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령관이 아니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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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뜬금없지만 나는 아스널이 개 이쁘다고 생각한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에서 좋은 향이 나는 것도 그렇고 그 풍만한 젖가슴도 오르카 최강이라고는 못하겠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가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무언가 기묘한 그녀의 눈동자가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근데, 역시 그런 개이쁜 아스널이라도 화나면 뭔가 존나 무섭다.

뭐, 이런 이야길 했다는 건 뻔한 이야기다.

 

힐끔-

 

아스널은 여전히 언짢아 보였다. 팔짱을 껴서 그런지 풍만한 두 가슴은 살짝 봉긋하게 위로 눌려 올려진 채 불만을 토해내고 있었고 아스널 역시 두 눈을 살짝 감고 있었지만 그녀의 미간은 한껏 나를 노려보는 듯했다.

응, 단단히 화났네.

 

“저어기, 아스널? 일단 변명부터 할까?”

 

“...”

 

아스널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여서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다. 덤으로 그녀의 가슴도 같이 흔들렸다.

이런 분위기가 어색한 나는 도망치듯 변명을 시작했다.

 

내 신체 중 유일하게 자신 있는 부분으로 아스널을 무너뜨린 뒤에 나를 찾아온 레오나를 만나 이상한 분위기에 그대로 레오나를 덮칠 뻔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아스널의 미간은 더욱 깊어졌다.

 

“...계속 해봐라.”

 

“아, 응.”

 

당장이라도 개잡듯 두들겨 맞아도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나는 슬픈 운명의 누렁이처럼 잔뜩 쫄은 채로 그대로 자기 일 아니라고 히죽히죽 웃던 괘씸한 사령관을 만나고 온 것까지 말했다.

생과 사의 사이에서 기묘하게도 말도 더듬지 않고 나름 깔끔하게 이야기를 정리해서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근데 그거도 이제 여기까지 인 듯하다.

 

이야기 내내 조용히 있던 아스널을 조용히 바라보자 그녀는 대뜸 내 두 뺨을 붙들고 시선을 맞췄다.

응, 여전히 기묘하지만 미묘하게 색기가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눈동자다.

 

“저기, 아스널?”

 

“...”

 

진지하기 그지없는 아스널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내 볼을 부비부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물론 아스널의 손은 매우 부드럽고 상냥했다.

이 일련의 동작으로 나는 생존의 기쁨과 그녀의 상냥함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무슨 행복!

 

“후후, 그대는 매력이 넘치는 남자이니 조만간 이리 될 줄 알았다.”

 

여전히 애정이 넘쳐흐르는 손길로 내 얼굴을 쪼물거리는 아스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지었다. 평소의 교태 넘치는 그런 끈적한 미소가 아닌 마치 성모의 그것과도 같은 따스한 애정이 넘치는 미소란 말이다!

 

“오르카에 남성은 둘뿐이니... 후후, 내 남자가 인기가 넘치니 솔직히 기쁘군.”

 

“인기가 넘쳐나?”

 

이전 세상과 이 오르카의 삶. 둘 다 합쳐도 여자 젖 만져 본 건 아스널이 처음인데, 인기가 넘치다니 작고 피곤한 내 두뇌로는 아스널의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후후. 그래, 그대는 이미 충분히 인기 있다.”

 

“그른가.”

 

상냥하게 어루만지는 아스널을 손길을 그대로 느끼면서 생각해 보아도 이곳 오르카에서 조차 인기의 ‘인’ 조차 느끼지 못했다.

아, 그건가. 상냥한 거짓말인가 그거.

역시 이 오르카에서 내 기를 살려주는 건 사령관하고 아스널 밖에 없다.

 

“그나저나, 철혈도 꽤나 강하게 나오는군,”

 

“응? 레오나가?”

 

어째 사령관이나 아스널이나 말하는 게 비슷하다. 그날 나와 레오나가 짧게나마 몸을 겹쳤던 것은 서로의 호감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단순히 끓어오르는 성의 충동으로 일어난 으음, 그래 사고였다!

