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보기

이전의 이야기로(1-2)





































사령관 [에이 설마.]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막 나가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일단 티타니아의 곁에는 큰언니...그러니까 '여왕'이 있다. 다른 자매들이면 몰라도, 그녀라면 그 아이를 그렇게 쉽게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령관 [싫을 리도 없겠지.]


그 둘의 만남 역시 흔치 않은 일이다. 인간과는 상당히 다르지만 따져 보면 그녀들은 피가 이어진 자매와도 같은 관계. 그 중에서도 소원하게 지내던 동생이 마침내 언니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비록 그 과정이 마냥 좋지는 않았더라도, 이 세상에서 나름의 행복을 하나 더 찾을 수 있었단 거다.


대충 이런 따끈따끈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곧 편안하게 졸음이 밀려왔다. 문득 나에게도 형제나 자매가 있었다면-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거야말로 그저 꿈일 뿐. 눈을 감고 바닥부터 차오르는 밤에 가만히 몸을 맡겼다.


-


어떤 꿈을 꾸었다. 특별히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은 꿈을. 


나의 곁에 사람들이 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낯익고, 세상 그 누구보다도 친근한 사람들이.

나는 그녀들과 잠에서 깨고, 식사를 하고, 일과를 마친 뒤에는 잠에 든다. 크게 변할 일도 없는 일상. 하지만 거기에는 어떤 모험이나 승리로도 얻을 수 없는 만족감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알아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기억해 낼 수 없었다. 분명 가장 익숙한 얼굴일 텐데, 잠시만 눈을 떼어도 생각 날 정다운 얼굴일 터인데,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나는 그들을 뭐라고 불렀더라-


사령관 [-]


잠에서 깨었다. 양 뺨이 간질간질했고, 뺨으로부터 무언가 흘러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런 감정은 들지 않았는데, 난 자는 동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건가?


??? [아.]

사령관 [데, 으아악!]


마음에 빈틈이 생긴 탓일까, 그만 비명까지 지르며 놀라고 말았다. 몽롱했던 시야가 걷히며 들어온 것은 한 명의 사람. 정확히는 위에서 날 덮쳐 누르듯이 내려다보고 있는 누군가였다.


??? [미, 미미 미안...]


그런 내 반응에 상대도 적잖이 놀란 것인지 황급히 나에게서 떨어저 사과를 해 왔다. 밤이긴 해도 자연이 내뿜는 빛으로 마냥 어둡지는 않은 방에서 그 모습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사령관 [...티타니아?]


맙소사. 침대에 주저앉아 눈물까지 글썽이며 떨고 있는 건 지금 레아와 함께 자고 있어야 할 그녀였다. 그거 외에도 딴지 걸어야 할 요소는 많지만-


아, 모르겠다.

밤이라는 건 원래 이런 거겠지.



Side story <머나먼 요정들의 숲>

Night(1-2)



사령관 [...레아는?]

티타니아 프로스트 [자고 있어.]


설마 해서 물어봤지만 뜻밖에도 평범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정말로 뜻밖인데. 레아는 의외로 잠이 깊었구나. 


사령관 [아무튼, 잠이 안 왔어?]

티타니아 프로스트 [그건 아닌데...]


그녀는 양 손가락을 비비며 짐짓 몸을 꼬았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러면 안 돼?' 라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니, 차마 그렇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오늘 밤의 간병은 내가 떠맡게 되는 건가.


사령관 [자.]


다행히 이 방의 침대는 충분히 넓다. 처음부터 이런 식의 용도를 상정한 건지는- 상상하자면 복잡하니 제쳐 놓자. 아무튼 티타니아에게 잠자리의 한 켠을 내주고 그 옆에 나란히 누웠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아직 불만이 있는 눈치.


사령관 [왜 그래?]

티타니아 프로스트 [...팔배게.]


맙소사. 분명 평범한 애교의 한 축에 드는 요청이지만, 다른 아이도 아닌 티타니아가 한다는 걸 생각하면 여기 머릿속이 근지러워지는 기분이다. 지금껏 내가 아는 티타니아라면, 설령 내가 먼저 제안한다고 해도-


'필요없어.'


같은 말이나 하겠지. 애초에 밤중에 침실에 몰래 들어온다는 귀염성 있는 짓도 할 리가 없지.


