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너를 그릴 때만 해도 개최기간은 3달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교훈 : 라붕이들은 사실 굉장히 강한 친구들이 아닐까?



[키보刀대회, 그것은...]

글을 한 번이라도 창작으로 써 보신 분들은 다 알거예요

'꾸준히 쓴다' 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근성과 인내력을 요구하는 일인지를...

사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일기 써오는 걸 숙제로 해 본 분들은 적당히 체험을 다들 해보셨을겁니다.

수준과 용량을 떠나서, 무언가를 만든다는건 다 그래요

괜히 작가분들이 '마감' 이라는 단어에 경기를 일으키는게 아닌 것이예요.


그것은 프-로 글쟁이가 될려고 하는 모든 작가 꿈나무들에게도 가혹하리만치 예외가 없습니다.

매일 히힣거리면서 재밌게 읽던 주간~일간 연재 소설들도 직접 써야하는 상황에 놓이면 180도 달라진다는걸 뼈저리게 알게 되죠...

그래서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창작의 꿈을 접는 안타까운 일들이 문예, 특히 장르소설 쪽에는 하나하나 다 세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답니다

분명 그 중에는 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을 지녔던 경우도 존재하겠죠...


바로 그런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찾고자 시작된 것이 바로 이 '키보도대회' 랍니다.

퀄리티를 막론하고 무조건 정해진 날에 정해진 만큼 글을 씀으로써 작가로써의 기본적인 '근력' 을 단련하고자 하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

오랫동안 대회를 진행하게 되면 스스로에게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게 되고, 이는 더욱 질 좋고 안정적인 글쓰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실상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에 가까운 것이예요.


저 역시 그런 경험을 해봤고, 이를 더욱 많은 글쟁이 친구들에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마침 팬픽창작이 활발한 라오챈은 딱 좋은 무대!

그리하여 들뜬 마음으로 '키보刀대회' 의 막은 오르게 되었던 것이랍니다



[오잉? 대회 스케일의 상태가...?]

사실, 처음 대회를 시작할때만 해도 키보도대회의 룰에는 많은 보정이 들어있었답니다!

제가 참여했던 키보도대회는 작가 지망생 커뮤니티에서 열린 것이었고, 나름 진지한 분위기라 은근히 조건이 빡셌어요

세이브 신청 없음, 매주 15000자

그것이 원시(?) 키보도대회의 규칙이었죠

상금은 1등에게 라노벨 2권, 2등에게 1권, 3등에게 문상 5천원권이었구요

커뮤니티 자체가 활동량이 적었기에 참가자도 저를 포함해 10명 남짓이었고, 2달 정도 안에 마무리됐었는데

딱 적당한 소규모 대회에 걸맞은 하꼬스러운 스케일이었어요.


라오챈은 겜커뮤지, 글커뮤가 아니기 때문에 꽤 룰을 경량화해서 스타트를 끊었답니다

글자수는 6천자, 세이브 룰 추가

사실 이것도 너무 많은 것 같아서 4천자로 할려고도 했었어요.

하지만 제가 직접 글을 써 보면서 테스트해본 결과 매주 6천자면 할만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렇게 키보도대회는 시작됐어요

상금은 첫 대회니까 간략하게 가기로 해서 1등 피자로 했구요.

이때까지만 해도 15명 정도만 참여해도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상황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일단 첫 참가자 수만 30명을 넘었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대회 상품 후원이 들어오면서 갑자기 대회의 스케일이 커졌어요

특히 하치코 쿠션이 1등상으로 걸렸을 때 폭발적인 반응은

... 후...

아니 님들 언제부터 하찌꼬를 그렇게 좋아했던거예용???

