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e Shit Different Day?

변함없는 나날?


06시 30분 : 기상


  "부사령관님!, 안녕히 주무셨슴까!"


  하루를 시작하는 불침번 브라우니의 인사와 함께 부사령관의 침실에 아침이 찾아온다. 침대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가려던 부사령관은 소리소문없이 찾아온 금란에 의해 침대밖으로 꺼내졌다.


  "간밤에 탈은 없으셨는지요"

"꿈에서..."

"13시 이전엔 꿈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옵니다 부사령관님"

"...오늘 아침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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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30분 : 조식


  "...어서와"

"ㅎㅇ...어제 동침 누구였냐?"

"샬럿님과 앨리스님이었다 하옵니다"

"그 둘은 은근히 붙어다니더라"


  먼저 식사중이던 사령관의 맞은편에 앉은 부사령관은 핼쑥하진 사령관의 얼굴에서 가십거리를 찾았다.


  "주지육림에 뛰놀고 온것 치곤 얼굴은 더 삭아있는데"


  사령관의 침묵은 소완의 특제 자양강장제를 들이키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부사령관도 그런 그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사령관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용의 수저를 든 오른손은 제 할일을 하고있었지만 식탁 아래에서 나올 낌새를 보이지 않는 그녀의 왼손은 무얼하고 있는지 알턱이 없었다. 오늘 사령관과 동침하기로 한 사람은 누군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것같은 부사령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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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시 00분 : 오전 일과 시작


  "이건 이쪽으로 분류해서 S창고에 정리해놔, 탐사팀?"

"근무투입 신고만 하면 됩니다."

"예정시간까지 준비해서 대기하라그래, 그리고 안드바리한테..."


  적당하게 부른 배를 이끌고 업무에 매진하는 부사령관은 지금 이순간 만큼은 오르카호 저항군의 최고 사령관의 오른팔다웠다.


"....속옷좀 줘"

"뭔...미친소리세요 시발"


 사령관이 찾아오기까지 딱 5분간 말이다.


"빨래 안돌렸냐? 콘스탄챠는 뭐하고있는거야?"

"아니...그냥 없어진것 뿐이야..."

"...이번이 몇번째냐? 리리스는 뭐하는거야? 사령실의 보안이 아주..."

"자긴 세장밖에 안가져갔대..."

"허이고 시발..."


  안드바리가 이자리에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한 부사령관과 사령관이었다.


"금란"

"알겠사옵니다."


  익숙하다는듯 입고있던 속옷을 벗을 준비를 하는 금란을 두고 부사령관은 머리를 싸쥐었다.


"돌겠네 진짜"


  한치의 표정 변화가 없는 그 청아한 얼굴과 어째선지 조금씩 떨리는 그녀의 두 다리는 부사령관의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다.


"...안드바리한테 이야기해놓을께"

"...그...생활복 바지도..."

"제발 좀 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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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30분 : 중식

특이사항 : 점심메뉴 - 국밥


  "이게 섹스다"

"금주령 내린건 이젠 신경쓰지도 않는구나"

"마, 그냥 무바라"

"아니 난 그냥..."


  사령관의 뚝배기에 젓갈과 깍두기 국물, 다대기를 넣어버린 부사령관은 째려보는 사령관의 시선을 능청맞게 무시하고 소주를 들이켰다.


  "주인이시여...새것으로..."

"아니...괜찮아...그냥 먹을께"


  어째선지 평소 먹는것보다 더 맛있어서 짜증나는 사령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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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 00분 : 오후 일과 시작

특이사항 : 14시 00분 캐노니어 훈련 시찰 예정


  "간밤에 있었던 일들이옵니다."

"...사령관 빤쓰는 제대로 반납했냐?"

"그렇사옵니다."


금란이 건낸 서류를 받아드는 부사령관은 금란에게서 의심스러운 시선을 쉽게 거둘수 없었다.


  "알비스님과 LRL님이 22시에 부식창고에서 서성이다 소완님에게 들켜 취사지원형에 처해졌습니다."

