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엘리의 앞에는 화려한 케이크나 고소한 내음을 낼 것 같은 스콘이 놓여있는 티 세트가 정갈하게 티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주변에는 LRL양이 앉아있었다. 전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수면이 부족했던 것인지 예절교육을 며칠 째 받고 있던 LRL양이 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깜빡 졸아버렸던 모양이다.


 귀족답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자각하고는 잠시 얼굴이 달아오르려 했지만, 그러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또한 귀족의 자세라 생각하고는 감정을 추슬렀다. 그러다가 LRL양을 보니 가르치고 있던 테이블 매너를 혼자 복습하고 있는 듯하여, 그녀가 혼잣말로 복습하고 있던 것에 도움만 살짝 주기로 하였다.


 “분명 이 빵은 뜨거울 때에 한입크기로 잘라서, 잼을 살짝 발라서 먹는 것이라고 했었지...”


 “맞아요, 스콘은 잼을 발라서 먹는 것이지만, 크림도 같이 곁들여 먹는 것이 좋죠.”


 “그 다음은 잘 우려진 이 홍차를 조심스럽게 따라서...”


 “잘 기억해 주시네요. 그 다음에 향을 조심스럽게 즐긴 다음에...”


 “...우물거리지 않고 소리 없이 넘기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에 소리가 나면 안 된다는 점이죠.”


 “LRL 여기있니?”


 티타임을 즐기던 바이오로이드는 중간에 끼어든 사령관님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오늘은 뭔가의 일정이 있는 것인지, 사령관님은 약간 수척해보였다. 어린 바이오로이드는 모두 어디에 가야한 다는 말을 남겨놓고서는 금방 떠나려하였다. 엘리는 신체만 보면 어린 축에 속하는 바이오로이드 이었지만, 나중에 가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사령관님을 따라나섰다. 사령관님은 강제적인 명령을 남긴 것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령관님의 걸음은 오르카호 깊은 곳으로 향했다. 가는 방향에서 본 바이오로이드는 상태가 조금씩 이상해 보였다. 컴패니언들은 어딘가 풀이 죽어있었고, 스틸라인의 브라우니는 동종 기체들과 모여 뭔지 모를 얘기들을 수군대고 있었다. 080기관의 언니들은 평상시와 다른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조용히 사령관을 따라왔다.


 사령관님과 언니들의 발걸음은 어느 한 방에서 멈춰 섰고, 그 방문이 열리자 매캐하면서도 역겨운 탄내가 풍겨오는 듯 했다. 그 방 안에는 차가워 보이는 침대가 있었고, 그 위에는 내부가 검게 그을린 우산이 펼쳐져 있었다. 그 우산은 엘리에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게 해주는 파편이었다.


 오메가가 눈독을 들이던 지역의 일부를 오르카 저항군은 탈환해냈고, 사령관은 경호원과 몇몇 동행을 희망한 바이오로이드를 데리고 지역을 답사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오메가는 악독했기에 사령관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었고, 그래서 대인용 폭탄을 준비했다. 눈에 턱 보이는 위치에 놓여진 폭탄은 다른 함정을 예상케 했지만, 컴패니언 일부의 수색결과 다른 함정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폭발물 제거에 특화된 엘리가 투입되었다.


 엘리가 해체를 위해 조심스럽게 외피를 뜯어내자 섬광과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폭음이 주변에 순식간에 퍼졌다. 오메가는 어차피 폭탄을 터뜨려 봤자 막힐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고, 어차피 물러터진 인간이기에 전투원중 하나라도 죽인다면 일시적으로는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폭탄을 해체할 바이오로이드를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외피를 덜어내는 순간 뇌관이 작동하게 특별 설계한 물건이었다.


 신체가 큰 바이오로이드라도 확실하게 곤죽으로 만들 만한 위력의 폭탄은 엘리를 단순한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게 했고, 그 결과 남은 것이 엘리였던 그슬림이 남은 우산뿐이었다...







원래는 더 쓰려했는데 방에 노린재 새끼가 들어와서 여기 까지 씀.

엘리는 유령 비슷한 뭔가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됨.

엘리는 매운게 어울리는 레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