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마리가 엄청 활약하네.


스틸라인 전적도 뛰어나고, 마리 스스로도 최일선에서 싸우고 말이야.


마리한테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


마리라면 이걸 좋아하겠지?


마리, 내 방으로 와.




 

부르셨습니까, 각ㅎ...


 

어서와, 마리.


 

각하?


 

응?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어? 생각보다 안 좋아하네?


 

마리 최근에 여러모로 활약 많이 했잖아.


 

그래서 뭔가 포상해주고 싶어서...


 

이 몸으로 오늘 하루 종일 마리랑 같이 보내려고 했는데...


 

...싫어?


 

......


 

제가 싫어할 리 없지 않습니까. 감사합니다, 각하.


 

좋아. 그러면 이제 뭐하고 놀까, 누나?


 

누, 누나라니요.


 

그냥. 그런 놀이라고 생각하자고. 그런 놀이.


 

......


 

그런 놀이라면 저도 놀이에 어울려야겠지요.


 

좋아, 뭐하고 놀까, 누나?


 

음......


 

그러면 같이 소풍이라도 갈까요?


 

소풍?


 

예, 최근에 전화에 휩쓸리지 않은 작은 꽃밭을 발견했습니다.


 

가끔 그곳으로 산책하곤 하는데, 그곳을 각하께 보여드리고 싶군요.


 

소풍이면 돼?


 

예. 가끔은 숨을 돌리고 싶군요.


 

좋아. 그러면 가자. 나는 소완한테 도시락 싸달라고 할게.


 

저도 커피를 내리고 옷을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여깁니다, 각하.


 

예쁘네. 그리 넓지는 않아도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적절하게 나무 그늘도 있고.


 

마음에 드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돗자리를 깔겠습니다.


 

도시락은...샌드위치랑 간식거리네?


 

커피랑 어울리는 거라 다행이군요.


 

누나, 나도 커피 한 잔 줘.


 

안 됩니다.


 

왜? 나도 마리 커피 좋아하는데.



 


감사합니다만.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자지 못해서 키가 안 큽니다.


 

에이. 뭘 그런 거 가지고. 수면제 먹으면 되잖아.


 

한창 성장기인 몸에 약물은 좋지 않습니다.


 

누나 말 들어야지?


 

......


 

푸핫! 그래. 그러네.


 

응. 누나.


 

커피는 나 크고 마시자.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누나. 그런데 여기 있는 꽃들 이름이 뭐야?


 

저도 여기저기 알아 봤는데.


 

자생한 것이 아닌 실험장에서 품종을 개량한 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기 위에 연구소가 있네.


 

그래도 예쁘다.


 

후후, 부끄럽지만 남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은 비밀 장소이지요.


 

비밀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소년으로서 두근두근하네.


 

그리고...


 

누나.


 

예, 각하.


 

누나도 예뻐, 엄청. 꽃들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


 

감사합니다.


 

조금 이르지만 도시락 먹을까?




 

아, 배부르다. 전부 맛있었어.


 

각하. 식사를 하신 후에 곧장 누우시면 건강에 안 좋습니다.


 

그래? 그러면 누나한테 기대고 있을래.


 

......


 

누나한테선 좋은 향이 나네.


 

그렇습니까?


 

응, 커피 향, 비누 향, 섬유유연제 향, 그리고 살 냄새.


 

내가 좋아하는 향기야.


 

후후.


 

......


 

......


 

......


 

......


 

누나.


 

예.


 

나는 사실 이런 거 생각한 거 아니었는데.


 

그렇습니까?


 

응. 사실 이 몸으로 누나랑... 섹스하려고 했어.


 

그...소문이...


 

제가 소년을 좋아한다는 소문 말입니까?


 

응......


 

그런데 소풍을 와서 사실 조금 실망하긴 했어.


 

푸흐흡. 이런 변태 꼬맹이 같으니.


 

후후.


 

그런데 소문은 소문이었나보네.


 

아뇨, 각하.


 

사실이긴 합니다.


 

저는 소년을 좋아합니다.


 

이 사실을 당당하게 말해보는 것은 처음이군요.


 

그래? 그런데 왜...


 

좋아한다가 무조건 성적으로 좋아한다로 해석되지는 않지 않습니까.


 

저는 소년을 좋아합니다.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몸도 제 취향에 맞고, 아직 미숙한 성격도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들의 불확정 된 미래.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소년들의 미래는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이런 말을 하면 조금 그렇지만.


 

마치 복권처럼 그들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면 기대 되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 사람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이 사람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까? 이런 생각을 품게 됩니다.


 

물론 사람은 복권이 아니지만...물론 모든 소년들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꿈을 꾸며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은 정말로 사랑스럽습니다.


 

이미 용도가 확정된 저희 바이오로이드들에게는 없는 모습이지요. 그래서 동경하게 됩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소년들을, 아니. 모든 소년소녀,

그리고 그 외에도 꿈을 꾸며 미래로 나아가는 모든 인간님들을 동경하고,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 소년들을 조금 더 좋아하는 것 뿐입니다.


 

후후. 성범죄자의 변이로군요.


 

......그렇게 따지면 나는?


 

각하는 사랑합니다. 한 사람의 여자로서.


 

......분위기 깨는 거 알지만...


 

나 지금 엄청 꼴렸음.


 

누나, 나 쥬지가 이상해.


 

......


 

각하. 제가 왜 소풍을 오자고 했는지 아십니까?


 

왜?


 

최근에 각하께서 과로를 하시는 것 같아서 잠시라도 쉬게 해드리려고 그랬습니다.


 

각하의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저도 최선을 다한 것이 어쩌다보니 각하께 포상을 받는 계기가 되었더군요.


 

그래서 이 기회를 이용하여 각하께서 쉬시길 바라는 마음에 소풍을 오자고 했습니다.


 

각하. 여기에 누우십시오.


 

......


 

지금은 그냥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여러모로 마음 쓰게 만들었네.


 

미안해.


 

아뇨, 각하. 언제나 저희들을 위해서 힘쓰시는 것을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나마 조금이라도 돌려드릴 수 있으니 크나큰 기쁨을 느낍니다.


 

......


 

많이 피곤하셨나 보군요. 금방 잠이 드신 것을 보면.


 

안녕히 주무십시오, 각하.



(후일담)


 

아. 마리.


 

각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지금 시간 되면 커피 마시러 가도 돼?


 

물론입니다, 각하.


 

지난 번에는 못 마신 커피 오늘 마시려고.


 

그리고......


 

지난 번에 못 했던 거 오늘은 하자고.


 

아......


 

어제 충분히 잤으니까, 오늘은 안 재워 줄 거야. 커피 많이 준비해 둬.


 

예...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