흔히 말하는 어쩌다 발정해서 근처에 있는 거 아무거나 붙잡은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순애 마스터인 내가 감히 강간과 다름없는 짓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자고로 야스란 서로의 사랑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전부 아웃이다.

 

“그거 말이지, 어쩌다 둘 다 발정해서 그런 거지, 사고 같은 거라고. 그 얘긴 그만하자.”

 

“으음? 뭐, 그대가 그리 말한다면야...”

 

아스널은 약간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말해 뭐하겠느냐, 자기 여자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로 떠들어 될 만큼 나도 멍청하진 않다.

자고로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제일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랑에 차등이 어디 있어, 사랑은 온리 원이란 말이다.

 

“그, 아스널, 내가 너무 미안해. 외롭게 만들어서...”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 사과한다. 그것이 옳은 일이다. 나는 사랑에 진심인 남자니까.

 

“후후, 그래. 그대가 없어서 그만 스스로 해결해 버렸지.”

 

세상에! 스스로 해결했다고? 이 무슨 음란함!

문득 머릿속에서 반나체의 아스널이 그녀의 부드럽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장 축축한 곳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꼴려었-!

 

잠깐! 손가락? 이 손가락인가!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내 뺨을 쪼물거리는 아스널의 손가락들을 힐끗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손이, 이 가는 손가락 들이, 방금 전까지 나를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던 성모와도 같은 이 상냥함의 덩어리가 사실은 야하기 짝이 없는 최고의 자위기구란 말인가! 세상에-!

 

꼴리잖아-!

 

“아, 아스널? 그르니까? 혼자서 했다고? 뭐로?”

 

“뭐냐니, 당연히- 아...”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대답하려다 말고 말을 끊은 아스널.

그 뒤의 어색한 끊김으로 내가 상상하던 것은 더욱 현실에 가까워졌다.

쪼물거리던 손가락들 역시 딱 멈춰서 버려서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이 손이었나! 아니, 침착하자...

꼴리기는 하나, 흥분해선 안 된다. 지금의 아스널은 경계심이 가득한 야생동물과도 같아서 내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면 놀라서 그대로 입을 다물 수도 있다.

여기선 살살 타일러서 본인의 입으로 진실을 토로하게 만들어야 한다.

왜냐고? 그게 꼴리잖아.

 

그러니 다 알고 있어도 능글맞게 대답을 이어간다.

 

“응? 아스널, 내방에 그럴 만한 게 없을 텐데 어떻게 했어?”

 

“아앗, 그, 그게...”

 

내 두 뺨을 쪼물거린던 두 손들이 샦-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아까까지의 인자한 성모와도 같은 미소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마치 첫 자위 행위를 들킨 소녀와도 같이 새빨개진 얼굴을 한 아스널은 내가 지긋이 쳐다보자 차마 눈을 마주 치지 못하고 그 도톰하고 섹시한 입술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응, 간단히 말해서 부끄러워하는 아스널이 존나 귀엽다.

 

“응, 응, 뭐로 스스로를 달래주셨을까?”

 

“그, 그, 저기... 손. 가락으로...”

 

떨리는 높낮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시선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아스널은 힘겹게 경악할 만한 사실을 털어 놓았다.

허나, 아직 부족하구나.

 

“응, 뭐로 해결 했다고? 모기소리 밖에 안 들려.”

 

“...”

 

벌겋게 달아오른 귀가 보였다.

응, 귀가 저렇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곤란할 정도로 부끄러워 한다는 증거.

그 말은 즉, 나를 흥분시키기 딱 좋은 먹이 감이란 소리다.

한두 번 아스널을 부끄럽게 만든 것도 아니니 이제는 별짓을 다해도 부끄럽다는 이유로 회피를 하겠지, 허나 이 나에게도 생각은 다 있다.

 

“아스널, 그렇게 나오기야?”

 

“읏, 부끄럽단 말이다!”

