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령관과 홍련의 계략에 걸려 장화가 잡혔어.
하지만 동생을 도우려는 홍련과는 다르게 사령관은 장화가 싫은거야. 그냥 싫은게 아니고 존나게 존나.
근데 생각해봐, 상당히 그럴듯해. 몽구스 팀과는 거의 초창기부터 같이 지내던 사이인데 걔들을 만신창이로 만든게 장화잖아. 거기에 사령관은 성의 군주와도 같은 성향의 사람이였던거지.
자신의 성 안에 있는 사람들에겐 친절하지만, 성벽 외의 이방인에겐 문을 열어만 주는 정도의 사람이였던거야.
근데 그 성벽 밖의 이방인이 자신이 매우 아끼는 사람들을 해한데다가 시작부터 시비를 낭낭하게 털어준다? 한바탕 싸워보자는 얘기로 들리는 거지.
그렇게 시작부터 사령관과 장화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아. 아니, 거의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장화를 혐오하는 것에 가까웠지.
사령관이 장화를 싫어하는 정도는 손찌검과 욕만 안하는 수준에 가까웠어. 하지만 거기에 사춘기 소녀 같은 성격의 장화가 질세랴 덤벼드는거지. 마음속에 꼭꼭 감춰둔, 진실함이 꽉꽉 담긴 미안하다는 사과 대신에.

여기에 열불이 난 사령관은 특단의 조치를 내려. 밥을 굶기는 것도 아니고, 고문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매우 강력한 벌을 내리는거야. 숙소를 독방으로 잡아주는거지. 근데 이 처벌에 장화가 또 대드니까 이번엔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겐 말도 못걸게 명령을 내려버려. 사람이란건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이란 말이지? 어느 정도의 소통이 없으면 미쳐버린단 말이야. 이건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말릴 정도로 심한 벌이였어. 그렇게 둘의 관계는 완전 나락에 치달아.

근데 이 명령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어. 말만 하지 말라는거지. 다른건 상관 없었으니까. 사실 장화는 이때 엄청난 자기 혐오에 시달리고 있었어. 원래 받은 임무가 민간인을 갈아죽이는 임무였다는 걸 알아낸 것과 자기 언니 뻘인 홍련은 더러운 일만 도맡아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사람들을 구하는 특수부대의 대장이라는 것에서 온 충격. 그런 몽구스 팀을 전부 갈아죽이고, 더러운 명령을 내리고 자신을 두들겨 패던 여제마저 뒈져버렸단 것에서 온 상실감. 그리고 자상한 언니와는 다르게 사령관이 퍼붓던 증오와 분노, 슬픔이 담긴 화살세례까지. 게다가 이런 폭력은 어린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 매우 큰 영향을 주거든. 하나 하나만 봐도 끔찍한데 저걸 몽땅 다 받으면 얼마나 큰 영향이 가겠어. 저런 모든 것에게 시달리는 장화의 머릿속엔 딱 한 가지 생각 말고는 없는거야. "나, 살아있을만한가? 원래는 죽어야 마땅한게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만이. 결국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시달리다가 메리가 준 연필, 마키나가 준 스케치북을 들고 홍련의 방 문을 두들기게 되지. 말을 못하면 글을 써서 언어 전달을 하면 되니까. 그리고 언니라면 진짜 자신은 죽어야 마땅할까에 대한 온전한 답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거든.

한편 사령관은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장화를 용서해 달라는 얘기를 듣고 있었어. 하기사 당연하지. 평소에 정말 친절하고 유머러스하면서, 가끔은 응큼한 남자의 무시무시하고 잔혹한 면을 보게 됐으니까. 행동으로만 안 옮길뿐이였지, 장화를 대하는 사령관은 마치 당장이라도 쇠꼬챙이에 장화를 붙잡아 꿰어놓아도 이상할게 전혀 없어보였거든. 왈라키아의 가시공이 지금도 살아있다면 바로 장화를 대하는 사령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사령관은 이 명령을 철회할 생각이 없었어, 처음 봤을 때의 모습도 개판에 대드는 태도까지 성의 군주가 보기엔 이런 태도는 전혀 강화 협정을 맺으러 온 사람 같지가 않은거지. 근데 결국 보다 못한 콘스탄챠가 한 마디를 해. 장화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 적이 있기는 했냐고. 둘 다 계속 싸우려고 들더만이라면서. 여기서 사령관은 약간 자신의 행적에 의심을 갖는거지. 근데 이것도 어찌보면 그럴만 하지. 장화처럼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 바이오로이드가 오메가 빼면 없거든. 경험이 없던 거야. 누군가를 적대해본 적이 없는 남자가 폭언과 폭력에 시달려 살아온, 거기에 살육의 현장에 뒹굴면서 큰, 폭력만 받고 자라서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란 자괴감 MAX의 사춘기 소녀라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고 만거지. 거기에 원래 성향까지 맞물리면서 역시너지가 폭발해버린거고.

