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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오르카호는 항구에 정박을 했다. 안전하다는 선발대의 보고를 받고서야 오르카호의 선원들은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럼..나도 쉬러가볼까.."


기지개를 피고 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지하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보통 밖으로 나갈려면 지상으로 가야했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주인님, 오늘도 그걸 타실려는 건가요?"


나의 최측근이자 경호원인 블랙 리리스가 엘리베이터에 나랑 같이 타고있었다. 분명 탔을 땐 혼자였는데..


"뭐, 나도 휴식이란게 필요하지."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불이 꺼진 어두운 창고에 무언가 큰것이 천막에 덮혀져있었다.

난 천막을 거두었다. 탐색대가 버려진 공장에서 발견한 중형 세단이었다. 처음 발견 했을 땐 망가져있었지만 포츈이 말끔하게 고쳐줬다.

전기차라 전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탈 수 있었다. 다들 반대했지만, 내가 어떻게든 밀어붙어서 겨우 얻은 물건이다.


"오늘도 부탁한다."


세단의 문을 어루만지며, 탑승한다. 안에는 고급까지는 아니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죽시트에 앉아 편안함을 느낀다. 일을 마치고 침대에 눕는 것과 맞먹는 편안함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계기판과 핸들에 불이 들어오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주인님..좀만...좀만...네, 됐어요."


리리스의 안내에 따라 대형 엘리베이터에 이 세단을 싣는다. 격납고에는 다른 대원들과 장비들이 있었기에 언제나 지하에 있는 창고에 이 세단을 보관했다. 그리고 필요할 때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이것을  꺼내서 격납고를 빙 둘러보거나 밖으로 나와 드라이브를 했다. 


"뭐야? 리리스."


리리스가 조수석에 앉더니 안전벨트를 맨다. 그러고는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리리스도...주인님이랑...같이 가고싶어요..."


그녀가 한손을 기어에 올린 내 손 위에 올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자신의 치맛폭을 올리며,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오늘은 혼자 타보고싶군."


"히잉.."


내가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리리스는 고개를 숙이고 차에서 내린다. 괜히 심한 말을 했나..


"나중에 호출할께. 됐지?"


"아...네!"


그녀를 달래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서약을 할 때 오르던 엘리베이터보다 더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문이 열리고 격납고가 보였다. 대원들이 분주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난 살포시 엑셀을 밟는다.


"사령관님! 오늘따라 더 멋져보이십니다!"


"사령관? 또 그거 타는거야? 가끔은 나도 태워달라고.."


"각하!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소첩이 만든 점심이옵니다..출출할 때 드시길.."


격납고의 대원들이 하나둘 나를 반기고 격납고를 빠져나와 들판을 달린다.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도착하자 난 엑셀을 더 쎄게 밟는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엄청난 베기음이 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빠른 속도였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느낀다. 시원하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무것도 없는 들판을 달리니 적적하다.. 뮤즈가 추천해준 음악리스트를 재생한다.


'뜨겁게 타오르는 내 심장, 두손에 전해져오는 떨림 가볍게 모든 것을 잊고서...'


역시 뮤즈였다. 운전을 하는데 이런 음악을 추천해주다니..외롭지 않은 드라이브가 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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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찾아온 정박에 난 격납고로 뛰었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비행도 잘 될거 같았다.


"슬레이프니르 대령님,지금 5번 활주로와 캐터펄트가 준비되어있습니다. 그 쪽을 이용해 주세요."


정비병인 브라우니가 내게 안내를 해준다. 그녀가 버튼을 조작하자 내 장비가 크레인에 걸려 5번 활주로를 향해 가고있었다.

두근댄다. 심장이 뛴다. 두 손과 두 발이 전율하는 것을 느낀다. 언제나 하는 비행이지만 너무 긴장된다. 빨리 날고싶어.


"케터펄트 스탠바이, 슬레이프니르 대령님, 신호하시면 사출하겠습니다."


마하 101..?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제트엔진이 4대나 달린 내 장비를 장착하고 케터펄트에 오른다.

주변에 있는 정비병들과 AGS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내 발진속도가 엄청나서 미처 피하지 못한 정비병이 다쳤다는 이후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녀들이 전부 준비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바이저를 쓰고 말했다.


"스카이나이츠, 슬레이프니르! 나간다!"


내가 신호하자 정비병이 버튼을 눌렀고 케터펄트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날 사출한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엔진을 점화시킨다. 빠르게 점화된 엔진은 굉음을 내며 날아오른다. 오르카호와 멀어져가는 것을 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점차 줄어들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날 반긴다.