 

나는 그게 좋단 말이다!

 

“후우, 그래. 부끄러워서 말 못하겠지.”

 

다는 다 안다는 듯 인자한 표정으로 아스널을 바라보았다.

아스널은 이제 정말 삐졌다는 듯 입술을 살짤 내밀고 볼도 살짝 부풀린 상태이다.

 

후웁-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치 사자후를 준비하는 한 마리의 사자처럼-

 

그리고 내 뱉었다.

 

“동네 사랑들! 글쎄! 아스널이 제 방에서 스스로-”

 

“그, 그만! 그대! 진정해라! 마, 말할 테니, 스스로 말해 줄 테니, 그만-!”

 

후후, 걸려 들었구나. 아스널.

섹드립도 아무렇게나 하는 주제에 신기하게도 스스로 말하는 추태에는 면역인데,

내가 말하면 극딜로 들어간다. 내입으로 그런 거 들으면 괜히 부끄럽다나.

 

“으흐흐, 그래! 뭐로 위로를 하셨어요?”

 

“읏, 그댄 정말 짓궂군. 그래... 후으.”

 

아스널은 달콤한 한숨을 쉬고는 마음을 먹었다는 듯 두 눈을 꼬옥 감고서 외쳤다.

 

“이 손, 이 손으로 스스로 자위를 했다. 이제 만족했나!”

 

“세상에! 그런 그 손으로 내 얼굴을 쪼물거린 거야? 미, 믿을 수가 없어!”

 

하지만 어립도 없지 미리 생각해둔 말로 그녀를 더욱 놀릴 준비가 되어있었으니까.

 

“읏!”

 

“이럴 수가! 나를 만지는 네 손길이 너무나 상냥하고 부드러워서 성모와도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손길은 나를 어루만져주기 이전에 축축하고 음란한 구멍을 희롱하였던 것인가! 신성 모독이다! 어찌 그런 너같이 음란한 여자를 성모와 비교 했을까! 죄송합니다! 신이시어 미안합니다!”

 

“으읏, 그대 너무하군, 이 나를 놀려서 그리 재미있는가...”

 

“개꿀잼이지.”

 

아스널은 부들 부들떨기 시작했다. 한창 야스를 할 때의 그 귀엽고 야한 부들거림과는 다른 분노와 부끄러움이 적절히 섞인 그 부들거림 말이다.

이제 이만했으면 나도 그만 놀리고 한수 접어야 한다. 이 이상의 아스널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쪽세계는 맨몸으로 바이오로이드도 못 이기고 반대로 제압당하는 게 나니까.

 

“미안, 아스널. 하지만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너무 꼴리니까, 이건 쌍방 잘못인걸로 어때?”

 

“하, 그대의 잘못이 더 크다.”

 

이거 단단히 삐진 것 같다. 허나 아스널과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이 정도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이럴 땐 그거다.

 

“그럼, 화해하는 의미로... 할까?”

 

“...흐음”

 

역시 반응이 왔다. 아무리 아스널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귀엽고 깜찍하고 섹스 허접이라도 야스 자체를 좋아하는 건 이미지대로였으니, 파워 순애야스로 사과와 함께 내 진심을 전하면 분명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용서 해 줄 것이다.

너무 안일 한 것 같지만 멍청한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성능 개쩌는 원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 그렇다면...”

 

내 말에 조금 기분이 풀렸는지, 아스널은 그 몸을 내게 기대 왔다.

귀는 아직 여운이 남아 불은 느낌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대로 아스널의 힘에 의해 침대에 넘어지듯 누웠다.

후후. 야생마 같은 아스널이다. 즉, 야하다.

 

나도 분위기에 탑승해서 슬며시 아스널의 가늘게 뻗은 훌륭한 허벅지에 손을-

 

타악-

 

“허나, 거절하겠다!”

 

“뎃?”

 

아스널은 재빠르게 내 손길을 뿌리쳤다. 거절한다고?

뭐라고, 이거 얼마나 썼다고 바로 면역이라니.

