격

5. 예티 기지를 구원하는 데 성공

6. 조사 팀이 마을로 귀환하던 중 불타는 마을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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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빠른 속도로 내달리던 자동차는 한층 더 큰 굉음을 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핸들을 조금만 잘못 틀어도 순식간에 방향이 뒤틀리며 전복사고를 낼 수도 있었지만 그런 걸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샬럿은 오로지 마을에 최대한 빨리 도달하는 것만 염두에 두며 곡예와 같은 질주를 계속했다.


"이 놈의 철충은 잠시라도 쉴 틈을 안 주냐." 이프리트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불평했다.


"익숙해지는 제가 싫지 말임다." 브라우니도 거들었다.


"단순히 마을에 화재가 난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키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겠으나 기만하는 자가 상대인 이상 적습이라 보는 게 타당할 것이오." 샬럿이 자르듯이 단언하며 이를 갈았다.


 마을에 가까워지자 뜨거운 열기와 매캐한 냄새가 샬럿 일행을 맞아들였다.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겠다는 것처럼 마을 밖에서부터 안쪽으로 연신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먼 곳에서 발생한 폭발음이 계속해서 샬럿 일행의 귀를 때렸다. 단순 부주의로 인한 화재를 기대하는 마음은 한구석으로 밀어둘 수 밖에 없었다. 적영이 희끄무레하게 나타나자 샬럿은 차를 도로 가장자리에 멈추고 대원들에게 지시했다.


"이제 도보로 움직여야 하오. 차는 여기 두고 갈 것이니 전투에 도움될 것만 챙기시오."


"미리 다 챙겨뒀어요!" 메리가 자신의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프리트와 실키, 브라우니도 메리처럼 자신들의 가방을 가리키며 우쭐대듯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은 샬럿은 차에서 내려 무너진 건물 뒤로 이동했다. 이 일대에 있는 건물들은 멸망 후에 한 번도 관리되지 않아 금이 가고 무너지고 이끼가 꼈지만 그 때문에 철충들이 관심두지 않는 곳이었다. 그 덕에 샬럿 일행은 안전하게 마을 어귀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상황을 지켜보니 첫 번째 방어선이 무너지고 두 번째 방어선에서 적을 상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적들의 수효가 예티 기지의 적군 규모를 크게 넘어섰고 질도 상당히 좋았다. 서쪽으로 난 대로에서 적들이 쏟아져 들어가며 끊임없이 방위군을 괴롭혔다.


"적의 수를 보니 예티 기지와 같이 후방에서 적을 교란하는 건 힘들겠소. 급습을 통해 길을 열어 내부로 들어간 다음 요안나 공의 지시를 받는 게 나을 듯 싶소. 저 정도 상황이면 이미 인근 거점에 지원 요청을 했을테니 오로지 방어에만 신경쓰면 될 것이오."


"문제는 어떻게 뚫느냐지. 다리를 넘어가서 적의 진형을 뚫어야 하는데 우리가 다리를 넘을 때 적의 증원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다리만 무사히 넘으면 뚫는 건 어찌될 것도 같은데, 좋은 수가 없을까?" 이프리트가 양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말했다.


"메리 양이 가진 기계로 눈속임하는 건 어떨까요? 둥지를 찾을 때 브라우니의 이미지를 쓴 것처럼요. 철충이 저희를 바라봐도 홀로그램으로 인해 벽만 보인다든-"


"뭘 말씀하고 싶으신지는 알겠는데요, 아무리 저라도 매초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배경을 계속해서 그리는 건 무리예요." 메리가 고개를 저으며 실키의 말을 잘랐다.


"다리 밑으로 헤엄쳐가면 안됨까? 예전에 그런 훈련 많이 했잖슴까."


"내 박격포도 문제고 실키 짐이 많아서 무리야. 걍 가라앉는다고." 이프리트가 손을 휙휙 내저으며 어림없다는 듯 말했다.


