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콘스탄챠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그녀도 딱히 대답을 기대하고 말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사령관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들어갔던 콘스탄챠였지만 사령관실 내부의 모습은 경악스럽기 짝이 없었다. 지저분하지만 나름 정리가 되어있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돌던 그곳은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커다란 짐승이 날뛰기라도 한 듯 모든 가구들과 집기들이 부숴져 있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바닥과 벽은 둔기로 강하게 내려친 것 마냥 움푹 꺼진 부분과 함께 사방에 금이 가 있었다.


그 난장판 속에서도 사령관의 방에 소중하게 꽂혀져 있는 사진들만은 평온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콘스탄챠의 시선은 사진을 지나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령관에게 향하였다. 마치 그렇게 하면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 처럼 사령관은 무릎에 머리를 집어넣고 팔로 다리를 끌어안은 상태로 구석에 박혀 있었다. 유쾌하고 당당하며 때로는 위엄을 지키던 그 사령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침울함이 주위를 맴돌았다.


벽과 바닥을 내려친듯 손등의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는 사령관의 손을 본 콘스탄챠는 조심스레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지자 사령관은 고개를 들어 발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생기 없는 흐릿한 눈 밑에는 말라붙은 눈물 자국과 다크서클이 진하게 자리잡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콘스탄챠는 왈칵 울음을 터트릴 뻔 했지만 특유의 감정제어로 슬픔을 억누르며 사령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럴 때는 자신이 바이오로이드 인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이었다.


"깊은 상처는 아니고 단순히 찢어지기만 했네요,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바로 수복실로 모시겠습니다."


사령관은 말 없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콘스탄챠의 손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콘스탄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콘스탄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쯤 박살이 나 굴러다니고 있는 구급상자를 주워들어 다시 사령관의 옆에 자리잡았다. 말라붙은 피를 닦아내고,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붙이는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사령관은 마치 감각이라는게 사라진 듯 미동조차 없었고 가만히 앉아 콘스탄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콘스탄챠 역시 말 없이 사령관의 상처를 치료하기만 하였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치료를 마친 콘스탄챠가 구급상자에 물건들을 담은 뒤 사령관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는 방에서 나가려는 순간 사령관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가지말아줘..."


힘 없이 그녀를 불러 세우는 그 목소리에 콘스탄챠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주인을 모시는 자로서 실격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콘스탄챠는 자신의 주인에게 돌아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는 숨죽여 울었다. 사령관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힘껏 끌어안아 주었다. 어찌나 세게 힘을 주었는지 상처위에 붙여 놓은 반창고 위로 붉은 반점이 피어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사령관도 콘스탄챠도 개의치 않았다.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사실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너무나도 큰 고통에 매몰되어 버린 탓에 모든 감각들이 마비되어 버린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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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륙에 진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레모네이드 세력들과의 전투와 계속되는 철충의 위협 속에서도 오르카호는 야금야금 전진해 나가며 세력을 확장했다. 오메가의 입장에서는 속된말로 꼭지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비교도 안될 정도의 약소세력에게 단 한번도 유의미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한끗 차이로 야금 야금 밀려나가고 있다는것이 그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치욕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단 한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고 진두지휘 해 나가는 사령관이라는 존재가 너무나도 가증스러웠다.


약간의 손실을 감수한다면 더 큰 승리를 얻을 수 있을 때에도 사령관이라는 작자는 발을 빼버렸다.

대량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전투라면 그냥 포기해버렸다.

기만, 이건 오메가를 향한 기만이었다. 그렇게 밖에는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오메가는, 어쩌면 전혀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 그녀 나름대로의 경고와 함께 사령관을 도발하기로 결심했다. 


기업들간의 전투와 멸망전을 치루면서 구 인류의 기술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본디 기술 발전의 가장 큰 촉매제는 전쟁인 법이니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효율성을 무시한 채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한 기술들 역시 즐비하였다. 


저격


오르카호의 사령관에게 단순한 저격 따위가 통할리 없었다. 오리진 더스트로 개조된 사령관 본인의 육체도 있었지만 그를 이중 삼중으로 지키는 경호 인원들이나 배리어 기술력을 감안한다면 저격을 하겠다는 행위는 그저 저격수 하나를 오르카호에 바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구시대에 개발된 기상천외한 저격기술, 일전의 기록에 남은 인간의 초장거리 저격인 3.5km는 우습게 뛰어넘는, 저격수의 위치를 가늠한다는게 불가능할 정도의 거리를 저격하게 만들어주는 무기가 그녀에게는 존재했다. 이미 설계도는 유실되었고 남아 있는 물건도 한발 정도가 마지노선인 고물이었지만 그녀에게는 한발이면 충분했다.


사령관을 노릴 필요는 없었다, 그저 한발. '너는 언제든지 나에게 저격 당할 수 있다.' 는 메세지만 심어 줄 수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오메가는 퍼포먼스를 좋아하는 부류였고 그런 그녀의 성격 탓에 누구를, 언제 저격할지를 고르는 데에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누가 사령관의 눈앞에서 죽었을 때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줄까? 얼마나 좌절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나서야 오메가는 타겟을 정했다.


최상의 타겟이었다.


자신의 생각이었지만 너무나도 발칙한 생각이기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등골을 타고 흐르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회사에서 일은 없는데 시간은 죽여야 되서 함 써봄 아마 별 일 없으면 오늘~주말 내로 끝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