티타니아 프로스트 [안 돼?]

사령관 [아니. 하아- 뭐 이것도 좋으려나.]


폭신한 베개보다는 불편할 것이 분명하지만, 티타니아는 반쯤 내 품에 안기다시피 하여 기쁘게 미소 짓는다. 그것이 나로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쁜 한편, 마음 한구석에서는 무언가가 석연치 않다는 의심이 무럭무럭 솟아 오른다.


사령관 [티타니아.]

티타니아 프로스트 [응? 왜?]


반대로 아무 의심도 없이 눈을 마주쳐 오는 그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사령관 [어제의 일 말이야. 조금 이야기해 줄 수 있어?]

티타니아 [...잘 모르겠어.]


역시 그런가.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 모든 일에 대한 기억을 온전히 갖는 건 상당히 힘들어지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곳이니까.


티타니아 [춥고, 외롭고, 아팠던 것만 기억나. 그리고 나갈 수 없었어.]

사령관 [...]


'나갈 수 없었'다는 건, 어딘가 갇혀 있었다는 걸까? 혹시 그 '상처'를 낸 장본인에게 잡혔다거나.


티타니아 [눈 앞에 따뜻하고 행복한 곳이 있지만, 갈 수 없었어. 그래서 계속 부러워했어. 계속...미워했어.]


마치 먼 옛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그녀는 울먹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왜인지, 듣고 있는 나 또한 뭔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한 느낌이었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그런데 어째선지 나갈 수 있게 돼서, 계속 달렸어. 쓰러질 때까지. 일어나 보니, 네가 있었어.]


낮에 들었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 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제의 일을 묘사하고 있을 뿐인 이 진술에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이것을 본 적이 있던가?


사령관 [많이 힘들었구나.]

티타니아 프로스트 [응...]


이번에는 진심으로 그녀를 품에 꽉 껴안았다. 그렇게 나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는 동안, 그녀는 꼭 샤워기라도 튼 기세로 눈물을 줄줄 쏟아냈다. 생각해 보니 방금 깰 무렵 날 내려다보던 그녀도 이런 상태였던 것 같다. 내 경우는, 도저히 울어도 될 만한 입장은 못 되니 말이다.


사령관 [이제 개운해졌어?]


감정을 비롯해 이것저것 많이도 쏟아낸 뒤의 티타니아는 꽤나 홀가분해 보였다. 이젠 다시 내 팔을 베고, 나란히 돌아누원 창 밖에서 흘러가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저것들은 아마도 진짜 별은 아닌, 이 세계가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낸 환상. 허나 우리에게 그런 건 전혀 상관없었다. 우리 역시도, 현실에서 이미 사라진 이가 거품처럼 남아 있을 뿐인 존재. 꾸며낸 존재가 거짓된 존재를 관망한다 하여 나무랄 이는 이 세상에는 없다.


사령관 [이제 잘까?]


조용한 분위기에, 슬슬 하루의 마무리를 다시 지으려 하자 돌연 그녀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싫어.]

사령관 [엥?]


그녀는 그대로 몸을 움직여 나에게 더 가까이, 거의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시선을 맞대어 왔다. 나도 남자로써의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이게 어떤 신호인지는 대충 안다. 그래도...


사령관 [꼭 오늘이 아니어도 되잖아?]


그리 말하거나 말거나, 그녀는 이미 한 쪽 다리를 걸치고는 내 위로 슬며시 올라탄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혹시 모르지.]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몸을 기울여 깊숙이 입을 맞추었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일지도.]


계속하다간 혀끝을 델 것만 같은 열기. 티타니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단어가 뇌리를 파고든다. 좀전까지의 텐션은 어떻게 된 것일까, 두 뺨 위를 흐르던 눈물자국은 온데간데없고, 만지면 묻어날 것 같은 끈적하고 요염한 색기가 그녀의 두 눈에서 흐른다. 


사령관 [여왕님이 화낼 거라고?]

티타니아 프로스트 [무슨 소리야?]


그렇게 말하며, 방해라는 듯이 그녀는 웃옷을 벗어 던졌다. 하늘하늘한 잠옷 아래 덮여 있던 것은 그새 물기를 머금어 희미하게 번들거리는 풍만한 육체.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가로지르는 붕대도 지금은 야릇한 장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여왕은 나인걸.]