하늘에 있는 구름도 날 따라오는 것 같다. 시원하다. 기분좋아. 두 팔을 벌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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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를 하다 허기가 진 나는 아까 격납고를 나오기 전에 소완이 준 샌드위치를 까먹고있었다.


"역시 소완이야. 이런 재료로도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니.."


감탄을 하며, 운전석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먹는다. 하늘은 정말 푸르고 구름이 조금 있었다. 평화로운 오후였다.

하늘을 감상하고 있던 도중 무언가가 날아온다. 철충인가? 뭐지? 차 안에 구비되어있던 망원경으로 확인해본다.


펭귄과 같은 컬러의 옷, 유선형 몸매, 펭귄 4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 같은 제트엔진.. 슬레이프니르였다.

그녀임을 확인하고 난 손을 흔들었다. 그녀가 보일지 안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의상 손을 흔들어주고 다시 샌드위치에 집중했다.


"사령관? 뭐해? 오늘도 드라이브인거야?"


갑자기 무전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상용으로 알려준 주파수를 통해 나에게 연락을 한게 분명했다. 그나저나 저 멀리 있었는데 내 모습이 보였나..?


"뭐 그런 셈이지. 넌 오늘도 비행이야?"


"뭐...그런 셈이지. 그 쪽으로 갈께!"


그녀가 온다는 소식에 난 하나 남은 샌드위치를 다시 호일을 감쌌다. 그리고 차에서 나와 그녀가 오는 모습을 감상했다.

두 팔을 벌리며 날아오는 모습을 보았다. 아름다웠다. 다른 스카이나이츠 대원들은 군용으로 개발된 탓에 이것저것 장비가 달려있고 구 시대의 전투기를 모티브를 삼아서인지 뭐랄까..기계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슬레이프니르, 그녀는 달랐다. 기계라기보단 펭귄에 가까운 모습이 귀여웠다. 그리고 펭귄이 날다니..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물론 그녀는 '나는 제비야!' 라고 화를 내지만.


"후! 상쾌해!"


그녀가 내 앞에서 착륙을 하고 바이저를 벗은 뒤 등에 달린 제트엔진을 떼어내고 나한테 온다. 난 그녀에게 아까 남긴 샌드위치를 건넨다.


"어? 내꺼야? 고마워! 사령관!"


"천천히 먹어. 그러다가..."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손엔 알루미늄 호일 뭉치만 남았다.


"응? 뭐라고..."


"아냐...."


그녀는 뭐든 빠르게 처리하는 스타일이었다. 식사도..잠도...그리고 밤일도...


"사령관, 탈래..? 아무도 없는데.."


그녀가 손짓으로 뒤에 있는 제트엔진을 가리켰다. 난 그녀와 제트팩을 번갈아가며 보았고, 난 차로 돌아가 선글라스 수납고 있는 고글을 꺼냈다.


"오늘도 잘 모셔야합니다? 슬기사님."


"맡겨만주시죠!"


난 고글을 쓰고 그녀에게 안긴다. 보통 내가 그녀를 뒤에서 안았지만 비행을 할 때는 그녀가 날 뒤에서 안는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그녀의 몸과 내 몸을 줄로 연결한다. 준비는 됐다.


"사령관, 뭐 듣고 있어?"


날아오르기 전, 그녀가 내 귀에 꽂혀있는 무선 이어폰을 보며 궁금해했다. 


"뮤즈가 드라이브할 때 들으라고 추천한 음악이야. 들어볼래?"


난 이어폰의 한 쪽을 떼어 그녀에게 넘겼고 그녀는 이어폰을 자신의 왼쪽 귀에 꽂았다.


'시간이 멈춘 듯 두근두근거려,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줘, 눈앞에 펼쳐진 Driver's Paradise'


"노래 좋네! 역시 명예 스카이나이츠 멤버야!"


그녀는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엔진에 시동을 걸었고 난 지상에서 발이 떨어짐을 느낀다. 엄청난 속력을 낼 수 있는 그녀였지만, 나를 위해 일부러 출력을 낮게 낸다. 이윽고 내가 가지고온 세단이 작아보일 정도로 높게 날아올랐다.


"사령관! 두 팔 벌려봐! 기분 좋을거야!"


그녀의 말대로 두팔을 벌리자 그녀가 가는 대로 하늘을 날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내 볼을 간지럽힌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예전에 안드바리와 LRL과 함께 본 영화의 명대사를 말했다.

장난감 두개가 하늘을 비행하는 장면이었다. 그 녀석들은 폼나게 떨어지는 거지만, 난 지금 비행을 하고있다. 


그녀의 품에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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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해...'


