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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역지사지 프로젝트.


평소같으면 사령관이 앉아있어야할 자리에는 레아가 대신 앉아서 업무를 보게되었다.



기존의 섹스어필이 강한 옷차림과는 대조되는 단정한 제복. 레아는 커다란 흉부 탓에 그런 옷차림이 불편한지 셔츠를 수 차례 당기곤 했다.



그녀의 옆을 보좌하는 레모네이드가 하루 일정을 설명하고, 서류철을 한가득 가져와 하나하나 일일히 설명하며 그녀를 가르친다.



하지만, 행정업무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레아이기에 머리 속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고, 벌써부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으윽... 정말로 주인님은 이 많은 일을 혼자서 처리하시나요?"




"이것도 그나마 적은 편이에요. 평소에는 이보다 더많은 업무를 처리하십니다."




"하지만... 오후 4시만 되면 체력단련실가서 운동하시거나 어린아이들과 놀아주시던데..."




"사령관님은 업무가 쌓이는걸 굉장히 싫어하셔서 항상 빠르게 처리하시죠. 본인 철칙에 의하면 오후 4시부터는 자유시간이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에 레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업무를 시작한다.

평소에 항상 운동하러 나타나시고, 어린아이들과도 잘 놀아주길레 여유롭다 생각했는데, 실상은 정 반대였다.


레아는 자판을 두드리며 타자를 치기 시작하는데...

자판이 익숙하지 않은 그녀였기에 손가락이 제 말을 듣지않고있었다.


이를 보고있던 레모네이드는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독수리 타자로 겨우겨우 일처리를 진행하는 레아.

그녀는 벌써부터 울상을 짓고 있었다.



"아이고... 이건 글씨가 왜 이리 작아...? 어디보자..."



레아는 작은 글씨가 안보이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갖다대었고, 급기야 돋보기 안경을 꺼내쓰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씨가 잘 안보이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구부정하게 타자를 쳐나가는 레아.

레모네이드는 그런 그녀가 오늘내로 업무를 마칠 수나 있을 지 의문이 들었다.





***





한편, 페어리 시리즈가 관리하는 정원.

자매들은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에 열중하며 꾳들을 가꾸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사령관... 아니, 레아(?)도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초능력을 사용해 비를 내려 광범위하게 물을 뿌렸을 그녀였지만, 지금의 그는 초능력을 쓰지 못하는 상황.



그는 등에 커다란 등짐펌프를 짊어진 채 물을 뿌리고 있었다.

핏대가 불뚝 솟아오른 우락부락한 왼팔로 열심히 펌프를 움직이고, 오른팔로 호스를 잡아 빗질하듯 물을 골고루 뿌리는 레아저씨.




그러다 물이 부족하면 번거롭게 왔다갔다 움직이며 물을 길러오지만,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시들 기미가 없었다.




"호호호~, 꽃들아. 무럭무럭 자라렴~."



하이톤으로 콧노래를 부르는 레아저씨.

이를 듣고있자니 소름이 돋고 등골이 서늘해진다.

무엇이든 부숴버릴 듯한 손아귀로 꽃들을 정성껏 돌보는 모습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스트랄함을 선사해주었다.



그렇게 오전 일과가 끝나가고, 레아저씨는 동작을 멈추고는 자매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잠깐 쉬었다하자~!"



이에 일동 동작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 때는 어느 덧 점심시간. 레아저씨는 자매들에게 씻으라고 당부하며 식사 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모두가 레아저씨를 따라 식당으로 향하고, 지나치던 바이오로이드들 마다 경악을 금치 못하며 슬금슬금 길을 내어주었다.



섹스어필이 확고한 메이드복 차림의 우락부락한 거구의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가 식당에 다다르고, 식사하던 모든 이들이 식겁하여 고개를 숙인 채 숨을 죽였다.



"어머~, 안녕하세요! 오늘도 고생이 많으셔요~!"



레아저씨의 인사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포티아와 아우로라. 소완은 이미 도망치고 사라진지 오래다.

