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글에는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봇박이, 강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작의 설정은 원작의 설정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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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에게 이길 수 없다고 이런 짓을 하다니. 비열하기 짝이 없구나!]"

"[먼저 비겁한 짓을 한 게 누군데!]"

"[백토야, 흥분하지 마. 뽀끄루 대마왕! 네 군단장이 무사히 돌아가길 원한다면 아이들을 풀어 줘!]"


어린이용 특촬물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뾰로롱」의 촬영 현장. 이곳에서 D-엔터테인먼트의 바이오로이드들과 AGS들이 열띤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의 촬영분은 뽀끄루 대마왕의 군단장 골타리온 XIII세를 인질로 잡은 마법소녀들과 대마왕군이 대치하는 장면이었다. 뽀끄루는 자신의 심복을 납치한 마법소녀들에 대한 증오를 아름다운 얼굴에 담아내었고, 마법소녀들은 그런 그녀와 협상해 아이들을 구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대마왕님! 저 가증스러운 말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골타리온......!]"

"[너희 마법소녀들은 절대 우리의 뜻을 꺾을 수 없을 지어다! 대마왕님...... 꼭 이 세상을 마로 뒤덮어 주시기를......]"


"컷!"


최후의 대사를 마친 골타리온이 자폭하려는 순간, 감독이 컷 사인을 내렸다. 뽀끄루는 자신이 뭘 잘못했나 싶어 초초한 표정으로 감독을 바라보았다.


"이게 아닌데. 그동안 마의 수장으로서 냉혹한 모습만 보여왔던 뽀끄루 대마왕이 아꼈던 부하를 잃을 위기에 처음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이야. 지금 네 연기는 뭔가 부족해. 더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죄송합니다......"


뽀끄루는 고개를 숙였고, 마법소녀들은 한숨을 쉬었다. 감독은 돌돌 말린 대본으로 의자 팔걸이를 치며 뽀끄루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좀 더 감정을 살려 봐. 한 눈에 봐도 동요한 것처럼. 알겠어? 그동안 잘 했잖아."

"네, 감독님."

"오늘은 이만 해산한다!"


감독이 해산을 지시하자, 카메라가 치워지고 바이오로이드들도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뽀끄루는 혼자 남아 대본을 훑은 뒤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여 연기를 시작했다.


"[본좌에게 이길 수 없다고 이런 짓을 하다니. 비열하기 짝이......] 이게 아닌가......"


뽀끄루는 대마왕 톤에서 연기를 하지 않을 때의 목소리 톤을 약간 섞어 대사를 읊어 보았지만, 위화감이 들어 다시 대본을 들어 지문을 읽었다.


(약간 여려진 목소리로, 절망을 담아)


"분명히 지문대로 했는데. 맞다. 절망이 덜 담긴 걸까?"


그녀가 '절망을 담아'라는 키워드에서 영감을 얻어 다시 연습을 시작하려던 그때, 누군가가 뒤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대마왕님."

"고, 골타리온? 흐흠, 분명히 돌아가라는 명을 내렸거늘. 어째서 다시 왔느냐?"

"대마왕님의 염려하시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골타리온은 한 쪽 무릎을 꿇고 뽀끄루에게 대답했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뽀끄루에게 골타리온은 충실한 부하이자 의지가 되는 동료였으니까. 설정상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이 한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일어나라는 듯 손짓을 한 뒤, 과장된 목소리로 골타리온에게 답했다.


"군단장이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본좌가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야 할 일이니라."

"알겠습니다, 대마왕님."


골타리온이 돌아가자, 뽀끄루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대본을 집었다.


*


대치 씬의 촬영에 들어간지 일주일이나 지났건만, 감독은 그동안의 연기가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나는 괜찮아 보였는데. 인간님들의 눈에는 부족해 보이는 걸까?'


스태프들도, 동료들도 지쳐가는 것이 눈에 띄였다. 도대체 어떤 연기를 해야 감독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뽀끄루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방송분을 건지지 못한 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촬영이 흐지부지 끝난 게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뽀끄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절망을 담아'라니. 내가 이 부분을 잘 연기해 내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녀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자, 모모와 백토가 다가와 달래 주었다. 감독은 그런 세 바이오로이드들을 보며 한 단어를 되뇌이기 시작했다.


"절망이라고? 그래! 그거였어! 절망, 절망이 부족했던 거야! 뽀끄루!"

"뽀, 뽀꾸욱....... 네, 감독님!"

"저녁 먹고 30분 뒤에 격납고로 오도록. 연기 지도다."


그녀가 대답하려던 순간, 뽀끄루와 감독의 눈이 마주쳤다. 뽀끄루가 본 그의 눈빛은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감독의 눈동자에는 바이오로이드인 자신이 뭐라 판단할 수 없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 눈빛이 너무나도 불길해, 뽀끄루는 대답을 망설였다.


