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내 아버지는 인류를 구원했음과 동시에 현 인류의 유일한 아버지이신 위대한 분이라고.
노쇠한 몸이 오리진더스트를 견디지 못해 신체 내부에서 생긴 기압차로 폐가 제역할도 하지 못해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생존하고 있으면서도 하루 4시간, 몽롱한 정신을 간신히 붙들고 깨어있는 그 시간동안 그 말과 함께 아버지와 있었던 일화를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단지 한순간, 아버지라는 자의 치기 섞인 장난이 어머니에겐 꿈 같은 시간이었고, 그 결과가 나란 것을. 수세기를 넘는 시간동안 그 기억을 잊지 못한채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말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면 괴롭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영원히 반복될것만 같았던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어머니는 뜬금없이 산책이 하고 싶다 말씀하셨다.
호흡기를 메단 채 휠체어에 의지해 밖을 돌아다니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나 쐬는게 어떻냐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그날따라 여간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었다.
어쩔수없이 나갈 준비를 시작한 나는 어머니가 쓸 모자와 담요, 그리고 휴대용 산소탱크를 휠체어에 설치한 뒤 많이 야위어진 어머니를 앉혔다.
밝은 갈색으로 물든 어머니의 단발머리는 색이 바래 생기가 없어보였고, 정수리부분엔 머리가 빠진 흔적들이 듬성듬성 눈에 띄었다.
차마, 보기 힘든 나머지 서둘러 모자를 씌워드리고 밖을 나서자, 화려한 네온사인이 햇빛을 대신해 우리모자를 반겨주었다.
"햇빛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구나"
어머니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네온사인 간판과 천장을 가리고 있는 거대한 판넬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길래 집에 있자고 했잖아. 뭐하러 나가자고...."
울컥한 나머지 어머니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어머니는 별다른 말없이 그저 길을 좀 걷자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길을 지나던 중, 건널목에 익숙한 녀석이 아는척을 하며 다가왔다.
"야!!1390-1!!"
해맑은 표정으로 달려온 녀석은 R1123-2였다.
특유의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해맑게 다가온 녀석은 어머니를 보고는 고개를 꿈뻑 숙이며 인사를 나눴다.
어머니는 그런 녀석이 기특했는지 기력이 없는 팔을 힘겹게 들어올려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않아 금방 손이 떨어지려했고, 이를 본 R1123-2는 잽싸게 허리를 숙여 어머니의 떨어지는 손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이고, 우리 어머니. 제가 그렇게 좋으셨나보네"
특유의 붙임성을 보이며 간만에 어머니의 얼굴에서 미소를 띄게 해주는 녀석이 고맙긴했지만, 그와의 만남이 조금 껄끄러운 것은 어쩔수 없었다.
"엄마가 햇빛을 보고 싶다는데, 지상으로 가는건 아직 무리야??"
녀석이 이전에 지상과 이 곳을 잇는 코스믹엘리베이터, 일명 천국의 계단에서 벨보이를 했단걸 기억하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지만, 돌아오는건 절래절래 흔들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의 얼굴이었다.
"그냥.....고집한번 부려본거다. 내 새끼......밥 먹는....모습이.....보고싶어서....."
어머니는 이리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달관한 표정을 지으며 옅은 미소를 보였고,
어릴적 함께 외식을 갔던 어느 허름한 돈까스집을 떠올리며 그 곳에 가자고 하셨다.
어느새, 휠체어는 R1123-2녀석이 밀어드리고 있었고, 이 곳에서 어릴적 먹던 돈까스집이라면 결국 자기가 가봤던 곳일거란걸 잘 알고 있던 녀석은 가벼운 걸음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그 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그 곳엔 연돈 321호점이란 간판이 거의 비뚫어져 떨어지기 직전이었지만, 영업을 하고는 있는건지 내부에선 밝은 빛이 세어나오고 있었고, 입구에선 라드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설마했는데, 영업을 하네"
혹시나 싶어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가게 안엔 개미새끼 한마리 없었고, 주방장만이 씁쓸한 표정으로 아직 튀겨지지 못한 돈까스 반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이슈??"
문에 걸린 종소리에 주인장은 내쪽을 보며 말했고, 난 별다른 말없이 손가락을 펼쳐 3을 가리키자, 그 또한 별다른 말없이 테이블을 가리키며 그쪽에 앉으라 말했다.
어머니와 녀석에게 들어오라 말한 뒤 테이블 의자를 치운 후 어머니 자리를 만들고 우리 둘은 건너편 자리에 앉았다.
손님이 없었던터라 멋대로 테이블을 건드린 것에 대해 주인장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행동이 별로 멈에 들진 않은건지 혼자 중얼거리며 주인장은 말없이 바로 돈까스3개를 라드유에 넣었다.
잠시 뒤, 테이블 위로 돈까스 3개가 올라왔고, 어머니는 입맛이 없다며 하나를 우리 둘 사이에 밀어놓으셨다.
"엄마, 먹어야 기운이 날거아냐.내가 썰어줄테니까 좀만 기다려"
늘상 있는 일이었다. 항상 입맛이 없다며 밥을 먹을때마다 이러셨기에, 먼저 돈까스를 썬 뒤 어머니께 먹여드리고 그 다음에 먹으면 될거라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완강하게 거부하셨다.
"아이진짜, 그럼 나 먼저 먹는다??"
홧김에 어머니를 위해 썰어드렸던 돈까스를 먼저 입에 넣었고, 그제서야 어머니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옅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돈까스를 한조각 한조각 먹어치우고, 이제 다시 어머니께 드릴 돈까스를 썰 준비를 하고 있던 중,
어머니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너희 아버지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걸"
그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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