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모두들, 출격 명령이 떨어졌어."


레오나 대장의 말에 발할라 자매들 모두 군장을 메고 수송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한 작전으로 철충들의 본거지 후방으로 침투해서 철충들의 발목을 붙잡는 임무였다.


발할라 자매들이 철충들의 발목을 붙잡고 버티는동안 배틀메이드와 컴패니언으로 이루어진 소수 부대가 은밀하게

침투하여 사령관 각하를 위한 백신들을 최대한 긁어모으고 오르카호로 탈출한다.


휩노스 병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사령관 각하는 새로운 육체를 얻었지만 대신 면역력이 신생아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서

향후 그의 건강을 위해 되도록이면 최대한 많은 백신들을 확보해야만 했다.


지금도 사령관 각하는 심한 독감과 폐렴 증상을 보이며 병석에 누워있었다. 의료진들이 필사적으로

치료 하겠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려면 백신들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들 알겠지만 우리들이 실패하면 사령관의 기껏 얻은 새로운 육체도 쓸모없어 질거야."


레오나 대장의 말에 나를 포함한 모든 자매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경청했다. 그만큼 중요한 임무였다.

어느덧 수송기가 이륙하기 시작하고 레오나 대장은 모두를 향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우리들의 임무는 적어도 3시간은 적지에서 버티는 것. 어렵게 진행한 사전 정찰에 따르면 대략적인

병력비는 1 : 7 정도, 따라서 우리들은 병력의 열세속에 지연전을 펼쳐야 해. 전장은 우리들의 주무대인

설산과 그 밑에 딸려있는 작은 공업도시가 될거야. 아군 침투조의 작전 시간은 2시간이지만 그들의

탈출속도 까지 계산해 보면 우리들은 최소한 3시간 정도는 버텨야해. 그보다 더 버티면 버틸수록 좋아."


레오나 대장은 거기까지 말하고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내 보직은 저격수로 그에 걸맞는 특수 임무가 주어졌다.


"발키리."


"네, 대장님."


"넌 우리들이 도심지에서 게릴라를 전개하면 설산에서 저격을 해줘. 아마.... 굉장히 위험한 임무가 될거야.

하지만 난 널 전적으로 믿어. 할 수 있지?"


나는 레오나 대장의 명령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숙였다.


"맡겨 주십시오, 대장님."


"안드바리, 넌 우리들이 게릴라를 전개하는 동안 그렘린과 함께 후방에서 보급을 맡아."


"네! 언....! 대장님!"


안드바리가 평소대로 대장에게 언니라고 하려는 듯 했지만 임무의 심각성 때문인지 경어를 사용했다.

이 어린 아이까지 목숨을 내 건 임무에 투입되는 건 가슴아픈 일이었지만 이런 특수임무는 

발할라 자매단의 특기다. 우리만이 최고의 효율로 이 임무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무전과 무장 점검!"


모두들 레오나 대장의 외침에 각자의 무장과 무전을 점검하며 수송선의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누군가는 발할라로 떠나갈 것이고 누군가는 살아남을 것이다.








"....여기는 레오나, 발키리측 준비 상황은?"


수송기에서 내린 후 흩어져 나는 자매들과 따로 떨어져 설산 쪽으로 향하였다.

한참을 은밀하게 달려 산중턱에 자리를 잡자 타이밍 좋게 레오나 대장에게서 무전이 왔다.

나는 엎드려 쏴 자세로 잠시 숨을 고른 뒤 무전에 응답하였다.


"발키리 측 준비 완료."


기본적으로 난 저격에 스코프를 사용하지 않았다. 개조된 눈으로 스코프 보다 더 정밀하게

먼 거리에서도 적들을 조준할 수 있었다. 때마침 찬찬히 내리던 눈의 기세가 강해져 어느덧 눈보라

비슷하게 휘날리기 시작했다.


"....사격 개시! 사격 개시! 작전을 시작한다."


타앙-!!


레오나 대장의 명령에 나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첫번째 표적은 무전 기능이 달린 철충,

첫 표적이 된 철충이 쓰러지고 그것을 신호로 도심지에서 격렬한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내가 할 임무는 최대한 많은 적들을 쓰러뜨리고 아군 자매들의 엄호를 시작하는 것이다.

한 발, 한 발 내 총이 불을 뿜을때 마다 적들이 쓰러졌다. 


철충들 또한 완전 멍청하지는 않아서 금방 저격수의 존재를 파악하고 별동대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군 자매들이 적 철충들의 본대를 이끌고 유리한 지점으로 유인하는 것을 확인한 뒤 나 또한

따로 떨어져 나온 별동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악! 하악!"


