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리콘 중위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무슨 소리에요. 브라우니. 명령대로 했어요. 삼안산업 용병들이 점령한 요새를 점령하라고. 그게 대대에서 내린 마지막 명령이었잖아요."


 

 "...그건 명령이 아니라..."


 

 "그게 명령이었어요. 다 죽이라고! 삼안 산업 새끼들을 다 죽이고 요새를 점령하라고! 제 부하들을! 상병 때부터 함께했던 병사들을 다 죽였는데! 이제는 뭘 바래요? 뭘 바라냐고요!"



 "어... 레프리콘 중위님. 혹시 무전기가 고장났습니까?"



 "사흘 전에 초소 시찰하려고 잠깐 나갔는데, 지휘통제실이 포탄에 박살났어요. 무전기가 남아있었을 리가..."


 

 "이럴 수가... 레프리콘 중위님. 이틀 전에 새 명령이 하달됐습니다. 삼안산업은 더 이상 우리 적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령부, 저 위에서 내려온 명령입니다. 적대적인 외계 생명체가 출현했으니, 삼안산업과의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라고..."


 

 "..."


 

 "젠장, 이걸 뭐라고 보고한담... 일단은 대대에... 레프리콘 중위님? 듣고 계십니까?"



 "..."



 "어어? 레프리콘 중위님? 레프리콘 중위님? 뭐 하십니까? 레프리콘 중위님?!"








 키보도대회용으로 쓰고 있던 소설에 쓰려고 했던 삽화입니다.

위고 아래고 공평하게 다 죽어나가다보니 중대장까지 달게 된 레프리콘이, 위에서 시킨 대로 부하들 다 죽여가면서 삼안산업의 요새를 점령했더니... 뒤늦게 무전을 대신해 나타난 전령이 "철충이 나타나서, 삼안산업과 더 이상 싸우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절망한 레프리콘이 자살하는 결말을 쓰려고 했었습니다.


키보도대회 우승한 김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