"LRL은 칼 만지는거 위험하니까 소완한테 잘 일러둬"

"이미 그리 해두었습니다. 포티아님과 함께 양파와 마늘 껍질 벗기는 일을 한다 합니다."

"적당하구만"

"그리고...내일 09시에 '월슨'님께서 요안나 아일랜드에서 복귀한다 하십니다."

"...그래, 소완한테 자양강장제좀 준비해달라 그래"

"알겠사옵니다."


  야외에서 업무를 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 부사령관은 문득 훈련을 지휘하는 아스널이 눈에 들어왔다.


  "...입만 다물면 사령관이 피해다닐일은 없을텐데"

"이제 곧 시작하는것 같습니다."


  일렬로 늘어선 캐노니어 대원들이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그려진 표적지에 조준을 하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레이븐이 공중에서 신호를 보내자 듬직한 포구들이 불을 내뿜고 오메가가 그려진 표적지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하..."

"이런 경관을 좋아하시는건 여전하시군요 부사령관님"

"아니..."

"...무슨 문제라도?"

"아스널 쟤한테도 사령관 속옷 반납하라 그래. 조만간 지휘관급들 생활관 사열일정도 잡아야겠구만"


  포격이 내뿜는 충격파로 아스널이 입고있던 스커트 자락으로 삐져나온 사령관의 속옷이 보였던 부사령관은 흠잡을곳이 없는 훈련진행을 감안해 직접적으로 면박주는것은 참고 넘어갔다. 부사령관은 옆자리에 앉아있던 사령관의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히도 표적지가 박살이 난것이 정신이 팔려 순수하게 대원들의 훈련 성과에 대해 칭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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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 00분 : 체력단련시간


  "어어 밀지마라 어어 나 죽는다 어어억"

"자자!, 좀더 내려가야해요!"


  부사령관의 스트레칭을 도와주는 스파토이아는 그의 등을 거침없이 떠밀었다.


"스타토이아야...그만...어어억...."

"스파토이아예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 부사령관의 악취미적인 미디어들을 수집해놓은 심연의 방을 폐쇄한 이후로 꽁해져있던 부사령관을 달래기 위해 사령관은 좀더 건전한 취미를 가져보면 어떻겠냐는 명목으로 그를 체력단련실로 집어넣었다. 그 결과가 스파토이아의 1대1 헬스 트레이닝이었다.


  "살살 해라 좀..."


지난번에 스파토이아의 강화복에 '스타또띠아'라고 낙서를 했던 부사령관은 그 댓가를 치르고 있었다.


  "좀 열심히 해봐요!, 사령관님 처럼!"

"...저렇게 되긴 싫은데"


  마이티R과 티에치엔의 사심 가득담긴 스킨십이 함께하는 헬스 트레이닝을 하고있는 사령관 주변엔 지휘관들이 둘러 앉아있었다. 각자 운동을 한답시고 운동기구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 시선은 힐끗힐끗 사령관의 땀으로 범벅되어 빛나는 근육들로 향했다.


  "그 운동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다 그대여. 여기선 이쪽을 이렇게..."

"그렇습니다 각하. 그리고 이쪽을..."

"그만하시오!, 이쪽을 이렇게 해야하는게 옳은것이오!"


  측은하게 사령관을 쳐다보던 부사령관은 소란스러운 사령관쪽에 시선이 집중되자 은근슬쩍 체력단련실을 빠져나왔다.


"어이쿠!...시작인가요!. 앗, 부사령관님 안녕하세요!"


  허겁지겁 촬영장비들을 바리바리 싸들고온 탈론페더를 지나쳐 부사령관은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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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 20분 : 석식


"탐사팀이 복귀하였습니다."

"밥먹고 있는중인데..."


  탐사팀 투입, 복귀신고는 늦는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사령관의 부탁때문에 사령관은 어쩔수 없이 식판과 수저를 들고 걸음을 옮겼다. 당직부관이던 레드후드가 따가운 시선을 보냈지만 부사령관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으며 식판의 국물하나 흘리지 않는 안정된 스탭으로 취식보행을 이어갔다.


