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어둡다. 

배가 고프다.

갈증이 난다.

그리고,


외롭다.


이 폐건물에 갇힌지 얼마나 되었을까. 팬텀은 엷게나마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창문 옆 벽에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은 선 수십 여개가 있었다. 


'여기 갇힌지 그렇게나 오래되었다고?'


잠시 들어오는 햇빛을 바라보자니, 먼지가 나풀나풀 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그 먼지를 휘휘 저으며 선을 하나하나 세어 보았다.


"여든 둘, 여든 셋, 여든 넷......"


마지막 여든 다섯을 세려던 차에 배가 꼬르륵, 하고 울렸다.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도 허기는 진다. 팬텀은 애써 그 소리를 무시하고 파여진 벽을 훑었다. 


85일의 시간. 그동안 자신은 인간님이나 자매를 만난 적이 없다. 심지어 건물 바깥을 빼곡히 메우고 있을 철충조차도 말이다. 이곳에 갇히기 전에도 그녀가 만날 수 있는 인간이나 바이오로이드는 극히 적었지만, 정말 아무와도 접촉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철충이 그리워질 줄은 몰랐다.'


팬텀은 이곳에 갇힌 첫날 잡은 철충의 잔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금방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철충과 만나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폭탄을 하나라도 남겨 놓는 게 좋았을 텐데.' 


총알은 진작 떨어졌고, 그녀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점착 폭탄은 눈앞의 철충을 잡느라 터뜨려 버린지 오래였다. 그나마 남은 단검은 두꺼운 벽을 뚫을 수 없었다.


'이대로 죽는 걸까.'


팬텀은 두려웠다. 암살자로 써먹기 위해 만들어진 그녀에게 다른 누군가와 교류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 팬텀의 소원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다. 


옆에 있어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존재. 그녀가 아는 '친구'는 그런 개념이었다.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 한스러웠다. 허나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괴로워 눈물을 흘리려던 그때,


콰과광! 


엄청난 굉음과 함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01.


 커다란 소리가 몇 번 더 들려왔고, 마침내 벽이 완전히 부숴졌다. 환희에 찬 눈빛으로 바깥을 둘러보고 있던 팬텀을, 거대한 그림자가 막아섰다.


"......"

"저기...... 누구세요?"


팬텀이 그렇게 묻자, 그녀 앞에 선 누군가는 삐걱거리는 팔로 머리를 덮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대충 땋아둔 은빛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AL 팬텀이군."


그녀는 팬텀의 이름조차 묻지 않고 건조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를 듣고 팬텀은 확신했다. 그녀가 자신의 후계기, AL 레이스라는 것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AL 레이스라면, 제 후배...... 인가요?"


팬텀이 그렇게 묻자 레이스의 금안이 사납게 번뜩였다. 물어서는 안될 것을 물어봤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 AL 레이스 기종을 처음 봐서요......"

"알았으면 조심해라. 난 네 후배가 아니다."


후배가 아니라는 말에, 팬텀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레이스를 바라보았다.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살 이곳저곳에 있는 흉터가 눈에 띄였고, 오른팔은 의수였다. 딱 봐도 자신보다 연식이 오래된 듯 했다.


'후계기라면 쉽게 친구가 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구나.'


팬텀은 한숨을 푹 쉬며 멀어져 가는 레이스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그때, 레이스가 우뚝 멈춰섰다.


"뭐하나? 안 따라오면 버리고 가겠다."

"네? 네, 알겠어요."


따라오라는 레이스의 지시에, 팬텀은 바닥에 놓았던 단검을 허리에 차고 그녀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 그것도 후계기와 같이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팬텀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다 왔다."

"우와. 아담한 집이네요......"


레이스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수풀로 감춰진 한 기지였다. 그녀가 목에 걸어둔 열쇠로 자물쇠를 풀고 안으로 들어갔다. 팬텀은 주위를 살펴본 뒤, 눈치껏 레이스의 뒤를 따랐다.