사령관 [하아...]


여기까지 오면 이미 돌이킬 수 없나. 적어도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대해주는 수밖에 없겠네.


티타니아 프로스트 [하암-]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입으로, 입을 틀어막혔다. 의외로 적극적인 여왕님의 입술에서는 달콤한 살결의 냄새와 함께 분명 젖어 있음에도 바삭바삭 마르는 것 같은 긴장된 심장의 고동이 함께 느껴졌다. 


베어먹는 것처럼 거듭되는 입맞춤. 인공 호흡을 하는 것처럼 구강으로 숨결을 교환하는 원초적인 키스는 거칠고 서투르지만, 그것이 오히려 좋다. 행위의 격렬함을 더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전희인 것이다.


내 어깨를 가볍게 붙잡은 손이 점차 감겨오며 상반신을 빈틈없이 밀착시킨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아, 훌륭한 크기를 한 두 개의 젖가슴이 짓눌리며 몸을 들썩일 때마다 뇌수를 지지는 것 같은 자극을 가해 온다.


사령관 [여왕은-키스를 좋아하는구나.]

티타니아 프로스트 [응...]


숨을 들이쉬기 위해 잠시 떼어 놓은 그녀의 혀끝에서, 달콤한 타액이 꿀처럼 하얀 실을 드리웠다. 추위와는 거리가 먼 방의 기온에도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열기가 하얀 김이 되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마치 아기 새가 어미를 조르는 것처럼 그녀는 다시 내 뒤통수를 감싸 안고 정신없이 입술을 겹쳐, 촉촉하게 젖은 숨을 나에게 불어넣었다.


지금 이대로도 좋지만, 슬슬 변화를 줘야 할 때인 것 같다. 티타니아는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그녀는, 이 이상 행위를 이끌어 나갈 만한 지식이 없다. 첫 경험에서 어떻게든 리드하려고 애쓰는 것도 귀엽긴 하지만, 이 이상 고생하게 만드는 것도 매너가 아니지.


티타니아 프로스트 [어?]

사령관 [그대로. 움직일 필요 없어.]


허리를 들썩여 그녀에게 짓눌린 상태에서 벗어나고, 이번엔 내가 반대로 엎드린 티타니아의 어깨를 감싸는 모양새로 간다. 그대로 팔을 뻗어 왼손은 탐스럽게 매달린 양 가슴을 어루만지고, 오른손은 물기가 흘러내리는 그녀의 하반신으로 향한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하아-]

사령관 [이대로- 하자.]


에상한 적 없는, 그리고 아마 겪어본 적도 없을 감각에 티타니아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진다. 이런 상태라면 어설프게 바닥에 눕히는 것 보다 이쪽이 상처에 자극이 덜할 것이다. 


회음부로 시작해 마사지하듯 정성들여 골짜기의 경직을 풀어 준다. 이미 손바닥 전체에 미끌미끌한 점액이 묻어나지만, 부족하다. 이래서는 넣을 때 분명히 아파할 것이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음, 음-!]


다른 손으로 그녀의 턱을 당겨 뒤돌아 본 채 입을 맞춘다. 아슬아슬한 각도, 보일락 말락한 시선에서 이루어지는 호흡과 타액의 교환. 마디 하나까지 넣어 본 손가락이 빡빡하게 조이며 꿀이 흘러넘치는 것을 보면 키스가 그녀의 취향인 건 확실한 모양이다. 


흐르는 것보다 달콤한 그녀의 신음을 들으며 애무의 페이스를 아주 조금씩, 곤충이 꽃잎 속으로 파고드는 것 마냥 늘려 나갔다. 건드린 적 없는 곳을 만질 때마다 공포로 떨리던 몸은 어느 새 모든 희롱하는 손길을 기억하고, 금방 다른 자극을 갈구하며 환희에 차 헐떡거린다. 


사령관 [준비 됐어?]

티타니아 프로스트 [흄...비?]


사실 정상적인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본 것은 아니다. 그녀는 이미 미지의 쾌락에 흠뻑 빠져 혀까지 반쯤 풀려 버린 상태. 준비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는, 줄곧 맛을 보던 내가 이미 알고 있다. 말하자면 웰 던. 이 이상 없을 정도라 해도 될 만큼 부드럽게 익어 있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히이-!]


