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인가요?"


세이렌은 운디네에게서 한편의 영화가 든 태블릿을 받아들었어.

어떤 영화인지 알수 없었지만, 운디네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지.


"여태 봤던 영화들중에서 제일로 로맨틱한거라구요~ 사령관도 부함장님과 같이 본다면 확 넘어갈걸요?"


세이렌은 그 말을 듣고도 조금 망설였어.


"으음... 사령관님도 영화보는걸 좋아하실까요?"


세이렌의 걱정을 듣자 운디네도 확답을 하지는 못했지.


"그럼...요?"


"영화는 감사해요, 운디네씨. 내일 사령관님 만나면 말해볼게요."


세이렌은 내일을 기약하면서 테이블 위에 영화가 든 태블릿을 올려두고

부관으로서 남은 업무를 처리하러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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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은 운디네의 응원을 받으며 숙소를 나섰어.

운디네는 세이렌이 사령관실 쪽으로 멀어지는 것을 보고나서 발걸음을 돌렸지.


숙소에 돌아온 운디네는 테티스의 침대위에 놓인 태블릿이 보였어.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긴 운디네는 그걸 집어 켜봤고 화면을 보자 당황할수 밖에 없었지.


"이...이건 분명히 내건데...?"


그렇다면 세이렌이 들고간 태블릿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당황한 운디네는 재빨리 태블릿을 집어 세이렌의 뒤를 따라 사령관실로 달려갔지만,

이미 세이렌은 사령관실 안으로 들어간 뒤였어.

운디네는 어찌할 바를 모른채 발만 동동 구를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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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


한참 보고서를 읽던 나는 세이렌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반겨주었어.


"아, 미안. 이것만 마저 다 읽고서 나가자."


서둘러 읽던 보고서를 정리하려는 나를 보고는

세이렌이 태블릿을 보여주며 말을 꺼냈어.


"저, 사령관님. 피곤하실텐데 오늘은 방에서 같이 영화 보실래요?"


"영화?"


"네, 운디네씨가 정말 재밌는거라고 빌려줬거든요."


"그래? 그렇담 얼마나 재밌는지 봐야겠는걸."


보고서를 다 읽고난뒤 한쪽에 놓아두고서 세이렌의 옆에 나란히 앉았어.

세이렌의 고개가 천천히 내게 기울며 기대어왔고,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영화가 나올 화면을 바라보았어.



"....!"


영화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굉장히 야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고있었어.

슬쩍 내 옆의 세이렌을 보니 손만 꼼지락거리며 간신히 보고 있었지.


'운디네가 정말 이런 영화를 추천해줬다고...?'


세이렌도 설마 영화가 바뀌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에,

얼굴만 빨개진채로 조용하게 보다 격정적인 장면에선 고개를 떨구며 몸을 꼬기도 했어.

같이 보던 나 역시 자꾸 엄한 생각만 떠올라 제대로 보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좀더 보다보면 뭔가 다른게 나오겠지...'

싶었던 내 생각은 결국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이어졌지만 끝내 그런일은 없었어.


남녀 단 둘이서 이런 영화를 보고나니 어쩐지

둘 사이에 굉장히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게 느껴졌어.

나는 어색함을 떨쳐내고자 불을 키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어떤 말이든 꺼냈지.


"오늘따라 방이 덥네, 에어컨이 고장 났나.."


이런저런 말을 꺼내도 세이렌은 고개를 푹 숙인채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았어.

잠들었나 싶어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아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불러보았어.


"세이렌?"


"으앗!?ㅅ, 사령관님...!"


세이렌은 나를 보자 화들짝 놀라며 얼굴이 열이난것마냥 빨개졌어.

그녀는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채 간신히 말을 꺼냈지.


"저,저 아무 생각도 안했어요!"


세이렌은 그 말을 하고서 아차 싶었는지 다시 고개를 푹 숙였어.

나는 그런 반응을 보고 나서야 알아챘어.

세이렌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상상을 했었구나 하고 말이야.


세이렌은 자주해주던 작은 스킨십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어.

나는 조금만 더 놀려볼까 싶은 마음에 그녀에게 키스를 해주었지.


내 생각과는 달리 세이렌은 조금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목에 팔을 감아오며 더 원하는듯이 나를 끌어당기며 입을 맞췄어.


"...세이렌?"


"사령관님...조금만 더요..."


세이렌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나를 계속 끌어안았고,

나는 한번더 입을 맞추며 그녀를 더 강하게 껴안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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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후쯤이 되어서야 세이렌은 숙소로 돌아갔어.

운디네는 세이렌의 데이트를 방해했을까 안절부절하며 세이렌을 기다렸어.


"어...부함장님! 영화는 그게...테티가.."


세이렌은 여전히 운디네가 영화가 바뀐것을 모를거라 생각했어.


"고,고마워요 운디네씨. 덕분에 사령관님과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네?"


운디네는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얼굴이 붉어지며 숙소로 들어가는 세이렌을 보고는

'아무렴 잘됐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더 물어보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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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수줍어도 호감도 꽉 채워지면 의외로 적극적인 표현도 잘하는 대사들이 있길래

엮어서 함 써보긴했는데 오랜만에 써서 너무 난잡한것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