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밤이다.


메이의 눈동자에는 창가 너머의 별들이 가득했다.


평소라면 그녀가 이미 오래전에 곯아떨어졌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아니다.


도무지 설레기도하고 불안하기도해서 그저 멍하니 창가에 비치는 풍경을 바라보는 중이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니, 새삼스레 방의 주인이 떠오른다.


동시에 자신에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로 시선이 내려갔다.


벌써 몇 주나 지났지만, 조금만 긴장을 풀면 볼 때마다 히죽히죽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드는 물건이다.


그러다가도 울컥 서글픈 생각이 밀려온다.


'...칫, 식 전날에 신부를 혼자두는 남자라니...'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녀 역시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로서, 사령관이라는 위치가 평소에 얼마나 바쁠 수 밖에 없는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서글픈 감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이런날에는 말이다.


그런 생각이 채 오래가기도 전에 문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사령관?"

"...응? 메이, 아직 안잤어?"

"어떻게 자, 바보야."


사실 반가운 마음에 쪼르르 달려가서 안기고 싶었지만, 간신히 억누르고 애써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사령관은, 등은 돌려 앉아있지만 동시에 그녀가 곁눈질로 자신을 힐끔거린다는 것을 알아챘다.


명백히 자신이 토라졌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신호이다.


피식 웃으면서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어쩔 수 없었어."


멋쩍게 웃으며 그녀가 앉아있는 소파로 다가가 옆에 앉았다.


"...나보다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거야?"

"그럴리가, 너도 알잖아?"

"내일은 중요한 날... 아니야? 나한테만 그런거였어?"

"중요한 날이라서 그런거야. 내일은 절대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까."

"칫, 말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그녀로선 아직까진 납득이 안되나보다.


"그런게 아니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신부를 두고 내가 어딜가겠어?"

"...흥"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살짝 가볍게 키스했다.


딱히 거절하진 않았지만 아직도 기분이 덜 풀린걸까?


"메이가 얼마전부터 인근지역 철충들을 무리해서 박멸시킨 것도 나랑 비슷한 이유 아니었어?"

"그, 그건... 그냥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까, 미리 내가 해준거야, 감사하라고."

"헤에, 그럼 당장 어제까지 야간정찰로 나이트 엔젤을 닦달한건?"

"...시끄러, 그런걸로 넘어가려고 하지마?"


그러자 사령관은 한 쪽 팔로 그녀를 껴앉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메이"

"그, 그런 부끄러운 말을 잘도..."


메이가 허겁지겁 떨어지려했다.


사령관은 그 동안의 경험으로 그녀가 단순히 부끄러워서 이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허, 그게 아니잖아? 뭐라고 답해야 하더라?"

"...나, 나도..."


메이가 얼굴을 붉히며 얼버무렸다.


이런 관계까지 되었다지만 아직까지도 그녀가 놀리기 좋은 대상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제대로 말 해줄래, 메이?"

"나, 나도... 사, 사랑해."


메이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것도 그녀로서는 상당히 노력한거다. 


사령관도 그 점을 잘 알았기에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놀리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소파에 기대서 창가를 바라보다가 문득, 어깨 위로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제 괜찮아?"


메이는 말대신 어깨에 기댄 머리를 작게 끄덕거렸다.


"아직도 부끄러워? 더 한것도 했으면서?"

"시,시끄러, 내가 너처럼 경험이 많은 줄 알아?"

"앞으로 익숙해져야... 아니, 쭉 그대로인 것도 괜찮겠네."

"그건 안돼. 그러다간 내 심장이 터져버릴거야."


그 대화를 이후에 둘은 그저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메이가 물었다.


"매일 이런 풍경을 봤던거야?"

"딱히? 여기만 오면 금방 곯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흐응, 그래서... 내일은 자신있어? 신랑님?"

"글쎄...나보다는 메이가 더 걱정인걸."

"난 자신있어."


의외의 대답에 그녀를 내려다 봤다.


그녀의 말투만큼이나 얼굴에는 자신감...아니, 비장함이 가득했다.


"...왜 그런 표정이야?"

"의외라서? 아직까지 사랑한다는 단어 하나에도 홍당무가 되는 신부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잖아?"

"흥,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앗."

"...연습? 무슨 연습?"

"...못 들은걸로 해. 하여간 오랫동안 준비해온 날이야. 절대 실수는 있을 수 없어."


대체 무슨 연습을 매일 했던걸까하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럴려면 좀 자둬야하는 거 아니야?"

"...애초에 누구 때문에 잠이 다 깬건데?"

"그건 그렇네. 그럼 내가 책임지고 다시 재워줘야겠네."

"...? 재워준다고?"


시답잖은 자장가라도 해준다고하면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하나 싶었다.


"운동을 하면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겠어? 이런 야밤에 둘이서 할 수..."

"...안돼. 오늘은."


자장가보다도 시답잖은 제안이라 메이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사련관은 능글맞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


"오늘은? 그럼 내일은 되는거야?"

"...큿, 자꾸 그러면 꼬집을거야."

"큭큭, 알았어."


또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메이는 이대로 밤을 세야하나 싶었지만 얼마안가 눈꺼풀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내일, 맑아야 할텐데..."


기분좋은 피로를 느끼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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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라오갤에 적었던거 찾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