"음... 여기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버려진 기찻길이 있는데 거기로 가면 어떨까요? 마을과는 거리가 있어서 철충 군세가 쏟아져 들어오진 못할 거예요!" 실키가 또 다른 의견을 냈다.


"다리가 허름한 게 위험해 보이던데... 그래도 철충한테 죽는 거보단 낫나?"


"조심히만 가면 문제없을 거예요. 3년 전이긴 해도 포츈 씨랑 검사하러 가서 유사시에 이용할만하다고 판단내렸으니까요." 메리가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다면 더 기다릴 것도 없겠구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회합시다."


 샬럿의 시원스런 결정에 모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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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방어선도 슬슬 위태로워졌다. 적의 파상공세에 아군은 굳건히 버티고 있었지만 한계점이 점점 찾아왔다. 요안나는 그 한계점이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오도록 전선에서 동료들을 독려하며 포화를 직접 받아냈다.


"모두 조금만 참으라! 재상이 보낸 원군이 곧 도착할 것이다!"


 전장에 우뚝 선 기사군주의 모습은 방위군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전선이 얇아져 불안정한 곳이 생기면 찾아가서 포격을 대신 막아주고 방위군의 지휘를 도맡다가 안정화되면 다음 전선을 찾아갔다. 살인적인 강행군에도 요안나는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지친 기색을 보일 수 없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고리타분한 봉건적 사고방식일지도 모를 '군주로서 백성을 지켜야 할 의무'만이 요안나의 넘치는 활력을 설명해줄 수 있으리라. 그 군주가 설령 위계는 없고 오로지 의무만 있는 무늬만 군주일지라도 말이다.


 안타깝게도 요안나의 몸은 단 하나였다. 여러 곳에서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 혼자서 막을 수 없는 법이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면 어떤가? 유감스럽게도 불가능했다. 여기서 물러나면 민간 바이오로이드들에게도 피해가 가게 될 터이니. 잠시의 여유가 생긴 요안나는 고민했다. 만약 어딘가를 포기해야한다면 어딜 버려야할까? 서쪽? 북쪽? 감히 저울에 올릴 수 없는 추를 비교하고 있을 때 무관장 임펫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안나는 부디 좋은 소식이길 바랐다.


"무관장, 요안나요. 좋은 소식이라도 가져왔소?"


"그렇습니다. 샬럿 님 일행이 복귀했습니다. 서쪽이 적에게 막힌지라 서남쪽의 버려진 기찻길을 통해 왔더군요. 보고할 사항이 있다하니 그곳으로 인솔하겠습니다."


"아,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구려. 기다리고 있겠소."


 연락을 마친 요안나의 얼굴은 한결 밝아졌다. 최소한 대로 두 곳에서 발생한 전선은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길을 통해 새어나올 적들의 규모는 대로보다는 적을 테니 기존의 방위군으로도 막을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섰다. 샬럿과 합류할 때까지 걸린 짧은 시간이 요안나에게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초조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발끝으로 땅을 연신 두들겼다.


"군주된 자가 그렇게 초조함을 드러내서야 되겠소?" 요안나의 뒤에서 샬럿이 짐짓 빈정댔다.


"하, 보는 자들이라곤 그대들 밖에 없질 않소. 잘 왔소." 요안나는 반갑다는 얼굴을 구태여 숨기지 않고 환영의 기색을 내비쳤다.


"사세가 급박하니 짧게 말하겠소. 이 모든 습격과 전투의 배후에는 트릭스터가 있소. 그 놈이 모든 걸 계획한 거요. 지난 몇 달간 이 근처에서 벌어진 습격은 아마 계획을 위해 군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테지. 가장 최근의 습격은 이번 전투를 위한 포석이었고. 조사 팀이 영산을 향해 움직이면 그걸 이용해 예티 기지의 인원을 끌어내어 예티 기지를 봉쇄하기 쉽게끔 우릴 조종했소. 지금 서쪽으로 몰려드는 병력들은 예티 기지가 봉쇄된 때에 넘어왔거나 기지보다 마을에 가까운 둥지에서 나타난 놈들일 거요. 다행인 점은 예티 기지를 구원했다는 점이오. 무관장에게 듣기로 얼마 전부터 서쪽에서는 적의 증원이 없다했으니 물줄기 한군데는 막은 셈이오."


