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마음의 편지는 신중하게 (1)



하르페이아는 사령관과 헤어지고 바로 숙소에 처박혀 그 편지의 범인을 추론했다.

텅 비어있는 스카이나이츠 숙소의 안... 아무도 없는 지금이 딱 좋은 시기였다.


"........"


하르페이아는 사령관에게 반감을 갖을만한 인물들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은 자신의 동료들...


'편대장....? 아니야.. 편대장은 사령관을 그렇게 비방할 인물됨이 못되니까...'


그녀는 사령관에게 푹 빠진 사랑에 빠진 소녀 그 자체의 모습이다. 본인은 내심 티를 안내려고 하지만

주변에 있는 그 누구라도 그녀가 사령관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건 다 아는 사실.


'그럼... 그리폰이나 린티....'


아니다. 그리폰은 사령관에게 자주 틱틱거리긴 하지만 그녀 역시 사령관에게 푹 빠져있다.

평소 노래에 관심도 없고 하물며 아이돌이란 개념조차 모르던 그녀가 아이돌 활동에 노래까지 했다.

거기에 가사도 직접 써 가면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린티도 마찬가지..'


그녀는 적극적으로 사령관을 쟁취하기 위해 부지런히 애쓰던 인물들 중 하나. 오히려 러브레터를

썼으면 러브레터를 썼지 악의적인 비방을 할 이유가 없다.


'소대장과 블랙이는 더더욱 그럴 이유가 없어....'


그렇다면 역시 스카이나이츠 이외의 인물인가. 지휘관 회의에 자주 참석하지는 않지만

사령관이 자주 지휘관들에게 혼난다는 것 쯤은 그녀도 알고있는 사실이다. 역시 유력한

용의자들은 지휘관 개체들.


'그렇다면 지휘관이 아닌 인원들 중 지원군을 구해야겠어.'


이번 사안은 그녀 홀로 처리할 수준이 아니었다. 스카이나이츠 인원들에게 손을 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녀들은 장기간 위력 정찰을 나가 한동안 복귀하지 않을 계획이다. 하르페이아 자신만이 유일한 잔류 인원이니

좋든 싫든 다른 내부의 다른 팀 인원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제일 믿을만한 사람이...'


하르페이아는 곰곰히 고심했다. 가장 사령관의 측근이며 적당히 입이 무겁고 신뢰 할만한 인물.

그러면서 사령관에 대한 충성심이 입증되야 했다.


'리리스 씨....'


제일 처음 떠오른 인물은 사령관의 경호대장 리리스. 하지만 하르페이아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확실히 충성심은 믿을 만 하겠지만.... 그녀가 열 받아서 일을 키워버릴 가능성이 커.'


그녀의 사령관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을 보아 그 뒤 벌어질 일은 불보듯 뻔했다.


'아마 범인이 색출될 때 까지 모든 인원들을 죽여버리겠지. 나도 처음엔 너무 화가나서

정말 범인을 찾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사령관의 태도로 보아선 사령관은 범인을 잡아도 용서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최소 죽여서는 안된다. 잡아다 구속해서 사령관의 처결을 기다려야 한다.


'리리스 씨라면 분명 즉결 처형 해버릴테니...'


하르페이아의 생각이 리리스에서 다른 인원으로 넘어갔다.


'배틀메이드 인원들이 좋으려나.'


그녀들은 항상 사령관의 제일 가까운 곳에서 그의 시중과 경호를 같이 도맡으니 충성심은 당연히

믿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의 대장인 라비아타는 근신 중. 따라서 다음 순번은 콘스탄챠다.


'좋아. 콘스탄챠를 한번 떠 봐야겠어.'


거기까지 생각한 하르페이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 편지를 집어들었다.


꾸깃-


내용이 눈에 보여 하르페이아는 자신도 모르게 편지를 꽉 쥐었다. 아무리 이해를 해 보려 해봐도

이해가 가질 않는 악의적인 비방. 사령관을 향해 이따위 망언을 적어놓다니...


'누군지 잡히면 그 손을 다 꺾어버리겠어.'


무언가를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하르페이아. 글이 좋아 책을 읽었고 그 덕분에 마찬가지로 책을

좋아하던 사령관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의 품에 안겨서 책을 읽는 것은 하르페이아가 가장 사랑하는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 편지를 보자마자 무언가를 읽는 게 싫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드시 응징하리라.




하르페이아는 콘스탄챠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을 때 몰래 화장실 입구에 그 편지를

구겨서 떨어뜨려 놓았다. 그리고 멀리서 다른 인원들이 그 편지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시작했다.


"어머, 이게 뭐지?"


볼일을 보고 나온 콘스탄챠가 허리를 숙여 그 구겨진 편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이, 이럴수가! 누가 감히...! 주인님을!!"


