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저렇게 솔직한 사람이 또 있을까. 아스널을 보고 느낀 첫 인상은 그랬다.

자신을 솔직히 표현하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호쾌하지만 진지할 땐 진지한 그녀.

그녀를 보며 나도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래서, 오늘 할 일은 그것들이 끝인가?"


"하핫!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쿵! 소리를 내며 밀린 서류들을 책상에 올리자 아스널의 표정이 유감스럽게 바뀌었다.


"허, 그대도 참 힘든 일과를 보내는군."


"그래도 이제 끝이 보이잖아."


나는 아스널의 가벼운 투정에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의 유감은 보나마나...


"오늘은 그대와 뜨거운 밤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역시.. 아스널은 항상 솔직히 대답한다. 그녀의 저 모습은 언제 보아도 내게 진솔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녀의 저런 모습 덕분에 캐노니어의 대원들이 더 따르는 것이겠지.


"그보다 요즘 캐노니어는 어때?"


나는 서류를 정리하며 아스널에게 말을 걸었다. 지루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으로 보아 딱딱한

서류 작업은 역시 그녀의 성미에는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대원들 말인가?"


"응. 캐노니어는 항상 화기애애한 모습 뿐이어서 내가 통 관심을 주지 못했잖아."


내 말에 아스널은 그녀 답지 못하게 고민에 잠겼다. 그녀를 고민 하도록 만든 캐노니어 아이들이

신기할 정도였다. 과연 그녀를 이렇게 고민토록 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흠.. 일단 비스트헌터.. 부관은 마치 맏언니 같은 든든함이 있지. 그녀는 내가 처음 착임했을 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네. 아마 내가 없어도 훌륭하게 팀원들을 다독이고 이끌었겠지."


나는 내심 아스널의 평가에 놀라며 서류 작업을 이어갔다. 좋게 말하면 호쾌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한량 같은 아스널이 이렇게 세심하게 팀원들을 파악하고 있었다니.


"하지만 강한 책임감 때문에 늘 부담을 갖고 있는 듯 하더군. 부관은 모두를 챙기며 그들을

이끄는 편 이지만 자신의 요구를 다른 아이들에게 내세우지 않는 편이지. 나는 개인적으로

그녀가 좀 더 자신을 당당히 표현했으면 한다만..."


아스널이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물을 마시며 목을 적셨다. 나는 그녀의 진지한 어투에

그저 묵묵히 들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그래도 부관에게 내 생각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네. 부관은 부관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는 것이고

나는 그렇다면 대장으로서 부관의 일을 응원할 뿐이지."


"헤에~ 아스널 답지 않네."


솔직히 튀어나온 내 말에 아스널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게 뭔가? 그대는 날 어떻게 생각하기에 그런 반응인지... 나도 나름 대장이라네."


"그건 나도 잘 알지. 평소에 다른 아이들을 챙기는 걸 보면 그 정도는 안다고."


아스널이 내 대답에 만족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다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파니와 레이븐. 그녀들은 밝은 성격과 그에 걸맞는 착한 마음을 지녔지. 에밀리와 어울리며

짓궂은 장난을 치는 경우도 많지만.. 그건 그녀들 나름의 애정표현 이겠지. 뭐 정도가 심하면

부관이 제지하는 것 같지만 하하하!"


하긴, 아스널의 말 그대로 파니와 레이븐은 어딘가 어벙한 에밀리를 살뜰히 챙기며 이것저것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 장난의 대상이 결국 내가 된다는 것이 불안하지만 그녀들의 유쾌한 장난은

언제나 내게 큰 웃음을 선사하니까.


"아~ 그건 잘 알지. 그녀들의 장난에는 나도 자주 당하거든."


"역시 그대에게 장난을 치는 걸 제일 좋아하는 모양이군."


"에밀리를 꼬득여서 장난을 치는데 그럴 때마다 아주 진땀을 뺀다니까."