  "...그냥 낼거냐 아니면 내가 다 뒤져볼까?"


  저마다 가방과 케이스를 끌고온 대원들은 경직된 표정으로 부사령관의 앞에 일렬로 늘어섰다.


"내가 이 밥 다먹을때까지 알아서 안내놓으면 오늘 연등은 없는거다"


  대원들이 주섬거리며 가방한켠에 짱박아 둔 물건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사제 물건들중 불법적인 물건들은 각 부대의 대장들이 알아서 검열하고 있지만 그녀들이 내리는 벌보다는 부사령관이 가볍게 면박을 주고 넘어가는게 나은 수준이었다.


  "라스트 오브 어스2?...이건 안돼"

"1편은 고전명작이었다지 말입니다!. 2편도 GOTY 수상을..."

"안됀다면 안돼"

"히잉..."

"사이버 펑크2077...?"

"출시 당시엔 말이 많았다지만.."

"알아서 판단해라"

"저...이건..."

"그래픽카드?, 반납해"

"싸지방 컴퓨터 그래픽카드가 너무 오래되서..."

"임관할래?"

"반납하겠습니다!"

"...사지방 컴퓨터 사양들 조사해서 가까운날에 보고서 올려"

"부사령관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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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시 30분 : 저녁 점호


  오르카호의 모든 업무는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승인하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유일하게 부사령관만이 승인권한을 가지고 있는 업무가 있다.


"오늘 저녁점호는 어디를 해줘야하지?"

"둠브링어입니다."

"...아다의 메이는?"

"멸망의 메이님이라면 사령관님의 호출로 비밀의 방에 가셨습니다."

"...소완이 치킨튀기는 냄새는 못맡았는데..."


  태블릿으로 보급기록을 다시 확인해보던 사령관은 문득 닥터가 이번에 신규 전투원의 유전자 씨앗을 복원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보고서를 다시 확인해본 부사령관은 혹여하나 하는 생각에 보안카메라를 확인해 사령실앞을 확인했다. 화면속엔 리리스가 탈론페더를 사령실 문에서 떼어놓느라 정신없어보였다.


  "...부사령관님? 점호 준비 끝났습니다."

"나앤...."

"뭐...어차피 이번에도 치킨만 먹고 나와선 오늘도 만족스러웠다느니 헛소릴 늘여놓겠죠"

"어쩌면..."


  나이트 앤젤은 단념한듯 한숨을 푹푹 내쉬었고 부사령관은 이번은 다를것같지만 그 만약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 않기로 했다.


"금란"

"네"

"내일부터 제조실에 사령관 못들어가게 막아, 아스널한테도 귀띰해주고. 그리고 당분간 탐사팀은 전부 투입시킨다."

"알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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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수선했던 저녁점호가 있고 얼마후, 둠브링어의 아다브링어라는 오명은 오르카호의 기록보관소 어딘가로 사라졌다. 탈론허브의 주간 랭킹에는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사령관님 메이대장 들박섹스 실화냐?'라는 영상과 '게 섯거라 박희리!, 부관급 바이오로이드 중 최고 조회수 따라잡는 둠브링어의 밤의 천사'이라는 영상이 올라갔고, 월간 랭킹 1위에는 메이와 나앤의 쓰리썸 영상이 등재되었다.


  "사령관님이 제조실앞을 서성이다 아스널님과 리리스님에게 연행되셨사옵니다."

"그럴줄 알았지 내가"


  부사령관은 스트라토 엔젤에 관한 닥터의 유전자 보고서를 훑어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속보이는 짓 아닌가 이건..."

"나이트 앤젤님은 아직까지 이 바이오로이드에 관한 이야기는 모르고 계십니다."

"...닥터한테 얘기해서 이 스트라토 엔젤에 관한 정보는 함구하라고 그래, 사령관이랑 우리만 알고있으면 적어도 다른녀석들의 귀에 흘러들어가는 일은 없을꺼야"

"얼마나 비밀이 지켜질지는 모르겠사옵니다."

"나머지는 사령관이 하기에 달렸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