그이가 또 내 품에 안겨 하늘을 날고 있었다. 처음엔 좀 부담스러웠지만 어느새부턴가 이젠 타줬으면하는 마음만이 가득했다.

사실 탐색대가 발견한 것 중 그이가 가지고오고 싶었던건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하지만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이 극구반대를 하였고, 결국 타협해서 가져온 것이 저 중형세단이었다.


어느날 세단을 타고 드라이브를 하던 그이는 내가 비행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이가 내게 말을 했었다.


'슬레이프니르, 한번만 날게 해주면 안돼...?'


황당한 부탁에 당황했지만, 난 그이를 안고 날았고 그 뒤로 이 슬레이프니르 비행체험 1등고객이 되었다.


"사령관말야...왜 하늘을 나는걸 좋아해?"


매번 태워주고 날아주었지만 궁금해서 그이에게 물었다. 그이는 두팔을 벌리고 바다를 보며, 내게 말했다.

바람소리 때문에 평소보다 크게 말을 했다. 내 바이저에 침이 다 튀었다. 정말이지...


"난 하늘을 동경했어! 저 높은 하늘에는 무엇이 있을까..또 저 멀리 무엇이 있을까..하고말야!"


대답은 해주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마음이었구나..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광경을 위에서 보고싶어! 저기 오르카호도 작아보이고! 모두들 작아보이는게 신기해!"


아이다운 발상이었다. 우리한테는 언제나 근엄하고 멋진모습만 보여주고는 속으로는 완전 상상력이 한껏 폭발하는 아이같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랐다.


"철충과의 싸움이 끝나면 작은 비행기를 몰고 전세계를 누비고싶어! 책에서만 보던 아름다운 경치를 높은데서 보고싶어!'


사실 그이도 철충과 싸우는게 싫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순수한 바람이었다. 보통 권력이나, 그런걸 생각할텐데..



"그 여행에 나도 동참해줄께! 사령관의 1등기사님이니깐!"


그이는 나를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설마...'나도 그럴려고 했어..슬레이프니르..'하면서 고백하는거 아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뗑컨 니가? 펭귄은 남극에 살아야지!"


정말이지..로맨틱이라고는 1도 없는 남자다..


"이익! 내가 그 별명 부르지말랬지!"


"왜?! 펭귄 맞잖아! 컬러도 뒤에 있는 제트팩도!"


"으이이익...! 오늘 비행은 여기까지야!"


그이를 중형세단 근처에 내려주고 오르카호로 돌아갈려고했다.


"어디가? 이거 타고 가."


그이가 날 불러세웠다. 그러고는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에? 하지만, 난 날아가면 되는걸..?"


"우리 슬기사님이 태워주셨는데, 저도 태워드려야죠."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난 제트팩의 추진력을 낮추면서 중형세단 위에 앉았다.


"조심해, 그거 비싼 장비야."


"네네. 알았습니다."


그이가 내 장비를 지붕에 묶어두고있었다. 페인트가 까지고 지붕이 조금 찌그러졌다.

내 제트팩을 묶어두고 그이가 운전석에 앉아 조수석에 앉은 나부터 안전벨트를 매주고 그이도 맸다.


"저기...미안해...소중한 차인데..나 때문에.."


"응? 괜찮아, 차야 뭐 다시 칠하고 피면 되니깐."


그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시동을 걸고 오르카호를 향해갔다. 차 안에는 아까 그이가 들려준 노래가 들렸다.


'꿈만 같은 환호성이 들려와, 이대로 쓰러져도 후회따윈 없는걸...'


"슬레이프니르, 아까 그 말 말이야."


"응?"


"꼭 지켜라. 명령...약속하하는거다."


그이가 내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심장이 두근두근댔다. 기뻤다.


"당연하지..!"


그이의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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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급과 부관급들이 모여 아침회의를 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회의하는 분위기는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각하, 새로운 타입의 철충이 발견되었습니다. 지금 확보한 백화점까지 빼앗겼습니다.


마리가 서류를 넘기며, 내게 보여줬다. 새로운 타입의 철충이라니...머리가 아파왔다.

이 녀석 때문에 지금 스틸라인의 절반 넘는 대원들이 다쳤다.


"그 녀석말야! 엄청 빠르기까지한데다가 날 수 있다니! 완전 미친거 아냐?!"


땅딸막한 다리를 구르며 메이가 불평했다. 그녀의 부대원들도 이 철충한테 당했다고한다..


"지금 저희들로는 이 녀석을 잡는건 무리입니다..역시 물러나는게.."


"그렇다고..거의 확보한 지역을 다시 내어주었다간..."