"그렇다면 이제 큰 물줄기는 북쪽과 북서쪽만 남았군. 샬럿 공은 서쪽으로 가주시게. 그대는 나보다 공세를 취하는 것이 능숙하니 그곳에서 적들을 제거해주시오. 나는 북쪽으로 가 적의 공격을 받아내겠소." 


"그리하겠소. 기존 임무는 마쳤으니 대원들은 그대가 배치하시오." 샬럿은 주먹으로 왼쪽 가슴을 두들기며 자신감을 표했다.


"메리 양은 안전한 곳으로 가시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전장에 민간인이 있어선 안 되오." 샬럿이 메리를 보며 간곡히 말했다.


"싫어요! 여긴 제 고향이나 마찬가지라구요. 더 이상 도망치긴 싫어요. 지난 임무에서 알았다구요. 저도 도움이 될 수 있단걸요." 메리는 전에 없이 거세게 반항했다.


"이번에는 나도 양보 못 하오! 지난 임무 땐, 큰 전투가 발생할 거란 예상을 못 했기에 그대를 데려간 것이오. 이번 임무와는 상황이 다르단 말이오! 내가 취할 자세는 오로지 공세요. 그댈 신경 쓸 수 없소." 샬럿 역시 메리의 억지를 완강히 거절했다.


"죽어도 원망 안 할 거라니까요!"


"안 된다면 안 된다는 줄 아오!" 서로 한 마디를 지지않고 으르렁대자 요안나가 고개를 숙여 한숨을 쉬고 말을 꺼냈다.


"메리 양, 나와 함께 갑시다. 다만 한 가지만 약조해주오. 지정한 호에서 섣불리 나오지 마시오. 위험한 상황이면 모르되, 공연한 자만심이나 공명심으로 스스로를 위험에 처하게 하지 말란 말이오. 이것만 지켜준다면 내가 그대를 보호해주겠소."


"요안나 공, 무리할 필요가-"


"그렇게 할게요, 요안나 씨!" 요안나의 제안을 단박에 받아들인 메리는 샬럿을 보고 혀를 내밀었다.


 말을 마친 요안나는 임펫과 스틸라인 대원, 메리를 이끌고 북쪽으로 향했다. 샬럿은 착잡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다 표정을 고치고 서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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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서쪽에선 더 안 오는 거 맞슴까? 어째 계속 철충이 오는 거 같지 말임다." 방위군 소속 브라우니가 불평을 쏟아냈다.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철충들이 이쪽으로 병력을 더 보낸다잖아요, 브라우니. 아까 졸기라도 했어요?" 신경이 잔뜩 곤두선 레프리콘이 브라우니를 쏘아붙였다.


"죄송함다. 푸념 좀 해봤지 말임다." 브라우니가 풀죽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음... 생각보다 전황이 안 좋군 그래. 이프리트 양 적진 한가운데다 큰 놈 하나만 떨어트려주겠소?"


"잉? 뭐야, 언제 나타난 거야? 알겠어."


 기척도 없이 나타난 샬럿에 방위군 소속 이프리트는 순간 기겁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박격포를 쐈다.


"됐어? 잉, 어디 갔대?"


 보고할 새도 없이 사라진 샬럿을 본 이프리트는 두 눈을 껌뻑껌뻑거리다가 다시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박격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박격포가 발사되는 소리를 듣자마자 적을 향해 질주하던 샬럿은 전열의 저거너트를 향해 칼을 내질렀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코어의 위치에 꽂힌 칼날은 망설임없이 뽑혀 다음 목표를 향해 휘둘렸다. 저거너트 주위에 있던 테스투도나 레기온들이 정교한 샬럿의 검술에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여느 때와 달리 샬럿은 진지했으며 원래의 춤추는 듯한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고 극도로 효율적인 몸짓에 평소보다 월등한 속도로 적을 제거해 나갔다.


