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카이류정. 엔도조의 엔도 마사루가 소유한 요정이었다. 니지키 쇼가 이 요정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전, 엔도를 만나기 위해 한번 온 적이 있는 장소였다. 그 때의 엔도와는 타협점이라는 것이 있었다.

 아니, 당시 니지키가 원하던 것은 대화였다. 지금 니지키가 원하는 것은 복수였다. 니지키와 하나야마가 탄 차는 매끄럽게 카이류정의 주차장에 들어섰다. 그 차의 뒤에 따라오던 밴은 카이류정의 주차장 입구를 막아서며 멈추었다.

 “하나야마. 도구줘.”

 니지키는 운전석에 앉은 하나야마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일은 저희에게 맡기셔도 됩니다. 조직에서 가장 총 잘 쏘는 애들로만 데려왔습니다. 총격전이 일어나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내가 못 믿는 건 너희들 실력이 아니야. 엔도 형님이지.”

 일단은 이곳에 온 것은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위함이었다. 아무도 그렇게 보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먼저 방아쇠를 당긴다면 엔도일 것이라고 니지키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에 아무것도 하지 않긴 싫었던 것이었다.

 “아직도 엔도씨를 형님으로 부르시는 겁니까.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요.”

 “아직 못 정해서 그래.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를지. 처음 만난 이래로 형님이라 부르던 사람이야. 갑자기 다른 호칭이 입에 붙을 리가 없잖아.”

 “마에다를 죽이라 명령한 사람입니다. 씨라고 부르는 것도 아까울 정도의 인간입니다.”

 “그렇게 들으니 형님이란 호칭이 조금씩 어색해지는군. 그보다 도구야. 빨리 하나 줘.”

 니지키는 이미 내밀고 있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하나야마는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 있던 권총을 꺼내 니지키에게 건네주었다.

 “네건? 차에 들고 다니던 거 주는게 아니었어?”

 니지키의 말에 하나야마는 외투를 들추어 그 안에 숨긴 권총들을 보며 말했다.

 “원래 3정 챙겨왔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좋아. 그 정신이야. 출발하자고.”

 니지키가 하나야마의 어깨를 토닥이자 하나야마는 차에서 내려 니지키가 앉은 뒷문을 열어주었다. 니지키 쇼는 주차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고급차가 두 대 있어. 하나는 엔도 형님의 차고 다른 하나는 뭐지?”

 두 사람이 내리자 주차장을 막아선 밴에서 십수명의 조직원들이 내렸다.

 “모르겠습니다. 다른 간부의 차려나요? 아군이 될 사람을 데려온 게 분명합니다. 자칫하면 일이 커지겠군요.”

 “어이, 거기, 뭣들 하는 거야?”

 카이류정의 문을 지키고 있던 검은 정장의 조직원이 손가락질을 하며 다가왔다. 그 남자의 멱살을 하나야마가 붙잡았다.

 “어디다 대고 삿대질이야. 너 이새끼 죽고 싶냐?”

 하나야마의 위협에 그 남자는 비웃음으로 답했다.

 “뭐야. 츄신구미냐? 어이, 너 하나야마지? 이 뱃지 보여?”

 남자는 자신이 입은 정장의 카라 부분에 붙은 뱃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센카이의 문장이 그려진 뱃지였다. 신센카이. 도쿄를 장악한 최대의 야쿠자 단체이자 엔도조의 위에 있는 상위단체였다.

 “하나야마. 네가 나설 자리가 아냐. 날 때리겠다고? 그러면 너는 신센카이에 선전포고를 하는 거야. 손이나 놓지 그래.”

 남자의 위협에 하나야마는 화를 내며 거칠게 손을 놓았다.

 “니지키씨. 회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회장님이?”

 회장. 그 명칭으로 부를 사람은 한 사람이었다. 신센카이의 우두머리이자 수많은 야쿠자 단체를 거느린 일본 야쿠자의 정점에 선 사람. 야나기 토오. 그 사람을 말하는 것이었다.

 “형님, 회장님이라면...”

 “엔도 형님이 부른 거겠지. 아무래도 엔도 형님은 싸우기보다는 중재를 선택한 모양이야. 어이, 가자!”

 니지키가 손을 휘두르며 뒤의 부하들에게 말하자 신센카이의 남자가 끼어들었다.

 “회장님 앞입니다. 네분 말고 다른 사람들은 기다리세요.”

 “헛소리하지마. 안에 함정파고 다 뒤지란 소리냐?”

 “2차단체 조직원이 어디서 기어올라?”