순수한 에밀리를 악에 물들이는 악당 같은 이미지 보다는 사실 짓궂은 언니들과 순수한 에밀리의

재롱잔치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딱히 위해를 가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화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대도 참 마음이 넓군. 비록 복원된 몸이지만 과거의 기억들은 내게 고스란히 전수 되었다네.

과거의 인간들은 바이오로이드와 그렇게 살갑게 지내지 않았더군. 난 그대가 그래서 더 신기해."


"과거의 인간이라..."


사실 과거의 인간들의 생활상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그녀들을 대함에 있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홀로 남겨진 인간의 죄악감 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인류가 다시 번성하면

옛날의 그 지옥도가 다시 펼쳐질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걱정되는가?"


아스널이 그녀 특유의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확신에 찬 두 눈,

그리고 올곧은 신념이 담긴 목소리. 그것들이 내 귀에 들어왔다.


"자네는 생각보다 걱정이 많군. 자네 스스로를 믿게나. 난 그대를 믿네. 그러니 그대의

후손이 될 자들도 믿는 것이지... 솔직히 말 하자면 난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는 바로 표현한다네."


"그랬어? 난 누구든 OK인 줄 알았지."


"하하하! 난 그렇게 싼 여자가 아니거든. 그대는 올곧은 신념이 있는 남자일세. 그대가 걱정하는

그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네. 내가 틀린다면 날 처벌해도 좋아."

 

확고한 확신이 묻어 나오는 어조였다. 아스널은 더이상 어두운 이야기는 싫은 모양인지

다시 이야기를 그녀의 대원들로 돌렸다.


"그나마 제일 걱정 되는 것이라면... 역시 에밀리 겠지."


"에밀리? 그 아이는... 아.."


단번에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에밀리는 좋게 말하자면 순수했다.

나쁘게 말하자면 그만큼 잘못된 상식도 순수하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크다는 것.

하지만 나는 그 점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에밀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어째서지? 그녀의 힘은 강하지만 그만큼 통제가 어려운 부분이 있지. 그걸 부정하긴 힘들텐데."


아스널은 턱을 쓸어 만지며 에밀리를 떠올리는 듯 했다. 나는 그녀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그녀가 내게 했던 말 그대로를 돌려 주었다.


"네가 있잖아. 그리고 다른 캐노니어 아이들이 있고. 그녀들을 믿어, 그리고 에밀리도 믿어.

에밀리가 순수하고 어리숙한 실수를 간혹 하지만 그래도 배우는 건 누구보다 빠른 아이야.

그리고 에밀리가 혹시 나쁜 곳으로 빠진다면 그것을 아스널 너와 다른 캐노니어 아이들이

그냥 내버려둘 것 같아?"


아스널은 내 말에 멍하니 있다가 호쾌하게 웃으며 한 방 먹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하! 확실히, 그건 그렇군. 절대 그렇게 놔둘 수 없는 노릇이지! 에밀리는 우리의

딸과 같은 아이야. 딸이 나쁜 길에 접하도록 내버려둘 부모는 어디에도 없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어때? 이래도 에밀리가 걱정되니?"


아스널이 그녀의 대물 저격총을 바닥에 쿵 소리가 나도록 찍으며 일어섰다.


"아니! 걱정되지 않는다네. 내가 어리석었지... 과연 내가 반한 남자다워!"


"극찬이십니다."


나는 장난스럽게 대꾸하며 서류로 다시 눈을 돌렸다. 소중한 그녀의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다면

당연히 나 또한 발 벗고 나서야 할 문제니까. 그러나 눈 앞에 있어야 할 서류들이 갑자기

책상 밖으로 흩어져 뿌려지고 있었다.


"...어?"


"벗게나."


어느새 상의를 탈의한 아스널이 서 서류들을 치워버리고 내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뭐, 뭐라고?"


"걱정거리가 해결되고 이렇게 멋진 남성이 있는데 이 아스널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오늘은 비밀의 방 말고 사무실 플레이는 어떤가?"


"으, 으아아아!!"


아스널, 그녀는 호쾌하다. 욕망에 솔직하고 언제나 적극적이다.

아마 오늘은 다른 의미로 야근을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