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흐음... 이것 참..."


오늘도 사라졌다. 다른 것들도 아니고 내 팬티가... 아니 도대체 시커먼 남정네의 팬티가

왜 사라지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냉정하게 머리를 식히고 다른 팬티를 꺼냈다.


"일어나셨어요 주인님. 갈아입으실 옷 여기에 두겠습니다."


"응 고마워 콘챠."


콘스탄챠의 상냥한 인사. 나는 그녀에게 화답하고 머리를 털어냈다. 그래, 무언가 오해가 있겠지.


'그냥 세탁 하려고 메이드 애들이 가져간 거겠지.. 그렇겠지...'


"도와드릴까요?"


"아니야, 내가 입을게. 콘챠는 나가봐도 좋아."


멍하니 옷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이상했는지 콘스탄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팬티가 사라져서

그렇다고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내보냈다.


서둘러 환복을 끝내고 일정표를 보자 오늘은 비교적 가벼운 업무들이 있을 뿐

딱히 바쁜 일정은 아니었기에 모처럼 쉴 시간이 생기리라 기대감이 들었다.


"어디 보자... 오늘 부관이..."


부관 - 리리스


"오늘은 리리스가 부관인가..."


한동안 같이 할 시간이 적어 아쉽던 차에 마침 그녀가 부관을 설 차례가 돌아왔다.

가볍게 침실에서 나와 사령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리리스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오셨어요 주인님."


"응 오랜만이네 리리스."


화사한 미소와 함께 인사하는 리리스. 그녀를 보고 웃어주며 자리에 착석했다.

항상 근무 시간보다 먼저 출근해서 준비를 해 놓는 그녀의 모습이 대견했다.


"아, 참! 리리스."


"네, 주인님."


"그게..."


나는 문득 아침의 그 사건이 신경쓰여 리리스를 불렀다. 하지만 불현듯 직감적으로 불길함이

느껴져 말을 더듬었다. 과연 그녀에게 '팬티 실종사건'을 말 해도 되는 것일까.

그냥 메이드들이 세탁을 위해 가져가지는 않았을까.


"무슨 일인가요? 주인님."


리리스는 내가 말을 멈추자 무언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하지만 리리스의 그 호기심 보다는

아침의 사건의 전말이 내게 더 중요했다.


'흠.... 세탁을 위해 가져갔다 생각하고 잊으려 했지만 역시 이상해... 그건 빨아놓고 입지 않은

새 팬티였어... 그걸 또 빤다고?"


"주인님?"


내가 고뇌에 빠지자 리리스가 다시 한 번 나를 불렀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과연

그녀는 믿을 만 한 것일지 판단했다.


'리리스는 내 측근 중에 측근이야.. 리리스라면 믿을 수 있어.'


거기까지 결론이 도출 된 나는 리리스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리리스!"


"꺄앗..! 아, 네! 주, 주인님.."


어지간한 철충은 맨 손으로 찢어 버리는 리리스가 내 행동에 잔뜩 얼굴을 붉히고 당황했다.

그런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말을 해야 했다.


"난 널 믿어. 그러니 너에게만 말하는 거야..."


"네..."


"사실 며칠 전부터 내 팬티가 계속 사라지고 있어. 처음에는 메이드 아이들이 세탁을 위해

가져간 거겠지 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역시나 이상해! 그것들은 세탁하고 한 번도 입지

않은 새것이란 말이야. 누군가 의도적으로 내 팬티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아!"


난 진지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겨우 팬티 한 장 없어졌다고 너무 호들갑 떠는 것은 아닐지

생각했지만 역시 소름 돋았다. 아니 여자 팬티면 이해라도 하지... 왜 남자 팬티를 가져간단 말인가.


"아...! 그, 그러시군요! 아하하하...! 그, 그냥 메이드들이 그 사실을 잊어 먹고 가져간 것 아닐까요?"


내 말에 잔뜩 긴장하며 말을 더듬는 리리스. 난 그녀의 행동에 의구심이 들었다.


'아니, 왜 이렇게 말을 더듬어? 거기에 나랑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리리스는 항상 나와 대화를 할 때는 눈을 마주쳤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긋이 바라보고는 했던

그녀가 갑자기 내 눈을 피하자 그녀의 성향이 불현듯 생각나 의심이 증폭되었다.


'서, 설마...! 리리스가?'


"여, 역시.. 그, 그렇겠지? 하하하! 내가 예민했나?"


나는 일단 그녀에게서 멀어져 화제를 전환했다. 예전엔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면 매우 예민해져

우울감을 표현하던 그녀가 최근 통 만나지 않았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이 얌전히 지내 이상하다

여기고 있던 참이었다.


"그, 그럼요! 이, 일하죠! 일!"


리리스가 서둘러 부관석에 앉아 있지도 않은 일들을 하겠다며 과장된 행동을 시작했다.


'이거... 확인이 필요한데...'


나는 그런 리리스를 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서둘러 처리하면 금방 끝날

일과 뿐이니 어떻게든 구실을 붙여 그녀의 방에 직접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찾아가기는 좀... 역시, 미끼를 던져야겠어.'


평소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비상하게 회전했다. 아마 모두가 원하는 사령관이란 지금의 나처럼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사령관 이겠지... 하지만 사라지고 있는 내 팬티는 중대한 문제였다.


"음, 리리스."


"네, 주인님."


어느새 평정심을 되찾은 리리스가 내게 해맑게 응답했다. 나는 그녀의 모습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미끼를 던지고 덫을 놓으면 흉폭한 맹수도 제압할 수 있는 법. 나는 그녀에게 밑밥을 슬슬 던졌다.