엉덩이를 양 손으로 잡고 천천히 페니스를 밀어 넣자, 지금까지 내지 않았던 높은 비명이 온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직후 부끄러웠는지 양 손으로 입을 틀어 막는 그녀였지만, 내가 천천히 입구부터 비집고 들어가자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신음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사령관 [괜찮아?]

티타니아 프로스트 [흐, 흐으으...]


먼저 권유 당한 입장이라 까먹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런 행위가 처음이다. 이론적으로야 뭐 모르지만...실제 경험은 확실히 없다. 당연히 갑작스레 안으로 받아들인 남성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 알 리가 없다. 꼭 짜내듯이 힘껏 조여 오는 감각도 즐기지 못할 건 없지만, 그녀 역시 함께 즐기기 위해선 역시 긴장을 좀 더 풀어 줘야 할 필요가 있겠지.


피스톤질은 멈춘 채 그녀의 등부터 덮듯이 감싸 안는다. 한 손으로는 배꼽으로부터 페니스가 들어차 부풀어 오른 부분을 어루만지며 이성을 잃어 가는 그녀에게 속삭인다.


사령관 [잘 했어. 여왕님의 안, 굉장히 기분 좋아.]

티타니아 프로스트 [...]


이미 서로 몸을 겹치는 상황임에도, 부끄러움을 느낀 것인지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나...나도...]

사령관 [응?]

티타니아 프로스트 [나도...주인의 ㅈ-으히익?!]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린 건 효과가 있었다. 그녀가 머리로 피가 쏠린 동안 아래쪽의 긴장은 상대적으로 느슨해 졌고, 페니스가 좀 더 쉽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나 역시 그녀가 하려던 말에 머리에 피가 오르려던 영향도 있었지만 말이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아아앗, 앙, 아, 치사-앗, 해....]


이 다음은 굳이 묘사할 필요조차 없는 짐승 같은 교미. 암컷을 뒤에서 껴안고 허리를 부딪치는 자세는 극도로 원초적인 형태임에 더불어, 서로의 몸을 터치하는 데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체위이기도 하다. 질벽을 통과해 간 귀두가 그녀의 동그란 자궁에 꽉 차도록, 한 번 더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생명을 잉태할 공간을 오직 나만을 위한 형태로 점차 바꿔나가고 있었다.


허공에 매달려 애처로울 만큼 흔들리는 가슴은 손 안에 다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것을 뭐라도 짜내듯 거칠게 움켜쥐고, 유륜부터 꼭지까지 둥글게 비틀어댔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아윽-아으으으-]


견딜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상반신이 침대 위로 무너져 내렸다. 내 양 손은 그녀의 젖가슴에 짓눌려, 본의 아니게 행복한 수갑에 구속되는 신세가 되었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고, 아까보다 좀 더 하늘로 치켜 올라간 허리를 움직여 마치 못을 박는 것처럼, 그녀의 몸에 수직으로 박아 넣었다. 그녀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충격을 이겨 보려 했지만, 그 모든 저항은 전해 오는 쾌감을 더욱 더 올려 댈 뿐이었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아 힉, 우으, 싫, 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녀의 반신이 사정없이 유린당한다. 바로 조금 전, 뜻밖의 선공을 걸어 왔을 때의 여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지금은 여왕도 무엇도 아닌, 그저 한 마리의 암컷으로써 육체의 안팎을 마음껏 희롱당하고 있을 뿐.


그녀의 어깨와 허벅지 안쪽이 찔러넣은 페니스를 뺄 때마다 몸살을 하듯 움츠러들며 경련한다. 자극이 익숙치 않은 그녀에게는 절정이 가까워졌다는 징조. 하지만 이건 너무 빠르다. 충분히 즐기지도 못하고 날아가 버리는 건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좋은 경험은 되지 못할 터.


조금 구도를 바꾸어 그녀를 껴안은 채 옆으로 돌아 누웠다. 그래도 몸의 대부분을 밀착시킨 채, 부드럽고 천천히 허리를 왕복한다. 비록 자극은 덜하지만, 편안함으로는 이 이상 가는 자세가 드물다.


