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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를 시작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은 어느 날.

리제는 평소대로 카페에서 여유 시간을 즐기고 있었지.

평소대로가 아닌 점이라면 세레스티아와 마주 앉아 있다는 점일까.


- 날씨가 좋네요~

- 잠항 중이지만요.

- 어머, 그랬지요~


으응- 이 마이페이스.

언젠가 합류할 아자즈보다는 나은 편이라지만 역시 어딘가 대하기 어렵네.


- 그래서 무슨 용무로 오셨나요?

- 저희 엘븐 분들이 하는 일로 부탁할 게 있어서요.


그러고 보면 원래 오르카 호에 있던 엘븐이랑 다크 엘븐들 외에도, 요정 마을에서 지내다가 세레스티아를 따라 합류한 엘븐 시리즈도 적잖이 있었지.

몽구스 팀이나 페어리 시리즈처럼, 주요 전투 부대는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조직 취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는.

덕분에 산악전에서 전술적인 유연성이 늘어났다나… 같은 이야기는 접어두고.

리제가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전투가 없을 때에는 페어리 시리즈가 관리하는 수직 농장의 일을 도우면서 모자란 숲 성분(?)을 채우고 있었을 텐데.


- 보직 관련이라면 저보다는 그이에게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 아,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럼 더더욱 짐작 가는 것이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자니, 세레스티아가 다소 난감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지.


- 실은 엘븐 분들이 많아진 김에 엘븐 밀크의 홍보에도 힘을 쓰려고 했는데, 어쩐지 반응이 석연찮았거든요.

- 아아….


그건 뭐랄까, 자업자득이라고밖에는.

소완도 리리스도 원작 리제도 그럭저럭 얌전하고, 사령관의 연애사도 깔끔한 만큼, 이 오르카 호에서 바이오로이드끼리 심각한 충돌이 벌어진 적은 없지만 그게 소소한 트러블까지 없단 소리는 아니었지.

구체적으로는 배식의 많고 적음이라거나, 스틸라인 온라인으로 "너 게임 개못하잖아"를 시전하거나, 그냥 성격이 안 맞아서 투닥인다거나.


그리고 트러블 메이커 목록의 상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물 중에는 엘븐 포레스트메이커도 있었고.

그 장난의 상당 부분에 엘븐밀크가 관여해 있었으니만큼 - 이 세계선에서도 나이트 앤젤이 가슴이 커진다는 희망고문으로 바가지를 썼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어. 불쌍하기도 하지 - 브랜드의 신뢰도 자체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그걸 해결하고 싶다는 의견이야 타당하긴 한데.


- …성실하게 일해 나가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알렉산드라 선생님이 한 차례 힘을 쓴 이후로는 엘븐도 (강제로) 얌전해졌고.

잠수함 생활에서 고소한 우유의 맛은 그 나름대로 귀한 편이니 지금도 사는 사람은 사고 있을 텐데.


- 그건 그렇지만요. 저랑 같이 지내던 엘븐 분들이 자기들은 아직 아무 장난도 안 쳤는데 억울하다고 하더라고요.


'아직'인가요. 그런가요.

……뭐, 동형기라는 이유로 도매금 취급은 곤란하다는 점이야 멀리 갈 것도 없이 자기만 봐도 맞는 소리긴 한데.


- 아무튼, 마케팅을 하고 싶으시다는 거죠?

- 네에.

- 생각해두신 방법이라도 있으신가요?

-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이미지를 바꿔볼까 해서요~.


무난하네.

아니, 너무 무난하다 못해―


- …저한테 부탁하실 부분이 없지 않나요?


그런 세세한 부분이야 충분히 세레스티아의 재량 내에서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의문이 담긴 시선에, 세레스티아는 생긋 웃어보이고는.


- 역시 외관이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면 빠르게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지 않겠어요?

- 그렇죠?

-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서 리제 씨의 인기가 많더라고요.

- 어… 네에?

- 그래서, 오르카 호의 특별 에디션으로 리제 밀크를 만드는 건 어떨까 해서~

- !?!?!?!?


그야말로 폭탄에 가까운 발언을 내던졌지.

정작 리제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다시피 하는데도 세레스티아는 태연했지만.


- 무, 무슨 생각으로 그런……!

- 어머, 그렇게 싫으신가요?

- 그야 당연히―

- 으응~ 사령관님이랑 세트로 만들어볼까 했는데…….

- 이… 네?

- 식품 완구 같은 느낌으로요~ 역시 수집 요소가 있으면 많이 사게 되지 않을까 해서.


아. 그 쪽이구나.

하긴. 아우로라처럼 천연 아로마 체질인 것도 아니고. 아직(?) 나오지도 않는데 설마 그 쪽이겠어.

부질없는 민망함에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리제는 몇 가지를 검토한 후에 엘븐 밀크 리제 에디션 - 그쪽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도 역시 리제 밀크는 어감이 안 좋으니까 - 의 제작을 허락했어.


덧붙여서 카페테리아에서 일련의 대화를 지켜보던 아우로라는 세레스티아가 보여준 기획서 아래에 뭔가 더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와 진실을 알 방법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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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티아 쪽의 지분이 좀 적았던 것 싶어서 조금 챙겨주는 느낌의 편이 되었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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