방 안은 단출했다. 침대와 책상, 그리고 소파가 하나씩 있는 방은 작지만 안전해 보였다. 레이스가 말없이 소파를 가리키자 팬텀은 조용히 가서 앉았다.


"이것을 너에게 맡기겠다."

"노트북인가요?"

"그렇다. 잘 보관하고 있다가 내가 지시할 때 그걸로 내 말을 받아 적으면 된다. 보다시피 팔이 이래서 말이다."


레이스가 소매를 걷어 의수를 보여 주었다. 한눈에 봐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듯 군데군데 녹이 슨 곳이 많았다.


 "저기, 그거 말고 제가 할 일은 없나요?"

"없다."

"아니, 철충을 잡거나 식량을 구하거나...... 혼자서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팬텀이 묻자, 레이스는 성큼성큼 다가가 팬텀을 향해 팔을 뻗었다. 맞는다 싶어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녀의 팔은 소파 뒤 벽에 닿아 있었다.


"이 주변의 철충은 내가 전부 소탕했고, 식량 보관소는 지하에 있다. 즉, 네가 할 일은 이 노트북을 지키는 것 외에는 없다."

"......알겠어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레이스가 뿜는 살기에 팬텀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레이스가 참치 캔 하나를 던져 주었다.


"먹고 있어라. 곧 저걸 쓸거다."

"감사합니다."


팬텀은 레이스가 준 참치 캔을 따고 기름을 스르륵 삼켰다. 얼마 만에 느껴 보는 기름진 맛인지. 행복감에 얼굴이 풀려가려는 찰나, 레이스의 시선이 느껴졌다. 빨리 먹으라는 암묵적인 명령에 팬텀은 부지런히 내용물을 입에 흘려 넣었다.


"잘 먹었습니다."

"다 먹었으면 노트북을 켜고 [선배 이야기] 폴더에 들어가라. 거기서 여섯 번째 문서 파일을 열면 된다."

"네......"


문서 파일을 열자, 레이스가 써내려간 듯한 문장이 팬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날은 나에게 주어진 첫 휴가여서, 선배와 같이 '바이오로이드 전용 테마파크'라는 곳을 방문했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선배 선배 나 무섭다. 바이오로이드들이 너무 많다."

"걱정 마라 후배! 이렇게 보여도 여기 온 적이 있다.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거다."


선배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나에게 표를 끊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열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매표소로 다가갔다. 그런 선배가 너무 멋져 보였다.]


일기 형식으로 씌여진 회고록이었다. 팬텀은 맨 위에 써진 날짜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날짜가 2차 연합전쟁 전이잖아?'


팬텀은 멸망 전쟁 직전에 생산된 기체로, 생산 일자만 따르면 오히려 눈앞에 있는 레이스가 선배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선배라는 기체는...... 저와 같은 AL 팬텀 기종이었나요?"

"그렇다."


레이스는 짧게 대답했다. 그 선배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팬텀은 입을 다물었다. 레이스가 자신을 데려오면서까지 '선배'에 대한 회고록을 쓰려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팬텀은 다른 질문을 꺼냈다.


"혹시, 그럼...... 레이스 선배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 저보다 연식도 있고 경험도 많으시니......"

"마음대로 해라. 그럼 작성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네, 레이스 선배."


팬텀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선배'라는 말에 레이스의 얼굴이 약간 붉어진 것 같았다. 


"[선배가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표를 들고 왔다. 나도 언젠가는 선배처럼 당당하게 표를 살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선배와 테마파크 안으로 들어갔다.]"


팬텀은 하루에 한 번, 서너 시간쯤 레이스와 함께 회고록을 썼다. 절반은 선배에 대한 찬양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그런 선배처럼 되고 싶다는 레이스의 소망이었다. 그런 내용이 몇 번씩 반복되는지라 지루할 만도 했지만,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를 처음 들어보는 팬텀은 즐겁게 회고록을 써내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그녀는 레이스의 대략적인 사연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암살 작전에 투입되는 팬텀을 호위할 목적으로 배치된 레이스는 선배를 존경하며 따랐고, 어느새 친해지게 되었다. 