멍청해진 나는 내 능지에 걸맞은 병신 같은 소릴 내뱉어 버렸다.

 

“아스널님, 화나셨습니까?”

 

우선 아스널의 상태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정말 그럴 리가 없지만, 그래도 혹시 정말 화난 그녀가 내 소중이를 잡아 뜯어 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금?”

 

아스널은 식은땀을 흘리는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은 그야 말로 강한 암컷.

새삼 그 눈동자에서 철충들을 터트려 죽이는 바이오로이드의 전투력이 보인 것 같다.

세상에, 그만 깝칠걸.

 

안절부절못해져서 눈깔을 굴리다 보니 푸핫- 하고 아스널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장난이다. 장난. 권유는 고맙지만 탐색을 하러 나가야 한다더군.”

 

“아스널, 탐색을 간다고?”

 

장난이란 걸 알자마자 다음번에도 조금 깝쳐도 되겠지 생각했지만,

그 아스널이 탐색을 가신단다. 탐색이면 또 조만간 자주 못 보겠구나.

게임의 편한 그 탐색과 다르게 현실의 오르카에서 탐색은 짧아야 반나절에서 하루이다.

길면 1주는 거뜬히 나가있는 게 탐색이다. 그러면? 아스널과 그만큼은 떨어진다는 소리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글쎄, 그건 잘 모르겠군.”

 

게임과는 다르게 철충이 어디서 나올지도 모르고 자원도 긁어모아서 오고 멸망전의 물건들도 필요하면 주워 오니까 시간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름 탐색조들은 많은 준비를 하고 출발한다.

 

“너 없으면 나 어케 살라고.”

 

“후후, 그리 말해주니 기쁘지만 지금은 안 된다. 돌아오면 뭐, 못해줄 것도 없지.”

 

나를 침대에 밀쳐놓은 아스널은 슬며시 일어났다. 그녀도 나름 아쉬운 듯 보였다.

며칠은 야스 없음인가. 그녀를 따라 나도 아쉬운 마음이 커져간다.

 

“정 그러면 철혈이 있지 않은가?”

 

“레오나가 거기서 왜 나와.”

 

“후후. 글쎄, 그녀와는 꼭 화해했으면 좋겠군. 내가 그대와 그랬던 것처럼.”

 

“엥. 그리 말해도...”

 

정말, 그렇게 간단하게 말해도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아스널.

그럼 진작 화해하고 손잡고 하하호호 떠들고 있겠지.

얽히고 꼬인 게 많아서 깔끔하게 풀어놓는 게 어렵다고. 이건.

 

“이 몸도 잘 참아내고 바로 돌아올 테니, 그대도 어른스럽게 잘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군. 그래.”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어쩔 수 없다. 아스널 말고도 오르카의 모두가 힘내도 노력할 텐데 전투나 기술적인 것도 아니고, 대화로 잘 풀어내는 거니까 하긴 해야 한다.

좆대로 구는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나는.

 

“후후. 그래 착하지. 사랑한다.”

 

“나도.”

 

아스널은 아까처럼 내 얼굴을 만지려다가 살짝 손을 내빼고는 이마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었다.

평소에 좋아하는 음란한 딥키스 그런 거 말고 정말 가볍고 산뜻한 소리의 뽀뽀 말이다.

그리고 못내 아쉬운 듯 촉촉한 눈동자로 바라보다가 손을 흔들어 주고는 내 방을 나섰다.

 

아스널이 나간 방에 홀로 멍청하게 누워있으니, 대가리가 다시 아파왔다.

레오나를 만나 대화를 하긴 해야 한다. 내가 잘못한건 맞으니까.

근데, 어떻게 붙잡고 어떻게 잘 말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색하고 불안한 거리를 좁히는 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게 레오나라면, 어떠한가? 벌써부터 눈앞에 무언가 아른 거리기 시작했다.

흐릿하고 어두운 분명한 실체도 없는 미래가 아른거린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