레아저씨는 식판과 수저를 들고 배식을 받은 뒤,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자매들을 기다렸다.



차례대로 레아의 곁에 자리를 잡고앉는 자매들.

레아는 동생들을 보며 환한 미소와 함께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얘들아~, 모두 맛있게 먹어~!"




""......""




모두들 충격이 가시질 않는 듯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수저를 들었다. 그 와중에도 레아저씨는 맛있는 반찬들을 집아들어 아쿠아의 식판 위에 얹어주고 있었다.




"어이구, 우리 아쿠아~. 많이 먹어~!"




"으, 응... 주ㅇ... 레아 언니..."



아쿠아가 레아가 준 반찬을 먹는 사이, 레아는 시선을 돌려 다른 자매들을 쳐다보았다.



"어이구, 우리 드리아드도 먹어~. 요새 툭하면 아프다면서 수복실에 드나들던데... 많이 먹어야 안아프지~."



"네에... 주ㅇ... 레아 언니..."



"혹시 안아픈데 꾀병부리는거 아니지~? 이 언니는 드리아드 믿어~."




"그, 그럼요. 하하하..."



드리아드가 멎쩍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레아저씨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입가는 미소를 짓지만 눈빛은 다소 노기가 깃들어있었다. 이에 드리아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길을 피하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 죄송해요... 다음부턴 꾀병 안부릴게요, 주인님..."




"어머어머, 얘도 참~. 난 레아 언니라구~! 오호호~! 자, 얼른 밥 먹고 일하러 가자! 오늘도 아자아자 화이팅~!"




그렇게 숨막히는 식사는 계속되었다.




***




한편, 점심 시간임에도 야잔히 업무를 보는 중인 레아 사령관. 레모네이드 역시 그녀의 옆을 보좌하느라 식사를 못하고 있었다.



"저기... 먼저 가서 점심 드시고 오세요. 괜히 저 때문에..."



"죄송하지만 오전 업무를 전부 마칠 때까지 식사를 할 수 없어요. 사령관님도 이걸 전부 마쳐야 식사를 하실 수 있어요."




"어떻게 이걸... 이제야 절반 끝냈는데..."



"그래도 기대이상으로 잘해내고 계세요. 최소한 오늘내로는 끝내겠네요. 야근은 피할 수 없겠지만..."




"흐윽...."




레아의 고통스런 점심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




오후 일과 시간.

레아는 여전히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고, 벌써 눈가에 피로가 가득히 쌓여 초췌한 몰골이 되어가고 있었다.



"얘들아... 보고싶어..."



레아가 동생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머금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주인님~, 귀여운 레아가 왔어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유치원복 차림의 레아저씨가 나타난 것이다. 펑퍼짐한 상의가 근육 덕분에 더욱 부풀어올라 터지기 일보직전이었고, 치마 아래로 쩍 갈라진 대퇴근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



레아는 충격적이다 못해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버린 그의 행동에 인지부조화를 느꼈고, 레모네이드는 차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볼 수 없다는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거나말거나 레아저씨는 풍성헌 머릿결을 뽐내며 귀여운 포즈를 잡으며 레아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응애~, 레아는 아가에요~! 쭈인님, 아가 레아에게 까까주떼요~!"




"아, 아...."



레아는 문득 떠올렸다.

자신이 지금껏 사령관에게 저질렀던 행동들을.

주책맞게 유치원복을 입고 아양을 떨던 자신의 추태를. 지금 느끼고있는 자신의 감정이, 어쩌면 당시 시령관이 느꼈던 감정이 아닐까? 레아는 마리가 아찔해졌다.




"저, 주인님... 이, 이제 그만두시는게..."




"우웅~, 레아는 쭈인님이랑 놀고시픈데~!"




레아저씨가 두 팔을 오므리며 애교를 부리자 유치원복이 근육에 늘어나며 살려달라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주인님,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제발 더 이상은..."