듣기만 해도 느껴지는 진심어린 분노. 하르페이아는 자신의 예상대로 콘스탄챠는 이 편지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살기어린 표정으로 편지를 읽는 콘스탄챠. 그녀의 늘 온화하던 표정은 어디가고

지독한 살기가 흘러나오는 표정으로 편지를 강하게 구겨버렸다.


'슬슬 나가봐야겠네.'


하르페이아는 콘스탄챠가 믿을 만 하다 판단했다. 그녀는 우연을 가장해 빠르게 걸어오는

콘스탄챠 앞에 불쑥 튀어나와 그녀와 부딪혔다.


"꺄앗-!"


"아앗! 미, 미안해요! 괜찮아요? 콘스탄챠 씨."


"아, 아닙니다. 그럼..."


콘스탄챠는 무언가 다급한 듯 바로 일어섰지만 하르페이아는 미리 그녀의 주머니에 슬쩍 삐져나온

그 문제의 편지를 몰래 뽑아 들었다.


"어머, 이건 뭐에요? 콘스탄챠 씨."


"앗..!"


"이, 이럴수가..!"


하르페이아가 짐짓 놀란척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그 편지를 읽어보았다. 그러고는 콘스탄챠를 향해

고개를 돌려 따지듯 물었다.


"이, 이거... 설마.. 콘스탄챠 씨가?"


"아니에요. 저도 방금 우연찮게 발견한 겁니다. 그리고.... 그 반응을 보아하니 하르페이아 씨는

아닌가 보군요."


그 말을 끝으로 콘스탄챠의 꽉 쥐어진 주먹에서 힘이 풀렸다. 아마 범인이라 생각되면

맨 몸으로 덤벼들 생각이었던 것 같다.


'역시, 콘스탄챠 씨를 제일 처음 포섭하길 잘 했어.'


하르페이아는 콘스탄챠의 그 태도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이 편지와 무관하다.

방금 그녀는 자신을 의심했고 그 의심이 풀리자마자 주먹을 풀었다. 아무리 전투모듈이 장착된

그녀지만 작정하고 전투용으로 제작된 자신에게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덤벼들 생각을 했으니.. 믿어도 되겠어.'


하르페이아는 거기까지 생각을 끝내고 콘스탄챠에게 제안을 날렸다.


"이딴 쓰레기를 쓴 작자를 찾는 건. 도와줄까요? 아니... 돕게 해주세요. 누군지 반드지 붙잡아서

사령관에게 넘겨야겠어요."


"하르페이아 씨라면.... 뭐 좋아요. 일단은 인원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니...

일단 이 편지는 주인님께... 아니, 그럴 순 없겠군요."


턱을 만지며 고뇌에 빠지는 콘스탄챠. 그녀의 냉정한 생각으로는 사령관에게 먼저 보고한 뒤

그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 편지를 보고 괴로워할 사령관의 모습이 상상되어

도저히 그에게 이 편지를 전하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네... 사령관에겐 차후에 보고하고.. 먼저 이 편지를 쓸만한 인원을 색출하는게 급선무에요."


콘스탄챠와 하르페이아의 대화를 멀리서 어떤 그림자가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야?!"


인기척을 느낀 하르페이아가 그 방향으로 소리치자 그 그림자는 허둥지둥 그곳에서 사라졌다.


"제길... 놓쳤나?"


하르페이아와 콘스탄챠가 달려왔을 땐 이미 그 그림자는 사라져 있었다.





"헉! 헉! 드, 들키는 줄 알았네."


하르페이아와 콘스탄챠를 지켜보던 그림자는 사령관 이었다. 그는 갑작스레 하르페이아와 콘스탄챠가

달려오자 당황해서 일단 도망치기는 했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니 도망친건 실책이었다.


"앗..! 그냥 자연스럽게 합류했으면 된거 아니야? 아~!!"


또다시 머리를 쥐어뜻는 사령관. 작은 오해들이 계속해서 일을 거대하게 키우고 있었다.




"이거... 초콜릿 아닌가요?"


콘스탄챠가 그림자가 있다 도망친 자리에 떨어져있는 초콜릿을 주워들었다.


"맞네요. 근데 왜 초콜릿이... 앗?"


"설마!"


콘스탄챠와 하르페이아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치며 초콜릿을 좋아하는 한 여성의 이름을 외쳤다.


""미호?""





"엣취!!"


"응? 왜그래 미호."


"아니, 누가 내 욕이라도 하나봐."


같은시각 몽구스 팀의 숙소.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패션잡지를 읽던 미호가 재채기를 하자 불가사리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욕할만한 애들이 누가 있다고 그래?"


"히히, 역시 그렇지?"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옆자리에 있는 바구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하나 까먹는 미호.

그녀는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사건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





ps.

평소에 착한 애들이 화나면 무섭다고 하는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막상 쓰다보니 그런 애들이 별로 생각나질 않네... 혹시 그런 애들 더 없나?

그런 애들 주연,조연으로 등장시키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