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관련 없음

먼저 떠나간 이를 그리우며 무적의 용

한 겨울, 사랑했던 그를 그리우며 레오나

말하지 못한 사랑을 품고 당신을 그리우며 그리폰

넓은 초원에서 그를 그리우며 



"오랜만 이네요. 주인님."


리리스가 양 손 한가득 무엇인가 든 바구니를 들고 어느 기념비의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아주 반가운 듯 화사하게 웃으며 바구니를 기념비 앞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오랫동안 찾아오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이들이 자라고 나서야 좀 여유가 생겼지 뭐에요."


리리스는 기분좋은듯 웃으며 바구니에서 액자에 든 사진을 꺼내 놓았다.

그 사진에는 리리스와 그녀를 닮은 세명의 아이들이 그녀의 곁에서 웃고있었다.


"예쁘죠? 후후훗. 주인님과 제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 자랐다구요. 첫째는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 했답니다."


이것저것 사소한 이야기들을 하며 리리스가 비석을 정성스럽게 손수건으로 닦기 시작했다.

기념비에는 마지막 전투에서 순직한 모든 오르카 저항군의 이름과 식별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었고

그 수많은 이름들 중 가장 높은 곳에는 사령관의 이름과 그의 식별번호 1번이 적혀있었다.


"먼지가 많이 쌓여있네..."


리리스가 슬픈 눈빛으로 기념비를 쓸어내리며 쌓여있는 먼지들을 털어냈다.


"죄송해요. 그때 제가 지켜드렸어야 했는데."


나즈막히 말하며 눈가를 붉히는 리리스. 마지막 전투에서 그녀는 사령관의 명령으로 그를

경호하는 대신 최전선에서 싸웠다.


"그때 주인님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때 주인님의 말을 들은걸 제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르시죠?"


이곳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슬픈 표정을 짓는 리리스. 하지만 이내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갔다.


"어머, 죄송해요. 조금 감정이 복받쳤나봐요. 이곳에선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잠시 맺혀있는 눈물을 털어낸 리리스가 바구니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꺼내

기념비 앞에 정성스럽게 진열했다.


"후훗, 어때요? 많이 늘었죠? 주인님께서 좋아하던 것들로 준비했어요."


옛날엔 요리를 잘 못했지만 과연 세 아이들을 키우며 리리스의 요리 실력은 나날히 늘어났다.

사령관의 생전에 이토록 멋진 요리들을 대접하지 못한게 한으로 남았지만 이제라도 그의 앞에

자신의 요리를 대접하는 것에 리리스는 만족했다.


"아이들도 주인님과 입맛이 닮아서 아주 놀란적이 많아요."


리리스의 자식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령관의 입맛과 닮아있었다. 사령관을 잃어 모든것을 포기하고

좌절했을 때, 그 후로 진행된 인류 복원 계획에서 사령관이 남겨놓은 유전샘플로 아이들을 임신했고

그 아이들을 보며 삶의 희망을 다시 얻었다.


"이제 주인님은 없지만... 그래도 지킬 가치가 있는 아이들을 얻었어요."


리리스는 그 말을 하며 만들어 온 빵을 조금씩 찢어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령관의 전쟁이 계속되던 시절 경호대장 임무를 계속 맡아왔기에 사령관의 지근거리에서

가장 오랫동안 머물러 온 인물들 중 한 명이었다.


"후후훗, 그땐 주인님만 이 세상에 계시면 나머지는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소중한 아이들이 생긴 지금은 그때 당시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게 되었다.


"첫째는 어느덧 학교에 들어가고, 둘째는 유치원... 셋째는 벌써 이가 자라기 시작했어요."


행복한 얼굴로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는 리리스. 하지만 이런 행복의 곁에는 감추지 못하는

쓸쓸함이 묻어나왔다.


"아이들이 주인님을 많이 궁금해 하더라구요."


부쩍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사령관의 생각이 나는 리리스. 특히 첫째는 남자 아이로 그를 많이 닮아있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 말썽을 부리며 리리스를 괴롭힐 때도 많지만 잘때는 천사와도 같은 아이들.


"어제는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그 후로 시작된 리리스의 독백. 그녀는 사령관이 곁에서 대답하고 맞장구 쳐 주는듯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다. 막내가 새벽 갑작스레 열이 펄펄 끓어올라 페로와 둘이서 혼비백산 했던

이야기부터 첫째가 '엄마' 리리스를 주제 삼아 쓴 글짓기로 학교에서 상을 받아온 이야기까지.


그가 곁에 있었다면 가장 듣고 싶어했을, 가장 곁에서 함께 참여하고 싶어했을 그럴 일들을

리리스는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물론.. 그립기도 해요. 가끔씩은 먼저 가버린 주인님이 밉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해도 사령관의 대답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리리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남겨진 자신과 떠나간 그 사이의 거리감이 절실히 느껴졌다.


"정말이지.. 얼마나 좌절했나 몰라요."


하지만 그녀는 주저앉을 수 없었다. 남아있는 동생들을 챙겨야 했으며 그 후로는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야했다. 한 남자의 여자로 남는것은 쉬운 일이지만 여러 아이들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대로 리리스는 아이들을 보며 상실감을 이겨냈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주인과 자신의 결실을 바라보면 사무치는 슬픔도, 그리움도

모두 이겨낼 수 있었다.


"엄마~~"


"아.. 얘들아."


그때 멀찍이에서 손을 흔드며 다가오는 아이들, 페로가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리리스의 곁으로

오고있었다. 그들을 보는 리리스의 표정이 다시금 온화해졌다.


"후후훗, 걱정마세요. 주인님. 세상 모든 위협으로부터 주인님과 제 아이들을 지켜 나갈게요."


항상 함께해온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만 앞으로 지켜야 할 새로운 이들이 생겼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평화로운 세상을 지키기 위해, 리리스의 각오가 새롭게 다져진다.


언제나 곁에 있었던 그를 그리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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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했던 그리우며 5연작 끝난데스

매운맛 빌런이라 미안함 그래도 목표로 했던

갯수를 채웠으니 이젠 미련없이 내려놓을 수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