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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로 입양한 아이
담당사에서 유기된 얘를 발견한 다음 나에게 연락해 넘겼다
이제 나는 확실히 작은 바이오로이드들 처리하는 호구로 찍힌 모양인갑다
딱히 나쁜 건 아니지만
이 아쿠아가 유기된 이유는 안 봐도 mp4다
애초에 바이오로이드를 살 돈이 있는 경제수준이라면 돈 좀 보태 고급 바이오로이드들을 사지 고작해야 공원 관리에 주로 쓰이는 아쿠아 개체들을 왜 살 것이며
정부 기관들도 민심 달래기용으로 일자리 창출한다고 아쿠아 모델들을 사용하기보다는 인간 청소부들을 헐값에 고용하니... 가만 생각해보니 사람 값 참 싸긴 하네 젊어서 미리 벌어두지 않았으면 얘네들 감당 못 했겠지
어쨌든 결국 악성 재고로 쌓일 수밖에 없으니 좀 갖고놀다 유기되는 게 당연지사
나야 메이드복 개꼴리니 감사히 받겠지만
헌데 딱히 학대를 당하거나 한 건 아닌지 과다한 흠칫거림이나 발작적인 거부 반응도 없고
자주 주변을 둘러보며 의식하거나 눈 마주치면 고개를 돌리는 등 증세의 경중을 생각해보면 유기된 것 치고 이상증상은 거의 없는 편이다
아예 관심조차 안 준 케이스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학대당한 것보단 다행이다
상당히 상태가 좋다고 봐야겠어
조금 안절부절해하는 정도야 다른 애들에 비하면 애교니 이번엔 적응하는 건 애들한테 맡겨볼까

뭐야 이건
놀이동산 초대장인가...
C구역?
난생 처음 듣는데
나중에 한 번 가볼까



(대충 바랜 눈이라고 치자)

아홉 번째로 입양한 아이
C구역에서 구매했다

담당사...
이 새끼들이 바이오로이드 인권 같은 걸 들먹이면서 왜 아직까지 기업들에게 박살나지 않았는지 애저녁부터 의심했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되어서 이득 안 되는 일을 할 리가 없지
검은 머리 짐승들이 고쳐지길 바라느니 멸망하길 바라는 게 빠르겠다

엘리 퀵핸드라고 했었지 분명
오른팔에는 의수를 단 채로 다리랑 눈까지 잃고서도 인간에 대한 불신이나 거부 반응 같은 것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게 참으로 기이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의심할 수 있었지
그 망할 C구역을 빠져나왔으니 좋다고는 하지만 간신히 더치걸 때와 비슷한 감각을 눈치채냈다
지금은 행복을 연기하고 있는 것일 뿐 어딘가 마음의 문을 닫은 게 확실하다
헌데 더치걸은 어떤 감정을 숨겼는지 정도는 대략 보였다면 엘리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보면 볼수록 대체 무슨 훈련을 받은 건지 어떤 표정을 지어도 본래 감정이 티끌만치도 드러나지 않는다
거기에 시선처리나 걸음걸이부터 단순히 발 떠는 습관같은 모든 것을 통제하며 온 몸에 빈틈을 단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마치 로봇과도 같은 느낌이다
군용 바이오로이드인 이프리트나 안드바리도 이러진 않았던 걸 생각해보면 출신이 대체 어딜지...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나를 신뢰하지 않아서라는 것이지
코코가 기간의 문제라면 얘는 난이도의 문제겠네
일단 닥터가 얘를 조금 아는 눈치던데
왠지 얘를 꺼리는 것 같지만 말이나 꺼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