"내 지시 똑바로 들었나? 들었으면 대답해."

"알겠습니다, 감독님......"


뽀끄루가 쥐어짜내듯이 대답하자, 감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촬영장을 떠났다. 감독이 하려는 연기 지도가 무엇인지, 왜 꼭 격납고에서 해야 하는지 그녀로서는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뽀꾹."


긴장이 풀리자 갑자기 딸꾹질이 나왔다. 계속되는 딸꾹질과 함께, 뽀끄루의 불안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


 D-엔터테인먼트 소속의 AGS들을 보관하는 격납고 앞. 뽀끄루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격납고 문에 손을 댔다.


'나는 뽀끄루 대마왕. 무엇이 나와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아야 해.'


그녀는 배우 뽀끄루가 아닌 '뽀끄루 대마왕'으로서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한 표정을 지은 후 문을 열었다. 


"이곳에 마가 강림했노라!"


격납고의 문을 열고 들어간 그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뽀끄루의 시야에 급속도로 들어왔다.


"......어? 골타리온.....?"

"대, 마왕님...... 흐읏. 보지 말아 주십, 하읏. 시오......"


뽀끄루가 격납고에 들어오고 10초. 그녀는 눈앞의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일단 그녀가 그 순간 본 것을 설명해 보자면 이상한 자세로 묶인 채 다리를 벌리고 있는 골타리온과, 그런 골타리온의 다리 사이에 만들어진 어떤 구멍에 사정없이 자신의 자지를 박아대고 있는 감독이었다. 


"이, 이게 무슨......"

"왔나?"


그녀를 돌아본 감독의 얼굴은, 흥분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뽀끄루가 멍하니 감독을 바라보는 사이, 골타리온은 수없이 자신을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감독님, 지금 뭘 하고 계시는 건가요?"


감독이 골타리온의 구멍에 자신의 정액을 흘려넣고 쾌락에 빠진 그 순간, 뽀끄루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감독에게 물었다. 


"연기해라, 뽀끄루."

"네?"


그는 뽀끄루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은 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명령했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이나마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가, 감독님...... 이, 이런 건 안 돼요....... 차라리, 차라리 절 범하세요. 연기를 못한 것은 저니까....... 제가 당해야 맞아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는 뽀끄루의 얼굴. 붉게 상기되어 툭 치면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을 본 감독은 폭소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그래, 이게 바로 '절망'이야! 이봐 뽀끄루 대마왕. 지금 느끼는 감정이 어떻지? 눈 크게 뜨고 똑바로 봐. 너의 소중한 부하가 이렇게 당하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며 웃는 감독의 아랫도리는, 그의 희열을 한껏 담은 듯 크게 부풀어 있었다. 


"제발, 제발 그만해 주세요......"

"그리고 골타리온 XIII세. 너의 인공지능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지? 존경해 마지않는 대마왕님에게 이런 추한 모습을 보여 부끄럽나? 머리에 심어 놓은 폭탄을 터뜨리고 싶을 정도인가?"

"죄송합니다, 대마왕님. 하응! 으윽. 허나 이것은 제 의지가......."


성감대 인식 모듈이라도 달아 놓았는지, 감독의 손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골타리온. 뽀끄루는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눈을 감고 골타리온과 함께했던 추억을 회상했다. 전혀 대마왕답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감정이 과부하되어 쓰러질 것만 같았다.


'대마왕의 군단장'이라는 설정이 깊숙히 박혀 무리하게 마법소녀들을 적대할 때도 있었지만, 골타리온은 뽀끄루의 든든한 친구였다. 차가운 몸을 가지고 있지만, 모모나 백토와 다를 것 없는 친구. 


그녀가 힘들 때 곁에 있어 주고, 대마왕으로서 보였던 멋진 모습들을 하나하나 칭찬해 주던 소중한 친구. 


그런 친구가, 이 자리에서 처참한 꼴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이 저곳에 묶여서 감독의 욕망을 받아내는 입장이었다면, 그런 골타리온에게 조금이나마 당당해질 수 있었을까.


"뽀꾹, 뽀꾸우욱......."


그렇게 쌓이고 쌓인 절망이 눈물의 형태로 바닥에 흘렀다. 감독은 혀를 한 번 찬 뒤, 차갑게 말했다.


"울지 말고 연기를 시작해라. 명령이다."


감독의 한마디 명령에, 비처럼 쏟아질 것만 같았던 눈물이 마법처럼 그쳤다. 감독은 뽀끄루의 절망 덕에 발딱 세운 자지를 골타리온의 다리 사이에 다시 쑤셔박았고, 골타리온의 목소리로 나올 리가 없는 신음이 울려퍼졌다.


"[본좌에게 이길 수 없다고 이런 짓을 하다니. 비열하기 짝이 없구나!]" 