사령관 [어때? 괜찮아?]

티타니아 프로스트 [아아-괘얀-하.]


아직 조금 전의 격렬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혀가 반쯤 풀린 채다. 그녀를 지탱하는 두 팔을 뻗어 뒤에서도 그 존재감이 여실히 느껴지는 가슴을 마사지하듯 주물렀다. 모든것이 느리고 은근하게. 분명 성감은 착실히 오르고 있음에도 마치 휴식과 같은 신비로운 왕복이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죠...아...우으.]


그녀도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빡빡하게 주름을 세우던 그녀의 질 안도 점차 눅진눅진하고 부드러워지며 미숙하게나마 페니스를 감싸 껴안으려는 게 느껴졌다. 낯선 동물을 만지듯 깜짝깜짝 다가왔다 멀어지는 안쪽의 조임이라든가, 움찔거리면서도 스스로 움직여 보는 허리의 움직임.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그 동안 이런 일에 닳고 닳은 탓일까, 그만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좋아, 다시 고삐를 바짝 조여 볼까?


티타니아 프로스트 [으, 에에?]


옆으로 누운 티타니아는 그대로 두고 내 쪽의 자세를 바꾼다. 위로 향한 그녀의 한쪽 다리를 잡아 올리고, 나는 횡으로 다리를 겹쳐 다시 삽입한다. 얼핏 조금 전의 체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그 효과는 천지차이.


티타니아 프로스트 [히에에?!]


당황한 그녀의 목소리가 그것을 증명한다. 가위 두 개가 겹치듯 박아 넣는 이 자세는 삽입되는 깊이도 깊을 뿐더러, 성기 외에도 국부 전체가 서로 마찰하며 대량의 자극을 발생시킨다.


사령관 [좀 격렬하게 갈게.]

티타니아 프로스트 [자, 잠깐-햐악! 아!]


거기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질벽을 긁어대는 색다른 자극. 티타니아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상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온 몸을 떨기 시작했다. 거기에 고삐를 채우듯 하반신을 단단히 잡은 채, 점차 왕복의 속도와 세기를 올려 나갔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아악 우, 하아, 아 앗 앗!]


이제는 몸의 거부감도 무시할 정도의 강력한 쾌락. 지나치게 강력한 자극에 그녀의 몸은 무의식중에 그것을 거부하고 움츠러드는 것마저 잊어버린 듯 했다.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질의 입구가 빠져나가려는 페니스의 끝에 매달리고, 고통과 희열이 반쯤 섞인 울부짖음은 이제 고통에서 교태로 변한 울음소리가 되어 나의 정신을 미치게 했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하앗, 하으음-]


그녀의 상반신을 들어올려 목덜미부터 입술까지 키스를 거듭했다. 온 몸이 젖고 달아 할딱거리는 와중에도 그녀는 젖먹이 동물처럼 목을 축일 곳을 찾아 혀를 내밀어 왔다. 그 사랑스러운 꽃술의 끝부터 목구멍까지 몽땅 적셔버릴 기세로 입술과 입술을 포개고, 서로를 맛보기를 계속했다. 위쪽에서 하나, 아래 쪽에서 하나. 두 군데에서 이어진 우리들은 그대로 하나가 되어 버릴 것처럼 파고들며 서로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서로 경험이 많고 적고는 이제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원하고, 그녀 역시 나를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육체를 가진 존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밀접한 방식으로 서로를 느끼는 중이었다. 다시 한 번 티타니아의 몸이 전기가 통한 것처럼 경련하고, 내 하반신에도 주체할 수 없는 무거운 열기가 쌓여 온다. 행위의 마지막. 클라이맥스가 다가오고 있다.


사령관 [티타니아...]

티타니아 프로스트 [휴인-]


어느 쪽이 먼저라고 할 것도 없었다. 으스러질 것처럼 꾸욱 하고 조여 오는 질내의 감각. 그대로 마비되어 버릴 것 같은 중량감을 이겨내고 마지막 스퍼트를 올린다. 티타니아도 다가오는 최후의 감각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침대의 시트를 꾹 움켜잡고 자세를 굳힌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꺄앗-아으아아아아아!]

사령관 [흐읍!]