마리와 내가 의견을 좁히지 못 할 때였다. 


"제가 하겠습니다."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내가 잘 아는 목소리였다. 슬레이프니르..그녀였다.


"이 오르카호 내에서 가장 빠른건 저 입니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든 저 녀석과 싸워보겠습니다."


"안돼, 혼자서는 무리다. 허락 할 수 없어."


그녀만큼은 안된다....


"그치만 지금 부대원들이 많이 다친 상황입니다. 저라도 나서는게..."


"안된다고 했잖아!"


나도 모르게 책상을 내리치며, 화를 냈다. 그 모습에 모두들 놀랐다. 그 중에서도 제일 놀란건 슬레이프니르 그녀였다.

처음보는 내 모습에 실망했을거다..


"미안하다...화 내서..."


난 고민에 빠졌다. 사령관으로써 모두를 위해 그녀를 희생시킬건지...아니면 그녀를 위해 모두를 희생시킬건지...


"슬레이프니르 대령...잘 해낼 수 있나..?"


"물론입니다."


각오에 찬 그녀의 얼굴...멸망 전에 생존한 그녀라면 잘 해낼 수 있을거다....


"허락하지..."


회의가 끝나고 난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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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계획은 빠르게 세워졌다. 닥터가 개발하고 있는 철충이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를 내는 드론을 보내 그 녀석을 부른다.

내가 처리한다. 간단한 일이었다.


"꼭 돌아와..약속 지켜야지.."


출격하기 전, 그이가 내 손을 붙잡고 말해주었다. 어제 화냈던 모습이 미안하다며 사과까지했다.

이럴 때 보면 참 로맨틱한거 같기도...


"슬레이프니르, 작전지역이다."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그이의 목소리..좋았다.

그이는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알았다. 그래서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은 그 방침을 지킨다. 물론 나도.


"알았습니다. 대기하겠습니다."


그 녀석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구역에 드론을 보냈다. 난 건물안에 숨어 지켜보았다. 

드론은 일정하게 기분나쁜 소리를 내뿜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모두들 당황했다. 만약 잘못 짚었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하지만 소리가 5분동안 이어지자 숲에서 뭔가가 빠르게 움직였다.


"사령관님! 그 녀석입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드론은 개박살이 나 추락하고 있었다. 어느 틈에? 소문대로 정말 빠른 녀석이었다.


"슬레이프니르! 교전하겠습니다!"


제트엔진을 점화하고 레이저로 녀석에게 발사했다. 녀석은 요리조리 잘 피했다. 마치 내가 철충들의 공격을 피하듯이..


"뭔 놈의 속도야?!"


내가 당황하자, 녀석은 어느 틈에 내 뒤로 날아왔고 엄청난 양의 마사일을 내게 발사했다. 


"플레어 사출!"


플레어를 사출하며 미사일 대부분을 플레어에 맞게했지만, 일부는 내게 날아오고있었다.

건물 사이사이를 빠르게 비행하며 미사일을 겨우 건물에 부딫히게 했다.


"녀석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레이더에도 잡히질 않는다..도망쳤나? 라고 생각하던 찰나 레이더에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석은 나와 정면충돌을 할려고 빠르게 오고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오르카호에서 제일 빠른 바이오로이드 아닌가? 가볍게 회피를 했고 레이저로 응사했지만 그것은 빠르게 내 공격을 회피했다.


그렇게 얼마나 싸웠을까...나도 슬슬 지쳐갔다.


"슬레이프니르! 복귀해라! 지원부대를 보내겠다!"


그이의 목소리였다. 드론과 내 몸에 달아놓은 카메라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있었던 그가 내게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날 공격하고 있었다. 이대로 복귀했다간 위험해진다. 하지만 나에겐 방법이 다 있었다.


"와봐.."


내가 손짓을 하자 그것은 다시 나와 정면충돌을 하려고 빠르게 돌진했다. 나는 그 틈에 섬광탄을 던졌고, 그것은 엄청난 빛을 내뿜었다.

LRL이 내뿜는 등대와 같은 빛이라고 닥터에게 들었다. 철충이 괴로워하는 소리를 내며, 잠시 멈췄을 때 난 바이저를 올리고 오르카호를 향해 날았다.


"사령관님, 겨우 따돌렸습니다...이제 복귀.."


그이한테 돌아가겠다는 무전을 날리고 있던 도중 수면 위로 뭔가가 보였다. 그 녀석이었다. 


"이런 씨...!"