 하나야마와 신센카이 조직원 사이에 불꽃이 튀려 하자 니지키는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회장님이 보고 계신다. 정신차려. 어이, 둘만 따라와라. 나머지는 신호 줄 때까지 밖에서 대기한다.”

 니지키는 하나야마와 다른 두 조직원을 데리고 요정 안으로 들어섰다.

 “시발. 엔도조 새끼들입니다. 자기들 조직원은 잔뜩 데려다놓고 우리만 그러는 건가요.”

 “하나야마, 참아. 회장님은 우리의 형님이 아니라 엔도 형님의 형님이다. 우리보다 그쪽 편을 들어주는게 당연한 거야. 게다가 회장님을 부른 건 엔도 형님이고.”

 “시발.”

 하나야마는 혀를 찼다. 그들은 로비를 지나쳐 한 방으로 들어섰다. 방 가운데 놓인 식탁에 앉아있는 것은 회장인 야나기였다. 그는 다리가 불편한 탓인지 바닥이 아닌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의 옆에는 비서로 보이는 한 사람이 뒷짐을 지고 서있었다.

 “여어. 니지키군, 왔냐.”

 야나기 회장은 반갑다는 듯 손을 들며 니지키를 반겼다. 니지키는 어렴풋이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니지키와 같은 사람이 쉽게 만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야나기 회장과 니지키의 관계에는 중간에 여러 사람이 통해야만 연결이 되니까.

 그의 손에는 흰색 술잔이 들려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빈 잔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야나기의 오른쪽에는 엔도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고 그의 뒤에는 세 조직원이 서있었다. 이 숫자를 맞추라 말한 것이 분명했다. 야나기 회장의 싸움을 하지 말라는 배려였을까.

 “앉아, 앉아. 편한데 앉아. 미안하네. 혼자만 술을 마시고 있어서 말야. 나이가 드니까 술이 없이는 뭘 할 수 없어서 말야.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한데 술이라도 마셔서 그 고통이라도 줄여야 하지 않겠나?”

 “옳으신 말씀입니다.”

 앉아있는 엔도는 고개를 숙이며 그의 말에 동의를 했다. 니지키는 말 없이 엔도의 맞은편에 앉았고 하나야마와 두 부하는 그 뒤에 조용히 섰다.

 “그래서. 엔도와 니지키. 둘은 왜 나를 이 자리에 부른 거지?”

 술을 한모금 마신 야나기 회장은 기분이 좋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회장님께서 저와 니지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자리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래. 엔도 너말야. 고작 그런 이유로 나를 이 자리에 부른 건가? 엔도, 너도 알고 있겠지만 내게는 두 딸이 있어. 야쿠자인 애비를 두고도 정말 잘 자라줘서 기쁠 지경인 두 딸이지. 형제란건 말야. 항상 싸우는 존재야. 하루에 몇번이고 싸우고 그 이유도 다양하지. 물건을 두고 다투는 일도 많고 그냥 기분이 나빠서 싸우는 일도 있어. 그 싸움을 누가 말릴 수 있는지 알아? 바로 아빠인 나야. 이젠 추억인 이야기지. 첫째도 둘째도 이제는 그 시절의 자신들만한 애를 가졌으니까 말야.”

 그렇게 말하며 야나기는 술을 잔에 따르고 다시 한모금을 마셨다.

 “부모란 건 말이다, 애들을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야.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해주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려는 아이를 타박도 하고 그러는 거지. 매를 들 때도 있어. 하지만 그런데 말야. 그 아이의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의 몫이 아냐. 아이를 가진 그 아이의 일이지. 부모에게 찾아와서 자신의 아이가 말을 안들으니 자신의 아이를 혼내달라 말하는 부모가 있든? 그렇다면 그 사람은 부모로서 실격인 게야. 그렇지 않나, 엔도? 자신의 아들분 되는 조직이 말을 안듣는다고 아비분 되는 내게 찾아와서 일을 중재해달라고? 언제부터 신센카이가 보육기관이 된 거지? 어이, 니지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니지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할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까. 자신의 휘하 조직과의 싸움을 상위 조직의 힘으로 해결하려 한 엔도가 할 말이었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엔도는 도게자를 하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야나기 회장은 웃으며 술을 들이키고는 말했다.

 “하지만 말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가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단 말야? 그리고 미숙한 자식에게 이런저런 조언도 해줄 수 있고 말야. 손자 교육도 할 수도 있고. 진짜로 내가 화가 났으면 이 자리는 만들지도 않았을 거야. 엔도, 고개 들어. 네 형제분이 그 모습을 보면 네가 망한줄 알겠다.”