요란한 교성을 지르며 그녀의 하반신이 페니스를 짜내기 시작했다. 그 기세에 잠시나마 놀라 주춤했던 내 분신은 이윽고 구멍이 난 수도관처럼 뜨거운 액체를 뿜어 대고 있었다.


그녀의 온기와 습기로 가득했던 동굴 안이 또 하나의 존재로 빈틈없이 채워져 간다. 쥐어짜는 힘에 오히려 좁아진 통로로부터 정액은 꾸역꾸역 밀려나오며, 하나하나가 품은 생명의 형태가 그 길을 통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이대로면 마치 고장난 펌프처럼 텅 비어 버릴 때까지 싸 버릴 것 같아, 약간의 공포마저도 느껴지는 분출이었다.


사령관 [하아, 하-]


드물게도 사정 뒤에 밀려온 탈력감 때문에 나도 체면 불구하고 그녀에게 몸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얼음 여왕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뜨거운 몸이 가슴에 닿으며 그 열기가 머리 속까지 그대로 익혀 버릴 것만 같았다. 섹스가 원래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딱 한 번 분출했을 뿐인데도 하룻밤 내내 뒹군 것 마냥 온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그 후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침대 위에 나란히 널브러졌다. 밤이 깊어 한결 서늘해진 공기에 몸을 식히고, 창문 너머로 눈이 부시게 떠오른 가짜 달에 마음을 식힌다. 등을 보이고 누운 그녀의 두 다리 사이로 방금 이루어진 행위의 흔적이 음란한 궤적을 그리며 떨어져 시트 위에 고인다. 나중에 다프네나 드리아드가 보면 그리 좋아하진 않은 것 같지만...지금은 뒷정리를 하는 것조차도 힘들 만큼 노곤하다.


사령관 [티타니아...]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나름 횟수로는 자랑할 만하다 여기는 나조차도 이런데, 몸 상태가 멀쩡하지도 않은 그녀라면 훨씬 많은 부담이 갔을 것이다. 여전히 나에게 등을 보인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축 늘어져 있다.


사령관 [티타니아?]


와락 불안한 마음이 들어 서둘러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조심스럽게 등과 머리에 손을 받치고, 천천히 하늘을 보도록 돌려 뉘었다.


티타니아 프로스트 [.....쿠울...]


다행히 걱정은 기우일 뿐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단순히 피곤했을 뿐이었던 것 같다. 뜻밖에도, 그녀가 이렇게 편안하게 자는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나는 살아 생전 한 번도 그녀가 안심하고 자는 걸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사령관 [...]


그녀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자리를 정돈하고, 잠옷을 다시 입히는 건 무리인 것 같아 이불을 대신 덮어 주었다. 이깟 하찮은 우울이 다 무슨 상관이랴. 여기에서라도 티타니아가 안식을 얻는다면, 거짓된 낙원이든 무엇이든 다 끝날 때까지 지켜내 보이겠다. 


어쩐지 잠들기에는 묘한 기분이 되어버렸지만, 다시 티타니아의 곁에 누웠다. 이런 나라도 곁에는 있어 줘야지. 오늘 놀랍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그녀지만, 본방으로 들어가고 나서는 겁 많고 연약한 맨얼굴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 쪽이야말로, 앞으로 내가 받아들이고 지탱해 줘야 할 '진짜 얼굴'이라고 할 수 있겠지.


가만.


이런 모습을 어딘가에서 또 본 것 같은데.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기억 속을 이리저리 뒤져 본다. 특정할 수는 없지만, 난 이 기분을 어디에선가 느낀 적이 있는 것 같다. 이유 없이 뇌리에서 소용돌이치는 두 개의 키워드.


낙원 


그리고


입맞춤.


그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사령관 [자자.]


골치 아픈 일은 아침이 밝고 나면 해결이 되겠지.



-



아.


덧붙여서 말하자면, 해결 따위는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티타니아는 단단히 몸살에 걸려 혼자서는 돌아눕지도 못하는 상태로 끙끙거리며 드리아드에게 업혀 나갔고, 나는 다프네에게 아침식사 전까지 설교를 듣는 신세가 되었다.


환자에게 '절대안정'이란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절대로.


아무튼 두 번째 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To next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