팬텀의 존재를 알아챈 표적을 레이스가 처리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어수룩한 레이스를 팬텀이 도와주는 장면이 유독 많았다.


'왜 레이스 선배가 자기 선배를 존경했는지 알 것 같다.'


인류가 멸망해서 새로운 바이오로이드가 생산될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팬텀은 레이스의 이야기를 통해 후배가 생기는 상상을 여러 번 하곤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레이스가 이야기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팬텀은 회고록의 날짜를 확인했다. 멸망 전쟁이 일어나기 전날이었다. 영원히 계속되는 이야기는 없는 법. 이야기가 끝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기, 레이스 선배. 선배는...... 회고록이 끝나면 뭘 할 건가요?"

"그걸 왜 묻나."

"이야기가 끝나도 선배는 살아 있을 거잖아요."


팬텀의 한 마디에 레이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살벌한 분노를 참고 있는 것 같아 무서웠지만, 팬텀은 지그시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레이스는 팬텀의 멱살을 잡으려다 말고 입을 열었다.


"너는...... 선배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역시 같은 기종이다."


말을 마친 레이스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날 이후로 레이스는 팬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물론, 회고록의 집필도 그날로 중단되었다.


02.


 아침에 일어나면 단련을 하고, 하루 세 번 팬텀에게 참치캔이나 보존식량을 던져 준다. 그 시간 외에 팬텀과 레이스가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아니, 레이스는 의도적으로 팬텀을 피하고 있었다. 팬텀은 자신이 정해 놓은 순찰 시간 외에는 회고록의 문장을 조금씩 다듬었다.


'레이스 선배는 더 이상 '선배'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은 걸까.'


그런 생각도 잠시, 팬텀은 금방 고개를 저었다. 레이스는 자신의 선배를 기억하고 싶어 했다. 선배를 잊을까봐 두려워, 필사적으로 흔적을 남기려 하는 것 같았다. 


'분명 선배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레이스의 마음을 열게 하고 싶었지만, 자신에게는 능력이 부족했다. 어느 정도 정이 들었을지라도 절대 레이스 속의 '팬텀 선배'보다 가까워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레이스 선배는 내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다. 친구가 방황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레이스는 팬텀의 첫 번째 친구였다. 팬텀은 용기를 내서 꼭 레이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창문을 열고 목소리를 높여 레이스를 부르려는 순간,


뚜르르르- 뚜르르르-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통신기가 울렸다.


03.


 팬텀은 조심스럽게 통신기를 들고 입을 열었다.


"여기는 AL 팬텀. 말씀하십시오."

[헤헤...... 안녕하세요, 팬텀 씨. 오르카 호의 커넥터 유미라고 합니다. 혹시나 살아있는 분이 계실까 해서 통신을 요청해 봤는데, 이렇게 연결되다니 기쁘네요.]

"저기, 오르카 호가 뭔가요? 커넥터 유미 기종은 펙스 소속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 설명 먼저 해야겠네요. 오르카 호는-]


커넥터 유미는 자신이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이 이끌었던 저항군에 소속되어 있으며, 현재는 유일한 인간이 사령관 자리에 있다는 등 여러 정보를 이야기해 줬다. 레이스를 처음 봤을 때처럼, 팬텀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유일한 인간이 그곳에 있다면 레이스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팬텀은 자그마한 희망을 가슴에 품으며, 유미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다행히 유미는 그 질문들에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고, 팬텀은 레이스를 오르카 호에 데려가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팬텀 씨, 마지막으로 하나 알려드릴 게 있어요. 잘 들으세요.]

"말씀하세요."

[철충 군단이 팬텀 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지금은 안전할지 몰라도, 이틀만 지나면 철충으로 뒤덮일 거예요. 그래서 사령관님께서는 최대한 빨리 합류하기를 요청하고 계세요. 여기 표시한 거 보이시죠? 그곳으로 가면 오르카 소속 스틸라인 부대가 두 분을 맞이할 거예요.]