"오늘 일과는 금방 끝날 것 같은데.. 어때? 데이트라도 하겠니?"


"데이트요? 와아~ 저야 정말 환영이죠! 후후훗, 최대한 빠르게 끝내야 겠네요!"


순수하게 기뻐하는 리리스의 얼굴을 보자 그녀를 의심하는 내 스스로가 악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이 팬티 절도범을 색출해야 한다. 설령 리리스가

범인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누명을 풀어주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그럼 장소는 내가 정할게. 나중에 딴 말 하기 없다?"


"네~ 후후훗!"


리리스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 이로써 장소의 선정은 내가 틀어쥐게 되었다.


'미안해... 하지만 난 범인을 꼭 찾아야겠어.'


순수하게 기뻐하는 리리스를 의심하는 건 정말 미안했지만 이 모든 건 정의를 위한 희생이다.





시간이 흘러 오후 2시. 최대한 집중해서 빠르게 모든 업무들을 처리했다. 리리스의 업무는

이미 한 시간 전, 오후 1시에 다 끝났다. 부관의 업무란 사령관보다 처리할 게 적은 편 이니까.


"후우~ 다 했다. 그럼 출발할까?"


"네~ 잠시만요. 우후훙~ 데이트~ 데이트~"


리리스가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준비가 대강 끝나고

그녀와 나는 손을 붙잡고 오르카 호를 걷기 시작했다.


"으음~ 여긴... 제 방이네요?"


"응, 오늘 데이트는 아주 뜨겁게 이 곳에서 할거니까."


나는 리리스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평소의 리리스라면 매우

좋아하며 얼굴을 붉혔겠지만 지금의 리리스는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아, 그.. 지, 지금 제 방이 더러워서요! 다, 다음에..! 다음에 오시면 안 될까요?"


"안돼."


"주, 주인님..!"


나는 리리스의 제지를 가볍게 무시하고 사령관의 권한인 마스터 키를 이용해 

리리스의 방 문을 열었다. 


지잉-


"아, 안돼!!"


리리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은 잔인하게도 내 손을 들어주었다. 지잉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열린 그녀의 방 문. 그녀는 다른 컴패니언 아이들과 다르게 개인 호를 따로

쓰고 있었기에 그녀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역시...."


내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그동안 사라진 내 팬티들이 그녀의 방 구석진 벽에 진열되어 있었다.

각자 습득한 날짜와 내가 입은 기간을 적어 놓은 그녀의 예쁘장한 손글씨가 적힌 종이들과 함께

걸려있는 내 팬티들을 보고있자니 멘탈이 아득히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 팬티 도둑은 역시 리리스 너였구나."


"아아아...!!"


리리스가 나라를 잃은 듯 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무릎을 꿇고 양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머리를 푹 숙인 리리스. 나는 리리스의 앞에 쪼그려 앉아 그녀의 턱을 손으로

잡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왜 그랬니?"


"그게... 외로웠어요... 주인님과 자주 못 만나니까... 너무... 너무 외로워서... 크흑! 죄송해요!"


머리를 땅에 박다시피 숙이며 용서를 구하는 리리스. 사실 겨우 팬티가 없어졌다는 사실 하나로,

아니.. 팬티 몇 장 훔쳤다는 것 정도로 오만 정내미가 떨어질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리리스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아... 나쁜 리리스에겐 벌을 내려야 겠지?"


"....네, 벌을 주세요... 죄송해요."




수많은 인원들이 쉬어가는 오르카 호 중앙에 위치한 카페테리아 앞. 리리스가 목에 푯말을

걸고 무릎을 꿇은채 양 손을 들고 있었다. 푯말에 적힌 글귀는 그녀 스스로 쓴

'나는 주인님의 팬티를 훔쳤습니다.' 가 적혀 있었고, 리리스는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나는 벌을 서고 있는 리리스의 앞으로 가서 그녀와 초점을 마주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반성을 좀 했으려나?"


"네... 죄송해요. 주인님... 주인님을 실망 시켰어요..."


"하하하! 실망은 무슨.. 이런걸로 실망 안 해. 오히려 안심했어. 아주 없어진 건 아니잖아?

그리고, 내 팬티를 수집하는 건 뭐라고 하지 않을게. 그냥 내가 갈아입을 양은 좀 남겨주렴."


"주인님..!"


"이제 일어서자. 다음부턴 너무 많이 가져가지 마라?"


"네! 주인님! 사랑해요!"


나는 리리스를 돌려 보내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사건 하나를 해결 했으니 이제 마음이 놓였다.

그보다 리리스를 위해 내가 역으로 그녀를 놀래킬 차례겠지?


"후후후..."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한 뒤, 은밀하게 숨겨진 장소에서 007 가방을 꺼냈다.


딸깍-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열린 그 가방에는 수많은 팬티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팬티와 다른 점

이라면 그것들이 모두 여성의 팬티라는 것. 그리고 이 팬티의 주인은...


"미안해, 리리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단다."


리리스가 입었던 팬티를 은밀히 수집하는 이런 취미를 대놓고 즐길 수 없는 노릇이니 

리리스에겐 미안하지만 숨겨야 한다. 대신 사과의 선물을 그녀에게 줘야겠지.


"프로포즈 치고는 좀 이상한가...?"


나는 피식 웃으면서 리리스가 노릴만한 내 팬티에 서약의 반지를 함께 넣어두었다.

리리스의 은밀한 취미에 약간은 어울려 줘야겠지.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고 하더니... 이런 것 까지 닮아서는 말이야."





리리스(와 사령관)의 은밀한 취미 end