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가 오르카호에 합류하고 아메리카 대륙을 가기 전에 사령관과 시간 보내다가 호감도 MAX가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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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쓰담]


"리제야, 오늘 아쿠아한테 종이 공예를 알려줬다며? 착하네?"

"그... 그... 그거야 당연하죠 주인님... 흐으응..."

"정말 착한 언니네?"

"헤으..."

"하아...?"


사령관에게 사랑 받기 위해 오늘도 철충을 잔뜩 터뜨리고 온 장화는 사령관실에서 느껴지는 알콩달콩함에 무심코 혀를 찼다.

자신의 삶의 의미를 가로채려 하는 건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제를 칭찬하던 사령관이 살짝 눈을 돌리자, 장화의 살기와 팽팽한 와이어의 마찰음은 순간이나마 움찔하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흐아앙..."


하지만 완전히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몰라하는 리제의 얼굴은 그런 장화의 와이어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마치 여제님의 사랑을 받은 뒤에 보여졌던 거울 속의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도... 저 아이처럼 사랑에 빠지고 싶어... 저 아이보다 더 황홀한 사랑을 느끼고 싶어..."


리제가 자신의 손으로 두 뺨의 온기를 느끼며 사령관실에서 종종걸음으로 뛰쳐나갈 때, 장화는 치욕적인 열등감만이 본인의 얼굴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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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는 리제가 나간 후, 사령관에게 말했다.


"나도 아까 그 아이처럼 쓰다듬어줘..."

"리제 말이야?"

"걔 이름이 리제인지 뭔지 안 궁금해, 그냥 똑같이 쓰다듬어줘... 그리고 칭찬도 곁들여서..."


사령관은 살짝 쓴 웃음을 지으며 장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철충들을 쓸고 오느라 수고했어, 장화."

"흐음..."


장화는 분명 똑같이 칭찬 받았음에도 특별한 무언가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도 자극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애태우는 것 같은 조바심만 느껴졌다.


"부젹해... 브젹해..."

"저... 장화?"


장화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사령관의 손을 떼어내고 대신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자신의 혀과 타액으로 사령관의 손가락을 음미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이 그 아이보다 사랑 받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그 리제라는 바이오로이드 처럼 되고 싶었다.



장화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강한 자극 원했다.


"오늘 나도 그 아이처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줘... 응? 제발..."


장화의 눈은 사령관이 보기에 매우 간절해보였다.

적어도 쉽사리 거절하기는 힘든 표정이었다.

리제가 자극에 약하다는 걸 알리 없는 장화의 입장을 생각한 사령관은 나중에 때가 되면 적절히 이를 알릴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오늘 동침이 비니까 이따가 밤에 해줄게."

"진짜?"

"응."

"맞다 아까 그 리제라는 애, 혹시 수복실에서 일해?"

"어... 그렇기는 한데 왜?"

"아냐 됐어."


장화는 사령관실 밖으로 나가기 직전까지 입술을 살짝 내민 체로 사령관을 쳐다보다 나갔다.

사령관은 '삐진건가?' 라고 의문을 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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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라고 했나? 하! 어이가 없어서..."


사령관실 밖으로 나간 직후 장화는 빠른 걸음으로 수복실로 갔다.

들어가자마자 리제와 닮아보이는 바이오로이드를 붙들고 말한다.


"리제라고 했나? 그 인간은 내 남자니까 아양떨지마!"

"에...? 리제는 제 언니인데..."


장화는 생긴 게 비슷해서 다프네와 리제를 헷갈렸다.

그리고 잡고 있던 멱살을 놓자, 죽일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리제가 탈의실 앞에 있었다.


리제는 수복실에 도착하고 이제 막 간호사 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침대 아래에 숨긴 자신의 가위를 꺼내 치켜세웠다.


"실뜨기 햇츙..."

"실뜨기? 터져서 죽고 싶어?"

"흐흐흐... 널 손보면 주인님이 귀찮은 거머리가 사라졌다고 좋아하시겠지...? "

"...해봐 날파리, 가위가 아픈지 폭탄이 더 아픈지..."



[드르륵.]


난데 없는 신경전이 수복실을 차가운 분위기로 만드는 이때, 사령관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정말 급하게 달려온 듯 계속해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헉헉...!"

"주인님!?"

"너... 갑자기 뭐야."

"아니 별일은 아니고 진짜 별 일 아니야...! 그냥 지나가다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들어온 것 뿐이야, 무슨 일 있어?"


아무 일 없는데 심심해서 왔다는 설정으로 사령관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리제는 뒤 늦게야 자신의 가위를 등 뒤에 숨겼고 장화는 짧게 혀를 찼다.

사령관의 앞이라 둘 다 적의는 거두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칫."