레아 사령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레아저씨의 다리를 붙들고 엉엉 울며 호소하지만, 레아저씨는 아랑곳않고 애교를 이어갔다.




"우웅~, 쥬인님도 참~! 레아는 까까 안주면 안나갈꺼에요!"



"으아아아앙! 주인님!"




그렇게 까까를 받은 레아저씨가 떠나가고, 이미 마음이 중파당한 레아 사령관은 넋이 나간 듯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레모네이드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없이 위로해주었고, 그렇게 오후 일과도 끝을 향해 달려갔다.





***





"으으으으윽! 드디어 끝났다!"



어느새 달이 차오른 밤. 겨우 일과를 끝낸 레아가 기지개를 핀다.

모두가 잠든 시각. 레아는 홀로 사령관실에 덩그러니 남겨진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오늘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툭하면 날아오는 건의사항이나 마음의 편지. 이걸 해결한답시고 일일히 상황을 파악하며 처리하고, 누구는 괜히 트집을 잡으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안그래도 업무가 쌓인 와중에 이런저런 일들이 쌓이니 피로도가 상당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발정이 나서 달려드는 인원은 없었다는 것. 제아무리 사령관처럼 취급하라해도 어엿한 여성이기에 그녀에게 달려드는 이는 없던 것이다.




"아마 주인님은 나보다 더 피곤하셨겠지..."




그렇게 레아는 의자에 기대어 슬며시 눈을 감았다.




***




늦은 밤. 페어리 숙소.

각자 침대에 누워 꿈나라로 떠난 자매들.

레아저씨 역시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의문의 그림자.

푸른 눈빛의 그림자가 손에 끈을 쥔 채 레아저씨의 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후후후, 주인님... 이건 예상 못하셨을 거에요. 이제 저와 함께에요."




그녀는 다름아닌 다프네. 그녀는 내면의 흑심을 드러내며 레아저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손을 끈으로 묶으려하는데....




투쾅!




갑자기 충격이 일어나며 침대에서 사라진 레아저씨.

이에 화들짝 놀란 다프네가 뒤러 벌러덩 넘어진다.



탁.



고요히 들려오는 착지음. 다프네는 금방 알아챈다. 레아저씨가 뒤에 서있음을.




"주인ㄴ...!"




다프네가 빠르게 일어서 레아저씨를 붙잡으려 했으나, 레아저씨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그녀를 부둥켜 안고 멀리 휙 내던졌다.




"꺄아아아악!"




공중으로 날아든 다프네가 본래 자신의 침대 위로 쿵 떨어졌고, 레아저씨는 침대에 널부러진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다프네, 혹시 잠이 안오니~? 이 언니가 재워줄까?"




레아저씨는 그대로 왼손을 그녀의 안면에 얹어올렸고, 오른손으로 중지를 힘껏 당겼다.



"자, 잠깐! 주ㅇ...!"



다프네가 다급히 그를 불러보지만, 레아저씨는 들은 체도 않고 중지를 놓았다.




딱!




그렇게 다프네는 잠이 들었다.




***




다음날 아침, 수복실.



삐- 삐- 삐-



깊은 잠에 빠져있던 티타니아가 겨우 눈을 뜨기 시작하고, 닥터가 옆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언니. 갑자기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티타니아는 제정신을 차리고는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래, 분명히... 레아 코스프레를 한 사령관이...



"으윽!"



"언니, 너무 무리하면 안돼. 안정을 취해야해."




티타니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옆자리에는 이마에 붕대를 감은 다프네가 느워있었다.



"다프네는 왜..."



"아, 새벽에 오ㅃ... 레아 언니가 자는데 방해했다는 이유로 딱밤을 때렸다 하더라고. 그래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거야. 새벽 동안의 기억은 날아가겠지만."



그 때, 수복실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다급히 뛰어들어왔다.




"티타니아, 괜찮니?"




다름아닌 레아저씨였다.




삐---------------



"언니!"




티타니아는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내가 지금 뭘 쓰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