"아읏, 대마왕, 님......."


뽀끄루가 대사를 외치며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에 화답하듯 감독은 잔뜩 거칠어진 목소리로 모모와 백토를 연기했다. 골타리온의 구멍 맛에 빠져 정신없이 좆을 쑤셔대면서도 조금이나마 마법소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프로답다고 할 수 있었다.


"다음은 네 대사다. 지금의 감정을 우려내서 목소리에 담는 거다."

"[대마왕..... 님...... 저 가증스러운 목소리에 현혹되지 마십...... 시오......]"


어느새 자세를 바꾼 감독은 골타리온의 뿔을 잡고 짐승처럼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뽀끄루는 혼자 연습할 때처럼 연기톤과 평소의 목소리 톤을 섞어서 내고 있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지금의 뽀끄루는 '절망을 담아'라는 지문을 말 그대로 구현해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부하 골타리온을 강간하며 미친듯이 웃고 있는 감독은, 뽀끄루에게 있어서 마법소녀들을 넘어선 '적' 그 자체였다.


"[골타리온......]"

"완벽해, 스바라시(素晴らしい)!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해 왔던 '인간적인' 뽀끄루 대마왕이었어!"


뽀끄루가 절망에 빠진 목소리로 골타리온의 이름을 부르자, 감독은 박수를 치며 절정에 이르렀다. 그와 함께 쉴새없이 뿌려지는 그의 백탁액이 골타리온의 구멍에서 넘쳐 단단한 보라색 기갑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아, 얼마나 완벽한 '절망'인가. 뽀끄루 대마왕, 골타리온 XIII세. 이 감정을 잘 유지하고 있도록. 그것이 우리 D-엔터테인먼트가 만드는 완벽한 세계를 치켜올려 줄테니."

"......"


감독이 나가자, 뽀끄루는 말없이 구속에서 풀려나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골타리온의 손을 잡아 주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뽀끄루의 눈물이 골타리온의 얼굴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물이 안면을 타고 흘러, 골타리온도 우는 듯한 표정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


"[본좌에게 이길 수 없다고 이런 짓을 하다니. 비열하기 짝이 없구나!]"


뽀끄루의 첫 대사를 들은 모모와 백토는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들은,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실감나게 '소중한 부하가 잡혔다'는 절망을 표현해 낼 수 있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대본이 아닌 스피커폰을 잡은 감독은 그녀의 연기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동안의 고심이 하루 사이에 눈 녹듯이 사라져, 촬영장의 분위기는 오랜만에 부드러워져 있었다.


"[너희 마법소녀들은 절대 우리의 뜻을 꺾을 수 없을 지어다! 대마왕님...... 꼭 이 세상을 마로 뒤덮어 주시기를......]"


골타리온의 마지막 대사 후, 머리 부분이 터져 나갔다. 그 후, 폭발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골타리온의 몸체는 산산조각나 촬영장에 흩뿌려졌다.


'분명히 처음에는 목만 떨어진다고 했었는데?'


뽀끄루는 망연자실하게 불타고 있는 골타리온의 파편을 바라보았다. 마법소녀들은 화들짝 놀랐고, 뽀끄루의 가슴 속도 파편들마냥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대마왕이라고 해도, 결국은 바이오로이드의 몸. 뽀끄루는 원래 감독에게 향해야 할 분노를 마법소녀들에게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희 마법소녀들을 용서하지 않으리라! 마가 완전히 이 세상을 뒤덮는 그날, 본좌가 네년들의 뼈를 씹고 살을 짓이길 것이다!]"


"컷!"


감독의 컷 사인이 떨어지자, 스태프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터져나오는 박수와 환호성을 뒤로하고, 뽀끄루는 조십스럽게 보라색 파편을 주웠다. 


'1번 대기실, 다섯 번째 화장대......'


그곳에 골타리온이 남긴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에, 뽀끄루는 뿔도 벗지 않고 대기실로 달려갔다. 


"편지?"


다섯 번째 화장대에 골타리온이 쓴 듯한 편지가 올려져 있었다. 


"대마왕님께."


[본능은 몰라도 이성은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마왕님께는 함구되어있었던 일입니다만, 저는 진짜 자폭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할 수 밖에 없군요. 대마왕님과 함께 온 세상에 마를 퍼뜨리고 싶었지만 이런 말밖에 전할 수 없어서 송구합니다.]


"행복하게 살아가십시오......"


어제 그렇게 울었는데도 왜 눈물이 마르지 않는 걸까. 골타리온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인간님이었다면, 진짜 대마왕이었다면 지켜줄 수 있었을 텐데....... 뽀꾸욱......."


아무리 후회하고 사과해도 골타리온은 돌아오지 않는다. 


뽀끄루는 눈물을 닦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진짜 대마왕이 되어, 마법소녀들과 최후의 전투를 벌일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