 그 말에 엔도는 조금 고개를 들었다.

 “자, 엔도. 말해봐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엔도 조와 추신구미조 사이에 여러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최근에는 추신구미조의 부두목중 하나인 마에다가 죽기까지 했고요. 니지키는 지금 이 사건들이 전부 서로간의 보복전쟁이라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맹세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전부 니지키조가 저희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한 자작극입니다.”

 “그렇군. 그러면 니지키. 아아, 잠깐만. 니지키, 너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전부 엔도조의 소행이라고?”

 “말씀대롭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은 야나기 회장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가 먼저 공격했다 주장하지만 서로는 아니라 하는 건가? 증거는 있나?”

 “증거는 없습니다.”

 엔도의 말이었다.

 “증거라면 있습니다.”

 니지키는 자신의 앞에 녹음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는 재생버튼을 눌렀다.

 -그래, 씨발, 내가 그 새끼를 죽였어! 원래는 니지키 쇼 본인까지 죽일 생각이었는데 내가 운이 나쁜 건지 그 새끼가 운이 좋은 건지 마에다? 그 새끼만 죽었어. 자, 잠깐! 지금 뭐하는 거야!

 녹음기에서 기분나쁜 전기톱의 소리가 들리자 니지키는 정지버튼을 눌렀다.

 “엔도 형님의 조직원의 말입니다. 그 자식의 자금줄은 전부 추적 완료했습니다. 결국 엔도 형님의 조직에서 나온 돈입니다. 다른 조직의 사주라 할 수도 없는 확실한 증거죠. 형님, 당신의 명령으로 제가 죽을 뻔했고 아끼던 부하인 마에다가 죽었습니다. 이건 명분없는 보복이 아닌 죽은 마에다에 대한 복수입니다.”

 “헛소리 하지마! 나는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어! 오히려 이쪽의 사무실을 급습한 건 네놈들이 아니냐! 오쿠하시가 조사하러 갔어. 그놈들이 니들짓이라는 증거를 가져오면 오히려 네놈들이 끝난 거야!”

 엔도의 말을 들은 니지키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형님, 오쿠하시 형님의 연락을 받긴 하셨습니까? 오쿠하시 형님이 요코하마에 가신 건 어제 일 아닌가요? 전화나 한번 해보시죠.”

 “뭐? 지금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엔도는 휴대전화를 꺼내 오쿠하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응답을 기다리는 사이, 방에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에 엔도는 경악했다. 그도 아는 오쿠하시의 휴대전화 벨소리였기 때문이었다. 하나야마는 조심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하나 꺼냈다. 오쿠하시의 휴대전화였다.

 “오쿠하시는 죽었어.”

 하나야마는 그 휴대폰을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엔도가 전화를 끊자 벨소리 역시 멈추었다.

 “어이, 니지키. 너 엔도랑 부자의 술잔을 나누지 않았나? 왜 니 부하가 엔도에게 반말을 하지?”

 그 상황을 보고 있던 야나기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아무리 두 조직이 싸우고 있다 해도 서열은 여전히 존재했다. 하나야마의 말은 그 서열을 무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이, 엔도, 니지키. 니들이 나눈 술잔 꺼내봐라.”

 야나기 회장의 말에 엔도는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상자를 꺼내 그것을 열어 그 안에 있는 술잔을 보여주었다. 한편 니지키는 외투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말끔하게 반으로 쪼개진 술잔이었다.

 “마에다가 엔도 형님에게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 저는 이 술잔을 쪼갰습니다. 더 이상 엔도 형님을 제 큰형님으로 모실 수 없었습니다.”

 “어이 니지키! 너 지금 뭐한 거야! 너는 그 술잔이 그렇게 가볍게 보인 거냐! 이 술잔을 나누자고 한 건 네...”

 야나기 회장이 손을 들어 엔도를 제지하자 그는 말을 멈추었다.

 “니지키. 너는 그 잔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 그 잔은 너와 엔도의 관계를 상징하는 거야. 나는 네 조직의 보스가 아냐. 나와 너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야. 그런데 나와 엔도는 부자의 술잔을 나누었고 엔도와 너 역시 부자의 술잔을 맺었으니 나는 너와 간접적인 관계를 가진 존재가 되는 거야. 그런데 그 술잔을 깻다는 것은 너는 너와 엔도의 관계만이 아니라 나와 네 관계 역시 쪼갠 거다.”

 “맞습니다. 저 자식을 파문해 주십시오. 저런 놈은 야쿠자라고 부를 필요도 없습니다.”

