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로 볼을 찔러보고 발바닥을 간지럽히던 리제는 아기가 발가락으로 손가락을 꽉 붙잡자 '햇쮸!'하며 놀라서 손을 빼냈고, 지켜보던 다프네와 철남충은 웃음을 터뜨렸다. 괜히 심통이난 리제는 환자 코스프레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드리아드가 코를 골면서 자는걸 핑계삼아 물수건을 콧구멍으로 쑤셔넣었다. 


다프네가 쉬는 시간에 육아를 맡긴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며 고개를 숙이는것에 대충 대답하며 반대쪽 구멍에도 물수건을 쑤셔넣는것에 집중했지만, 철남충이 다프네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떠나자 행동을 멈추며 약간 굳은 표정으로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다프네의 허리와 철남충의 손만 쳐다봤다.


문이 닫히고도 한참이 지나도 계속 말없이 문만 쳐다보던 리제는 드리아드의 코고는 소리가 불만스러운듯 아기가 요람에서 칭얼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놀아주러 잰걸음으로 가다가 아기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주인님을 닮았다 생각하며 웃으며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던 리제는 입은 다프네를 더 닮았다고 느끼며 조용히 아기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둘은 쌍둥이답게 얼굴이 거의 일치했다. 그러나 리제와 다르게 늘 온화하게 미소짓는 입술과 눈색깔, 그리고 행동이 차이로 모두가 둘을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었다. 어쩌면 모듈이 뒤바뀌기만 했어도, 어쩌다 다프네의 모듈이 들어간 불량품이기만 했어도 요람에서 미소짓는 아기는 리제의 입술과 닮았을지도 모른다.


주인님은 나와 사랑할때 아직도 피임을 한다.


다프네와 할때랑 다르게


리제는 해충의 아가리를 찢어버리기 위해서 고개를 들어 노려봤고, 아기가 사령관과 똑같은 눈으로 쳐다보며 다프네처럼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바라보자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한참 훌쩍이던 리제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돌아보자 오래된 악우가 복잡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말없이 쳐다보던 리리스는 말없이 리제 옆에 앉았고, 한참뒤에야 리제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 침묵이 이어졌다.


너희 고양이, 임신했다며?


자매들과 주인님만 부르는 애칭을 함부로 입에 올리자 발끈해서 쳐다봤지만,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꼴이 말이 아니자 저절로 화가 사그라든 리리스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걸로 대답했다. 한참 이어지는 침묵이 불편했는지 이번에는 리리스가 입을 열었다.


분명히 귀엽게 태어날꺼야, 좋은 엄마가 될테고...


잠시 망설이던 리리스는 리제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다프네랑 페로는 우리랑 다르니까


리리스를 말없이 쳐다보던 리제는 다시 드라이드의 코골이가 들려오자 칭얼대는 아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드라이드의 한쪽 남은 콧구멍에 자비없이 물수건을 쑤셔넣고 요람에 다가간 리리스는 아기의 눈을 보며 말했다.


눈은 주인님이랑 똑같네


리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자세히보면 입도 주인님이랑 닮았어, 조금 다프네가 섞였지만... 주인님을 더 닮았어


한동안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철남충과 다프네의 닮은 곳을 떠들던 둘은 다프네가 돌아올때까지 코가 막힌 드라이드가 입으로 얌전하게 숨쉬는 소리를 배경삼아서 페로와 다프네의 아기중에 누가 더 귀여울지 정신없이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