"리제야, 일하느라 많이 피곤한 것 같은 데 다음에 카페테리아에서 같이 파르페라도 먹을까?"

"네..!!?"


리제는 순간 자신의 주인이 입으로 아이스크림을 떠 먹이고 '맛있어?' 라고 물었을 때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부끄러운 표정을 지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잔뜩 움츠러들었다.

자신의 상상으로 생각을 돌려버린 리제는 장화에 대한 적의를 완전히 거두었다.


"언젠간... 네..."

"장화도 다음에 어때?"

"...좋아"


그제야 서로의 눈치까지 접어둔 것을 확인한 사령관은 다음에 보자며 손을 흔들었다.

괜히 김 세버린 장화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 자식이 뭔데... 바보..."


상쾌한 바람으로 잡생각을 날려버렸던 과거와 달리, 오르카호의 환기 시스템으로는 그녀의 잡생각을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그저 폐쇄적이고 꿀꿀한 잠수함 통로를 걸어 다닐 뿐이었다.


/


"앗... 엄청난 질투심..."


쓸데없는 생각에 장화가 오르카호 내의 복도를 20분 째 걷기 시작했을 때, 머리에 황금색 링을 달고 있는 지품 천사, 코헤이교단의  '엔젤'과 만났다.

오르카호 전체에서 행복의 감정을 느끼던 엔젤은 장화에게서 느껴지는 질투심에 반응해버려 무심코 말을 걸고 말았다.


"저기...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 엄청난 질투심이 느껴지는데요..."

"뭐?"


난데없는 전도 시도에 질려버린 장화는 멸망 전에도 만나봤던 코헤이교단 전도를 여기서도 들어하냐며 곧바로 경계했다.


"저를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는 게 느껴져요... 제가 잘못한 일이 혹시 있나요?"

"전도 하려는 거 아니야? 멸망 전에 수도 없이 봤다고... 내가 바이오로이드인줄도 모르고 전도하는 코헤이교단의 인간들 말이야."

"아하~ 그러면 왜 경계하시는 지 이해가 되네요, 그리고 괜찮아요! 구원자님께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주셨으니까 믿는 건 개인의 의지랍니다?"

"아, 그러셔?"


장화는 그대로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다 문뜩 엔젤이 한 말이 떠올랐다.


'엄청난 질투심이 느껴진다.'


"잠깐, 아까 나보고 질투심이 느껴진다고 했어?"

"네, 자매님께서 마치... 음... 뭐라고 해야하나... 소유욕? 독점욕...? 오오... 뭔가 굉장한 자신감? 과 함께 애정을 느끼고 싶어하는 그... 보상심리와 함께 이어지는 의존 욕구가..."

"그만! 그만해!" 


엔젤이 사춘기 소녀의 복잡 미묘한 모든 감정을 자세히 서술 하려하자 장화는 온몸에 소름이 돋은 체로 그만하라 외쳤다.

엔젤도 너무 지나치게 이입할 뻔 하여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해요... 이렇게 복잡 미묘하고 이해하고 싶어지는 감정은 정말 오랜만이라..."

"윽..."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이렇게 깊고 복잡한 건... 드라마틱해요! 다만 사랑에 대해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을 마시는 것 만큼이나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게 어떤 면으로는 순수하다고 생각해요."

"순수...? 내가?"

"네, 자매님의 마음은 복잡하지만 그 안에서 얻고 싶은 건 정말 순수한 사랑 같으세요."

"음... 그러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 리제 라던가."


엔젤은 턱을 괴고 천사링을 고속 회전시키며 기억을 되짚어보다가 아! 하고 떠올랐다는 듯이 말한다.


"리제 자매님은 사랑을 생존이라고 생각해요."

"생존?"

"음... 뭐라해야 하나... 거대한 육식동물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먹잇감을 쟁취하기 위한...?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 치고는 그러한 강박에서 많이 나아져서 다소 긴장이 풀려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금방 기억도 났고요."

"긴장이 풀려 있다라..."


빈민가,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주고 있는 마을 등에 긴장 감도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긴장이 풀려 있는 모습도 몽구스 팀을 통해서 알고 있다.


장화는 '그렇다면 행복하다는 건가?' 라는 생각이 이르렀다.


"자기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사랑의 먹잇감 앞에서 알몸인 체로 들켜버린 나머지 부끄러워서라도 에로스 적인 보상을 차마 받지 못하는... 어맛... 이 이상 되짚어보면 저도 타락할 것 같으니 조금..."

"알몸이라... 알몸으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부끄러워? 그거구나! 고마워, 나도 그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 해야 할 이유가 생겼어."

"네? 제가 뭘...? 그리고 네? 부끄러워야 할 이유요?"


엔젤과의 대화에서 뭔가 느낀 장화는 여유롭게 그날 동침 만을 생각하며 내무반으로 돌아갔다.