숨이 턱끝까지 차 오르지만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설산 속에서 게릴라를 전개한 지

어느덧 3시간 가량이 흐른 뒤였다.


추격해 오는 철충들을 하나 하나 정리해 나갔지만 압도적인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철충들에게 결국은 따라잡히고 있었다.


피융- 퍽!


"으윽!!"


철충들이 쏘아대는 눈 먼 총알에 오른편 복부를 관통당했다. 충격으로 산비탈에서 잠시 굴렀지만

나는 정신줄을 놓지 않고 필사적으로 몸을 추스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총알 또한 별로 남지 않았다. 사전 정찰에서는 1 : 7 정도의 병력비 였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1 : 15는 족히 넘는 병력비였다. 탄약의 소진이 빨라질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타탕! 투투투투!!


총알이 이곳저곳 박히며 눈이 흩날렸다. 지근 거리까지 접근한 철충들을 상대로 나또한 반격에 나섰다.


"....여기....레...나... 여...는...레오... 발키.... 응답....라!"


철충들의 포위망을 뿌리치며 그들을 유인하다 보니 어느새 무전이 닿는 범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상당히 잡음이 많이 섞여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는 발키리, 발키리 응답한다."


"...수신...태... 불...! 수...상태...량! 퇴...하라!... 퇴각...하... 임무...료 임무 완료!"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 무전기에선 레오나 대장이 필사적으로 후퇴하라 지시하고 있었다.

침투조 인원들이 성공적으로 백신을 회수하고 탈출한 모양이었다. 아마 다른 발할라 자매들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사령관 각하. 죄송합니다. T-8W 발키리 먼저 떠나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결심을 굳혔다. 이미 부상을 입었다. 이 상태로는 탈출하지 못할 뿐더러

설령 목표지점 까지 도착한다 하더라도 이 속도로 보건데 다른 자매들마저 탈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나는 무전기를 켜고 레오나 대장에게 무전을 보냈다.


"여기는 발키리, 여기는 발키리. 탈출 불가! 탈출 불가! 발할라에서 기다리겠음! 이상."


"......수..양호."


다소 침통한 대장의 무전을 들으며 살포시 미소지었다. 늘 냉정 침착한 대장이었지만

이별의 아쉬움은 숨기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도망을 멈춘 채 적당히 은폐물을 찾아 적극적으로 교전을 시작했다.

죽음의 기운이 도달하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자매들에겐 미안하지만 사령관 각하의 얼굴이었다.


군인으로 태어나 군인으로만 살아오며 사랑과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사령관 각하를 만나 남녀간의 사랑을 알게되었다. 늘 고된 훈련으로 거칠어진 내 손을 쓰다듬어 주던

사령관 각하의 듬직했던 손길, 사랑을 속삭여 주던 입.. 그리고 항상 따스한 시선을 보내주던 눈.


무엇하나 그립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다음으로 떠오른 것들은 같이 울고 웃고 함께 지내온

발할라의 자매들, 항상 냉정한 척 도도한 척 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매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레오나 대장.


살찌는 걸 걱정 하면서도 먹는 것을 좋아했고 항상 티타임을 같이 즐겼던 님프.

깐깐한 잔소리를 하면서도 뒤에서 가장 많이 자매들을 챙기던 베라.


베라의 잔소리에 항상 시달리면서도 그녀와 가장 친하게 지내던 말썽쟁이 알비스.

의젓하고 똑부러진 막내동생이지만 그래도 어린 마음을 숨기지 못하던 안드바리.


기계를 좋아하고 약간은 괴짜였지만 분위기 메이커를 도맡던 그렘린.

비관적이고 염세적이지만 자매들을 진지하게 대해주던 샌드걸.


모두의 얼굴이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퍽! 퍽!


"쿨럭..! 커헉..!"


몇 발의 총탄이 더 몸뚱이에 박히고 그 충격으로 뒤로 넘어져 몇바퀴 굴렀다.

새하얀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내 이름은... 발키리..."


얼굴에 떨어지는 눈을 맞으며 나는 미소지었다. 후회는 없다. 옛 선배 전우들이 그러했듯

나또한 명예로운 전장에서 명예롭게 발할라로 떠나는 것이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내가 소속되어 있었던 고향.


"...우리들은... 눈보라... 속.... 에서... 쿨럭! 명...예를... 기다....린...."




발할라로 떠나가는 또 다른 눈보라 속의 전사.

그녀가 발할라로 떠나가는 길은 눈보라 속에서 명예를 찾아 떠나간

옛 발할라의 자매들이 배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