그 녀석은 날 덮쳤고 충격 때문에 수면을 몇번이나 부딫혔다. 녀석은 큰 입과 이빨로 날 씹어먹을려고 했다.  하지만 녀석은 간과한게 있다. 내 앞에 다가왔다는건 내 레이저 사격을 정통으로 맞는다는거다. 난 녀석을 꽉 끌어안았고 레이저로 그 녀석 대가리에 조준했다.


"잘가라..."


'칙.'


뭐지? 레이저가 나가질 않는다..설마하는 생각에 바이저의 윗부분을 보았다.


'레이저 에너지 0%'


아뿔싸. 아까 녀석과 싸운다고 레이저를 전부 쏴버린거다. 난 그것을 놓으려고했지만 반대로 이제 녀석이 날 끌어안고 내 머리를 씹으려고 대가리를 들이댔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했다. 이 녀석을 안고 오르카호로 갔다가 모두가 위험하다.


그이도 위험하다..


'생각해..슬레이프니르..생각...생각...'


문득 머릿속에서 부대원들과 같이 본 영화가 생각났다. 빨간색과 금색의 갑옷을 입은 아저씨가 거대한 로봇과 싸우는 그런 영화는데..

마지막에 그 거대한 로봇을 어떻게 제압했는지가 생각났다.


"친구...우리같이 날아볼까...!"


난 그 녀석과 함께 최대출력으로 위로 올랐다. 그것은 내가 무슨 짓을 할려는지도 모르고 여전히 내 머리를 씹어먹으려고 다가왔다.


"슬레이프니르! 뭐하는거야?!"


그이가 내 몸에 달린 카메라로 보았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령관..! 이 녀석하고 비행 좀 하려고! 미안한데...! 약속은 못 지킬거 같아..!"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점점 하늘높게 올라갔고 제트엔진의 에너지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안돼..안돼...슬레이프니르! 돌아와! 명령이다! 돌ㅇ..."


무전은 잡음이 들리더니 끊겼다. 마지막으로 듣는게 그이의 목소리여서 기뻤다..

그 녀석은 이제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는지 내 품에서 벗어나려고했다.


"안돼지...! 넌..이 슬레이프니르 비행체험 마지막 고객이 될거니깐..!"


제트엔진의 출력을 쥐어짜 더 높게 올랐다. 엄청 해맑은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제트엔진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내 몸도 점점 움직이기 어려워졌다. 저 멀리 드넓은 바다가 보았다. 사령관...이런 기분이었구나...


"이대로..쓰러져도...후회따윈....없.....는...걸..."


난 그이의 세단에서 들었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사령관...이제 난 저 녀석과 함께 이 넓은 하늘을 날거야..


저 위에는 아무것도 없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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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시간, 난 세단의 시동을 걸고 들판을 달린다. 평소랑은 다르게 액셀을 더 쎄게 밟는다.

엔진음은 아니지만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다.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바람을 느낀다. 차갑다. 


아픔을 느낀다.


뮤즈가 준 음악플레이리스트는 바다에 버린지 오래다.


"씨발.."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세단은 들판 한가운데서 멈췄고 난 보기좋게 혼자 남았다. 세단에서 나와 밤하늘을 본다.


무수하게 많은 별...난 별을 향해 손을 뻗는다. 공허하다..

별을 감상하며 담배를 태우려던 찰나 무언가가 날아온다.


"사령관! 또 여기 있었네?! 밤에는 위험하다고 했지?!"


펭귄과 같은 컬러의 옷, 유선형 몸매, 펭귄 4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 같은 제트엔진.. 슬레이프니르였다...


그녀가 저 하늘의 별이 되고 복원된 개체였다.


"사령관? 내 말 듣고있어? 여보세요?"


슬레이프니르는 바이저를 벗고 내 앞에 착륙했다. 


"아! 사령관! 또 담배피지?! 내가 끊으라고 했잖아!"


슬레이프니르가 화를 냈지만 난 상관하지 않고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정말...세단은 왜 그래? 문제라고 있어?"


"배터리가 다 된거 같군.."


귀찮게 굴기 시작했다. 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르카호를 향해 걸어갔다.


"저기..? 이거는? 두고 가..?"


"이제 안 탈거야. 버리지 뭐.."


"저..저기! 사령관!"


슬레이프니르가 날 부른다. 난 뒤돌아서 쳐다보았다.


"오르카호까지 걸어갈려면 힘드니깐..! 나..타고갈래..?"


팔을 뻗어 내게 미소짓는다.....슬레이프니르의 모습 뒤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사양하지."


난 담배를 태우며 오르카호를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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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썼던건 너무 중구난방이고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 않아서 다시 고쳐썼습니다.


언제나 부족한 저의 작품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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