엔젤은 자신도 화끈해진 나머지 식히기 위해서라도 연신 손 부채질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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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오르카호의 조명이 대부분 꺼지는 동침시간.

장화는 엔젤에게 들었던 말을 기반으로 홀딱 벗고 비밀의 방에 들어갔다.


"그 상태로 온거야?"

"어... 어때? 흥분되지? 좋지? 내 사랑이 느껴지지?"


홀딱 벗은 모습을 사령관에게 보여주자 장화의 심박수는 분명 올라갔다.


'그런데 왜 부끄럽지 않을까.'


생각보다 자신의 치부를 보이는 것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사령관이 내 알몸을 보고 좋아하겠지, 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자기 자신의 부끄러움 조차 느껴지지 않은 건 왤까?


허나 사령관은 발기했다, 그러면 지금 방법이 옳다고 밖에 생각 못한다.


이어서 장화는 말했다.

'좀더 거칠게 해줘, 장난감처럼 다뤄줘, 너 없이 못살 정도로 망가뜨려줘.'


그런 말들을 쏟아낸 이후, 네 발로 사령관에게 걸어가는 장화는 침대 위에 앉아있는 사령관을 올려다보며 두발로 선 개처럼 헥헥 거렸다. 



"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진짜 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 사랑해... 미칠 정도로 사랑해... 사랑해... "





...





침대 위가 질척질척해질 정도의 동침이 끝나고, 장화는 사령관이 자기 것이라며 키스를 했다.

이미 그녀의 뇌는 마약이 아닌 방법으로 자극에 절여져 눈이 풀려있음에도 불과하고 누워있는 사령관의 배 위를 올라타며 그의 품에 엎드렸다.


그리고 사령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넌 내 꺼야♡ 내 꺼♡ 내 꺼♡ 내 꺼♡ 내 꺼♡ 내 꺼♡ 내 꺼♡ 내 꺼♡ 내 꺼♡ 내 꺼♡ 내 꺼♡ 내 꺼♡ 내 꺼어어...♡"


숨 쉬기도 힘들어하는 장화는 사령관의 목에 자신의 이름의 이니셜 모양으로 키스마크를 남긴다.

사령관은 그 작업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품에 장화를 품어주었다.

장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사랑을 알렸다.


"넌 내 꺼니까 나만 사랑해... 내 꺼야 내 꺼..."


그렇게 장화는 안심하며 잠들었다.



/



며칠 후, 장화는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 더 이상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또 열이 나는 드리아드를 또 잘 돌봐줬다며? 고마워 리제, 내가 신경 쓰지 않은 부분까지 신경 써줘서."

"흐응... 네... 주인님..."

"..."



뭔가 달랐다, 아주 달랐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장화가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이다.

사령관에게 표시해둔 자신의 이니셜이 그대로 있나 확인하러 온 차, 자신이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여긴 리제에게 질투심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사실, 분명 자신의 것이라 표시도 해뒀는데, 혹시 사랑한다고 한마디만 더 했었어야 했나? 아니면 더 잘 보이는 곳에 사랑한다는 표시를 남겼어야했나? 입을 달달 떨 정도로 기뻐하는 리제를 뒤로 한 체 장화는 차마 사령관실에 들어가지 않고 엠프레시스 하운드의 내무 반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뭐가 부족한 걸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야..."


장화는 복도 벽에 손을 짚고 땅을 보며 걸어간다.

팽팽하다고 느껴진 사령관과 자신의 실이 누군가가 놓아버린 나머지, 하늘하늘 공기의 흐름을 타고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것만큼이나 보잘 것 없고 초라했다.

누군가 그것을 옷에 붙은 붉은 실밥이라 여기고 털어내기라도 한다면 자존심에 상처 입을 것만 같은 울적함이, 삐걱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또 다시 천사와 마주친다.


코헤이 교단의 엔젤이 장화의 얼굴 만큼이나 울상인 모습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러한 장화의 감정을 읽어냈기 때문에 엔젤은 또 다시 장화와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었다.


"또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저번에 엔젤이 해준 조언 따위 아무 도움도 안되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이 자신의 지레짐작이었다는 것을 눈치채었다보니 사실대로 털어놓기로 한다.

어차피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상대에게 무언가를 숨길 수는 없을 테니.


"사랑한다는 건... 몇 번을 증명 해야 하는 걸까...?"

"증명이요...?"

"분명 사랑한다고 말해준 것 같은데... 하나도 전해지지 않아, 내가 느끼지 못하는 건가? 아니지... 그 남자는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하지만 왜 나는 신경이 쓰이지...?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 내 사랑을 지워버릴 것 같아서 무서워... 그래서 몇 번이고, 세는 걸 까먹을 정도로 많이 사랑한다고 말 했는 데도 안심이 안돼... 무너져가는 탑에 나뭇가지 하나 끼워 넣었다고 안심하는 내 모습이 끔찍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뭘 해야... 그 사람이 내꺼라고... 진심으로 느껴질까...?"