 그럼에도 적의 수효엔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였다. 샬럿은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다시 아군 진지로 복귀했다. 진지에선 환호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맨몸으로 적진에 돌진해서 많은 수의 적들을 베고 상처없이 돌아온 샬럿이 그들에게 승리를 안겨줄 여신처럼 보였기 때문이리라. 얼마 간의 환호를 몸으로 느끼며 휴식을 취하던 샬럿은 다시 한 번 적에게 돌진했다. 눈치 빠른 이프리트들이 돌진 자세를 취하는 샬럿을 보고 일제히 박격포탄을 적에게 쏘아올렸다.


 샬럿은 이번에 독특한 적을 마주했다. 최초로 날린 네 번의 참격이 닿았음에도 무위로 돌아간데다 주변의 기온이 내려가자 샬럿은 살짝 당황했다. 잠시 생긴 틈을 타 철충이 팔로 내려치자 샬럿은 몸을 옆으로 굴렸다. 간발의 차로 목숨은 구했지만 모자는 그렇지 못했다. 아쉬움에 혀를 찬 샬럿은 단순한 결론을 내렸다. 공격이 잘 안먹힌다면 먹힐 때까지 베어버리면 될 것 아닌가?


 얼굴에 도전적인 미소를 띤 샬럿은 앞으로 도약하며 셀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칼날폭풍을 만들어냈다. 소용없다는 듯이 튕겨내던 얼음 장갑도 어느샌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에 당황한 것마냥 적이 마구잡이로 냉기를 뿌려대며 주먹을 휘둘러댔다. 근처의 철충들이 얼어붙었다가 주먹에 산산조각 나며 파편으로 흩뿌려졌지만 샬럿은 간결한 발놀림만으로 비효율적인 난동을 피했고 칼날폭풍은 기세를 얻어 더욱 더 강렬해졌다.


 이윽고 몸에서 잔잔한 얼음 파편들이 떨어지자 적의 의미없는 반항이 더욱 거세졌다. 때가 왔다고 판단한 샬럿은 적의 심장부를 향해 칼을 내질렀다. 칼날이 심부에 도달해 코어를 꿰뚫는 감각을 손으로 느낀 샬럿은 숨을 한 차례 몰아쉬고 가벼운 성취감을 즐겼다. 거체가 팔을 죽 늘어트리며 맥없이 눈을 감자 아군 진지 측에서 또다시 환호성이 들려왔다.


"토터스치곤 꽤 단단하군."


 꽤란 말이 적절한 단어였는지는 의문이 들지만 손을 흔들며 아군의 환호성에 답하던 샬럿은 별안간 얼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제압한 것과 같은 적들이 더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깨를 으쓱거린 샬럿은 한 마디하고 다시 적에게 돌진했다.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적을 한 차례 상대해본 것만으로도 특징을 파악한 천재적인 결투사는 의미없는 칼질을 줄이고 더 효율적인 공격에 집중했다. 처음 상대하는 적과는 달리 얼음이 뭉텅이로 잘려져 나가 애처롭게 냉기를 토해내며 저항하던 적은 주위의 철충만 죽이다 기동을 정지했다. 첫 번째 놈보다 나은 점이라곤 철충을 덜 죽였다는 점밖에 없었다. 세 번째 놈 역시 두 번째 놈과 다를 바없는 최후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얼음 토터스들을 보고 샬럿은 슬슬 짜증이 치밀기 시작했다. 개체 하나를 상대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철충들에 비해 처리하는데 품이 좀 드는 놈이었기에 여러 놈을 잇달아 상대하다가 지치는 게 걱정됐기 때문이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결정한 샬럿이 다시 전투 자세를 취했을 때 적의 후방에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얼음 토터스 한 기가 맥없이 쓰러졌다. 또다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기의 적이 더 쓰러졌다. 샬럿이 후방을 확인하자 반가운 얼굴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었다. 그 뒤에서 갑자기 태도를 든 닌자가 앞으로 뛰어들더니 불에 휩싸인 검을 적을 향해 내려쳤다. 얼음 토터스고 테스투도고 할 것 없이 불길에 닿은 적은 녹아내리며 기능 정지를 알렸다.