그 말이 끝나고 통신장애라도 왔는지 연결이 뚝 끊겼다. 


"여보세요? 유미 씨?"


팬텀이 수화기에 대고 말을 걸어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먹통인 수화기에 계속 말을 거는 대신, 그녀는 창문을 활짝 열고 레이스에게 외쳤다. 


"레이스 선배!"


04.


 "나는 안 간다."

"어째서죠? 빨리 가지 않으면 철충에게 죽을 거라고요."


레이스는 대답 대신 방 안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그녀는, 액자 속에 들어 있는 선배의 사진을 슥 만졌다.


"유일한 인간이 그곳에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인류는 멸망했다. 그리고 이 집은 선배가 죽기 전 나에게 준 유일한 선물이다. 버릴 수 없다."


확실히 집안 곳곳에 있는 흔적은 레이스보다 작은 팬텀이 남긴 것이었다. 


"그럼 회고록은요?"

"......"

"레이스 선배가 죽으면 선배 이야기를 남길 사람이 없어지잖아요."


팬텀은 레이스에게 노트북을 들이댔다. 회고록의 날짜는 멸망 전쟁 전날에서 멈춰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선배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이 두렵다. 이제 선배의 공적을 알아줄 사람도 없다."


회고록의 날짜를 보는 레이스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팬텀은 선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요. 오르카 호에는 자매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아까 말했듯이 유일한 인간님도 계시고요. 그분들한테 선배의 이야기를 전해 주는 건 어때요? 이걸 완성시켜서요."


레이스의 눈에 머물러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팬텀은 그런 레이스를 말없이 안아 주었다.


05.


 "선배 선배 서점은 처음이다. 인싸처럼 보이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많다."

"괜찮다, 후배. 우리도 손님이니 당당하게 책을 고르면 된다."


팬텀은 후배인 레이스를 안심시키고 논픽션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빽빽히 꽂혀 있는 책들 사이, 그녀는 [팬텀 선배]라는 제목이 적힌 책 한 권을 꺼냈다. 


"대단하다. 이 책이 선배의 선배가 쓴 건가?"

"그렇다. 내가 살 테니 한 번 읽어 보겠는가?"

"선배가 추천하는 거라면 뭐든 좋다."


후배 레이스는 팬텀이 건네준 책을 받고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녀는 그런 후배를 보며 감개무량하다는 듯 가슴을 폈다.


'그때는 이런 후배가 생길 줄 몰랐지.'


오르카 호의 바이오로이드 제작 시설에서 AL 레이스가 나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초보 선배였던 그때를 회상하며, 팬텀은 흐뭇하게 책을 읽는 후배 레이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선배, 선배의 선배는 어떤 바이오로이드인가? 나와 같은 기종이라고 들었다. 만나 보고 싶다."

"하지만 레이스 선배는......"


팬텀이 말꼬리를 흐렸다. 후배 레이스는 아차하며 입을 막았다. 상당히 오래된 바이오로이드라서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는데.


"미안하다 선배. 내가 말실수를 했다."

"말실수라니?"


후배 레이스가 설레발을 치며 사과하자, 팬텀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때, 누군가가 팬텀의 어깨를 두드렸다.


"팬텀 후배."

"레이스 선배! 아, 그게...... 선배를 놔두고 저만 후배랑 놀 생각은 없었어요. 그, 선배가 '인싸만 주문할 수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 간다고 하셔서요."


팬텀이 열심히 변명하는 사이, 레이스는 샌드위치 가게 봉투를 번쩍 들어 보였다. 


"드디어 성공한 건가요? 대단해요 레이스 선배! 전 아직 부끄러워서......"

"나중에 내가 알려주겠다. 여기 후배의 후배 것도 사왔다."

"감사합니다, 선배의 선배."


후배 레이스가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팬텀은 AL 레이스 기종답지 않은 화기애애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두 레이스를 보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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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레이스가 선배인 콘문학 보고 감명받아서 써 봤다. 그런데 아직도 못찾음...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