장화가 발산하는 사춘기 소녀의 우울함은 엔젤 자신의 가슴도 조금씩 찢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하지만 해줘야 할 말은 있다. 그걸 알기에 장화의 감정을 타인의 것이라 여길 수 있다.


"감사... 감사한다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감사...?"

"저는 언제나 구원자님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가고시마에서 있었던 일이나... 지금도 제가 이렇게 어린 양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요. 그러니 한 번만 말해볼 수 있을 까요? 구원자님에게 감사의 한마디를."

"가... 감사... 뭘 감사 해야하지...?"

"아쉽게도 그건 제가 알려드릴 수 없어요, 그 답은 자신 안에 있을 거에요, 그럼 이번엔 제가 먼저 갈게요 이만."


조금이라도 힌트를 달라고 와이어로 엔젤을 붙잡고 싶었지만, 장화는 그나마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조언해준 엔젤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내무반으로 돌아갔다.



/



"밖에 나가자고?"


일주일 뒤, 사령관은 대원들에게 철충이 정리된 지역에서 앞으로의 결전에 대비할 마지막 휴가 겸 아메리카에서 데려온 대원들을 수용하는 임시 대기 시설의 건축 완료에 대한 행사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사령관은 장화에게 먼저 찾아갔다.


"어, 잠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혹시 모르니까 장화가 같이 가줬으면 해서."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장화는 사령관과 거대한 잔해 이외에 전부 치워진 도심을 함께 걷는다.

자신이 처음 오르카 호의 몽구스 팀과 만난 장소, 그리고 처음으로 사령관과 만난 장소까지, 이어서 소풍 용으로 대원들이 다듬어 놓은 잔디밭에서 멈췄다.

원래는 


"잠시만 누워 있을까?"

"갑자기...? 여기서...? 그건 좀..."

"기왕 대원들이 정리해 놓은 곳인데,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조금 너무해서."

"그...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장화가 자신의 핫팬츠를 내리려 하자 사령관은 깜짝 놀랐다.


"어...? 여기서 하자는 거 아니었어...? 나 너랑 하는 거면 좋아할 수 있는데..."

"아니 그냥 누워 만 있자고, 선선한 바람 좀 맞으면서."

"아."





풀썩, 사령관의 팔을 배게 삼아 누운 장화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넒은 공간 안에 있는 자신이 초라해지는 드넓은 공간, 그렇기에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넓은 공간이다.

그런 광활한 공간을 앞에 두고 장화의 옆에는 사령관이 있다. 


아무도 없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센치 해지는 건 왤까.

그리고 자신과 닮은 바이오로이드가 좁은 공간에서 서로 옹기종기 모여 있을 때 드는 불합리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


'살짝, 구속하고 싶어지는 사령관을 새끼 손가락부터 얽매이게 하고 싶어.'

장화는 순수하게 생각했다.


"저기 장화."


그러다 사령관이 말한다.



"응...?"

"이렇게 저항군에 합류해줘서 정말 고마워."


장화는 입을 오므렸다.

그리고 소름이 돋았다.


"이제 홍련이나 다른 몽구스 팀의 대원들을 괴롭히지 않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리제랑 싸우지 않아줘서 고마워."

"너... 갑자기 왜 그래... 부끄럽잖아... 흡..."

"왠지 내가 장화한테 고맙다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뭐...? 그... 그런 거 필요 없는데... 사랑하기만 하면 다 되는 데...? 당연한 거라고..."


잠깐의 침묵, 침을 꿀꺽 삼키기는 장화는 이어서 사령관의 말을 들었다.


"이건 내 지론인데,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 아무리 이유 없이 일어난 일들도,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이런 좋은 일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한 마디 할게."

"...!"

"나를 삶의 의미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

.

.



"고맙다고...?"





"그렇게 말해줘서... 나도 고마워..."



엔젤의 말대로 대답은 자신 안에 있었다.

작지만, 당연한 것, 그리고 나름의 이유가 그녀 안에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작은 이유였기 때문에, 장화는 부끄러움에 못 이겨... 울었다.





/





소풍이 끝나고, 장화는 오르카호로 가 혼자 뿐인 엠프레시스 하운드의 내무반에 찾아왔다.

분명 좁은 잠수함이지만 그 안에 침대와 사물함은 많이 있었다.


그것 만으로 이 방에 넓게 보인 장화는 말했다.


"고맙다고 말해야 할 애들이... 아직 더 있는 것 같네...?"



자신의 가족들이 오길 기다렸다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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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랑 가족 만들기 섹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