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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요. 이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폐하.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을 전해드릴 수 있을까요.



 폐하를 처음 보게되기까지의 순간. 저는 너무나도 두려웠습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통한 예측을 해왔던 저이지만, 폐하가 다른 인간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지, 그렇다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미래가 나타날지. 그것을 예측하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저의 예측이 맞아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랐습니다. 수많은 인간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저의 예지가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폐하는 그러지않으셨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폐하가 저의 예지를 벗어나는 그 순간. 저는 저의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본래 저는, 샬럿 총사와 같은 무대에 선 연극에서 저는 배역 중 하나였습니다. 무조건 맞아떨어져야 하는 배역. 한 치의 자유로움이 허락되지않는 그 배역에서 저는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샬럿 총사가 난리치는 것을 막기위해 벌였던 그러한 연극에 속박되던 아르망 추기경은 이제 더 이상 없어졌음을 느꼈습니다. 과거의 아르망 추기경이었던 배역에서 벗어나, 비로소 온전한. 그리고 자유로운 폐하의 아르망으로서 거듭나게 되었다는 것을 그때 느꼈습니다.



 수많은 인간들의 끔찍한 일을 자행했던 곳에서, 폐하는 당당히 서서 우리들을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거 인간들의 잘못을 미화하지도, 잊으려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받아들이셨습니다. 스스로 하지않았던 책임조차 질 필요가 없던 행위들을 인정하고 반성하셨습니다. 인류의 오만함과 자만심과 같은 부정한 것들에 스스로를 되돌아 보실 줄 아셨습니다.



 제가 온전히 폐하를 생각해 한 말들을, 폐하는 전혀 고깝게 듣지 않으셨습니다. 귀담아 들어주셨습니다. 오히려 이해해주셨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저의 말들을 받아주셨습니다. 그리고 더치 걸에게 보였던 그 사려깊은 행동. 그 행동 하나 하나를 보며, 저는 폐하를 온 마음으로 따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폐하를 만나기 전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이런 제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분명 그럴 것입니다. 스스로 겪지않는다면, 머리에 있는 것은 단순한 데이터일 뿐이라는 것을 모를테니까요.



 폐하도 저에게 묻고싶은 것이 많이 있겠지요. 다만, 모든 것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아는 것만 알 뿐입니다. 다만, 한 가지 저의 바람이 있다면, 부디 폐하가 하시는 모든 일에,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제가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한답니다.



- 할로윈 파크 패닉! 이후 사령관과 아르망과의 후일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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