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33918444


공식설정과 다릅니다.


블랙 리리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시청을 자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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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울음소리에 콘스탄챠는 저절로 눈이 떠졌다. 누가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름답다고 하였는가 


"왜 그래...? 배고파..?"


콘스탄챠가 아이를 어르고 달래보았지만 아이의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아랫쪽을 만져보니 축축해져있는 것을 눈치챘지만

그녀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갑작스런 블랙 리리스의 공격으로 인해 아무것도 못 챙겨왔기 때문이다.


"기저귀 갈아줘야하네..우리 아가..."


담요로 아이를 엎고 자신이 가져온 레버액션식 소총을 들었다. 탄약은 넉넉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아이와 자신을 지킬 수는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고 있었기에 콘스탄챠는 남은 담요로 아이를 감싸서 밖을 나왔다.


무전기며, 지도며,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않았기에 그녀 스스로 전초기지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아이와 함께 모험을 떠났다.


"엄마가 어떻게든 지켜줄께.."


등에 엎혀있는 아이에게 속삭이듯이 말을 하고 발길을 제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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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비까지 내리잖아.."


리리스는 불만을 내뱉으며 계속해서 콘스탄챠를 추적했다. 밤새도록 달린 그녀는 지칠대로 지쳤지만 쉴 수는 없었다.

자신의 주인이 콘스탄챠 저 빌어먹을 년의 손에 아직 있었기에 그녀는 멈출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주인에게 버림받기 싫었다.

그렇게 숲을 해매던 중에 한 허름한 오두막을 발견하였다. 그 곳에서 잠시 몸 좀 데울 심상으로 오두막으로 다가간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빙고.'


오두막의 앞에는 발자국이 있었다. 하이힐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굽이 있는 구두였다. 메이드들이 신는 그런 부류의 구두였다.

리리스는 입꼬리가 절로 귀에 걸쳤다.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 발자국을 따라갔다.


"착한 리리스가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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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벗어나자 폐허가 된 작은 마을이 보였다. 건물들은 전부 박살이 나있고 전봇대는 무너져있었으며, 뭐라도 튀어나올거 같은 분위기에 콘스탄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도 그녀 또한 멈출 수가 없었다.


"좀만 참아..."


등에 엎혀있는 아이에게 다시 한번 속삭여주고 콘스탄챠는 마을로 들어갔다. 작은 슈퍼마켓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가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찾아보기로했다.


작은 슈퍼마켓 안에는 비상 발전기가 없었는지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날씨가 흐린 탓에  빛까지 안 들어왔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서 콘스탄챠는 마음을 다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냉장고는 오랫동안 작동을 안해서 안에 있는 식품들이 죄다 썩어 악취가 진동했고 벌레까지 득실거렸다. 콘스탄챠는 소총을 들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트를 수색한다. 다행스럽게도 기저귀의 상태는 멀쩡했고 재빠르게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자..이제 개운하지?"


아이는 콘스탄챠의 물음에 웃음을 지었고 콘스탄챠는 그것을 보며 안심했다. 하지만 아이는 이내 다시 울기 시작했고 콘스탄챠는 아이를 안고 모유를 주었다. 아이는 편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엄마에게서 나오는 모유를 열심히 빨아대기 시작했다.


"아이가 무는건 아프네.."


아이가 이젠 배부르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젖을 입에서 떼고 칭얼댔다. 콘스탄챠는 아이의 등을 두드리면서 트림을 하게 유도했고 아이는 트림을 하였다.


"이제 기분 좋아?"


콘스탄챠가 아이의 눈을 마주치며 묻자 아이는 엄청 좋은지 웃었다. 아이의 웃음에 콘스탄챠도 웃음지고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나갈 준비를 하던 중 콘스탄챠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모습 뒤로 무언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벌레라고 생각한 그녀는 다시 거울을 보았다.


"꼴이 말이 아니네.."


아이는 비를 피했지만 자신은 비를 맞았기에 머리와 옷은푹 젖어있었고 땅은 진흙이 되었기에 자신의 메이드 복에는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그런 모습에도 그녀는 자신의 아이만 무사했으면 됐기에 아이의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마트에서 발견한 물건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다시..."


마트를 나와 다시 발걸음을 옮길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의 목에 누군가 칼을 들이댔다.