 엔도는 야나기의 말에 동조하며 말했다.

 “내가 네 조직의 이름을 지어준 것은 네가 네 형님이었던 야마다의 복수를 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인의의 표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마다의 복수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그 복수 역시 복수를 위해 인의를 저버릴 셈인가? 니지키. 복수는 말이다. 마음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야. 마음으로 복수를 하면 마음만 망가질 뿐이야.”

 “회장님?”

 엔도는 야나기 회장의 말이 훈수투로 변하는 것을 보고는 이상함을 느꼈다.

 “엔도. 술잔 가져와라.”

 “술잔 말인가요? 알겠습니다. 어이, 술잔 가져와서 회장님께 드려.”

 엔도는 뒤에 서있는 그의 부하에게 명령했지만 야나기는 손짓을 해 그를 멈추게 했다.

 “아니아니, 새 술잔 말고. 엔도, 네가 나와 나눈 그 술잔을 가져와라.”

 “아, 네. 알겠습니다.”

 다른 상자에서 잔을 꺼낸 엔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술을 받겠다는 듯, 양손으로 술잔을 들어 고개를 숙이고는 잔을 야나기 회장에게 향했다. 야나기 회장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고는 그 잔을 보았다.

 “그래. 이 잔이었지. 명인이 만든 술잔이라고?”

 “네. 회장님과 술을 나누기 위해 특별히 주문해서 만든 잔입니다. 회장님께 드린 잔과 한 세트로 만들어졌지요.”

 딱봐도 수십만엔은 족히 할만한 술잔이었다. 그 술잔을 엔도의 손에서 빼앗은 야나기 회장은 그 잔을 자신의 뒤로 던졌다.

 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것을 본 엔도의 얼굴은 하얘졌다.

 “엔도. 너는 파문이다. 바보야. 내가 왜 너와 술잔을 나누겠어? 자기 아래 있는 조직도 관리 못해서 나를 불러? 게다가 조직의 간부까지 당하고 말야. 심지어 너는 명분조차 이 자리에 만들어오지 못했어. 어디서 약한 소리야?”

 “회, 회장님!”

 야나기 회장은 엔도의 말을 듣지 못했다는 듯 니지키를 바라보았다.

 “어이, 니지키, 일로 와라.”

 그는 자신의 맟은편에 놓인 새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받아라.”

 야나기 회장의 말에 니지키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뭐야. 술 처음 먹어? 들이켜.”

 그가 그렇게 말하고 술잔을 들이키자 니지키는 그를 따라 같이 술잔을 들이켰다.

 “파문당한 엔도가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네 조직을 급습할 수도 있으니. 먼저 우리 관계를 재정립하는게 낫지 않겠어? 이걸로 너와 나는 부자관계가 된 거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회, 회장님! 그렇게 되는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엔도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 엔도를 향해 니지키는 품속에 가지고 있던 권총을 빼들었다.

 “어, 어이, 니지키! 내 밑에 들어오기로 한 건 전부 네가 원해서 그런 거 아니냐!”

 당황한 것은 엔도뿐만이 아닌 그의 조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엔도조의 조직원들이 자신들의 조장을 지키기 위해 권총을 빼들려 했지만 니지키의 추신구미 조직원들이 한발 빨랐다. 동시다발적으로 총성이 울렸다. 피가 사방에 튀었다. 그 광경을 보는 야나기 회장은 귀를 막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작되었구만. 어이, 니지키. 엔도조는 잘 부탁한다.”

 그렇게 말한 뒤 야나기 회장은 방에서 나섰다. 갑작스레 들려온 총소리에 바깥은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건물 여기저기에 있던 엔도조의 조직원들은 총소리에 반응해 달려왔지만 그들은 귀를 막고 느긋한 얼굴로 복도를 걸어가는 야나기를 보고 더욱 당황한 얼굴을 지었다. 뒤이어 사방에서 총성이 울렸다. 수많은 조직원이 총에 맞고 쓰러졌지만 야나기 회장과 그의 비서는 한발의 총알도 스쳐지나가지 않았다.

 “실컷 해대는구만.”

 요정을 나서자 그의 조직원들이 그에게 나아와 인사를 하고는 차로 달려갔다. 야나기 회장은 차 옆에 서 그 옆에 서있는 엔도 마사루의 차를 보았다. 차 안에서 자신의 조장을 기다리고 있던 조직원은 머리에 총알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그날 카이류정에서는 수많은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총성은 수많은 시체를 만들어냈다.


다음편 : 피의 콜로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