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대충 사령관이 철충에 잠식되서 쓰러졌을 때 사이드 스토리

*약간 매운맛



'사랑하는 주인님. 아마 이 편지는 제가 이 세상에 남지 않았을 때 주인님이 보게 되겠지요.

처음 주인님과 만난게 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전 한동안 다른 21스쿼드 인원들을 질투했답니다.

하지만... 주인님은 큰 아량과 그보다 큰 사랑으로 저를 보듬어 주셨지요.'


리리스의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이것이 마지막 유언이 될 수 있다는 공포.

하지만 죽음의 공포 보다 더이상 사랑하는 주인의 옆에 남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큰 공포로 다가왔다.


'그런 저에게 주인님은 늘 넘치는 사랑을 주셨고, 제 동생들도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셨어요.

전... 리리스는.. 그런 주인님을 지킬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했고 만족했답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리리스. 그녀는 막힘없이 편지지의 내용을 채워넣었다.


'주인님의 착한 리리스는 위험에 빠진 주인님을 결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답니다...

주인님이 쓰러진 지금. 주인님을 구할 방법은 딱 하나. 주인님이 정착하실 새로운 육체를

구하는 것 뿐이라고 저희들 사이에서 의견이 모아졌어요.'


리리스는 편지를 쓰며 사령관의 용태를 다시금 떠올렸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게

딱 느껴질 정도로 사령관은 기력이 없었고 모두와 회의를 하던 도중 쓰러지고 말았다.


급히 닥터와 다른 의료 인원들이 진찰하고 내린 결과는 사령관에게 잠식된 철충 때문에

그가 쓰러졌다는 것이고,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사령관의 육체를 다른 새로운 육체로

옮기는 것 뿐이라는 것. 


그에따라 모든 고위급 인원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고 거기서 내려진 결론은 막대한 희생을 각오하고

사령관의 육체재건을 위한 시설을 확보하자는 것. 리리스는 그 위험한 임무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된

더미 사령관을 들고 철충 본대를 시설에서 먼 곳으로 유인하는 임무였다.


'주인님께서 만약 의식이 있으셨다면... 분명 말리셨겠지만... 그럼에도 전 그 임무에 지원했어요.

가장 위험한 임무이니 무조건 성공해야 하고... 그렇다면 그 적임자는 저라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주인님. 지금도 주인님은 아무런 호위도 없는 외로운 곳에서 싸우고 계시죠.'


리리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리리스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눈물을 훔쳤다.


'경호원 실격이에요.. 주인님의 곁을 항상 지켜야 하는데.. 전 지금 이렇게 편지만 쓸 뿐.

그 무엇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주인님. 부디 무사히 병석에서 일어나셔서 절 혼내 주셨으면 좋겠어요. 쓸쓸하게 홀로 남겨진

생사의 기로에.. 함께하지 못한 경호원을 혼내 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정말 슬프게도

주인님이 일어나셔도 전 혼나지 못할 것 같아요.'


리리스는 편지 옆에 놓여있는 작전 계획서에 눈을 돌렸다. 작전의 계획은 철충 본대를 시설에서

최대한 멀리 유인하는 것 이라고 기입되어 있었지만 리리스는 숨은 뜻을 잘 알고 있었다.


'주인님의 시술이 끝날 때 까지. 저는 주인님의 방패로써 최대한 주인님의 적들을 막아낼 생각이에요.

계획은 유인 뿐이지만... 주인님의 시술이 끝날 때 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답니다. 따라서... 전...

주인님의 착한 리리스는 이제 나쁜 리리스가 되어 주인님의 곁에서 멀어질 거랍니다.'


리리스는 애초에 유인에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보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성공을 위해, 주인의 무사 귀환을 위해.


'저는 그곳에서 죽을 때 까지 철충들과 싸울 생각이에요. 그곳에서 주인님의 곁을 떠날거랍니다.

주인님이 시술을 끝나고 무사히 오르카 호에 돌아갈 그 시간까지.. 전 그곳에 남아 싸울 생각이에요.'


'주인님의 곁에서 지금까지 함께해온 그 시간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동안. 전.. 리리스는

행복했답니다.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리리스들 중에서 가장 행복했어요. 사랑하는 주인님을 지키고

귀여운 동생들을 돌보고... 악연이지만 그래도 나름 착한 친구도 만들고... 후회는 없어요.'


리리스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 미소와 다르게 그녀의 눈빛은 비장한 각오가

함께 묻어 나오고 있었다.


'이제 그만 편지를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슬슬 주인님의 시술을 위한 작전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주인님. 사랑하는 주인님. 부디 오래도록 행복하게.. 먼저 주인님의 곁을 떠나는 나쁜 리리스는 잊고

그저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그녀는 거기까지 글을 쓰고 책상의 서랍을 열어 자신의 권총을 꺼내들었다.


철컥-


권총 치고는 묵직한 무게와 자신의 손에 딱 맞는 그립감. 리리스는 권총을 자신의 허벅지에

있는 권총 홀터에 삽입하고 편지를 다시 한 번 집어들어 추신을 걸어두었다.


'추신. 제 동생들을 잘 부탁 드립니다. 페로는 항상 의젓한 아이에요. 그 아이에게 제가

뒷 일들을 맡겨 놓았답니다. 다른 아이들은... 아직 제가 어떤 임무를 지원했는지 잘 몰라요.

아마 저를 찾을 수 있으니.. 페로에게 맡기세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


리리스가 그것을 끝으로 편지지를 분홍빛 편지 봉투에 정성스럽게 넣었다.

이제 착한 리리스의 시간은 끝났다. 나쁜 리리스가 되어 주인님의 적들을 처단할 시간이 다가왔다.


"주인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세상의 모든 위협과 적들로부터, 주인님을 지키겠습니다.

이 목숨이 다 하는 그 날까지."


리리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따스한 마음은 모두 마지막 편지에 넣어 떨쳐버렸다.

주인님을 위해 살아왔고 주인님을 위해 죽을 시간이다. 더이상 리리스의 마음속에 망설임은 없다.


"페로! 이제부터 컴패니언의 지휘는 페로가 맡으세요. 전, 먼저 가야합니다."


리리스가 방 밖에서 기다리는 페로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인님을 지키는 방패, 주인님의 적을 쏘아 말살하는 총. 


리리스가 만들어 진 본연의 목적대로, 리리스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방 밖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