"너 뭐야?"


그녀와 똑같이 메이드복을 입은 바이오로이드 같았다. 하지만 등에는 요정같은 날개가 있었다.

'페어리 시리즈'의 바이오로이드였다.


순간적인 충격으로 콘스탄챠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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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스는 저 멀리서 콘스탄챠가 마트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아이에게 모유를 주는 것을 보자 그녀는 손톱을 계속 물어뜯었다.


"저 년...내가 해야할 일을....잘도.."


손톱을 어찌나 물어뜯었는지 피가 났지만 리리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권총의 탄약을 확인한 그녀는 기필코 콘스탄챠를 죽일려고 발을 땠다.

하지만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본 그녀는 다시 몸을 숨겼다.


"저것들은..."


메이드복에 요정같은 날개가 달린 바이오로이드들이 마트를 애워싸는것을 보았다. 농업용으로 개발이 된 바이오로이드 '페어리 시리즈'의 바이오로이드였다. 리리스는 그녀들을 손쉽게 죽일 수 있었지만 수적으로 열세였고 무엇보다 탄약도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지켜보기로했다.


큰 칼을 든 바이오로이드가 콘스탄챠를 기절시키고 아이와 그녀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 그녀는 다시 손톱을 물어뜯었다.


"왜 이리 방해하는 것들이 많은거야..."


그녀는 조심히 그것들의 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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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따뜻한 감각에 콘스탄챠는 눈이 떠졌다. 그녀가 일어났을 땐 손엔 수갑이 차있었다. 침대에 보기 좋게 묶인 그녀가 당황해하자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일어나셨네요."


파란눈에 갈색빛이 도는 머리가 인상적인 바이오로이드가 콘스탄챠를 보자 웃음 띄며 인사했다.


"아이는? 내 아이는요?"


"아이라면 걱정하지마세요."


그녀가 손으로 공손히 가르친 곳에는 아까 그녀와 똑같이 생겼지만 실눈을 하고있는 바이오로이드가 아이를 안고있었다.


"저희 구역에 함부로 들어오셔서 이것저것 가져가시길래 저희가 어쩔 수 없었어요."


"죄송해요.."


그녀는 공손하게 사과를 했고 그 실눈인 아이에게도 사과하라고 지시했지만 그녀는 싫다고하고 아이를 계속 보고있었다.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다프네, 그리고 저쪽은 제 동생 리제에요."


"알아요..농업용 바이오로이드 페어리 시리즈의 바이오로이드들이죠.."


"하하...이젠 농사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지만요..리제, 아이를 돌려드려."


리제는 아이를 콘스탄챠의 품에 다시 안겨주었고 콘스탄챠는 아이를 꼬옥 안았다.


"그나저나..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를 가지셨다니..대단하시네요.."


"그야..이제 이 아이는 우리들의 희망이니깐요.."


콘스탄챠의 대답에 다프네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콘스탄챠가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그녀는 리제에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고 이야기했고 리제는 물러났다.


"혹시 모르시나요..?"


"뭘 말이죠?"


"인간과 바이오로이드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모체한테서 유전받는 오리진 더스트에 향상된 신체를 버티지 못 해요."


"그게 무슨 소리죠...?"


"쉽게 말하자면 아이는 커가면서 신체를 교체하기 위해 엄청난 수술을 해야해요. 그런데 비용도 만만치않고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선 그런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은 없어요."


콘스탄챠는 호흡이 가파졌다. 설마 아니겠지라는 심정으로 다프네에게 다시 물었다.


"수술을 못 받는다면요..?"


"아마 오래 못 살겠죠."


"아니...이 아이는 사람이잖아요..인간이잖아요...그런데..."


"어디까지나 '법적'으로 인간이죠. 몸은 사람하고 달라요."


콘스탄챠는 그리폰이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무엇보다도 말야, 법적으로만 인간이지.....'


콘스탄챠는 다시 아이를 보았다. 아무것도 모른채로 콘스탄챠를 바라보면 생글생글 웃었다. 


"우리가 아무리 사람하고 똑같다지만 우린 사람하고 달라요. 그 애는 사람의 아이가 아니에요."


다프네의 말에 콘스탄챠가 고개를 들었을 때 유리창 너머로 무언가 비쳤다.


블랙 리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