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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페로가 사령관을 바로 수복실로 옮겼고, 그로 인해 사령관은 겨우 살 수 있었다.

 

닥터가 정밀 검진을 하는 동안, 사령관이 자살하려 했다는 사실은 컴패니언과 배틀메이드가 막으려 했으나, 모든 오르카 인원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 헤헤헤…. 사령관님….. 저 탐색 임무 갔다 왔어요….. 사탕 주실거죠…..? 헤헤…. “ 

 

이로 인해 기존에 사령관에게 의존적이던 실험체 개체들은 완전히 정신이 붕괴하여 활동 불가 판정을 받을 정도였으며, 그동안 받은 상처를 사령관으로부터 치유받은 티아멧은 충격에 미쳐버려 미나가 관리하지 않으면 혼자서 철충 본거지로 쳐들어가는 등의 기행을 보였다.

 

 “ 그리폰…… 권속… 아니 사령관이 내가 미워서 그런 거야….? “

 

 “ 아… 아닐거야… 사령관이 LRL 너를 얼마나 좋아해주는데…. “ 

 

 “ 그럼 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령관을 죽게 한거야…? 으아앙…“

 

더욱이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은 사령관이 죽으려 했다는 것을 알고, 모두 자신이 사령관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라며 오열한 끝에 탈진하여 수복실에 장기 입원하게 되었다.

 

더욱이 바닐라는, 물론 사령관은 바닐라를 탓하지 않을 것이지만, 오르카의 모든 바이오로이드에게는 멸시당하고, 알게 모르게 폭행당했으며, AGS에게는 명령권자를 사살하려 했다는 명목으로 살해 위협을 받았다.

 

 “ 니깐 년이 감히 우리 주인님을 죽이려 해? “ 

 

바닐라를 갈구긴 했지만 챙겨 주기는 하던 앨리스는 바닐라가 시야에 보이면 저주를 퍼부었고,

 

 “ 이번에는 나도 너의 편에 서 줄 수 없을 것 같아. 몰래 나가기를 추천하긴 하는데…. “ 

 

모두에게 친절하던 콘스탄챠 조차도 그녀를 포기했으며,

 

 “ 생명에는 가치가 없습니다. 결국은 유전자의 명령을 따르는 생존기계일 뿐이죠. 하지만 당신에게는 더욱 그 가치를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낙원 이후로 의외로 말을 트게 된 로크에게는 경멸만을 듣게 되었다.

 

자신의 저주받은 음성 모듈에 대한 후회, 사령관을 막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무력함, 그리고 친하게 지냈던 모든 이에게서 받는 멸시로 인해 바닐라는 삶의 의지를 포기하고, 완전히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 채로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 주인님께 어떻게 사죄해야할까요…. “ 

 

바닐라는 자신이 이 곳에서 없어지더라도 사령관에게 사과를 하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그에게 할 말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 어디 있다가 복귀하신……….. 으흑… 윽…. 아아아….. 으아아아악!!!! “ 

 

되려 자신의 음성 모듈의 한계로 인해 가시 돋친 말을 내뱉게 되었고, 이는 자신을 찌르는 가시가 되어 돌아왔다.

 

 “ 이렇게 라도 하면 주인님께 상처되는 말은 안하겠죠….. “ 

 

결국 그 가시는 바닐라의 목을 그어버렸고, 말하는 능력을 바닐라의 닫힌 마음 속에 가두어버리고 말았다.

 

 

 “ 으으윽…… 여기가 어디지……? “ 

 

 “ 오빠? 정신이 들어? “

 

부서질 듯한 통증을 견뎌내고 일어난 사령관이 주위를 둘러 보니 거의 모든 침상에 환자들이 누워 있는 수복실에 있었다.

 

 “ 어떻게 된 거지….? “ 

 

생각을 하기도 전에 한 형체가 사령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 권속… 아니 사령관, 내가 미안해애… 으윽.. 으으으….. “ 

 

LRL이 사령관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그에게 가려는 것을 트라우마가 다시 생길까봐 에이미가 막으려 했지만, LRL은 그의 품에서 한참을 울고 있었다.

 

이렇게 울고 있는 아이를 방치하기도 마음 아팠던 탓에, 사령관은 자신이 앉아 있던 침대 위로 LRL을 들어올려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 LRL 잘못한 거 없으니까… 나를 봐 줄래? “

 

 “ 사령관…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잖아… 나 때문에 그런거지…? “ 

 

그제야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이 기억이 났다.

 

테마파크의 D구역에 실수로 아이들을 데려가 상처를 준 일.

 

바닐라의 까칠한 말투로 인해 자살하려 했던 일을 말이다.

 

 “ 괜찮아…. 나야 말로 LRL한테 미안해…. 내가 믿음을 주지 못해서. “ 

 

 “ 아니야, 사령관. 그때는 사령관도 그럴까 봐 무서웠는데 에이미가 사령관이 그럴 리 없다고 말해줬고, 사령관이 내 말도 안되는 놀이에 어울려 줬기도 했고…. 나는 사령관을 믿을 거야 . “ 

 

어린아이라 해도 100년의 시간은 허투루 보낸 것은 아닌지, LRL은 자신의 생각을 침착하게 말해주었고, LRL과 사령관은 그날 다시 관계를 회복했다.

 

 “ 사령관…. 그럼 앞으로도 권속으로 불러도 되는 거야…? “

 

 “ 당연하지, 너가 그런 말을 안해주면 계속 심심했을 거야. “

 

유대감도 회복한 것은 덤이고 말이다.