처음 상정했던 규모의 족히 4배는 되는 스케일이 되버리자 전 오또케오또케 하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이미 대회는 시작되어버렸고, 상품은 3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커진데다, 참가자는 30명 이상이었기에

늦었다... 기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대회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대회가 2달 정도 안에 마무리될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단거리 계주가 마라톤이 되어버렸어용]

첫 탈락자 발생에서 20명에 가까운 탈락자가 나왔기에

이 페이스대로라면 예상했던 2달 안에 끝나겠군 우효~

라면서 희희낙락했는데

생존자들이 베어그릴스급 생존전문가들로 축약되어지면서 2주, 길게는 한 달 넘게 완전생존이 이어지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 결과, 대회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2달이 한참 지나고 나서 4달차에 접어들었을 때에야 10명으로 생존자들이 좁혀졌죠

상정했던 개최 기간을 안드로메다급으로 돌파해버린 겁니다!!

윽엑거리기 시작했을 땐 이미 개최기간이 역대 라오챈배 대회 중 최장기간이 되어버린 뒤였고 말이죠...

이렇게까지 대회가 길어질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전 이제 억지로라도 대회를 끝내야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어요

라붕이들의 '숨겨진 힘' 을 간과한 대가였죠...

뭐임 여기 국내 힘숨찐 채널임??


그 동안 대회를 끝내기 위해 시작된 룰 강화도 무식할 정도로 벌크업되어 버려서

마무리 시점에는 글자수가 45000자로 무려 8배 가까이 늘어나있었어요!

대회가 얼마나 길었는지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대회 스케일이 커지기 시작했을 때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는데...


그렇지만 이미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대회였기에 어떻게든 마무리를 반드시 지어야 했어요

저는 강제적으로 우승자를 산출해 내는 초강수까지 꺼내들게 됐답니다


그런데, !잔짜잔! '절대' 라는 건 없더군요

생존자가 2명으로 좁혀졌을 때 한 분이 기권패를 하시면서 대회는 띠용급으로 갑자기 끝나게 되었어요

야심차게 끝내기 룰을 준비한 저는 5초동안 뇌정지가 왔구요


아무도 그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던 키보도대회는 그렇게 종료되었고

반년이 넘는 고난의 문학행군은 역대 최장 개최기간을 기록하며 대회 진행 배너에서 내려가게 되었어요...

제 방에서 하염없이 배송을 기다리던 상품들은 마침내 주인을 찾아 돌아갈 수 있게 됐답니다



[다시는 '라오챈' 을 무시하지 마라...]

번개불에 콩 볶아먹듯이 후다닥 대회가 마무리되긴 했지만, 키보도대회는 이미 너무나 많은 한계를 초월한 대회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총 참가자 30명 이상, 대회 상품 규모 30만원 이상, 개최 기간 6개월 반

정말이지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회 아닌가용??????


그것은 마치 갱보낸 도란방패 아무무가 트리플킬을 따온 것과 맞먹는 반전드라마였어요


모두 여러분의 과분한 호응이 있었던 덕분이예요

감사합니다... 라붕 선생님들...!!

그리고... 부족한 제 대회 진행 역량에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따라와주신 모든 참가자분들! 정말 고마워요!!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키보도대회의 유쾌한 반란은 절대 불가능했을거예요


이제 오늘부터 드디어 상품들은 배송 절차를 밟게 됩니다...


제가 참가자분들에게 꼭 드리고싶은 말은, 여러분은 굉장한 문학적 잠재력을 지닌 분들이라는 거예요

자신의 글에 자신감을 가지세요! 여러분은 누구보다도 치열한 경쟁에서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내주신 대단한 분들이예요

저도 10년 가까이 글을 써 왔지만 여러분들같은 근성맨들은 본 적이 없어요!

어디에서든 자랑스럽게 얘기하실 수 있습니다...

아아, 나 말인가? '키보도대회 참가자' 라고만 말해두지


꼭 멋진 모습으로 여러분 모두 다시 만나뵙길 기대할게요!


그리고 이제 막 대회가 끝났지만, 새로운 대회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바로 '듀얼주제 단편대회' 라는 것인데요

여기에 관해서는 다시 소개해드릴 기회가 있을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기다려주세용

물론 서바이벌은 아닙니다... 이제 서바이벌은 안할거예요... 적어도 여기에서만큼은...




그럼, 키보도대회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참가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짜 영웅들이예요!


그럼 또 만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