"지원군... 왔어."


 멍한 표정에 특유의 말투를 가진 닌자가 지원군이 왔음을 알렸다. 샬럿은 닌자와 주먹을 가볍게 부딪히며 환영의 의사를 표했다.


"와줘서 고맙소, 카엔 공. 중앙에서 파견 요청이 온 것이오?"


"아니.. 발키리가.. 연락했어."


 카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사일을 발사하던 샌드걸이 날아왔다.


"지원군이 왔으니 잠시 숨을 돌리시죠. 여긴 저희가 맡을테니 발키리 님께 자초지종을 먼저 들으시고 합류하셔도 좋습니다."


 뒤이어 온 예티 기지의 병력과 카엔 휘하의 병력이 적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를 확보하며 적을 북쪽으로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차에서 내린 발키리는 샬럿과 카엔에게 다가와 가볍게 인사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샬럿 님이 떠나고나서 왠지 모르게 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샬럿 님의 예상대로 일이 진행될 것 같아 카엔 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지원을 흔쾌히 수락하신 카엔 님과 원군이 예티 기지에 도달했을 때 저희도 합류해 여기 오게 된 것입니다. 아직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렇소, 두 분 덕분에 마을을 구해낼 수 있을 것 같소. 이대로 적을 북쪽으로 밀어내 북서쪽의 적을 제거하고 북쪽 대로를 도우러 갑시다."


"응. 다른 데서도... 지원.. 온댔어."


 세 명은 다시금 전선으로 뛰어들어 병력들을 독려하며 적과 싸워갔다. 얼음 토터스들이 드문드문 나타났지만 카엔의 불길이 손쉽게 그들을 제거했다. 그 외의 난적들은 발키리의 저격이나 샬럿의 검격에 손 쓸 틈도 없이 쓰러져 갔다. 전선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 빛이 저녁 노을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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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중 여담


샬럿 : 대체 어떤 방법을 썼기에 그 얼음 토터스가 미사일 한 방에 부서진 것이오? 내 검격 수십 방도 버텨내던 것을 말이오.


발키리 : 그 놈의 이름은 프로스트바이트라고 합니다. 토터스의 한랭지 사양같은 놈으로 비정상적으로 단단하죠. 원래는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같은 혹한지에 나타나는 놈들이라 중위도에서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의문이군요. 처리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카엔 님처럼 불을 사용해 제거하는 것이지만, 저 얼음을 뚫을 수 있다면 어떤 무기를 써도 무방합니다. 저희같은 경우는 샌드걸에게 대장갑 미사일을 줬기에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샬럿 : 음, 카엔 공의 비기라도 배워야 하는 것인가?


카엔 : 비기... 아무한테도.. 못.. 알려줘. 자신만의... 비기.. 만들어.


샬럿 : 거절당했군.


발키리 : 뭐, 검격 수십 방으로 프로스트바이트를 쓰러트린 것도 비기라면 비기겠죠. 정진해보시죠.


샬럿 : 발키리 공도 같이 비기를 만들어 보시겠소?


발키리 : 아, 저는 대장갑 탄이 따로 있기에 마음만 받겠습니다.


샬럿 :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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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0화 쯤에서 끝낼라 했는데 한 12화까지 갈 듯하네

누구나 글싸기 전엔 그럴듯한 계획이 있는 법인가봐

나 같은 놈은 원래 계획도 못 지킴

딱딱 맞춰서 쓰는 사람들이 부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