 

이후로 사령관은 아이들에게 가서 자신의 일을 사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 오늘 잘 놀았어 사령관, 나중에도 놀자! “ 

 

의외로 알비스는 군용 바이오로이드라는 특성 답게 멘탈이 강한 편이었고, 탈진하지 않은 어린 바이오로이드 중 하나였다.

 

다만 상처를 받은 것은 당연하기에 하루 동안 알비스의 상처를 즐거운 추억으로 메꾸어주었다.

 

물론 사령관으로써의 능력은 어디 가지 않았기에 알비스와 숨바꼭질을 하면서 업무를 보는 괴랄한 과정을 통해 업무 또한 수행했다.

 

마지막으로는 더치걸이었다.

 

평생을 탄광에 갇혀있다가 오르카에 구조되었고, 자신에게 올 수 도 있었던 테마파크의 만행을 보는 등 강인한 신체를 가졌지만, 동시에 심약한 마음을 가진 바이오로이드였고, 누구보다 사령관에게 의지하던 한 아이였다.

 

 “ 그런 아이에게 테마파크를 보여주었던 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두자….. “ 

 

사령관은 더치걸이 자신을 피하고 있으며, 그런 이유 또한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오버플로우라고 허던가, 밑바닥을 지나치게 찍게 된다면 가장 큰 값으로 바뀌게 된다.

 

자살 시도라는 일을 벌인 사령관은 오히려 자신이 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한 슬픔을 지워버리고, 이들을 다시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 내가 잘못한 일은 내가 바로잡아야 할 터…. 더치걸을 찾아야 해.. “ 

 

결국 탈론 페더의 카메라를 통해 더치걸이 분해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분해실은 생활쓰레기를 소각하기 전 잘게 가는 용도로 밖에 쓰이지 않던 곳이었다.

 

이 의미를 직시한 사령관은 주변에 있던 슬레이프니르에게 더치걸이 자살하지 않도록 붙잡으라는 명령을 내린 채로 급히 분해실로 뛰어갔다.

 

급히 뛰어간 뒤 사령관이 보게 된 것은 다행히도 다소 힘이 빠지는 광경이었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더치와 사령관이 더치가 자살한다고 구해주라고 했던 슬레이프니르의 어이없는 표정을 보게 되었다.

 

 “ 어…. 사령관, 왔어? “ 

 

 “ …… 더치, 괜찮니…? “

 

더치는 의외로 사령관이 직접 자신을 바라보고 말을 하는데도 멀쩡했고, 오히려 살짝 미소 지으며 사령관을 대했다.

 

 “ 처음에는 사령관이 나를 과거의 자매들 처럼 나를 테마파크에 데려간다는 생각에 무서워서 사령관을 피해다녔었어. “ 

 

 “ 그건 내가 백 번 잘못한게 맞아. 내 부주의에 사과할게. “

 

 “ 괜찮아, 사령관이 죽으려고 했던 것을 듣고 나니 나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사령관도 고통스러워 했을 텐데 나만 도움 받으려고 하고….. 나만 생각했지. “ 

 

사령관에게 그 일에 대해 위로해주는 것은 처음이었고, 그의 눈물에는 평소에 보이지 않던 눈물자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괜찮아, 나도 사령관을 위로해주고 싶어. “

 

더치걸은 사령관을 그대로 안아주었고, 사령관은 그녀의 품에서 포근함을 느끼며 한참을 있었다.

 

이후 더치걸과 함께 카페에 가서 자신이 쓰러져 있었을 때 있었던 일을 듣고 나서, 사령관은 다른 인원의 멘탈 케어에도 나섰다.

 

티아멧을 비롯한 실험기들을 케어하기 위해 미나와 비스트 헌터가 이들을 끌고 올 때 사탕 바구니를 준비해서 그녀들에게 한아름 안겨주었고, 그녀들이 자신의 품에서 안정될 때까지 안아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자살 시도를 했을 때 빠르게 사령관을 수복실로 옮긴 페로에게는 소원권을 하나 주었으며, 이후 스프리건과 탈론페더를 통해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 내가 너희들을 너무 걱정시켜서 미안하다. “ 

 

 “ 테마파크의 일로 너무 힘들었고, 이 것 때문에 내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

 

 “ 하지만, 오늘을 통해 너희들이 나를 얼마나 생각해주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

 

 “ 앞으로 너희들을 위해, 너희들과 함께 영원히 살아갈 것을 사령관으로써 맹세한다. “ 

 

연설 이후에 온갖 바이오로이드가 사령관실로 몰려들어 살아난 그를 보려 했고, 그 날은 모든 바이오로이드와 사령관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유대를 다지는 날이 되었다.

 

한 명만 빼고….

 

“ 사령관, 이번에 내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봤어! “

 

아우로라의 민초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한번 놀란 적이 있던 사령관은 아이스크림을 보았지만, 그저 맛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불과했다.

 

 “ 바닐라 아이스크림…..? 바닐라…..? 바닐라 어디 있지? “

 

아까 전부터 바닐라가 보이지 않음을 알게 된 사령관은 명령을 내려 그녀를 찾게 했고,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녀를 원망했기 때문에, 모두들 건성으로 그녀를 찾았다.

 

결국 사령관이 직접 바닐라의 문을 열었을 때, 바닐라는 의자 위에 있었다.

 

목에는 긴 상처가 난 채로, 손에는 천장에 매달아 놓은 올가미를 들어 목에 씌우려 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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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부터 서서히 관계 개선을 하지 않을까요?

아마 4편 정도로 마무리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