그리고 이런 의심은 몽구스 팀이 결정타를 내버려. 몽구스 팀과 장화, 서로 합의 하에 녹화했던 장화의 상담 일지를 사령관에게 제출한거지. 게다가 장화는 의외로 성실한 아이였어. 하루에 세 시간씩, 거기에 하루도 빠짐 없이 제 시간에 꼬박꼬박 한 달 동안 홍련의 방에 찾아가 몽구스 팀과 상담을 했던거야. 중간 중간에 마키나와 메리의 미술 치료도 겸해가면서. 여기서 사령관은 깨닳고 만거야. 자신이 상처뿐인 아이를 감싸주질 못할 망정,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한 채 구역질 날 정도로 사악하고 몹쓸 짓을 했단걸.

거기에 상담 내용도 압권이였어. 처음 며칠 동안은 자신이 진짜로 죽어야 하나에 대한 내용으로 상담을 받았고, 여기에 대한 의문이 풀리자 어떻게 하면 미안하다는 말을 전달할 수 있을지, 이런 내가 정말로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 나머지 전부를 채우고 있었으니. 사실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사령관의 이런 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사령관이 장화를 대할때 나오는 철의 왕자든 별의 아이든 맨손으로도 간단하게 찢어 죽일 정도의 엄청난 살기에 짖눌려서 말을 못했을 뿐이지. 마키나 & 메리 듀오가 장화에게 연필과 스케치북을 갖다 주자는 생각을 낸 이유기도 했고. 머리에 쌓인 말을 어떻게든 풀어내면 이 싸늘한 냉전에 약간의 온기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희망을 가졌거든. 예전에 앤이 자신들에게 보여줬던 기적을 우리도 저 아이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인 자그마한 소녀가 언니 앞에 앉아 상처투성이인 속마음을 울먹이면서 털어내는 90시간의 비디오를 보고 사령관의 차갑고 거대한 성벽은 완전히 무너져 버려.

애초에 받은게 상처뿐인 장화, 여린 아이를 돌봐주질 못할 망정 집요하게 괴롭힌 사령관.
분명 장화가 먼저 시작한게 맞지만 결국 더 큰 피해를 입힌건 사령관이잖아?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서는게 정말 힘들었던거야.
장화는 내가 과연 미안하다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렇게 해도 과연 용서 받을수 있을지 때문이였고 사령관은 자신이 장화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그런 자신이 장화에게 가까이 다가가는게 또 하나의 폭력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였어. 괜히 가정폭력범에게 접근금지를 내리는게 아니니까. 하지만 결국 당사자끼리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함으로써 모든 일은 종지부를 마주하는 법이지. 결국 사령관과 장화는 몽구스 팀과 마키나 & 메리 듀오에게 붙잡혀서 둘만 따로 한 방에 들여보내졌어. 밝은 조명에 온통 하얀색인 벽지, 흑백색 의자 두 개와 책상 하나가 놓인 방에 말이지. 결국 상처만 가득한 둘이 서로에게 용서를 빌고 거기서 펑펑 우는 광경을 카메라로 지켜보며 미소짓는 몽구스 팀과 마키나 & 메리 듀오의 대화로 이 끔찍하고 잔혹한 냉전은 막을 내리게 돼.





폴김하다가 문득 생각난 소재로 존나 오래 써내렸다. 이제 누가 살 붙여서 "써와." 난 지금 내가 쓰는 글도 잘 안 써지는 마당에 다른걸 또 잡을 여유가 안된다.
근데 나도 쳐맞고 커서 장화 부분 쓸 때 공감가서 울뻔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다른 캐들도 아니고 마키나랑 메리냐는 말을 할 지 모르겠는데 왠지 저 둘이라면 저런 상황을 마주 했을때 둘이서 저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였기도 하고. 미술 치료 효과도 상당히 좋은 편이거든.
근데 다시 읽어보니 철남충 왤케 좆간같이 썼지? 시발 엿됐네.

암튼 난 탐사 보내고 자러간다. 그나저나 임시 대기실 한 방에 다 살 정도의 참치는 없는데 어쩌냐 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