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사라. 쉿, 어서 이리 이 쪽으로.


사라, 한참 찾아 다녔답니다. 벌써 착한 아이들은 모두 집에 돌아갈 시간이에요.

눈물이 그칠 때까지 옆에 있을게요. 그러니 두 눈 닦고 돌아갈 준비를 하세요.


10.


몸은 괜찮아요? 안색이 그다지 안 좋은데, 

분명 햇빛을 너무 쐰 걸거야. 양산을 펼게요.


9.


뭘, 가벼운 현기증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혼자 돌아가는 건 힘들 테니, 오늘은 제가 바래다 드리겠어요.


8.


그래요, 그럼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가도록 해요.

원래 저희 같은 레이디는 함부로 바닥에 앉으면 안 되지만, 이번엔 특별히 봐 드릴게요.


7.


후후, 혹시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요? 그 때도 저는 이렇게 양산을 펴고 있었는데. 


6.


설마 대피 경보가 울리는데도 고양이를 쫓는 말괄량이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에요. 들켜서 폐기당하는 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5.


제 정체를 알고도 비밀을 지켜 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학교 친구들한테 말하고 싶어서 입이 들썩거렸을 텐데, 늘 감사해요.


4.


…네, 여기 제 무릎을 베고 누우세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더 얘기하다 가죠, 얼마든지 말동무가 되어드릴게요.


3.


평소에 쓸 때는 몰랐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양산 사이즈를 더 크게 해 달라고 조를 걸 그랬어요. 

사라도 사라의 친구들도, 사라의 친구의 친구들까지 다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컸으면 좋았을 텐데.


2.


미안해요, 손이 이래서 체온은 느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저 아직 여기 있어요. 절대 아무 데도 안 갈게요. 응, 여기요. 손가락 걸고 약속. 


1.


…사라, 평소보다 이르긴 하지만 이제 착한 아이들은 곤히 잠에 들 시간이에요. 

깨어날 때까지 제가 옆에 있을게요. 그러니 두 눈 감고 한 숨 편히 주무세요.


자장 자장, 쉿. 부디 주님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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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들이닥친 참극의 날에.


중상을 입은 친구의 생명이 꺼진 뒤에도, 엘리는 철충에게 가슴팍이 꿰뚫릴 때까지 줄곧 일어서려 하지 않았다.





 카운트다운을 폭탄 말고도 다른 의미로 써서 반전을 주려고 했다가 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